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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 Report

지속혁신의 함정, CSV로 돌파하라

김태영 | 145호 (2014년 1월 Issue 2)

 

 

 

 

CSV 전략, 어떻게 가능한가?

한국 사회에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이란 개념이 널리 퍼졌지만 이 말을 사용하는 주체들은 서로 다른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다소 낭만적인 관점, 한국 사회에는 시기상조라는 관망론,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경영담론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부정적 의견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다. CSV 전략은 한마디로남을 돕는 과정을 통해서 돈을 번다는 사고방식이다. ,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일반적으로 기업의 평판 및 이미지를 통해) 동시에 증가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의 창출을 통해서 (through) 경제적 가치를 증가시키는 방식을 의미한다.1  CSV 전략은 바로 그 자체가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말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 기업의 핵심역량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이는 기업의 수익창출로 이어진다. 이 내용에 다소 수긍하더라도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남을 도우려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비용이 수반될텐데 어떻게 기업은 경제적 가치의 크기를 더 키울 수 있을까?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인가? 비즈니스 모델에 논리적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아이러니에 바로 CSV 전략의 핵심이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남을 돕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즉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CSV 혁신이다.

 

 

       

 

 

 

CSV 전략의 차별성: CSV 혁신

이제 CSV 전략의 차별성을 알아보기 위해 가상의 기업 사례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기업에서 전기 절약 운동을 펼쳐 효과적인 비용절감을 이뤘다. 전기소비를 줄여 사회적 가치를 증가시키고 비용을 절감해 경제적 이익도 늘었다. 둘째, 인도에서 빈곤한 지역의 거주자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수레에 실어 판매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공급해 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판매자는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 셋째, 제약회사에서 사람에게 이로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한 결과, 신약개발에 성공했다. 좋은 신약을 공급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료제를 보급했으며 이에 따라 경제적 이익도 증가했다.

 

 

