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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케이크 전문점 21Cake

매장 하나 없이 고급케이크로 ‘원 아이템’의 전설이 되다

박준성 | 148호 (2014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정희정(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과 함께 중국인들의 가처분 소득 수준이 늘어나면서 소비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대도시의 백화점에서는 루이비통, 페라가모, 구찌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랜드와 락앤락 같은 한국 제품들이 중고가 브랜드로 자리 잡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도 중국 소비자들의 향상된 구매력과 소비 수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온라인 케이크 업체인 21Cake(www.21cake.com)는 이런 중국 소비 시장의 성장을 배경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2004년 창업한 이 회사는 인터넷과 콜센터 주문을 통해 케이크를 판매하는 전자상거래에 의존하고 있으며 매일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제작하는 수천 개의 케이크를 베이징, 상하이, 톈진, 항저우, 쑤저우 및 우시와 같은 대도시에서 직접 배송하고 있다. 21Cake의 성공 사례 분석을 통해 대기업이 아닌 벤처, 특히 하나의 제품이 집중하는 원 아이템(one-item) 회사가 중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법을 소개한다.

 

제품 차별화와 인터넷 주문 판매로 도약

 

21Cake CEO인 야오 레이(姚磊)는 중국 지린성 창춘에 있는 식품업계에서 10여 년간 일하다가 2004년에 케이크 파티시에(patissier)인 파트너와 함께 회사를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케이크 사업을 구상하면서 하이엔드 소비자층을 노리기로 했고 이를 위해서는 대도시에 매장을 내는 게 좋을 것이라고 판단해 서울의 명동에 해당하는 베이징 왕푸징에 있는 둥팡광장이라는 고급 쇼핑몰에 가게를 내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임대료가 너무 비쌌다. 또 한국의 파리바게트, 싱가포르의 BreadTalk 같은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가 이미 입점해 있었다. 그는 신생 업체가 오프라인 점포로 경쟁하기가 벅차다고 판단해 온라인 판매로 방향을 전환했다.

 

CEO 야오는 베이징 북쪽 주택가의 한 건물을 빌렸다.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케이크를 전화와 인터넷으로 주문 판매하기 시작했다. 21Cake 21가지 종류의 케이크를 판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다. 소규모 주방에서 시작한 초기에는 하루에 케이크를 10개 남짓 팔았으나 입소문으로 수요가 늘어나 2006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하루 판매량이 100개를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2008년 초가 되자 수요가 공급량을 초과하는 날이 많아졌다. CEO 야오는 소규모 주방에서 벗어나 사업 규모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기로 하고 그간 번 돈과 지인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합쳐 베이징과 상하이에 각각 케이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2009년 당시 베이징 대부분의 베이커리들은 지름 20인치 생크림 케이크 기준으로 약 100 위안(18000) 정도의 가격에 판매했다. 케이크 모양은 투박했고 언제 생산됐는지가 정확히 표기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1Cake는 일반 케이크와 차별화하기 위해 벨기에에서 수입한 초콜릿, 일본 품종의 딸기, 유기농 우유 등 고급 원료를 사용했고 인공 첨가제는 넣지 않았다.

 

생크림도 여러 가지 첨가물을 넣은 식물성 생크림이 아닌 동물성 생크림을 고집했다. 동물성 생크림은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첨가물 없이 100% 우유에서만 추출한 것으로 식물성 생크림에 비해 입 안에서 쉽게 녹으며 더 가볍고 부드럽다는 장점이 있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 보관을 해야 하며 작은 충격에도 모양이 흐트러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어 일반 케이크 매장에서는 잘 쓰지 않았다.

 

차별화된 재료를 썼기 때문에 가격은 높게 책정됐다. 가장 작은 사이즈인 지름 12인치 케이크의 가격이 2009년 당시 138위안(한화 25000), 지름 20인치 생크림 케이크의 경우 일반 베이커리 동일 크기 제품의 4배에 가까운 390위안(한화 7만 원)이었다. 베이징 시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 해도 상당히 높은 가격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을 효과적으로 타기팅한 21Cake는 판매량을 빠르게 늘려갔다.

 

2009, CEO 야오는 2013년까지 최소한 8개 도시, 많게는 10개 이상의 도시에 진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필자가 일하는 레전드캐피탈의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았다.

