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프리미엄 셋톱박스 B box
Article at a Glance – 혁신, 운영
국내 최대 무선통신사 SK텔레콤은 통신산업 성장 둔화로 인해 신시장 개척이 필요했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와 하드웨어를 직접 기획하고 개발한 경험은 많지 않았다. 2012년부터 시작해 2014년 초 출시된 고급형 셋톱박스 비박스(B box)는 경험 부족의 우려를 떨쳐버리고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줬다. 전통적으로 TV의 부속품이며 차별화가 불필요한 제품이라 여겨졌던 셋톱박스를 독자적인 브랜드 상품으로 바꾸기 위해 이 회사는 다음의 방법을 썼다. 1) 매끈한 백자 도자기 느낌과 무드 조명 기능을 갖춰서 TV 장식장에 처박아두는 셋톱박스가 아니라 밖으로 꺼내놓고 싶은 셋톱박스를 만들었다. 리모콘의 고급화에도 신경 썼다. 2) 홈모니터링(CCTV 기능)처럼 편리한 무료 부가기능을 넣되 TV의 기본인 채널 시청과 주문형 비 디오 서비스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놓고 화면 UI를 구성했다. 3) 스마트폰 업체, 인터넷 포털업체 등에서 채용한 개발자들을 상품기획 단계서부터 참여시켜 제품의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제조원가를 맞췄다. |
지금까지 DBR Case Study는 성공 사례를 많이 다뤘습니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을 판단하기 이른 출시 초기 제품이라도 그 자체로 혁신성이 높다면 사례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례는 이런 관점에서 작성됐습니다. DBR은 1∼2년 후 상업적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시점에 다시 한번 사례연구를 통해 성공 혹은 실패요인을 분석해드리겠습니다. 상업적 성공까지 수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성공을 단언할 수 없지만 이 사례가 주는 문제의식, 제품 개발 과정 등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신제품 개발을 고민하는 많은 비즈니스 리더 여러분들께서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2012년 가을, 을지로 SK텔레콤 사옥 회의실에 모인 상품기획 1팀은 UX디자인업체 컨설턴트들과 함께 머리를 싸맸다. 이들은 집에서 보는 인터넷 TV용 셋톱박스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인터넷 TV 사업은 원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영역이지만 유무선을 따지지 않고 새로운 관점에서 상품전략을 세우자는 취지에서 모회사인 SK텔레콤이 신형 셋톱박스의 개발 기획을 맡았다.
콘셉트 기획은 2012년 초부터 시작했다. 무선통신 사업이 거의 포화상태에 도달했고 유선 인터넷과 IPTV 사업, 인터넷 서비스 사업 역시 마찬가지라 회사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다. 상품기획자들은 “차세대 성장을 위한 상품기획을 하다 보니 다음 격전지는 홈(home)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집은 유선과 무선 서비스가 만나는 접점이다. 다행히 우리가 IPTV와 유무선 인프라를 모두 갖고 있으니 ‘홈’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최정호 상품기획 1팀 매니저의 말이다.
유무선을 아우르고 가정의 커뮤니케이션/엔터테인먼트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취지로 ‘H’프로젝트로 진행된 신제품 개발은 이후 SK브로드밴드의 브랜드 정책에 맞춰 ‘비박스(B box)’로 수정됐다.
가정에서 IT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기는 항상 전원이 켜져 있고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냉장고, 세탁기, TV를 들 수 있다. 상당수의 전자업체와 통신업체, 인터넷업체는 이 중 홈 허브로서 TV의 가능성을 개발하는 데 투자해왔다. 아직 뚜렷한 실적을 낸 업체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SK텔레콤 역시 기존에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인터넷 TV 셋톱박스에 주목했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어떻게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받아들이도록 만들 수 있냐였다. 혁신적인 기능이 있는 IT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가 그것을 특별히 구매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 사라지는 제품은 무수히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인터넷 TV 사업의 구조적 특징이었다. 인터넷 TV 서비스와 셋톱박스를 최종 판매하는 건 SK텔레콤이 아닌 자회사 SK브로드밴드다. 월정액을 받는 인터넷 TV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영업부서 입장에서 셋톱박스는 고정비용이다. 한국 시장의 특성상 소비자가 직접 셋톱박스를 구매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 TV 서비스를 계약할 때 실비 개념의 렌털비를 내고 사용기간 동안만 빌리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TV 사업자는 셋톱박스 렌털이 아닌 인터넷 TV 서비스 요금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만든다. 따라서 이들 입장에선 셋톱박스가 지나치게 고기능을 추구하면 가격이 높아져서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간단히 말해 비박스에는 두 부류의 고객이 있었다. TV를 보는 최종 소비자의 편익도 생각해야 하는 한편, 서비스를 판매하는 SK브로드밴드의 수익성도 고려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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