이 세 가지 예에 등장하는 기업들이 CSV 전략을 사용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CSV 전략이 기존의 일반적인 전략과 어떻게 다른지, 차별점부터 논의해봐야 한다. CSV 전략은 기존의 경영전략과는 다르게 사회적 가치 증대를 통한 (through) 경제적 가치 증대를 추구한다. 원론적으로는 수긍이 가더라도 기업의 전략과 경제적 가치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그림 1>은 세 가지 다른 전략과 경제적 가치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선, CSR기반의 전략을 실행하는 기업의 예를 살펴보자. 이 기업이 현재의 자원과 인력으로 30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장애인, 미혼모 등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신생기업의 경우,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기업들의 평균가치인 시장의 경제적 가치 60보다 낮은 가치를 생산하는 경우가 있다(이 설명에서는 일반 기업이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의 평균을 60으로 가정한다). 따라서 부족한 30의 가치는 정부의 보조금이나 개인의 기부를 통해서 충당한다. 이런 기업의 경우, 경제적 가치는 크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사회적 가치는 매우 높다. 아직은 자립능력이 없기 때문에 현재 정부의 보조금 및 기부을 받는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이런 기업들은 주로 자체적으로 전략, 기술, 인적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생산성을 높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대기업으로부터 자원과 기술을 전수받아 생산성을 높이거나 니치(틈새)시장을 공략해 차별화전략을 취하는 등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종류의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경제적 가치를 높인다면 일반 기업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CSV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100만 원 이상의 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보청기 시장에서 30만 원대의 저렴한 보청기를 개발한딜라이트처럼 일부 사회적 기업은 적정기술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기업은 일반적인 기업에 속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기업행위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요구하는 60이라는 가치를 창출한다. 환경, 보건, 교육, 종업원 및 중소기업과의 관계 등에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스스로 만들 수도 있으며 법의 규제가 있기 전까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기업들이다. 공해물질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혁신해 경제적 성과를 거둔 Interface와 같은 기업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이처럼 혁신을 통해 자발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법이 강제할 경우에 비로소 해결책을 찾는 기업들이다. 이런 종류의 기업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관심이 있기보다는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업의 핵심역량을 모은다. 따라서 사회적 문제를 풀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를 만드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전략적 방향, 그리고 기업 혁신과 관련해 사회적 가치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하고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근시안적(short-term oriented) 전략을 추구하는 대다수의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장평균 가치 60 정도의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기 때문에 당분간 경제적 가치생산에는 문제가 없지만 기존 경영방식과 전략에 매몰되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기업은 CSV 전략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보다 나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연결되는 비즈니스 로직을 분명히 해야 한다. ,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통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논리가 정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CSV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업들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일정 정도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면 기업을 둘러싼 제반조건에 해를 끼치는 방식들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CSV 전략은 매우 신중하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바로 CSV 혁신이다. 기존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지 않고 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CSV 혁신을 일컫는다. CSV 혁신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증대하는 혁신이다. 이러한 CSV 혁신이 없는 일반적인 기업들이 자동적으로 CSV 기업이 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기업 사례들을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전기절약 운동을 펼쳐 효과적인 비용절감을 이룬 기업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증가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업의 전기절약이 기업의 핵심역량 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명확하지 않다. 만약 이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면 원가절감에는 일정 정도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CSV 전략을 구사했다고 보기 힘들다. CSV 전략은 핵심역량에 기반한 사업전략이기 때문이다. 둘째, 인도에서 빈곤한 지역의 거주자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수레에 실어 판매했다. 이 사례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 질문을 낳는다. 빈곤지역에 사는 이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한 모든 기업은 CSV 기업인가? 다국적 기업이 인도에서 사업을 하면 CSV기업이 되는가? 인도에서 사업을 하는 인도 기업은 어떠한가? 문제는 빈곤지역의 주민을 상대로 기업활동을 했다고 해도 기존 전략 방식대로 사업전략을 구사했다면 CSV 기업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그림 1>에서 얘기하는 일반적인 기업 전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CSV기업 전략은 기존 방식을 넘어선, CSV 혁신을 동반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빈곤한 지역 주민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이 CSV 기업이 될 수 없다. , CSV 혁신 없이 개발도상국에 진출하거나 활동하는 모든 기업들이 CSV 기업이 된다면 CSV 전략은 그 효용성을 잃게 될 것이다.2  더 나아가 CSV 개념을 무차별적으로 남용하면 모든 저개발국가에 ‘CSV 국가라는 명칭도 사용 가능하게 된다. 셋째, 제약회사에서 소비자에게 유용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한 결과, 신약개발에 성공했다. 이러한 과정은 제약회사라면 일상적으로 하는 경제활동이다. 제약회사의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설명하기 위해서 CSV 개념을 사용한다면 모든 제약회사가 CSV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CSV 전략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서 경제를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제 행위 그 자체가 자동적으로 CSV 전략이 되지 않는다. 만약 신약의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여 과거에 공략할 수 없었던 잠재시장인 개발도상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면 그 기업은 CSV 전략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CSV 국가가 따로 존재하지 않듯이 CSV 산업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전략을 넘어 CSV 혁신을 단행해 보다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바로 CSV 전략기업이다.

 

 

 

CSV 전략과 CSV 혁신

진정한 CSV 전략은 고통스런 혁신 과정을 수반한다. CSR 기반의 전략, 전략적 CSR, 그리고 일반적인 경영전략보다 더 힘든 CSV 혁신이 필요한 전략적 과정이다. CSV 혁신은 시장, 제품, 기술, 비즈니스 모델 등 다양한 혁신을 포괄하지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미션이 포함된 과정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림 2>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Innovator’s dilemma’에 관한 것으로 왜 성공한 시장지배기업이 보잘것없는 신생기업에 결국 시장을 내주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초기에 소비자의 욕구와 니즈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그림 2의 빨간색 점선)를 제공해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은 자신이 개발한 전략과 경쟁논리에 따라 지속적으로 대규모의 자원을 투입해 sustaining혁신(그림 2의 위쪽 실선)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다 높은 이익을 가져오는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혁신의 결과, 대다수 소비자의 욕구와 니즈와는 동떨어진, 일부의 소비자를 위한 기술발전에 몰두함으로써 시장을 도외시하고 자신의 경쟁논리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시장지배자가 이런 overshooting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disruptive 혁신으로 (그림 2의 아래쪽 실선) 무장한 신생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한다. 이런 신입기업들은 초기에 이익률이 매우 낮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낮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시장지배기업은 별반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의 욕구와 니즈를 파악하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장지배기업의 비즈니스를 잠식하면서 고객기반을 넓힌다. 그러나 시장지배자는 대다수 소비자의 니즈를 외면하고 오히려 더욱 높은 이익률을 내는 제품과 서비스로 옮겨간다. 결국 시장지배자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상품과 서비스로, 신생기업에 시장지배자의 자리를 내준다. 이 논의의 가장 중요한 요점은 바로 기존 시장지배자가 자신의 시장을 신생기업에 내주는 이유가 자원, 기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의 성공을 가져온 전략과 경영방식 프레임에 갖혀서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간과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CSV 전략은 이런 혁신 프로세스 관점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 시장을 조직내부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말고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라고 제안한다. 기존 경영전략 방식으로 사회적 문제를 생산하면서 높은 이익률을 가져오는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sustaining 혁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잠재적 소비자로서의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기를 권고한다. , 사회적 니즈(societal needs)와 기업의 핵심역량을 결부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는 말이다.

