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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 Business

최소구조+최대자율, 모던재즈, 자율경영의 통찰력을 가르쳤다

허연 | 172호 (2015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재즈 역사상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는 ‘Kind of blue’는 코드를 그대로 읽어 내려가며 연주하는 기존 스탠더드 방식에서 벗어나 몇 개의 단조로운 코드를 기본으로 하되 연주자의 개성 및 음악적 해석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모달 재즈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일일이 통제하고 관리하기보다는 행동 규범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를 토대로 조직 구성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했을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1959 32, 오후 230. 뉴욕 맨해튼 30번가 컬럼비아레코드사 스튜디오에 6명의 연주자가 들어섰다. 트럼펫의 마일즈 데이비스, 베이스의 폴 챔버스, 알토 색소폰의 줄리안 캐논볼 애덜리, 드럼의 지미 콥, 테너 색소폰의 존 콜트레인, 피아노의 빌 에반스였다.

 

 

밴드의 리더 격인 33살의 마일즈 데이비스는 언제나 그렇듯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평소 그를 쳐다보는 관객에게 무안함을 줄 정도의 차가운 표정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흥분을 애써 감추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당시 대세를 이루던 다양한 코드 변화와 빠른 템포의 즉흥연주가 연주자의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모색해 왔던 마일즈 데이비스에게 그동안의 실험이 음반으로 구체화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멤버가 모두 모이자 마일즈 데이비스는 자신이 만든 주제 선율을 간단히 보여주고 연주할 곡에 대한 스케치를 나눠줬다. 멤버들은 당황했다. 악보로 부를 수 있을 정도의 형식은 불과 몇 군데에서 간신히 찾을 수 있을 뿐이었다. 간단한 멜로디 라인과 스케일(scales)1 을 이용해 연주하라는 메시지가 전부였다. 당시 유행하던 코드 위주의 연주는 연주자가 악보를 읽고 제시된 형식을 통해 곡의 진행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해가면서 연주를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스케일 중심의 연주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철저히 연주자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요하는 방식이었다. 모두 당황했다. 평소에도 연주 방식에 대해 일절 설명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마일즈 데이비스는 이날도 기존 방식을 고집했다. 연주자들에게 요청한 것은스케일에 따라 연주하라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연주는 리허설 한번 없이 녹음되기 시작했다. 이날 단 한 번에 녹음된 음반 ‘Kind of Blue’는 재즈 역사상 최고의 명반으로 평가됐고, 이후 재즈의 발전뿐 아니라 로큰롤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이른다.

 

왜 마일즈 데이비스는 연주할 곡에 대한 사전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고, 악보는 왜 그렇게 간단했으며, 그들은 리허설도 하지 않고 바로 녹음에 들어갔을까? 마일즈 데이비스는 훈련된 상상력(disciplined imagination)으로 무장된 거장 연주자들이 최대한의 즉흥성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최소의 개입만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켜야 할 것이 적을수록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커지기 마련이다. 흔히 모달재즈(modal jazz)2 로 불리는 마일즈 데이비스가 그날 시도한 작곡과 연주에서의 새로운 접근방식은적은 수의 코드가 만들어 내는 넓은 공간(a few chords, wide space)’에서 연주자에게 최대한의자유를 제공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모달재즈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작곡 및 연주 방식이 연주자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를 제공한 것은 틀림없지만 초창기 루이 암스트롱에 의해 즉흥 솔로연주가 형식을 갖기 시작한 이후 연주자의자율성은 즉흥연주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가 돼 왔다. 최소의 구조가 만들어 내는 최대의 자율성(minimum structure, maximum autonomy)’은 재즈의 오랜 전통이자 특징이다.

