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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진출 전략

교민 거주지 공략하면 ‘무늬만 해외 진출’, 현지 고객 확보해 거점 권역 은행으로…

구본재 | 155호 (2014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동남아시아 진출을 꾀하는 금융회사들이 초기 성장 발판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접근법

1. 고객과의 동반 진출(해외 진출을 추진 중인 국내 고객과의 관계 심화)

2. 역량 기반의 신시장 진입(M&A/전략적 제휴 등을 활용)

3. 잉여 유동성의 해외 배치(잉여 유동성을 수출)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 방식에 대한 제언

고객과의 동반 진출을 꾀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되 철저한 현지화 추구. 현지화는 현지 교민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만을 포섭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함. 동남아 현지인 고객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상품 개발이 중요

 

 

 

동남아시아 은행들의 약진

최근 동남아시아 시장이 약진하면서 말레이시아의 국제상업은행그룹(CIMB), 싱가포르의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인도네시아의 만디리(Mandiri)은행 등 동남아 지역 내 은행들도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CIMB는 현재 아세안 지역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유니버설 뱅크(은행 업무와 증권 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는 소비자금융 부문(상업은행/신용카드/보험 등)은 물론 기업 및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홀세일 부문(기업금융/투자은행/자금 등) 모두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 아시아권 은행들이 소비자 금융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독특한 구조라 할 수 있다.

 

CIMB가 투자은행 부문에서 역량을 이처럼 확보할 수 있었던 데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추진해 온 적극적인 M&A 전략이 주효했다. 2005년 싱가포르의 대형 증권사 G.K.(Goh)증권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성장발판을 마련한 CIMB 2006년 공식적으로 CIMB그룹을 출범시킨 후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인접 국가의 중소형 은행과 증권사를 거의 매년 한두 곳씩 인수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2006년 말레이시아 서던뱅크 인수, 2008년 기 인수 기관이었던 인도네시아의 리포은행(Lippo Bank)과 니아가은행(Bank Niaga)의 합병을 통한 Bank Niaga 단일 브랜드 출범, 2009년 태국 뱅크타이 인수, 2012년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 금융 및 투자은행 부문 인수 등 대규모 M&A를 단행해왔다. 이처럼 공격적인 M&A 전략에 힘입어 2013년 말 기준 CIMB의 시가 총액은 2005 6월 말 대비 13배 늘었고 자산은 26배 증가했다. 2012년 기준 CIMB의 자기자본이익률(ROE) 16%로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평균 ROE 9.8%를 크게 웃돌고 있다.

 

CIMB의 성장 역사는 이제 동남아 권역 내 은행들이 아시아 증시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해외 M&A 시장에서 더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3년 동안 글로벌 은행권의 M&A는 대폭 감소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시아 역내 은행들 간의 M&A만 보면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금융위기 전후로 2001∼2007년 대비 2008∼2010년 동안의 거래 규모(건수 기준)는 약 두 배 증가한 바 있다. (그림 1) 특히 역내 진출을 우선 추진하는 은행들은 서구 글로벌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사업 재조정에 들어가 주춤하고 있는 기회를 틈타 동남아 권역 내 선도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실제로 CIMB는 그룹 전체 수익 중 40% 이상을 자국 말레이시아가 아닌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그림 1 아시아 은행권 M&A 추이

 

동남아 진출의 제약 요인들

동남아 은행 산업의 성장 및 해외 진출은 향후 적어도 20년 동안 아시아 금융시장의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외 진출 전략수립 및 실행에 성공한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어느 시장에서’ ‘어떤 고객에게’ ‘현지 경쟁사 대비 어떤 비교우위를 가지고경쟁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 또 차별화를 위한 엄격한 실행 체계, 적절한 현지/아시아 지역 사업모델 채택, 필요한 인재공급 및 조직문화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림 2 아시아 주요 국가 금융 시장 발전 현황

 

 