 

 

 

<그림 3>에서 나타나듯이 CSV 전략은 소비자의 기본적인 니즈와 멀어져가는 기존 혁신에(그림 3의 윗쪽 실선) 근본적인 수정을 가하는 방식이다. sustaining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혁신이 소비자의 기본 욕구와 필요에서 (빨간색 점선) 점차 멀어져가지만 CSV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욕구와 눈높이에 근접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CSV전략은 근본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무엇이며, 왜 그런 제품을 원하는가에 대한 사회학적인, 그리고 경영학적인 근본적인 성찰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은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해 오염물질을 생산하고 공동체에 해를 주는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다. 이런 CSV 전략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확대하고 경제적 가치를 키워 온 대표적인 기업들 중 하나가 바로 GE.

 

 

 

CSV 혁신과 GE Ecomagination

2001년 취임한 제프리 이멜트 이전에 GE를 이끌었던 잭 웰치(Jack Welch) 전 회장은 지속적인 인수합병과 비용절감, 업무 효율성 제고와 좋은 리더십 등을 통한 내부 효율성 강화와 같은 전략을 강조했다. 반면 세일즈 분야 출신이었던 제프리 이멜트(Jeffery Immelt) 회장은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로 연구개발 투자, 글로벌(메가) 트렌드, 기술적 혁신 등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사업모델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외부 인력을 고위 간부직에 대거 등용했으며 조직 내부에 혁신과 창의력을 불어넣어 이를 유기적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했다.3

 

 

GE의 운송사업부는 기업의 초기부터 시작한 핵심 사업부 중 하나다. GE 1913, GM16모델의 175마력 산업용 기차를 만들면서 기차산업에 진입했다. 지속적인 혁신을 바탕으로 1924년에는 300마력의 출력을 보유한 ‘Ingersoll-Rand’, 1966년에는 2800마력인 U28CG모델, 1992년에는 4000마력인 P40DC 모델 등 100개가 넘는 제품들을 만들어내면서 마력과 성능에 대한 발전을 이뤄냈다. 기차산업의 전반적인 경쟁 역시 치열했다. 미국에서만 약 90개의 기업들이 존재했지만 현재는 13개만 존재한다. 그중에서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생산을 하고 있던 기업 수는 7개이지만 시장점유율은 GE를 포함한 3개의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한편 운송산업의 시장성장률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운송산업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7.7% 성장했고 2004년부터 2009년까지 2774대였던 기차가 24443대로 늘어났다. 해마다 평균적으로 약 500∼700대의 새로운 모델이 판매됐다.4

 

 

