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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이 답이다

M&A 성패 가르는 힘, 오너십 단계마다 명로한 책임 권한 설정하라

김정수 | 172호 (2015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M&A 과정에서 오너십을 확립하기 위한 해법

명확한 의사결정구조 확립

M&A 단계별로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과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게 일원화

개방적 토의 문화 조성

단순히 찬반을 가르는 이분법적 논리 전개에서 벗어나사실과 데이터/직관과 감성/주의 사항과 문제점/논리적 추론에 의한 예측/창의적이고 새로운 발상/의사결정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프로세스 6가지 주제에 맞춰 그에 합당한 의견을 제시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조기 관여

M&A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계열사인지, 그룹 본사인지 명확히 하고 초기부터 관여

 

편집자주

조직원 모두에게 오너십, 즉 주인 의식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업무 효율성과 성과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김정수 파트너가 생생한 기업 사례들을 통해 조직 내 오너십 확산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소개합니다.

 

 

A사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널리 알려진 반도체 생산용 장비 제조 업체다. 지난 15년간 매출 규모가 20배 이상 성장해 중견 기업으로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요의 성장세가 한풀 꺾여 가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나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계속 좁혀지면서 더 이상 품질에 기반한 고가 정책을 고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었다. A사 경영진은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외부 구매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해 비용 절감을 꾀하기로 결정하고 각 부서 팀장들에게 실행 방안을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여러 팀장들 가운데 A사가 1년 전 거액의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해온 M&A팀의 최 팀장은 즉시 잠재적 인수 대상 업체 물색에 나섰다. A사 역대 최초의 M&A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 팀장은 팀원들과 밤샘 작업을 밥 먹듯 했고, 결국 최종 인수 대상 회사를 세 곳으로 압축했다. 이 시점부터 비밀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최 팀장은 보안 유지에 만전을 기했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만 골라 CEO 대상 보고를 했고 그때마다한두 명의 핵심 경영진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철저한 실사에 기반해 적정 인수가격을 도출함으로써 상대방과의 가격 협상까지 매끄럽게 진행했다. 이렇게 M&A는 최 팀장의 주도하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다.

 

피인수 대상 업체와 수개월에 걸친 조율 작업을 한 후 드디어 양사 간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일만 남겨 놓은 시점이 됐다. 최 팀장은 그때부터 요구되는 다음 작업, 즉 인수 후 통합(PMI)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간 최 팀장의 빈틈없는 일 처리에 크게 만족해 하던 사장은 즉시 부품조달팀장을 불렀다. “나 팀장. 나 팀장은 모르고 있겠지만 우리 회사가 곧 부품 업체인 X사를 인수할 것입니다. 이미 인수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M&A팀 최 팀장이 실력 발휘를 잘했지요. 이제부터는 나 팀장 어깨가 무겁습니다. 즉시 최 팀장으로부터 X사에 대한 자료 일체를 넘겨 받아서 앞으로 X사 인수 후 운영 경영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세요.”

 

 

나 팀장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어떤 회사인지도 모르는 X사를 자신에게는 상의 한마디 없이 인수하기로 결정해 놓고 마무리 단계에 와서 갑작스레 통보하는 상황에 언짢았고, 기나긴 인수 준비 과정 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회사를 다닌 본인의 형편없는 정보 수집 능력에 회의가 컸다. 이미 사내에서 최고의 M&A 실력가로 인정받은 최 팀장과 달리 자신은 자칫 X사 인수 후에 생길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청소부취급만 받는 것 아닌가 걱정됐다. 설령 부품조달팀이 X사를 정말로 잘 경영한다고 해도 그 공은 모두 M&A팀으로 돌아갈 것이고, 혹시 문제가 발생해 소기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책임은 온전히 본인에게 돌아올 게 분명했다.

 

 

M&A팀으로부터 X사 관련 실사 자료를 넘겨받은 나 팀장은 팀원 전원을 소집하고 일장 연설을 했다. “다른 모든 일은 접어두고 앞으로 일주일 동안 X사에 대한 문제점을 찾는 데 모든 힘을 집중해라. 주말도 없고, 퇴근할 생각도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가 이 업무를 떠맡기 전에 문제점에 대해서 명확히 해 놓지 않으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 팀은 뒤처리만 하고 책임만 지는 부서가 될 거라는 점을 명심해.”