동남아 시장은 금융시장의 발전 정도가 나라별로 다르다. (그림 2) 빈부의 격차 역시 존재한다. 따라서 당장 한두 곳에 진출해 존재감을 확보했다고 해서 장기적으로도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개인자산운용업무(PB·private banking)나 거래금융(TB·transaction banking, 무역금융, 자금관리 서비스를 비롯해 지급결제, 신탁, 사무수탁 등 수수료를 창출할 수 있는 거래 기반 서비스) 및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ing) 업무의 핵심 고객은 대부분 중국계 혹은 화교다. 그런데 이들은 전통적으로 씨티은행 같은 서구의 기존 글로벌 은행을 선호한다.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은행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한국의 은행들은 지금까지 수신/대출 업무 위주로 역량을 키워 온 탓에 동남아 현지 시장에서 유수의 글로벌 은행들과 PB, TB, IB 등 수익성 높은 사업 분야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또 동남아 시장은 금융시장 통합을 통한 권역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동남아 시장 진출 전략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하에서 국내 은행들은 어떤 전략을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해야 할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동남아 시장으로 사업 비중을 키워가고 있는 신흥 글로벌 은행들의 해외 진출 전략을 분석해 봄으로써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림 3 신흥 글로벌 은행의 동남아 지역 내 성장 궤도

 

올리버와이만은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신흥 글로벌 은행의 동남아시아 지역 내 성장 궤도를 크게홈플러스(Home-Plus)’ 모델과권역(Regional)’ 모델의 2 단계로 구분했다. , 초기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때에는 ‘Home-Plus’ 전략을 취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축적한 역량에 기반해 권역 은행(Regional Bank)으로 자리매김하는 단계적 접근을 취했다. Home-Plus모델에서 ‘Home’은 통상 자국 내수 시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부 글로벌 선도 은행은 특정 해외 국가를 ‘Second Home’으로 삼고 해당 권역 내에서 핵심 거점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영국계 은행이지만 수익의 가장 큰 비중을 홍콩에서 창출(2013년 기준 홍콩 20%, 싱가포르 11%, 미국 및 유럽 총 12%)하고 있는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의 경우 영국이 아닌 홍콩 및 싱가포르가 Home-Plus 모델에서 이야기하는 Home 역할을 한다.

 

Home-Plus모델은 또한 세부적으로 1) 고객과의 동반 진출 2) 역량 기반의 신시장 진입 3) 잉여 유동성의 해외 배치 등 세 가지 접근 방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 고객과의 동반 진출

주로 강력한 기업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은행들이 선택하는 전략이다. 싱가포르 DBS, 말레이시아 CIMB,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호주 호주뉴질랜드은행(ANZ) 등이 대표적 예다. DBS는 전통적으로 TB 분야에서 아시아 지역 가운데 보기 드문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은행이다. 메인 고객이었던 자국 중소기업들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인근 동남아 지역은 물론 해외 시장으로까지 뻗어나가며 다국적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감에 따라 함께 성장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특히 DBS는 기존 고객이 확보한 공급사슬상에 있는 2, 3차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공급망 파이낸싱(supply chain financing, 해당 기업의 구매 및 매출 거래에서 발생하는 자금 결제 및 정산을 통합적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나 자금관리서비스(cash management service, 기업의 현금흐름 및 지급결제 업무를 통합 관리)를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해 나갔다. 이를 통해 동남아시아에 포진해 있는 다국적 기업 대상으로 양질의 예수금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2010년 수신 규모가 1년 사이에 520억 싱가포르 달러에서 950억 싱가포르 달러로 대폭 증가한 바 있다. SMBC 역시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에 대한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해 현지 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거나 현지 사무소 및 지점을 신설하는 전략을 통해 역내 고객자산점유율(SOW·share of wallet)을 확보하고 있다.

 