대표적인 3대 운송기업은 GE Transportation사업, 기존 GM이 운영하던 EMD(Electro-Motive Diesel), MK(Morrison-Knudsen/WABCO)가 있었고 모두 20세기 초반부터 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 초에 MK사가 EMD GE의 성능을 앞질러가기 위해 5000마력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성능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EMD는 곧바로 5000마력의 신제품을 출시했고 거기에 한 번 더 성능을 높여서 6000마력 모델을 소개한다. 여기에 뒤질 수 없던 GE 1995 AC6000이라는 슈퍼기차(Super-Loco)를 시장에 소개하고 6250마력 모델을 출시했다.5  지속적인 기술의 혁신으로 운송기업들은 고마력 시대를 열었지만 오히려 점차 고객의 눈높이에서 멀어지게 됐고 기업들은 자신만의 혁신틀에 갇히게 됐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sustaining 혁신에 기반한 기존 경쟁전략은 소비자의 요구를 넘어선 기술적 경쟁으로 치달아 결국 소비자로부터 멀어지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결국 새로운 5000마력의 신제품을 출시했던 MK사는 총 6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실험운영을 하다가 MK Rail 사업부가 Motive Power Industries Corporation으로 조직을 개편하던 중 MK 고성능 운송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동시에 EMD사 역시 SD80MAC(5000마력) SD90MAC(6000마력) 모델을 시장에 소개했지만 각각 37, 40대 정도밖에 팔지 못했다. GE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AC6000은 출시되고 5년 동안 6000대의 판매 예상치 중 207대를 판매한 것에 그친 반면 오히려 그 기간에 바로 전 모델인 AC4400(4400마력) 3000대를 판매했다. AC6000에 비해 대략 15배 정도로 판매율이 훨씬 높았던 셈이다.6  과도한 엔진 출력으로 인한 ‘Teething Problem(엔진의 부담으로 생기는 소리/진동)’과 비용 대비 성능 저하, 비경제적인 연료효율성, 탄소배출에 대한 문제들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거시경제적인 요소들도 운송산업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1919년 당시 갤런당 0.25달러 정도였던 유가가 1974 0.50달러로 상승했고 2000년에 들어서서 1.50달러로 넘어갔다. 2008년에는 갤런당 4.00달러로 치솟았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의 생활 여건은 개선됐지만 동시에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됐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해 각종 대기오염, 재해, 기름유출 사고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친환경적 제품과 회사에 대한 시장의 선호도가 높아져 오염물질의 배출이 많은 기업들은 공격대상이 됐다. 기차 산업 역시 정부로부터 강한 법적 제제를 받기 시작했다. 미국환경보호청(EPA) 1997 12월 탄소배출에 대한 규정 2단계(Tier 2)를 발표하고 2005년 이후에 생산되는 모든 기차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다른 운송업체와 마찬가지로 GE 역시 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였다. 친환경 제품을 요구하는 정부의 압박이 강해졌고 고객들도 유가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성능보다는 연료 효율이 높은 제품을 선호했다.

 

 이에 GE 3년 동안 기차사업부서에 약 40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연료효율성 향상 및 탄소배출 감소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단순히 엔진을 축소시켜 마력(성능)을 줄이면서 탄소배출을 절감시키는 연구가 아니라 엔진의 근본적인 플랫폼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같은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16개의 엔진 실린더가 필요했지만 이를 12개로 줄이면서 같은 출력(4500 마력)을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엔진의 디자인과 구조를 바꿔 외부에서 엔진을 진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편하게 보수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연료소비는 기존 모델에 비해 3∼5% 줄였고 탄소 배출량은40%, ()배출량은 60% 절감했다. 엔진의 하드웨어만 바뀐 게 아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운행자가 네트워크를 통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필요한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해주었고 traction control을 통해서 각 엑셀의 효율성을 최대로 늘려줬다. 기관실에서는 운행자와 기계가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간편화시켰고 진동과 소음을 감소시켰다. 이처럼 11개의 혁신적인 핵심요소들을 통해서 GE는 새로운 기차를 개발했고 혁신의 이름을 따서 ‘Evolution Locomotive’ 이하 EVO, 또는 GEVO라고 불렀다.7  GE 2002년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50대의 프로토타입 생산과정에 들어갔다. 첫번째 모델은 2003년에 생산됐으며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정식발표를 앞둔 2005 1월 전까지 500만 마일(800만㎞)을 운행했다. 이러한 과정은 <그림 3>에서 보여지듯이 기존의 성능 위주의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sustaining혁신이 아닌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사회적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향상하려는 CSV의 기본목적과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8

 

 

