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소비자-생산자 관계의 재조명

3D Printonomics, 중앙집권적 생산에서 ‘장인의 부활’로

김종승 | 173호 (2015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3D프린팅 기술이 촉발하는 3차 산업혁명은 소비자가 주도하는 제조와 소비의 신융합으로 완성된다. 20세기 급성장을 주도했던 대량 생산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르고 자본집약적 제조 방식에서 벗어난 소규모 분산형 제조 방식이 가능해짐에 따라 소비자가 제조 프로세스에 적극 개입할 수 있게 됐다. <롱테일>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2012년 그의 저서 <메이커스, Makers>에서 이를제조의 민주화라 불렀다. 제조의 민주화는 2차 산업혁명의 중앙집권식 제조 관행을 근본적으로 파괴한다.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적 흐름까지 맞물리면서 제조와 소비의 경계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제조의 민주화가 창출하는 새로운 질서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춘다. 이에 따라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제조와 소비의 신융합

 

 

지난해모디슈머(Modisumer)’ 열풍이 뜨거웠다. 2013 4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조리한짜파구리가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히트한 이후 식료품, 화장품 할 것 없이 다양한 업계의 많은 기업들이 이들을 겨냥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모디슈머는 ‘Modify’ ‘Consumer’의 합성어로 제조업체가 규격화해 내놓은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대로 변형, 창안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모디슈머와 함께 크리슈머(Cresumer), 프로슈머(Prosumer), 메타슈머(Metasumer) 등 새로운 소비 계층이 잇따라 등장하는 것과 함께 3D프린팅의 대중화 역시 창의적 소비 방식의 확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은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와 결합해 아이디어 제품, 각종 악세사리, 취미 활동용 장식품 등을 3D프린터로 직접 제작, 생산, 소비하는 프로슈머(생산적 소비자)의 탄생을 촉진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책상 위 프린터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해 내는 개인용 데스크톱(Desktop) 공장이 실현될 것이다.

 

3D프린팅은 2013년 미국 오바마 정부가 제조업 부흥을 위한 10대 핵심 제조기술로 선정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끈 바 있으며 MIT, 맥킨지(McKinsey Global Institute), 다보스포럼의유망 기술 글로벌 어젠다 카운슬등에서 주목받는 기술로 선정됐다. 3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면서도 지금까지 더디게 성장해왔던 3D프린팅 시장이 201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T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지난 2014 10월에 발표한 보고서1 에서 전 세계 3D프린터 시장 규모와 출하대수가 2015년부터 매년 2배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트너는 전 세계 3D프린터 출하대수는 2015217350만 대에서 2018 230만 대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규모도 2015년 약 16억 달러에서 2018 134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며 2012∼2018년 연평균 성장률은 87.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 1,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5’에서 선보인 3D프린터 트렌드는 가격과 재료 압출 기술의 진화를 과시했다. 그동안 보급형 3D프린터 가격은 1000달러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299달러( 32만 원)까지 떨어졌다. 특히 산업용으로 쓰이던선택적 레이저 소결방식(SLS)’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물건, 예컨대 열쇠나 머그컵은 물론 액자까지 다양한 제품을 실제 시판 제품과 유사한 품질로 만들어낼 수 있어 파급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집약적 제조방식에서 벗어나 소규모 분산형 제조방식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소비자가 제조공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대량 생산과 획일화된 소비라는 자본의 메커니즘을 우회해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제조와 소비의 경계가 흔들리고 있다.생산 시스템의 해체와 재구성으로 맞게 될 제조와 소비의 신융합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이며, 생산과 유통의 혁신이 어떤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만들어 낼 것인가.