 

그로부터 2∼3주간 부품조달팀과 M&A팀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마주 앉아 이 문제점들이 실사 과정에서 제대로 포착되지 않은 것인지, M&A팀이 딜을 성사시킬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축소 보고를 한 것인지, 부품조달팀이 별 것 아닌 문제를 과대 포장한 것인지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양팀 모두 부서의 사활과 자존심을 건 문제였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토론은 열띠다 못해 감정 대립의 양상을 보이면서 격해져 갔다. 이런 논쟁은 심지어 공식적인 M&A 계약이 마무리돼 X사가 A사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까지 이어졌다. 새로운 회사에 인수돼 재탄생을 모색했던 X사는 A사 내부 부서 간 갈등으로 인해 졸지에사생아가 돼 버렸다. 이후 X사는 어떤 운명을 맞았을까?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네 탓을 하면서 기대했던 매출 성장은 고사하고 인수 비용을 정당화하기도 어려운 실적을 보였다.

 

M&A는 무엇이며, 왜 하는가?

 

M&A, 즉 기업 인수합병이란 말 그대로 어느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이나 자산을 취득해 다른 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하는인수와 어느 한 기업이 다른 기업과 통합해 하나의 기업을 이루는합병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쉽게 말해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를 돈을 주고 삼으로써 인수합병이 없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거나 기업 규모를 키우는 방안이다.

 

국내에서만도 최근 3∼4년 사이에 모든 사람들이 알 만한 굵직한 M&A들이 많이 있었다. 롯데쇼핑이 가전제품 유통 업체인 하이마트를 1조 원이 넘는 큰돈을 주고 인수해 슈퍼마켓 업체로서의 유통 노하우를 가전제품 판매에 활용한 것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다. 규모로 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5조 원 이상을 내고 인수한 것이나, 철강 회사인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이라는 자원개발 사업을 겸비한 종합상사를 3조 원 이상에 인수한 것이 국내에서는 큰 규모의 M&A에 속한다. 동종 업계 간 M&A로는 이미 CJ GLS라는 물류회사를 가지고 있는 CJ그룹이 오히려 규모가 더 큰 대한통운을 인수한 사례가 있다. 해외 기업들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것이 그 사례다.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보면 산업의 지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M&A들이 훨씬 더 많이 눈에 띈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AOL의 타임워너 인수는 무려 200조 원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M&A였다. 지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회사처럼 인식되는 석유회사 엑손모빌이나 로열더치셸도 각각 100조 원에 육박하는 인수 금액을 들여 만들어진 엑손과 모빌, 로열더치와 셸의 M&A 결과물이다. 최근에 M&A 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구글은 지난 3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M&A를 한 기업으로 등극했다. 구글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에 걸쳐 무려 100건이 넘는 M&A를 진행했고, 여기에 들어간 투자액만도 1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M&A 프로세스

 

항상 성공적이기만 한 기업 전략은 없는 법이다. 사실 성공한 M&A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는 실패 사례가 훨씬 더 많다. M&A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주 입장에서 보면인수를 하기 위해 지불한 돈을 다른 사업이나 설비에 투자한 것과 비교해 볼 때 과연 M&A가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줬는가라는 질문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이그렇다라면 다른 어떤 투자보다도 M&A가 더 나은 투자 의사결정이었고, 따라서 성공한 M&A라고 말할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모든 M&A의 절반 이상,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70%에 달하는 M&A가 실패로 추산된다는 점이다.