 

이후 4년 동안 회사는 연 평균 50% 이상 꾸준히 성장하며 매출을 5배로 키웠다. 베이징과 상하이 공장이 2009년 말에 완공돼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지고, 당초 계획대로 8개 이상의 도시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판매 지역이 베이징, 상하이 두 도시에서 주변 지역인 톈진, 항저우, 쑤저우, 우시를 포함한 여섯 도시로 늘어났다. 베이징, 상하이 두 곳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면서 인근 도시들에 배송센터를 구축하는 형태로 확장했다.

 

단기간에 급성장한 배경

 

작은 수제 케이크 가게였던 21Cake가 치열한 중국 시장에서 단기간에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고급 케이크에 대한 경영진의 열정

 

야오는 다음의 네 가지 원칙에 따라 회사를 운영했다.

 

1) 사각형 케이크만을 만든다.

2) 주문 생산 방식의 신선한 케이크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

3) 최고의 원료를 사용해 비싼 케이크만을 생산한다.

4) 포장상자, 일회용 종이 접시나 포크 디자인에도 많은 투자를 한다.

 

 

2009년 당시 중국에서 팔리던 일반적인 케이크(왼쪽)와 21Cake의 베스트셀러인 개별 포장 초콜릿 케이크(오른쪽)

 

이 회사의 케이크는 원형이 없고 100% 사각형이다. 야오는 원형 위주인 일반 케이크와 차별을 두고 싶었다. 그는 유럽에서 온 케이크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사각형케이크 = 유럽 케이크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 미리 생산하는 방식(Make To Stock)을 거부하고 신선함을 고집하는 주문 생산 방식(Make To Order)의 온라인 모델을 선택했다. 고객은 항상 5시간 내에 만들어진 신선한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원료 역시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썼다. 벨기에산 초콜릿, 뉴질랜드산 유기농 우유, 프랑스산 코코넛 등과 같은 수입 원재료를 사용했다. 케이크에 들어가는 과일 재료는 신선함을 위해 제철 과일만 사용했다. 포장상자뿐만 아니라 일회용 종이 접시, 포크 등의 디자인도 전문 디자인 에이전시에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그 당시 매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상당한 액수의 투자였다.

 

이런 과감한 제품 차별화는 CEO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회사가 초기 단계일수록 CEO가 가진 능력이나 경험이 비즈니스와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 21Cake CEO 야오는 10년 넘게 식품업계에서 일해 온 경력이 있었고 무엇보다 케이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케이크 먹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고 품질 좋은 원료를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케이크 마니아였다.

 

필자는 야오와 함께 일본의 베이커리 생산 공장 방문을 주선한 적이 있었다. 도쿄에 체류하는 기간 중 그가 고급 유기농 슈퍼마켓을 돌아다니면서 과일 잼을 30개 넘게 사 모으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만큼 먹거리의 맛과 품질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품질에 대한 리더의 열정은 직원과 고객에게까지 전염된다. 21Cake의 사각형 고급 케이크는 유사한 업체와 제품이 갖지 못한 높은 고객 충성도를 자랑한다. 회사는 2009년에 레전드캐피탈과 함께 21Cake의 케이크를 구매한 적이 있는 소비자들을 무작위로 추출해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콜센터 직원들을 세 팀으로 나눠 500(유효 응답 수 266)의 소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보한 설문 조사 결과는 아래와 같다.

 

62%의 구매 고객들은 친구의 추천으로 케이크를 구입했다.

 

19%의 구매 고객들은 오프라인 시식회를 통해서 21Cake를 알게 됐다.

 

55%의 구매 고객들은 생일 파티를 위해 케이크를 구매했고 21%는 본인이 먹기 위해 구입했다.

 

45%의 구매 고객들은 21Cake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맛있는 케이크라고 답했다.

 

84%의 구매 고객들은 맛과 세련된 디자인 및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향후 21Cake를 재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무려 60%가 넘는 소비자들이 입소문을 통해 21Cake의 케이크를 구입했으며 재구매 의향 비율도 84%나 됐다. 2009년 당시 중국의 많은 전자상거래 회사들이 온라인 브랜드 구축 및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매출의 20∼30%에 해당하는 금액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고 있었다. 이에 비해 21Cake는 입소문으로 신규 고객 및 재구매 고객을 다수 확보했다. 제품에서 경쟁 우위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또한 21%의 구매 고객들은 본인이 먹을 목적으로 구입한다는 응답도 고무적이었다. 케이크는 일반적으로 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산다. 그런데 자기가 먹기 위해 산다는 건 그만큼 맛에 만족한다는 뜻이고 이는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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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성legendcapital.com.cn

    레전드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했고 일본 게이오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엑센츄어 도쿄지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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