 

다품종 주문생산 시대를 열다

 

그렇다면 3D프린팅의 어떤 기술 혁신 요소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을까. 무엇보다도 3D프린팅 기술의 큰 강점은 디자인을 변형하기 쉽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설계, 생산할 수 있어 전체적인 제조공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이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하다. 기존 공정으로는 생산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제품도 더욱 단단하게, 그리고 제조 시 소재를 최대한 절약하며 빠른 속도로 생산해 낼 수 있다. 3D프린팅을 이용한 시제품 제작 속도의 향상, 베타테스트 기간의 단축, 재료 낭비 요소 최소화는 각 제조업체에 가져다줄 부가가치가 상당하다. 소비자 니즈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테스트 기간이 짧다는 점은 발빠른 상용화가 경쟁력의 핵심인 산업에서 큰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3D프린팅은 실제로 시제품(prototype) 제작에 주로 활용돼 왔다. 기존 시제품 제작 방식은 여러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반면 3D프린팅은 제품의 설계도만 있으면 바로 생산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3D프린팅은 단순 시제품 제작을 넘어 직접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까지 진화 발전하고 있다. 또 정밀기계와 전자부품, 자동차, 항공, 주택, 의류, 의료, 식료품까지 제조 범위를 넓혀 기존 전통 산업에 재도약의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NASA(미항공우주국)에서는 2014 12월 우주 공간에서 처음으로 3D프린팅을 통한 부품(3D프린터 압출기 케이스의 앞면 덮개) 생산을 시도하고 그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최근에는 예술품 제작, 박물관, 유물 복원, 패션, 건축 등 문화 예술 분야 전반에서도 3D프린팅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3D프린팅의 소재가 플라스틱에서 금속, 목재, 고무, 바이오 등으로 점차 다양화하면서 예술 분야에서의 3D프린팅 활용 사례들은 더욱 무궁무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3D프린팅으로 인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 등 새로운 산업 형태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제 누구나 설계와 디자인, 서비스를 활용해 개인맞춤형 생산 및 거래가 확산돼 혁신에 기여하며, 디지털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제품 설계, 시제품 제작, 제조·생산, 유통 등이 통합되는 디지털 시대가 개막될 것이다. <롱테일 법칙>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2012년 그의 저서 <메이커스(Makers)>에서 이를제조의 민주화라 불렀다.

 

 

 

 

 

 

대량의 고객맞춤 생산이 가능해질수록 혁신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3D프린팅 제품의 단가는 수량이 많을 경우 금형 기반 대량 생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또한 3D프린팅은 순차 생산 시스템이므로 제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완제품 시장의 대량 생산 시스템을 100% 대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3D프린팅은 자본재(부품 등)와 소비재를 포함해 맞춤형 제품이 필요한주문 생산분야를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3D프린팅 기술은 프린터 그 자체만으로는 소비자에게 바로 판매 가능한 완제품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역설계를 위한 3D스캐너와 3D디자인 소프트웨어(SW), 후가공 장비(CNC기계, 레이저 커터 등) 등이 결합돼야 전체 공정이 완성된다. 따라서 3D프린팅 기술은 SW 산업, 디자인 산업, 뿌리 산업 등 타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서제조업 생태계의 변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종적으로는 기업들은 3D프린팅을 이용해 소비자의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업무 효율성에 기여하면서다품종 주문생산의 시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3D프린팅 기술이 도입됨에 따라제품중심(대량 생산에 최적화된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에서사용자중심(취향 소비에 최적화된 주문 생산 기반)으로 제조업의 속성이 변할 것이다. 역설계/디자인판매(디지털 거래) → 생산 단계로 가치사슬이 바뀌는거래 후 생산 모델이 등장하게 되고, 가치사슬의 고부가가치화도 진행될 것이다. 특히 디지털 파일 형태로 거래되는 3D프린팅 디자인 콘텐츠는 기존 음악, 영화, 게임 산업의 디지털 콘텐츠처럼 가상 재화(Virtual Goods) 시장 영역을 확대하고 제조업의 디지털화와 함께 새로운 유통 모델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화에 걸리는 리드 타임이 효율성의 핵심 지표다. 제품 기획에서 시작해 최종 제품이 생산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바람직하다. 3D프린팅은 제품 기획자 및 디자이너, 엔지니어가 저렴하고 빠르게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최종 상용화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킨다. 여기서 프로토타입은 제품 디자인의 개략적 스케치를 의미한다. 프로토타입은 디자인이 최종 구현됐을 때의 형상이나 느낌을 확인해볼 수 있도록 하고 기획했던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기획자, 디자이너, 엔지니어, 마케터들이 함께 협업하면서 신속한 성과를 낼 수 있게 돕는다. 이러한 맞춤형 주문 생산은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에 유리하다. 중소/스타트업 제조기업들도 이제 대규모 투자 없이 개별 고객의 주문에 따른 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기업에서 양산하는 획일적인 제품이 아닌 나만의 특별한 상품을 가질 수 있다.