 

대다수 M&A가 실패로 귀착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인수를 한 기업과 인수된 기업 간에 협조와 통합이 이뤄지지 않아서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이로 인해 두 기업 모두 영업 실적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만일 두 회사를 합병해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하려고 하는데 두 회사 출신 간 편가르기가 일어나고 서로 협조가 안 된다면 합병 전보다도 못한 성과를 내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합쳐진 두 회사의 기존 판매처나 고객사들이 비슷할 경우엔 새롭게 하나로 통합된 회사 내에서 판매 경쟁이 벌어져 시너지보다 손해가 날 수도 있다. 기업을 인수하기 전에 대상 회사를 면밀히 조사하기 위한 실사(due diligence) 단계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인수 대상 회사의 실적이나 역량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수 후에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 외에도 너무 비싼 가격을 지불해서 영업을 아무리 잘해도 그 이상 돈을 벌어 들이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두 회사를 결합함으로써 추가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해서 실망만 커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M&A 과정에서 벌어지는 많은 문제들의 본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업무상의 오너십(ownership)이 명확하지 않거나 분명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M&A의 성공 비결은 오너십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오너십이 왜 M&A 성공에서 가장 결정적이고도 중요한지는 위에 소개된 A사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A, 무엇이 문제였나?

 

A사는 M&A 성공을 위한 조건들을 대부분 갖추고 있었다. 명확한 성장 전략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고 여기에 대한 경영진의 공감대도 있었다. 이러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M&A를 활용한 것도 무작정 M&A를 통해 성장을 꿈꾸는 기업들과 비교해서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었다. A사가 그간 경험이 부족했던 M&A 부서를 강화하기 위해 과감하게 외부 인재를 영입한 것도 시의적절했고 인수 금액 산정이나 매각 측과 협의를 주도적으로 잘 이끈 것도 순조로웠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이 과정상에서의 명확한 오너십이었다.

 

M&A팀은 일단 이 인수 실적을 마무리함으로써 1년 동안의 실적 공백을 메우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상대적으로 인수 후 운영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었다. 반면 PMI 및 향후 실제 경영을 책임지게 될 부품조달팀은 M&A에 대한 그간의 의사결정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잘 몰랐다. 부품조달팀의 관심은 오로지 혹시라도 나중에 발생하게 될 책임 소재에 대비해일단 흠집부터 찾아 놓기에 여념이 없었다. 바로 이런 태도가 A M&A의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다.

 

 

만일 M&A팀이 처음부터 인수 후 경영 성과도 자기 책임이라는 인식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아마 단순히 실사를 마무리하고 가격을 산정해 놓고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X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어떻게 이를 보완하거나 더 강화해 줄 수 있을지를 진심으로 고민했을 것이다. 부품조달팀도 M&A 초기 단계부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다면 왜 A사가 이 회사를 인수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배경과 절실함을 명확히 이해함으로써 실사와 경영진 인터뷰의 기회를 더 나은 경영전략 수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이 두 부서가 X사에 대해 진심 어린 오너십을 가지고 있기만 했더라면 역량이나 접근 방법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었던 성공적인 M&A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매우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는 문제지만 실제로 많은 대기업들이 M&A 부서, PMI 부서, 인수 이후 중장기적인 운영을 담당할 현업 부서 등이 별개로 돼 있다. 그 소속 역시 신규 투자 부문과 현업 부문으로 분리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M&A 부서의 평가 지표는 많은 경우 인수의 성공 여부와 관련이 있다 보니 M&A가 무리하게 추진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또한 M&A 특성상 비밀 유지가 중요하다 보니 보안 수준의 단계별로 정보를 공유하기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현업 부서를 배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M&A 및 이후 PMI, 경영의 전 과정에 걸쳐 일관된 책임감을 가지고입양할 자녀(피인수 회사)’를 마치 내 친자식처럼 챙기는 사람은 없고, 다들 낳은 부모, 키운 부모 논란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만다.

 

M&A 과정에서 오너십 확립하려면?

 

1) 명확한 의사결정구조 확립

 

우선 M&A, PMI, 인수 후 경영 부서 간 사전 협의가 시작돼야 하는 명확한 시점을 정하고, 이 시점부터는 모든 의사결정에 다양한 부서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모든 의사결정을 공동으로 하게 되면 때로는 긴박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M&A의 특성상 적시에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으로 참여하고 논의하되 각 단계별로 필요한 의사결정의 최종적 책임과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명확하게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M&A 전 과정에 걸쳐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포인트들을 사전에 정의한 후 각각의 의사결정에 누가 참여하고, 누가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둬야 한다.