2. 역량 기반의 신시장 진입

기본적으로 현지 금융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거나 아예 현지 은행 혹은 증권사를 인수해 자국에서 확보한 역량을 이전시키는 접근법이다. 말레이시아 2대 금융그룹이라 할 수 있는 CIMB와 메이뱅크(May Bank)의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자국에서 축적한 역량을 효과적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채널 확보와 시장에 대한 이해가 관건이기 때문에 인수 후 현지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동남아 금융시장은 각 국가별로 고객 행동양식, 고객 선호도, 상품 특성, 채널의 사용방식, 규제 및 정부 역할, 경쟁 유형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다양하다. 국가별 사업모델의 현지화 및 맞춤화가 반드시 요구되는 이유다. 규제 및 각국 금융감독 기관의 외국계 은행에 대한 지점 및 현지 법인의 인허가 규정을 예로 들면, 기본적인 자본금 규제, 인수 시 지분한계 등의 조건에서 다양한 차이를 보이며 심지어 정치적인 이유로 투명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 인허가가 결정되기도 한다. 또한, 경제 여건이나 금융시장 성장 수준에 따라 고객의 상품 선호도도 다르다. 가령 소비자 금융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베트남은 시장 초기 단계라 전반적으로 대출이나 신용카드 활용도가 낮지만 최근 대출을 받아 오토바이나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필리핀에선 중산층이 확대되고 근로자 수입이 늘어나면서 주택 및 자동차 대출에 대한 니즈가 높은 편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시장이 발전 단계로 접어들면서 대출, 할부판매, 신용카드 등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필리핀에선 중산층이 확대되고 근로자 수입이 늘어나면서 주택 및 자동차 대출에 대한 니즈가 높은 편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시장이 발전 단계로 접어들면서 대출, 할부판매, 신용카드 등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흔히 CIMB가 아세안 금융시장의다크 호스로 부상한 이유에 대해 공격적인 M&A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택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CIMB그룹의 CEO 겸 회장인 나지르 라작은아세안에서 영속적인 기업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다양한 문화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했고, 이를 증명이나 하듯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한 후엔 자국 인력을 고집하지 않고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대부분 경영진을 현지 인력으로 채웠다. CIMB는 인도네시아의 뱅크 니아가와 뱅크 리포를 인수한 후 상호 보완적인 사업 구조에 따른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합병을 진행했다. 뱅크 니아가는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기본적인 금융 상품(vanilla product) 및 소매고객 대상 주택담보대출(martgage) 사업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뱅크 리포의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는 기업 고객 대상 TB 서비스와 소매 고객 대상의 일반 대출 위주로 짜여 있었다. 결국 이 두 은행이 CIMB라는 울타리 안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기업 금융과 소비자 금융 모두에서 서로의 상품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연평균 5000만 달러의 수익 시너지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호주 ANZ 은행

호주 금융시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과점 시장이다. 은행들이 내수 중심으로 성장을 추진해 왔다는 점도 한국 금융시장과 유사하다. 이런 와중에 ANZ 2008년부터 “Global Quality with Regional Focus”란 슬로건하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선도하는 권역 은행(Regional Bank)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우선 ANZ는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확장하는 데 있어서 ‘One Size Fits All’과 같은 일률적 접근법이 아니라 개별 국가의 특성 및 금융시장 발전 수준에 따라 차별적인 목표와 전략을 수립했다. (그림 5) , 동남아시아 시장을 전략 목적에 따라 핵심/비핵심 시장으로 구분해 각 시장별 특화된 목표 및 이에 따른 전략을 전개했다. 우선 전략적으로 아시아 역내 금융 허브역할을 하는 시장인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 시장에서 적극적인 M&A를 통해 현지 은행화를 추진했다.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 지역에 단계적으로 진출했다. , 미래 성장성이 예상되는 메콩강 유역의 국가들(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주요 현지 은행화가 되는 것을 1단계(ASEAN Phase 1)로 삼았다. 시장의 경쟁구도가 잡혀가는 지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이나 기진출한 지역에서 ANZ의 시장 점유율이 낮은 지역(태국, 필리핀)에서는 전략적 제휴를 적절히 활용해 고객의 권역 내 금융 서비스 니즈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것을 동남아시아 확장 전략의 2단계(ASEAN Phase 2)로 삼았다. 일단 진출한 국가에서는 4’ 은행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ANZ는 특히 이미 현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글로벌 은행이나, 동남아에 뿌리를 둔 토종 은행과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글로벌 은행이나, 로컬 은행과는 차별화된 명확한 목표 상품/서비스 및 고객군을 설정했다. 기업 금융을 예로 들면, 기본적인 상품인 자금관리, 외환 및 금리 상품 외에도 파생 및 구조화 상품 등 고도화된 상품 라인업을 구축해월드 클래스(World Class)’ 상품 서비스 제공이라는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소비자 금융의 경우, 전형적인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단기간 비약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한 예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대만, 홍콩 등 부유한 중국계 고객이 많은 국가에선 2009년 인수한 RBS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매 금융 부문의 역량 및 자산을 최대한 활용, PB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해당 지역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금융시장 발전의 초기 단계인 베트남, 인도의 경우 수익성이 낮기는 하지만 글로벌 은행과의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수신 및 계좌 서비스, 신용카드, 통화전환 옵션부 대출(사전에 합의된 환율/기간에 의해 대출받은 통화를 다른 통화로 교체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대출금) 등에 집중함으로써 시장 내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그림 6)