 

또한 3D프린팅은 기획, 설계부터 생산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되므로 기존과는 다른 유통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원하는 3D 콘텐츠를 찾아 도면과 재료만 있으면 집에서 바로 생산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일반화되고 디지털 데이터의 재가공과 공유가 지금보다 편리해진다면 현재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공급 체인망을 갖추는 데 필요한 운송비,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수요지에서 즉시 원격 생산을 하는 소비지 생산 방식도 확산될 것이다. 과거 공장들은 대기업의 주문을 받아 대량 생산했지만 앞으로 많은 공장들은 소량이든 대량이든 주문받은 양만큼 즉시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글로벌 공급망이 개인 공장과 직접 연결이 가능해지는 시대에 소비자는 데스크톱 공장에서 로컬 프린팅 기능으로 직접 원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과거 규모의 경제에 의존하던 시스템과 대기업 집중 현상은 점차 힘을 잃고 중소·벤처, 스타트업 기업들이 창의적 기획력만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이 제조업을 주도할 것이다. 데스크톱 공장은 더 이상 꿈의 공장이 아니다. 제품의 소비자로만 머물던 시민이 직접 가내 제조에 참여함으로써 제조 산업의 민주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3D프린팅발() 제조혁명은 이처럼 소비혁명까지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협력적 공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3D프린팅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영역은 크게 네 가지다. 3D프린팅, 스캐너 등 하드웨어 영역과 3D 스캐닝, 모델링 관련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영역, 그리고 응용 산업 영역인서비스로서의 제조(Manufacturing as a Service)’ 영역과 콘텐츠 마켓플레이스 영역으로 구분된다. 3D프린팅 초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사업자 가운데는 3D프린팅 관련 장비와 소재를 판매하는 스트라타시스(Stratasys)사와 3D시스템스사 등이 있다. 3D모델링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오토데스크(Autodesk)도 있다. 응용 산업 영역에서는 3D프린팅(from modeling to printing) 서비스를 대행하거나 디지털 콘텐츠 거래를 지원하는 셰이프웨이즈(Shapeways) 같은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영역은 성숙 시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3D프린팅 응용 산업 영역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이 결합되고 특히 3D프린팅 기술이 활용되면서가상 제조(Virtual Manufacturing)’ 방식의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있다. 디지털 제조(Digital Manufacturing)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이용해 컴퓨터의 화면상에 제조공정을 시뮬레이션(simulation)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초기에는 캐드(CAD)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3D모델링 결과물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기능이 중심이었지만 정보통신기술이 폭넓게 적용되면서 공장, 제조 라인, 가공 기계, 치공구, 로보트와 사람 등을 배치한 환경에서 실제 제품을 만드는 것과 똑같이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제품 및 공장의 라이프 사이클 관리, 라인 재배치를 통한 생산 라인 최적화를 수행할 수 있게 발전했다. 나아가 최근에는 컴퓨터 화면상에서 제조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실제 공장에 있는 콘트롤러를 통해 기계, 로보트, 컨베이어를 움직이게 함으로써 가상 제조가 실제 제조에서 동일하게 구현되고 있다.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사의 경우 공정 속도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해 3D디지털 디자인 환경과 생산 공정을 통합했다. 시뮬레이션 기능, 하드웨어 설계 및 제조 공정을 사용해 제조 또는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가상 세계에서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제품 기획자,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는 프로그램 개발 단계에서부터 제품에 대한 시험 및 검증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를 통해 제품 수정에 필요한 시간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는 3D 가상 경로 탐색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정 시간과 비용 역시 줄일 수 있게 됐다.