 

긍정적 일탈의 대명사 모닝스타

 

경영 구루인 게리 하멜이 2011 12월에 기고한 글에서긍정적 일탈’ ‘지금까지 만난 가장 유쾌하고 보기 드문 회사로 묘사했던 모닝스타(Morning Star)는 자율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1970 UCLA MBA 학생이었던 크리스 루퍼(Chris Rufer)에 의해 토마토 운송업체로 시작한 모닝스타는 현재 3곳의 공장에서 매년 미국에서 가공되는 토마토의 30%가량을 처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토마토 가공업체다. 400여 명의 상시 근로자가 재직 중이며 토마토 수확기에는 2400명의 계절노동자를 고용한다. 매출과 수익에서 지난 20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 평균 성장률이 1%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이 회사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식을 초월하는 몇 가지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다.

 

●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동료들과 상의해서 결정한다.

 

● 구매부서가 없다. 업무에 필요한 도구 및 장비는 예산 제약 없이 스스로 결정하고 구매한다. 회사는 지불만 할 뿐이다.

 

● 보상에 대한 의사결정은 동료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

 

● 인력 채용이 필요하면 동료와 상의해서 결정하고 실행한다.

 

● 직책이 없고 따라서 승진도 없다. 그래서 모셔야 할 상사도 없다.

 

 

 

모닝스타 내 모든 경영활동의 중심에는 사명이 있다. 자율과 책임의 근간이 되는 개인 사명문에는 자신의 역할과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 명확히 드러나 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훈련, 자원, 동료와의 협력관계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개인의 사명은 항상 조직의 사명과 정렬되도록 요구받고, 모든 선택과 행동은 궁극적으로 사명에 의해 이끌리기 때문에 모닝스타의 구성원들은 사명을 두고 그들이 모셔야 할 보스라고 말한다.

 

모닝스타는 독특한 경영 모델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절차를 개발했다. 이 회사의 중요한 제도 중 하나인클루(CLOU·Colleague Letter of Understanding)’가 대표적이다. 클루는 간단히 말해 개인의 사명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말한다. 동료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합의서로서 작성자는 자신의 클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모든 동료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실행에 들어갈 수 있다. 자율 경영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클루에는 업무와 관련된 정보 및 데이터가 다양한 형태로 제공된다. 클루는 모닝스타의 자율경영을 작동하게 하는 엔진과 같다. 각 조직원은 상사 또는 조직의 개입 없이 자신의 업무를 자율적으로 정의하고 실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변화는 위로부터 시작된다고 하지만 모닝스타의 모든 구성원은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혁신에 대한 자부심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책임 또한 모닝스타의 DNA 중 하나다. 신입직원이 교육을 받으며 늘 듣는 말이자율과 책임은 쌍둥이다라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결정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연말이 되면 모든 구성원은 동료로부터 공식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모든 사업단위는 매년 1, 지난 1년간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한다. 사실상 주주에게 보고하는 형식의 이 프로세스는 통상 몇 주 동안 진행되며 팀 멤버들은 그들이 회사의 자원을 정당하게 사용했음을 증명해야 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설명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모닝스타의 모든 구성원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으나 항상 결과에 대한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대의 자율(maximum autonomy)

 