 

 

ANZ의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당위성과 방향성을 설정한 후에는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세부 전략을 꾸준히 실행해 나가야 한다. ANZ는 동남아 진출에 실패했다가 금융위기 이후 다시 수립한 중장기 청사진 및 로드맵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시장 내에서의 인지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켰다. (그림 7) 동남아는 단일 시장이 아니라 국가별로 상이한 성질을 지닌 시장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각 시장의 성격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법을 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경쟁하고자 하는 목표 영역을 명확히 한 후에는 해당 영역 내 타 경쟁자와의 차별적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제공해야만 시장 내 지위를 확보해 나갈 수 있다.

 

 

그림 5 ANZ의 단계별 시장 진출 전략

ANZ는 지역 확장에 있어 “One Size Fits All” 접근법이 아닌 개별 국가의 특성에 적합한 차별적인 목표 및 전략을 수립함

 

 

■ 전략적 교두보

- 아시아 역내 금융 허브(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

- 유기적 성장 및 인수/합병 기회를 적절히 활용해 외국계 은행 중 4’ 지위 확보

 

ASEAN Phase 1 (신규 진출국)

-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 현지 은행 중 4’ 지위 확보

 

ASEAN Phase 2 (기 진출국 중 시장점유비가 낮은 곳)

-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 파트너십 기반의 현지 네트워크 강화

 

■ 네트워크 강화

- 경제 발전 정도가 고도화돼 있고 강력한 현지 경쟁자가 있는 한국/일본 시장은 네트워크 구축 측면에서 접근

 

 

그림 6 동남아 지역 내 ANZ의 타깃 고객 및 상품/서비스

ANZ 2008년부터 “Global Quality with Regional Focus”란 슬로건하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선도 Regional Bank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함

- 글로벌 선도 은행 수준의 상품/ 서비스를 아시아 지역에 적합하게 맞춤화해 지역 고객에게 제공

- 글로벌 은행과 로컬 은행이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고객군 니즈 해소

 

그림 7 ANZ의 국제화 로드맵(Globalization Roadmap)

 

3. 잉여 유동성의 해외 배치

아시아 성숙 시장과 개발도상국 간 유동성 갭을 활용한 유동성 기반 진출은 주로 수출 가능한 잉여 유동성을 보유한 일본, 홍콩, 대만의 은행들이 선택하는 전략이다. 일본 MUFG 등이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고유동성/저예대율의 특성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성숙시장(낮은 대출증가율, 높은 저축률)과 신흥시장(GDP 성장 초과 대출수요, 낮은 저축률) 사이에는 명확한 자금조달 불일치(mismatch)가 존재하고, 이로 인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아시아 신흥시장 국가들의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고 소비 증가로 인해 소비자 금융상품이 자연스럽게 정착되면 이러한 자금조달 불일치 현상은 향후에도 계속 유지되는 것은 물론 증가할 개연성이 높다. <그림 4>에서 보여주듯 일본, 홍콩, 대만과 같이 예대율 및 국내 대출 증가율이 낮은 국가들은 유동성 수출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태국 등이 가장 매력적인 유동성 수입국이 될 것이다.