 

독일은 이미 2011하이테크 전략 2020 액션 플랜에서 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한 제조업 창조경제 전략인인더스트리 4.0’을 주요 어젠다로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생산 공정 통제 및 최적화, 설비 제어, 에너지 효율화, 물류 효율화, 지능형 통합 관리하는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구현을 목표로 사물인터넷(IoT), 사이버 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s), 센서 네트워크, 3D프린팅 등의 기반 기술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특히 개별적 소비자의 선호도가 제품 주문 및 생산 계획 단계에서부터 반영되고 이후 선호도 변화에 따라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이 실시간으로 변경될 수 있도록 3D프린팅 기술 기반의 제조 방식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맞춤형 대량 생산(Mass Customization)이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 3D프린팅 메이저 기업들인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스는 각각 ‘Redeye’ ‘Quickparts’라는 서비스명으로서비스로서의 제조(Manufacturing as a Service)’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2009년 설립된 벨기에의 ‘i.materialis’ 역시 개인과 기업 대상으로 온라인 기반의 3D모델링(디자인, 엔지니어링) 3D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속, 세라믹 등 17가지 소재와 90가지 이상의 컬러 조합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3D프린팅 기술 진화와 프린터 보급에 힘입어 시작된 온라인콘텐츠 마켓플레이스(Content Marketplace)’ 비즈니스 모델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크게는 3D모델링 콘텐츠를 공유하는 커뮤니티형과 3D모델링 콘텐츠를 거래하고 프린팅 서비스(출력 배송)를 함께 제공하는 커머스형, 마지막으로는 3D모델링 콘텐츠에 대한 프린팅 라이선스 거래를 중개하는 IP(Intellectual Property) 거래형 서비스로 구분된다.

 

 

 

 

먼저 커뮤니티형 모델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미국의싱기버스(Thingivers)’는 개인용 3D프린터 제조사메이커봇(Makerbot)’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3D프린팅 온라인 커뮤니티로 개인들이 자신이 창작한 디자인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3D모델링 디자인 파일(STL 파일)을 업로드하고 제품 제작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본연의 목적인협업 저장소(Collaborative Repository)’ 역할뿐만 아니라 이 업체를 인수한 스트라타시스의 데스트톱 상품군을 홍보하는 소비자 접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로는유매진(YouMagine/네덜란드)’ ‘컬츠(Cults/프랑스)’ ‘자이지스트(XYZist/한국)’ 등이 있는데 커뮤니티 서비스 특성상소셜(Social)’ 기능(Like, Share )과 결합해 공유와 협업의 사상을 구현하고 있다. 이 외에도 3D프린팅 대행 서비스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지역별로 3D프린터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를 연결시켜주는 프린터 공유 네트워크 서비스인 ‘3D Hubs’ ‘makexyz’ 등도 커뮤니티 서비스로 분류할 수 있다.

 