GE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객으로부터 주문량은 상당히 저조했다. 정식발표 시점에 600대를 보유하고 있던 GE 2003년에서 2004년까지 BNSF Railway에서 30, 2004년에 Norfolk Southern Railway에서 15, 2003 Union Pacific Railroad에서 5대 등 총 50대밖에 주문이 없었다. 하지만 고객들은 신제품 사용 과정에서 가격절감, 연료효율성, 탄소배출 감소의 혜택들을 경험했다. 그 결과 2005 BNSF사에서 1196, Norfolk Southern Railway에서 346, Union Pacific Railroad에서 1003대를 주문했다. 이후에도 추가 주문이 이어졌고 산업 전문가들은 GE 70%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거나 혹은 그 이상이 됐다고 평가했다.9  이는 2위의 기업인 EMD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EVO를 통해 GE 2005년부터 2008년의 총주문생산량이 시가로 54000억 원에 이를 정도였다.10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서 4500대의 EVO Series들이 운행하고 있으며 2011 GE 운송산업부는 19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여기에 GE EVO Series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추가적으로 2억 달러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그리고 2012년에는 Tier 3의 규정에 대비해 탄소배출량의 70%를 줄일 수 있는 첫 프로토타입을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GE는 고객의 신뢰를 잃어버린 과도한 Sustaining Innovation의 혁신과정에서 고객의 눈높이를 다시 맞추며 새로운 혁신을 추구했으며 이는 GE CSV전략으로 변환됐다. <그림 4>EVO를 통해 성공한 GE혁신 과정이 소비자의 기본 욕구에 근접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GE가 환경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혁신을 이룩하고 경제적 이익을 성취하는 과정이 아무런 고통없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 GE는 외부에서 상당한 인력을 내부로 끌어들어야 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3년에 걸쳐서 5000명의 기술자들을 영입했다. 고위 간부 역시 175명 중에서 21명은 내부 기술자가 아닌 외부에서 온 인력이었다. 마케팅과 세일즈의 인력을 각각 2000명과 5000명으로 늘렸고 기존 Acquisition Team 3분의 2로 줄여나가면서 마케팅 부서로 보냈다. 잭 웰치가 없앴던 CMO(Chief Marketing Officer) 직책을 이멜트가 부활시키는 등 과거와 다른 전략을 실행했다. 유기적 성장을 강조했던 이멜트는 2003 9월에 각 산업부의 간부들을 회의실로 소집하고 회의주제로 IB(Imagination Breakthroughs)라는 세션을 가졌다. 프로젝트(아이디어) 하나당 3년 이내에 1000억 원(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제안서를 각 산업당 5개씩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그 후 해당 관계자들은 각 부서로 돌아가서 2개월 동안11  재무, 마케팅, 세일즈, 기술자 등 담당자들과 심층적으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했다. 항공부서에서만 354개의 아이디어가 창출됐고 모든 부서의 아이디어들을 마케팅 부서가 검토해 50개로 간추렸다. 이를 이멜트가 직접 다 검토하고 그중 35개를 통과시켜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통과된 제안서를 들고 이멜트가 해당 사업부의 CEO, 기술책임자, 마케팅책임자 등 핵심인력들과 매월 미팅을 진행했다. 책임자들은 해당 IB 프로젝트의 진행사항과 업데이트를 받고 질문에 답해야 했다. 관계자들이 다른 사업부의 IB아이디어와 자신의 부서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물론 까다로운 질문에 대비해야 했다. 또 미팅 전에는 시장에 대한 철저한 정보와 엄격한 분석을 해야 했다.12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었다. 하지만 IB세션은 3개월 동안 진행된 단기적인 캠페인 수준이 아니었다. IB세션은 2004년과 2005년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며 관계자들은 매년 지속적으로 제안서를 제출해야 했다.13

 

 

 

드디어 2005 5 GE Ecomagination(에코매지네이션)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는 GE가 몇 년 동안 준비한 CSV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계기가 된다. 이후 운송사업부에 있는 모든 기차의 모델은 EVO와 같은 친환경적인 성능을 더하기 시작했다. EVO(ES44AC모델)의 모델을 비롯해서 Evolution Series, Power Haul Series, China Mainline Evolution, South Africa Series 등 모든 포트폴리오의 제품에 연료효율성 제고와 탄소배출 감소 기술을 적용시켰다. 특히 South Africa에 적용된 새로운 C30ACi모델은 3300마력으로 낮춘 반면 기존 모델 4대에 해당하는 기동력을 신형 모델 3대로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었다. 연료효율성과 연간 1500(Metric)톤의 탄소 배출량 감소도 이뤄졌다. 이 같은친환경전략을 비단 제품에만 공략한 것은 아니다. GE는 더 나아가서 기업의 가치사슬에도 적용해 자체적인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에너지 강도(Energy Intesity) GHG(Green House Gas)를 낮추는 방안도 도입하는 등 친환경적 활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이렇게 GE는 지속적으로 연료와 환경에 대한 혁신을 추구하고 있으며 최근 운송사업부는 하드웨어인 기차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시스템, 솔루션 등을 통해서 기차산업 전반에 대한 연료효율성과 탄소배출량 감소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Ecomagination은 발표 당시 70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지만 이는 점차 늘어나 2011년에는 총 23000억 원의 비용이 투자됐다. (그림 6) 또한 그룹 전체의 매출과 비교할 때에도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Ecomagination 제품들은 2005년 당시 그룹 매출 총액과 비교했을때 9.6% 정도 차지하고 있었지만 2011년에는 22.34%에 이르렀다. 2005년 발표 이후부터 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미션을 전략의 중심으로 놓고 있으며 해마다 에너지와 Ecomagination 관련 성과를 외부에 발표함으로써 CSV전략에 대한 진정성을 높여가고 있다.