 

그림 4 잉여 유동성의 해외수출/수입

 

 

시야를 넓혀서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아시아 은행들의 유동성 수출기회는 더 명확해진다. 아시아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자금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와 동시에 주요 경쟁자인 유럽/북미 은행들은 유동성 비율 규제를 포함하는 바젤 3 영향으로 인해 향후 자금압박에 더욱더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아시아권 은행들은 유동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더욱 유리한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예대율 및 대출 증가율을 보유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부족한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등의 국가를 대상으로 순채권자(Net Creditor)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본의 MUFG는 자국 내 과잉 유동성을 직간접적인 방법을 혼합해 동남아 국가들에 성공적으로 수출한 사례다. 태국에서는 자회사인 미쯔비시도쿄UFJ은행(BTMU) 지점을 통해 소/도매 대출 및 수신 업무를 제공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신디케이티드론(Syndicated Loan) 발행을 통해 자원 관련 사업의 자금을 조달하며, 이렇게 구축한 현지 사업을 기반으로 최근 태국의 5위 은행인 아유다은행(Bank of Ayudhya)을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 방식에 대한 제언

앞서 소개한 동남아 진출 전략 중 국내 은행들이 고려할 수 있는 방식은고객과의 동반 진출후 권역 은행으로 성장하는 경로가 가장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진출 시 활용 가능한 상품/서비스 제공 및 마케팅 역량이 선진 글로벌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잉여 유동성 역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현재 보유 역량이나 고객 기반을 고려했을 때, 이 방법에서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우선 동남아 지역의 고객 대부분은 화교와 무슬림이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은 문화적 차이가 큰 고객들을 상대해야 한다. 더욱이 국내 금융회사들이 그간 해외 진출을 통해 축적한 경험은 대기업 고객과의 동반 진출에서 쌓은 것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동남아시아 지역 내 고객 기반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게다가 국내 대기업 중 상당수는 해외 진출 시 국내 금융기관을 이용하기보다 씨티, HSBC 같은 글로벌 은행들을 1차적으로 선호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본 조달 시장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역량 수준은 글로벌 은행과 경쟁하기에 미흡한 상황이며 기업 고객들의 복잡한 니즈에 맞춰 구조화된(structured) 상품을 설계하는 능력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고객과의 동반 진출에서 쌓은 경험치의 절대 수준은 선도 은행들의 역량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지금처럼 한국에 거점을 둔 상태에서 내수에서 확보한 고객들과 동반 진출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많다. 이는 다시 말해, 동남아 지역 현지에서 장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고객 기반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수의 선진 해외 금융회사들조차 고객과의 동반 진출을 통해 상품 및 서비스, 네트워크 역량을 발전시켜온 것을 생각한다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할 요소가 동남아 현지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의 동남아시아 지역의 권역화 및 해외 은행들에 대한 선별적 라이선스 발급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현지 금융 당국 또한 해외 금융기관들의 현지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국내 은행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거점 역할을 할 대상 국가에 대한 현지 고객 기반을 확보해야 하며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현지에서 대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단기적인 시각 대신 현지 고객 예수금 확대를 통한 현지 자본 조달 및 활용, 현지 고객에 대한 이해를 통한 리스크 및 마케팅 역량 강화 등 비즈니스 모델상의 현지화를 추구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국내 은행들은 현지화를 단순히 현지에서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현지 교민과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을 고객으로 포섭하는 것을 중시했다. 물론 단기적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만 취하면 현지화된 상품/서비스 제공 및 운영체계 고도화를 통한 현지 고객 중심의 추가 성장 기회를 잡기 어렵다. 동남아 시장 내 장기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서도 절대 바람직한 접근 방법은 아니다. 현지 교민 및 진출 한국 기업을 중심으로만 영업을 하면 정작 현지인 고객에 대한 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게을리하게 되고, 이는 동남아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제때 읽지 못해 부도 리스크를 스스로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진정한 현지화란 단지 해외 시장에 사무소나 지점을 개설하는 것으로만 끝나서도 안 되고, 교민 대상으로 당장의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것에만 둬서도 안 된다. 