게리 하멜이 모닝스타를 소개한의 제목은관리자를 몽땅 해고하라고?(First, Let’s Fire All the Managers)’였다.3 게리 하멜이 공격한 것은 관리자가 아니라 지시와 통제가 경영모델의 근간이 되는 전통적 피라미드형 조직의 문제점이다. ‘관리자를 위한 관리자에서 비롯되는 과다한 관리 비용, 현장과 동떨어진 사람들에 의한 잘못된 의사결정 위험, 복잡하고 더딘 의사결정으로 인한 시장 대응능력 약화,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려는 욕구가 빚어내는 사내정치화 등이 그것이다. 이 글에서 게리 하멜은 자율경영을 민주주의, 관료주의를 전체주의로 보는 단호한 사고를 드러내며 자율경영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관료주의의 문제를 가지치기하듯 접근할 것이 아니라 뿌리째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이미 1954년 발간한 그의 저서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자기 관리에 의한 경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그런 콘셉트가 올바르고 바람직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관행에서 새로운 도구와 광범위한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뿌리째 뽑기새로운 도구는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조직을크고 작은 톱니바퀴로 연결된 기계의 관점에서 봤다면 이제는 조직을생태계의 관점에서 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기계는 특정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처음부터 설계돼 일정 수준 이상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놀라운 변화를 다룰 유연성과 탄력성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기계적인 세계관으로 보는 조직은 예기치 않은 놀라운 변화가 곧 기회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반면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생태계는 상호 연결돼 있고 상호 의존적인 현상들의 연결망으로, 선형적 인과관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질서와 혼돈이 가득한 시스템이지만 새로움을 창조하려는 생명의 고유한 성향과 강한 회복력으로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 끊임없이 질서를 만들어 간다. 생태계적 세계관으로 보는 조직은 변화에 적응할 역량, 유연성, 탄력성을 갖춘 조직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일리야 프리고진(Ilya Prigogine)은 혼돈과 무질서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현상이며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한층 고차원적인 질서가 만들어지는 원천이라고 했다. 불균형과 무질서, 혼돈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를 기업의 전략과 조직구조로 끌어들일 때 예기치 않던 새롭고 더 나은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조직학자인 칼 와익(Karl Weick)은 혼돈적 특질을 보이는 환경과 적합도를 유지하려면 조직구조 및 과정 또한 혼돈적으로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피터 드러커는 또한 그의 저서 <테크놀로지스트의 조건(The Essential Drucker on Technology)>에서전체는 부분에 의해 규정되고, 전체는 부분을 앎으로서만 이해할 수 있다는 데카르트의 합리적 세계관에 대해받아들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단정하며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세계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말할 것도 없이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는 드러커의 주장은 미래가 무질서와 혼돈의 특성을 갖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혼돈은 자기조직화의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자율경영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 보면 자율을 부여받은 사람들 혹은 팀은 불확실성과 혼돈의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개입 없이 스스로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해서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내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의 과정을 거친다.

 

 

최소의 구조(Minimum Structure)

 

최대의 유연성과 자율성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구조는 기술적 구조와 사회적 구조의 범주에서 구분해 생각할 수 있다. 기술적 구조는 코드나 코드 진행, (key), 코러스의 사용 같은 음악적 문법과 앙상블을 만들어 내는 악기 편성, 연주자의 재능이나 스킬 등을 일컫는다. 재즈클럽에 갔을 때 익숙한 음악이다 싶으면 대개 연주 앞부분에서 모든 악기가 동시에 연주하고 이어 솔로 연주가 펼쳐지며 마지막으로 앞부분과 마찬가지로 모든 악기가 동시에 연주하는 방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연주자들은 이런 방식을 미리 약속하고 무대에 오른다. 누군가 의외의 코드를 제시했을 때 이에 대응하는 연주자들의 코드 진행 방식 및 이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 같은 것도 기술적 구조에 포함된다.

 

반면 최대의 자율성을 이끌어 내는 사회적 구조는 행동규범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합의를 포함한다. 밴드 멤버들은 어떤 곡을 연주할지, 솔로 연주는 어떻게 시작하고 끝날지, Call-and-Response 교환은 어떤 방식으로 할지, 연주 도중 템포의 변화를 위한 수신호나 아이컨택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한다. 이와 같은 기술적, 사회적 구조가 갖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존중하고 서로 지킬 것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없다면 연주는 그야말로 혼돈의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 재즈에서 기술적, 사회적 구조는 매우 함축적이고 암묵적이다. 연주자들은 이들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지만 결코 어디에도 명시적으로 표현돼 있지는 않다.

 

시각예술에서 미니멀리즘의 목표가 단순함과 생략에 있지 않고 대상에 대한 해석의 무한한 확장성을 염두에 두듯 재즈 또한 구조의 단순함을 통해 연주자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들 앞에 펼쳐진 무한한 공간을 스스로의 의지대로 채워 넣는 기쁨이야말로 재즈연주자들의 존재 이유다. 연주자들의 구조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훌륭한 즉흥연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연주자의농익은 시간의 축적훈련된 상상력이 필요하다.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연주자는 연주에 초대받지 못할 것이고 결국 스스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즈는 아는 만큼 연주하고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이다.