 

공동으로 참여하고 논의하되

각 단계별로 필요한 의사결정의

최종적 책임과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명확하게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가격 산정 시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법률적 사안을 M&A 부서에서 발견한 상황을 생각해 보자. 상황이 아무리 급박하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M&A 부서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법무부서에 해당 사안을 검토하도록 하고 PMI 부서로부터도 의견을 들은 후 최종 결정을 M&A 부서장이 내리는 구조를 취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2) 개방적 토의 문화 조성

 

M&A 이후 예상되는 사소한 문제점은 물론이고 M&A를 궁극적 실패로 이끌 수도 있는 최악의 요인들, 이른바딜브레이커(deal breaker)’에 대해서도 기탄 없이 이야기하고 열린 자세로 토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실 어느 조직에서나오픈 마인드’ ‘개방적 의사소통을 외치지만 매우 심각한 수준의 부정적 요소까지 공식적으로 들춰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M&A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인수 자체의 부정적인 측면이 불거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일절 하지 않는다. M&A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은 제외하고 온통 반대 의견만 내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다 보면 한 측은 찬성만, 다른 측은 반대만 하면서 극단적인 대립 양상으로 귀결되곤 한다.

 

커뮤니케이션과 회의 방식 연구 전문가인 에드워드 드 보노(Edward De Bono)는 그의 저서 <생각이 솔솔 여섯 색깔 모자(Six Thinking hats)>에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한 측은 찬성, 한 측은 반대 입장을 내 놓는 대신에 여섯 가지 색깔의 모자를 바꿔 쓴다고 가정하고 각 모자가 상징하는 측면에 대해 돌아 가면서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이다. , 하얀 모자는 사실과 데이터, 빨간 모자는 직관과 감성, 검은 모자는 주의 사항과 문제점, 노란 모자는 논리적 추론에 의한 예측, 초록 모자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발상, 파란 모자는 의사결정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프로세스에 대한 주제를 뜻하는 식이다. 회의를 진행할 때 이 모자 색깔에 따라 순차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찬성하는 측도 빨간 모자 논의 단계에서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대하는 측에서도 초록 모자 논의 단계에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 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 혹시나 딜의 진행이 중단될까 싶어 좋은 얘기(M&A)만 하거나 향후 책임이 커질 것에 대비해 나쁜 얘기(부품 조달팀)만 들춰 내는 경우를 방지하고 효과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3)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조기 관여(early involvement)

 

국내 대기업들이 M&A를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M&A를 추진하는 회사뿐 아니라 이른바그룹관점의 의사결정 또는 최종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경우 그룹의 기획실이나 전략실이 최종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대한 검토를 한 후할지 말지(Go/No-go)’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M&A를 추진하는 계열사에서 수행한 투자 논리나 실사에 대해 추가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검증을 요청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별 회사들이 짚어내지 못한 문제점이 발견되고 투자에 신중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이 너무 늦게 시작돼 어려움이 발생한다. 그룹 기획실까지 보고가 됐다는 것은 계열사에서는 이미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뜻이다. 정작 그룹 기획실이나 전략실로부터 듣는 추가 질문들은 온통 부정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이에 대해 실사 내용을 토대로 답변을 하게 되면이 내용은 전적으로 실사를 수행한 계열사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느냐는 질문이 따라오게 된다. 그 결과 최종 의사결정권자에게는 오너십이 형성되지 않고, 또 형성될 수도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M&A 추진 초기 단계에서부터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고 조기에 관여해 오너십을 가지고 검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정수 베인&컴퍼니 파트너 Jungsu.Kim@bain.com

필자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산업자원부에서 국제통상 업무를 담당했다. 공인회계사 이며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베인&컴퍼니 도쿄 및 시드니 오피스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서울 오피스 파트너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중공업 및 금융 부문의 포트폴리오 전략과 성장전략, M&A PMI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김정수 | - (현) GS칼텍스 전략기획실장(부사장)
    - 사우디아람코 마케팅 매니저
    -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 산업자원부 사무관
    jungsu.kim@gscalte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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