각국 현지인, 현지 기업들을 고객으로 삼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 , 현지화에 대한 정의부터 새롭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를 위한 사업 운영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기 위해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기본기에 해당하는 리스크 관리, 내부 통제, 상품 서비스 개발 및 운영 체계의 고도화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현지에서 새롭게 발굴한 고객과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동반 진출을 꾀함으로써 동남아시아 지역 내 권역은행으로 성장하는 청사진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과 인력의 선택적 투자가 필요하다. , 거점화 대상 국가를 선정한 후 역량을 집중 투입해 현지화를 추구하는 전략(Domestic Strategy)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국내 은행들이 다수의 국가에 지점이나 사무소 등을 개설해 소위깃발만 꽂아 놓고 향후 사업 기회를 검토한 후에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는 전략 실행과 투자의 분산으로 귀결될 수 있다. 단순히 해외 몇 개국에 진출해서 몇 개의 지점과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외형상 수치보다 단 한 개 국가에서라도 진정한 현지화를 추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현지화가 단순히 현지 인력만 채용한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다. 구체적인 상품 구성에서부터 현지 고객들의 특성과 행태에 적합한 맞춤화 전략을 선보여야 한다. 동남아 지역에 진출하면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CIMB조차 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이와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CIMB 2009년 뱅크타이를 인수했는데 2008 1.51%였던 뱅크타이의 시장점유율은 인수 3년 후인 2012 0.85%로 오히려 45%나 하락했다. 이후 태국 전체 금융 시장은 연평균 14% 성장(2008∼2012)했지만 뱅크타이는 오히려 이 기간 중 1%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정도다. 아세안을 선도하는 은행이라는 평을 받는 CIMB가 태국 시장에선 자존심을 구기는 이유는 태국 현지 상황에 적합한 맞춤화 상품 제공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원래 CIMB는 뱅크타이 인수를 통해 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지 고객 특성에 적합한 다양한 신상품을 출시해 신규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뱅크타이는 당초 목표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기본적인 수신/대출 상품 위주로 사업을 운용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여기에는 태국 시장에서 큰 성장세를 보이며 신규 수익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신용카드, 마이크로 파이낸싱(Micro Financing), 구조화 상품(Structured Finance,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채권을 모아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대출 채권 담보부 증권(CLO),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담보 채권(CMBS), 자산 유동화 증권(ABS) 등의 투자 파생 상품)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현지 맞춤형 가격 및 상품 개발에 소홀한 게 큰 이유가 됐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의지다. 씨티, HSBC, 스탠더드차터드 등 전통적으로 아시아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글로벌 은행들은 지난 20∼30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의 위치에 도달했다. 이들이 구축한 네트워크, 조직문화, 인력기반, 고객관계, 브랜드 포지셔닝 등은 몇 세대의 경영진 교체를 거치면서도 끊임없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HSBC CEO인 스튜어트 걸리버는 2011년 신흥국과 기업금융 위주로의 사업구조 개혁을 단행하며앞으로 HSBC는 모든 시장에서 모든 고객을 상대로 영업하지 않겠다. 과거보다 엄격한 방식으로 자본을 배분해야만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경영진의 의지를 반영한 결과 HSBC 2008년에서 2011년 사이 유럽과 북미에서는 영업 지점을 800개 이상 축소한 반면 아시아에서는 2000개 이상 확대했고, 이를 통해 2013년 전년 대비 순익을 두 배 가까이 늘린 바 있다. (2012 1분기 43억 달러 → 2013 1분기 84억 달러) 상대적으로 은행산업 발전 수준이 낮고 변동성이 매우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 진출 초기 상당 기간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경영진이 동남아 진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국내 은행처럼 CEO 임기가 3년 남짓인 상황에서는 경영진이 단기적인 시각을 갖게 마련이다. 따라서 단기 성과 창출이 가능한 교포나 국내 기업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진행하는 은행이 많았다. 하지만 떠오르는 신흥시장인 아세안에서 기회를 포착하려면 장기적 안목하에 전사 전략 차원에서 동남아 시장 진출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구본재올리버와이만 서울사무소 대표 bonjay.koo@oliverwyman.com 이은호 올리버와이만 서울사무소 상무 eunho.lee@oliverwyman.com

구본재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및 미국 시카고대 (University of Chicago)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올리버와이만 서울 오피스의 금융 서비스(Financial Services) 부문 대표로 은행, 보험사, 신용카드사 등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올리버와이만이 수행하는 컨설팅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 이은호 상무는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인시아드(INSEAD)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국내외 주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사업 전략, 채널 전략, 마케팅 전략, 해외 진출 전략, 성과 관리 재설계 등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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