 

 

 

 

 

GE가 최근 10년 동안 이뤄낸 성과는 CSV 전략을 시행하려는 많은 기업들에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CSV는 기업의 핵심기술과 전략을 바탕으로 하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CSV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높이고자 하는 business strategy(경영전략)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GE가 천문학적인 R&D 비용을 쏟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기존 경영전략과 CSR적 사회공헌과 대비되는 점이기도 하다.

 

 

GE기업의 이익은 사회적 임팩트를 확대재생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둘째, CSV전략은 단시간 내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AC6000 모델은 처절한 실패를 맛봤고 GE의 전사적인 전략적 방향이 혁신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 유기적 성장으로 전환된 후에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 셋째, CSV는 부단한 혁신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적 문제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향상시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크기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기존 경영전략 방법론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들다. GE의 수많은 혁신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CSV는 신시장을 개척하는 혁신적인 자세로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 넷째, CSV 전략은sustaining 혁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기존의 경영전략에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다. 기존 전략으로 고정된 고객층에 성능 위주의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CSV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더 큰사회라는 틀 내에 놓을 것을 요구한다. 사회적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는 것이야 말로 기술지향적이고 경쟁지향적인 자기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결론: CSV 혁신 없는 CSV 전략은 없다

최근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예측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저마다 신시장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과연 신시장은 어디에 있을까? 고객을 위한 새로운 가치는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까? CSV 전략은 신시장 및 새로운 가치 창출은 바로기업의 핵심역량과 사회적 문제가 만나는 접점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기업은 일부 제품의 기능을 개선하거나 색깔 혹은 디자인을 바꾸는 전략을 추구할 수 있지만 CSV 전략은 사회적 문제를 전략틀 내에 받아들임으로써 기존 한정된 소비자층을 넘어서 새로운 신시장 및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다. 기업의 핵심역량에 기반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새로운 시장 및 가치를 창출하는 CSV 전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CSV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CSV 혁신은 기존 전략 및 사업 방식을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에 기반을 둔 혁신이며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향하는 혁신이다. CSV 혁신의 전제 조건은 기업 스스로 자신의 성공 전략과 프레임에 갖혀서 시장을 보는 협소한 시각을 지양하고 기업의 핵심역량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의 일상적인 혁신활동 및 비용 절감 등의 경제활동이 자동적으로 사회적 가치창출을 목표로 하는 CSV전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기업이 추구하는업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경영학적이면서 사회학적인 통찰이 절실히 요구된다. GE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시행착오 속에서도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CSV전략을 향한 장기적이고 부단한 노력과 투자, 그리고 아이디어가 절실히 필요하다. CSV전략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혁신적인 과정을 비즈니스 모델화하는 전략임과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하는 신시장 가치 창출 전략이다. 단언컨대, CSV 혁신 없는 CSV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교수 mnkim@skku.edu

김태영 교수는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로 경영전략, 조직설계, 네트워크 분야의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사회학 조직이론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등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홍콩과기대(HKUST) 경영학과 경영전략 담당 교수로 근무한 바 있다.

 

 

 

전희종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MBA Class of 2014 lukecarrera@gmail.com

전희종은 캘리포니아주립대(California State University, Northridge>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과정에 있다. 경영전략 등에 특히 큰 관심을 갖고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 김태영 김태영 | -(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
    -(전) 홍콩과기대(HKUST) 경영학과 경영전략 담당 교수
    mn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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