커뮤니티는 공유할수록 강화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전문 기업보다도 더 빠르게 제품에 대한 혁신적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커뮤니티의 강점은 매시업(Mashup, 웹서비스 업체들이 제공하는 각종 콘텐츠와 서비스를 융합해 새로운 웹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3D디자인 파일은 쉽게 공유되고, 무제한으로 복제되며,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될 수 있다. 오픈소스와 매시업 문화가 개방형 혁신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모든 것은 이전에 있던 것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차이와 반복이고, 창의성은 기존 작품의 재해석과 재배열을 통해 드러난다. 경제적 성장은 사람들이 자원들을 더 가치 있는 방식으로 재배치할 때마다 이뤄진다. 디지털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능력은 커뮤니티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커뮤니티 사이트에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로 등록돼 있는 3D모델링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매시업하면 된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할 필요도 없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기존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혁신하는 공동의 작업에 참여하면 된다. 공유돼 있는 기존 콘텐츠를 변형하고 매시업하는 것은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성장의 한계는 경계가 고착화되면서 자원을 바람직하게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소비자는 이제 경계가 무너진 가상의 통로를 거쳐 관심과 취향을 공유한다. 또 소비자들의 공동의 작업은 수요의 혁신을 만들어내며 궁극적으로 생산자 시스템을 대체해갈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인 커머스형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네덜란드 기업 셰이프웨이즈(Shapeways). 이 회사는 필립스 디자인 부서의 핵심 디자이너들이 사내 벤처로 시작해 2007 3월 설립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지금은 ‘3D프린팅 서비스 업계의 아마존으로 불릴 만큼 콘텐츠 판매, 프린팅 서비스, 배송 등 모든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배적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4년 기준 월별 프린팅 건수는 18만 건에 달하고 입점해 있는 상점도 23000개를 넘어섰다. 사용자들은 디자이너가 업로드한 이미지의 3D프린팅 제품을 주문할 수 있고 자신이 직접 상점을 개설해 이미지를 업로드할 수 있다. 셰이프웨이즈는 50여 가지 이상의 산업용 3D프린터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금속, 세라믹 등 40여 종 이상의 소재를 지원하고 있다. 소재의 특성에 맞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디자인 초보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IP 중개형 모델의 사례로서 CGTrader란 업체를 들 수 있다. CGTrader 2012 1월 설립된 리투아니아 기업으로 지적재산권이 있는 3D모델링 콘텐츠와 컴퓨터그래픽 콘텐츠 거래를 중개하는콘텐츠 마켓플레이스 모델을 지향한다. 3D 아티스트와 전문 디자이너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14 2월 인텔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냈다. 유럽 중부 및 동유럽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불가리아의 스리딩(Threeding) B2B2C(기업ㆍ소비자 모두와 동시에 거래) 방식으로 디자인 콘텐츠 거래를 지원하는 서비스로, 심플한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로 전문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 디자이너가 3D 모델링 콘텐츠를 판매하기 위해서 일정 절차를 거쳐 마켓을 개설하고 카탈로그에 등재함으로써 구매를 희망하는 최종 사용자에게 프린팅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마켓을 만들거나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것은 무료지만 라이선스 거래 시마다 그에 해당하는 일정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인테리어 소품, 예술 작품, 전자기기, 사무실 데코레이션 소품, 의료 분야 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가 거래된다.

 

콘텐츠 마켓플레이스 영역에서 3D프린팅 서비스의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타 사업자들이 쉽게 벤치마킹하기 어려운 킬러 서비스 기반의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고 단기간 내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유용해지는 현상을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한 자원이 각 사용자에게 지니는 가치가 증가하며 시스템 전체가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판매자 측면(Sell-Side)에서도 제3자 사업자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수익화 기반을 제공하면서 견고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자가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DIY, 장인의 부활

: 3D프린팅과 사물인터넷(IoT)의 결합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그의 저서 <장인(The Craftsman)>에서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참여하는 사람들을현대의 장인으로 불렀다. 특히 리눅스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확산하고 있는 사람들의 특성에 주목하고 인터넷 공간의 장터에서 오픈소스 운동에 참여하는 개발자들을 과거 장인들의 공동체에 비유했다. 장인은 높은 품질을 구현하는 일을 목표로 한다. 전통적 의미의 장인이든, 현대의 오픈소스 운동 참여자든 이 공동체들의 고민은 지식 체계의 높은 품질 수준과 자유로운 공동체 기반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일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새로운 지평이 다시 열리는 과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 않으면 품질은 개선되지 않는다. 집단적 장인 정신을 가진 리눅스 공동체가 일하는 방식이 바로 이런 긴밀한 협조를 기반으로 한다.2

 

 

 

 

 

 

 

 

 

 