 

재즈에서 최소한의 기술적, 사회적 구조에 대한 합의가 훌륭한 즉흥연주를 가능하게 한다는 논리는 기업경영의 관점으로 확장할 수 있다. 재즈와 마찬가지로최소한의 규칙은 기술적 구조의 범주에서 논의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전결 규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급에 따라 수십 페이지에 해당하는 직무설명서, 역량해설서, 행동강령을 마련한 기업들이 아무리 그 이유와 논거를 자세히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자기 주도적 태도를 고양하고 직원들로 하여금 조직이 가치 있다고 인정하는 바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의 허브 켈러허는 자신의 유일한 규칙은 될 수 있는 대로 규칙을 적게 만드는 것이라며 직원들이 직무 수칙대로 일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도록 업무 규칙을 단순화했다. 승무원과 조종사조차 기내를 정돈하고 티켓 담당자도 성수기 때는 직접 수하물을 나른다. 일의 초점은 해결방법에 있지, 누가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재즈에서

 

최소한의 기술적, 사회적

 

구조에 대한 합의가 훌륭한

 

즉흥연주를 가능하게 한다는

 

논리는 기업경영의 관점으로

 

확장할 수 있다.

 

 

핵심가치, 경영이념, 신조, 문화, 비전 등 조직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기업의 가치 체계는 최대한의 자율성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구조로 논의할 수 있다.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 사람에 의한 관리, 시스템에 의한 관리에서 점차 문화 또는 가치에 의한 관리로 바뀌면서 조직 철학에 기반을 둔 가치관 경영이 중요하다는 상투적인 주장을 반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잘 만들어진 사명, 핵심가치, 비전 등을 만들어 놓고 무조건 그렇게 따라가도록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 자발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본질이자 핵심이다. 모닝스타 자율경영의 근간이 되는 개인 사명문은 보통 한두 줄 정도로 표현되지만 각자의 존재의 이유, 조직의 성공을 위해 자신이 공헌해야 할 것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을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명이다.

 

모닝스타의 개인 사명문은경영자적 관점에서 내가 조직에 공헌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피터 드러커가 1946 <기업의 개념>에서 제시한경영자적 태도를 갖춘 책임 있는 근로자는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조직의 목표를 위해공헌하고 있음을 근로자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하고자 하는 업무를 선택할 때부터나는 무엇에 공헌하기를 원하는가또는나는 무엇에 공헌하라고 지시받았는가가 아니라나는 무엇에 공헌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공헌은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해야 할올바른 일’, 즉 실제 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부분을 잘 해냄으로서 매출, 이익과 같은 기업의 직접적인 결과물에 기여함을 의미한다. 사실 근로자가 받는 임금은 이에 대한 대가다. 이 말은 구성원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파악하고 업무를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적절히 재구성한 다음, 자신의 방식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그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 같다.

 

 

자율경영에 대한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이에 대한 기업과 미디어의 관심도 증대되고 있지만 자율경영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자율경영을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생각하고 단지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하거나관리자 없이 일한다는 것을 현실을 외면한 허무맹랑한 발상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자율경영은 관리기능의 부재나 상실의 상태를 의미하지 않을뿐더러 갑작스러운 분권화가 무정부상태와 같은 난장판을 만들지도 않는다. 동료들을 위해 창출한 가치가 무엇인지, 동료와의 협력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해결할 과제가 무엇인지에 집중해서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개인의 사명을 만들어서규정에 이끌리는 책임이 아니라동료와 합의된 책임이 근간이 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간다면 조직 내 구성원과 팀들은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외부의 개입 없이 스스로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해서 자율경영의 모습을 점차 갖추게 될 것이다.

 

 

허연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yhur0216@hanmail.net

필자는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경희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상임이사,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 연구개발·교육 담당이사,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부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블로그 재즈컴퍼니(http://jazzcompany.co.kr)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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