최근 들어 3D프린팅 기술이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기술과 결합되면서 과거 장인 정신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운동의 연장선상인오픈소스 하드웨어(OSHW·Open Source Hard Ware)’ 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대량 생산에서 장인 생산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사물인터넷이란 무엇인가? 사물인터넷이란 인간과 사물, 서비스 세 가지 분산된 환경 요소에 대해 상호 협력적으로 선싱, 네트워킹, 정보처리 등 지능적 관계를 형성하는 사물공간 연결망을 의미한다. 사물인터넷은 ICT D.I.Y시장을 촉발한다. D.I.Y내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의미다. 세계적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의 제품이 대표적인 D.I.Y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제품의 최종 조립을 소비자에게 맡기는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소비자들은 직접 조립하는 창조적 재미까지 덤으로 얻게 돼 이케아가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는오픈소스 하드웨어는 기업의 양산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직접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D.I.Y와도 그 맥락을 함께한다. 다만 단순한 물리적 조립을 넘어 IT 및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메이커스(Makers)’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집안의 온습도 센서, 난방 조절기, 조명 제어기, 무인항공기 등 작은 IT기기에서 대형 기기에 이르기까지오픈소스 하드웨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해당 제품과 똑같은 모양 및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회로도, 자재 명세서, 인쇄 회로, 설계도면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한 것을 말한다. 당연히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나 라이선스도 없다. 누구라도 해당 오픈소스(자원)를 이해만 할 수 있다면 동일한 구조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정말 새롭고 매력적이라면 그때 사업화해 대규모로 양산하면 된다.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등장은 창업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스타트업 기업에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기업이 하나의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 시스템하에서 대규모의 비용과 노력이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개인이라면 다를 수 있다. 양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뿐더러 일반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제작하기까지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더욱이 기업처럼 경쟁 시장이 없으므로 시장 내 유사한 제품을 고려할 필요도 없다. 바로 이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이 탄생하는 것이고, 이를혁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제품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도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혁신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개념은 지난 2012 6오픈소스 하드웨어 연합(OSHWA)’이 결성되면서 구체적으로 정의됐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연합에 따르면,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정의는누구나 만들고 수정, 배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일반에 디자인이 공개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기계, 장비 또는 기타 실체가 있는 것이다.3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처럼 현대의 특허 제도가 독점적 폐해를 유발함으로써 오히려 산업 성장을 저해한다고 보고 이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연합에서는 누구나 특정 디자인이나 해당 디자인에 근거한 하드웨어를 배우고, 수정하고, 배포하고, 제조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 하드웨어를 만들기 위한 디자인 소스는 수정하기에 적합한 형태로 제공돼야 하고,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개인이 하드웨어를 만들고, 그것을 극대화해 활용할 수 있도록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품과 재료, 표준 가공 방법, 개방된 시설, 제약 없는 콘텐츠, 오픈소스 디자인 툴 등을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리고 라이선스는 자유로운 변경과 파생물을 허용하며 원본과 동일한 라이선스로 배포되도록 한다. 라이선스는 제조, 판매, 배포, 디자인 파일로부터 만들어진 제품의 활용, 디자인 파일 자체 및 그 파생 작업을 허용하게 된다. 라이선스는 판매에 대한 사용료 및 로열티를 요구해서는 안 되며, 파생물의 판매에 대해서도 사용료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오픈소스 하드웨어 커뮤니티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 중이며 대표적 개발자 커뮤니티로는 메이커페어(Makerfaire), 아두이노(Arduino) 캠프 및 오픈소스 하드웨어 서밋 등이 있다. 오픈소스 플랫폼 커뮤니티로서 농업, 운송, 유통 등의 수많은 영역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소스코드, 제작 방법 등을 공유한다. 나만의 기념품, 디지털 가전, 첨단 농기구, 아두이노 기반의 액세서리 등 수많은 제품이 소개되고 제조의 각 과정과 설계도 및 소재 구입 방법 등이 상세히 공유돼 있다.

 

 

 

나아가 오픈소스 하드웨어 메이커스는 3D프린팅 기술을 적극 활용으로써 제조의 장벽을 완벽하게 무너뜨린다. 기존에는 개인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하려면 상품을 구성하는 재료를 조합하고 제대로 상품으로 기능하기 위한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됐지만 3D프린팅은 표준화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입체적인 사물을 쉽게 제작할 수 있다. 또 아두이노(Arduino) 같은 오픈소스 보드를 활용하면 구조가 복잡한 IT 제품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이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융복합적인 시장이 등장하게 된다. 각 시장마다 소비자들의 참여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하자.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생산 수단에 접근할 수 있는 제조의 민주화는 수직적으로 통합된 2차 산업혁명의 중앙집권식 제조 관행을 근본적으로 파괴한다. 3D프린팅에서 진정으로 획기적인 측면은 분산형제조자 인프라. 단순 취미 생활자의 문화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것이다. 제조의 민주화가 창출하는 새로운 질서의 효율성과 생산성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춰 자본주의의 시대가협력과 협업의 시대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소비자가 주도하는서비스 경제의 탄생

 

‘제조의 서비스화(Servitization)’란 단순 제품 판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품과 결합해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4 디지털/하이테크 제조업에서도 기술 평준화와범용화(Commoditization)’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쟁 제품 간의 차별적 가치는 거의 사라지게 됐다. 범용화는 경쟁사 제품의 기술적 격차가 좁혀지고 핵심 부품이 모듈화하면서 가격 경쟁 이외의 요소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후발 사업자들도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해 단기간 내에 유사한 기술 수준의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고, 경쟁사 간에 품질과 기능의 차이가 거의 없어졌으며, 가격 경쟁만 심화되는 공급의 초과잉 시대가 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조의 서비스화가 제품의 차별적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다. 기존제품 중심의 시장에서는 기술 혁신 기반의 제품의 품질 경쟁력과 공급망 최적화를 통한 원가 경쟁이 중요했다. 그러나서비스 중심의 시장에서는 소비자 니즈에 따른 맞춤형 상품 제공과 제품 전 주기에 걸쳐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과 제품 사용패턴 분석에 따른 맞춤형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는애프터 마켓(After Market)’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조의 서비스화, 제품의 서비스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전자, 자동차, 중공업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진행돼 오고 있다. 롤스로이스의 경우 항공기 엔진과 관련 부품 판매를 통한 수익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엔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주고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형 모델로 확장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항공사는 엔진 유지보수 및 교체 스케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롤스로이스는 엔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2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롤스로이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래 제조업에서는 생산 그 자체가 아닌 서비스적 요소와의 결합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더욱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제조의 서비스화는 점차 융합 산업으로 확산돼 가고 있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3D프린팅,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대량 생산의 시대를대량 맞춤 생산(Mass Customization)’의 시대로 변화시키고 소비자 스스로 디자인하고 커뮤니티와 함께 공동 제작하는 개방형 혁신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3D 모델링 콘텐츠는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고 공유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에 의해 개선되고 결과적으로 완성도 높은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관심과 취향에 맞는 상품을 더 빠르고 간편하게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개인의 개별적인 니즈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3D프린팅 기술로 가속화되는 제조의 서비스화, 제조 혁명은 소비 혁명까지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옷이나 장신구를 전달하면 전문 디자이너가 그대로 설계도를 만들어준다. 소비자가 집에서 직접 프린팅할 수 있다면 제조업체는 막대한 생산과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재 제조업이 완벽한 지식 산업으로 바뀌게 된다. 대규모 생산 시설과 물류 인프라를 갖추지 않았더라도 누구든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빠르게 디지털화함으로써 구체적인 실물로 형상화할 수 있다.

 

새로운 질서의 출발, ‘협력적 공유사회를 재촉

 

제조와 소비의 신융합 시대.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변화해나갈 것인가. 선도적으로 시장에 대응해온 몇몇 기업의 혁신 사례를 들어보자. 로컬모터스(Local Motors)라는 오픈소스 자동차 기업은 GM 6년에 걸쳐 65억 달러를 투자해 만든 전기 자동차를 불과 18개월 동안 300만 달러만으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법적으로 도로주행을 할 수 있게 한 오프로드 랠리카였다. 또 이 방식으로 여러 특수 용도의 모터사이클과 세계 최초의 3D프린팅 자동차스트라티(Strati)’의 개발에도 성공했다. 자동차 관련 지식과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대기업이 할 수 없는 다양한 시도와 신속한 피드백을 제공한 결과였다.로컬모터스는 크라우드소싱으로 얻은 차량 설계를 가지고 개방형 마이크로 공장에서 시제품을 제작하는 독창적 방식이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 디자인을 전 세계에 공유하고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리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협업을 통해 신속하게 시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사상 최초로 3D프린터로 출력된 전기차를 선보일 수 있었다.

 

포드는 3D프린터 장비를 공유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을 제공하는 테크숍과 파트너십을 맺고 디트로이트에 대규모 개방형 작업장을 만들었다. 2000여 명의 회원이 자유롭게 3D프린팅 장비를 활용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포드의 전년 대비 특허출원 비율은 30% 증가했다.

 

2014 5 GE퍼스트빌드(FirstBuild)’라는 신개념 제조 공정을 론칭했다. GE가 운영하는 해커 스페이스인 이 공정의 목표는 우수한 아이디어 제품을 신속하게 소량 생산해내는 것이다. 퍼스트빌드는 3000㎡ 면적의 공용 해커 스페이스와 소규모 제조 공장을 운영한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firstbuild.com)를 통해 전 세계 개발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대중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또는 퍼스트빌드의 해커스페이스를 직접 방문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GE의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아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만일 이 시제품에 대해 온라인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이 쏟아지면 퍼스트빌드에서 자체 브랜드로 소량 생산해 시장 반응을 보게 된다. 그리고 반응이 좋을 경우 GE의 생산라인으로 넘어가 대량 생산되는 방식이다. 소품종 대량 생산 중심의 대기업 제조라인에 해커 스페이스의 혁신성과 신속성을 접목해 시장 대응력은 물론 기술혁신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3D프린팅은 그저 하나의 제조기술이 아니라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개방형 혁신 모델이다. 포드(Ford) GE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도 실험적 시도를 감행할 만큼 새로운 질서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말했듯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세계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이 사물인터넷 등과 결합됨으로써 제조업을 변화시키고 협력적 공유사회의 삶을 구성하는 새로운 관행과 함께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게 할 것이다.이 플랫폼은 모두를 프로슈머로, 모든 활동을 협업으로 만들 것이다. 3D프린팅과 사물인터넷 기술은 글로벌 공동체의 모든 사람을 연결하면서 사회적 자본을 전례 없는 규모로 번성하게 만들 것이며, 그럼으로써 공유경제를 실현한다. 자본주의 질서에 따르는 시장의 교환가치는 갈수록 협력적 공유사회의 공유가치로 대체되고 있다.5 프로슈머들이 협력적 공유사회에서 그들의 재화와 서비스를 공유할 때 시장경제와 교환경제를 지배하는 규칙은 점차 영향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제조와 소비가 융합되고 생산과 유통이 재결합됨에 따라 세계적인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이 말했던어소시에이션이즘(Associationism)’6 개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생산자협동조합 운동 개념과 유사한 어소시에이션이즘은상품교환 원리가 존재하는 도시적 공간에서 국가나 공동체의 구속을 거부함과 동시에 공동체에 있던호수성(互酬性·reciprocity)’을 고차원적으로 회복하려는 운동이다. 여기서 호수성이란개인이나 집단 사이에서 증여를 받은 쪽이 준 쪽에 무엇인가를 갚음으로써 상호관계가 갱신되고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호수적 교환이란 분배적 정의, 즉 재분배에 의해 부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애당초 부의 격차가 생기지 않는 교환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호수적 교환 행위는 생산과 유통/소비가 결합된 협동사회, 공동 점유사회를 추구하며, 이는 바로 3D프린팅 콘텐츠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공유 플랫폼을 통해 확대되고 이로 인해 결국 생산과 소비의 이분법적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다. 생산양식과 교환양식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비자(향유자)와 생산자(노동자)의 결합을 의미하는컨슈팩처러(Consufacturer)’가 비로소 등장하는 것이다. 이들컨슈팩처러의 탄생으로 미래 융합형 혁신과 새로운 집단지성 협업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날을 기대해 본다.

 

김종승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 IoT전략팀 팀장 deframing@gmail.com

필자는 서울대 인문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벤처/스타트업과 삼일Price-WaterhouseCoopers에서 근무했다. 2004 KT에 입사해 전략기획실, 재무실, 온라인사업단 3D프린팅사업TF팀을 거쳐 현재 미래융합사업추진실에서 IoT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저서로는 <앱 경영 시대가 온다>(공저)가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