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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와 마이클 포터

적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틀을 마련하라 프리우스의 도발적 환경정책처럼…

문휘창 | 142호 (2013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손자와 마이클 포터를 연재합니다. 고대 동양의 군사전략가인 손자와 현대 서양의 경영전략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전략 모델들을 비교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합니다.

 

도요타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선두주자다. 1997년에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를 출시한 뒤 현재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어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따를 정도다. 지금은 에너지와 환경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중요한 이슈지만 1990년대만 해도 주요 선진국들만 환경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1990년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이라는 환경규제를 제정했는데 앞으로 캘리포니아 주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1998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대수 중 완전 무공해차(Zero emission vehicle·ZEV)의 비율이 2%에 달해야 한다는 것을 의무화했다. (2005년부터는 10%의 비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미국 자동차 수입의 주요 관문으로서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교두보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높은 리스크 때문에 당시 수석 엔지니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결국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경쟁사들이 지지부진한 사이 도요타는 1000명의 엔지니어와 10억 달러가 넘는 투자로 여러 기술장벽과 어려움을 극복해 1997년에 성공적으로 세계 첫 하이브리드차를 양산함으로써 친환경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게 됐다.

 

만일 도요타가 기존 자동차 시장에만 투자를 고수했다면 기존 경쟁자들의 경쟁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쟁우위를 창출해 선도적 위치에 오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도요타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새로운 환경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경쟁자보다 먼저 하이브리드차를 상업화시킴으로써 친환경차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실제로 도요타의 프리우스(Prius)는 라틴어로앞서 가다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선두주자라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도요타 프리우스의 성공전략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내용을 <손자병법> 4편과 포터의 본원적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손자병법> 4편의 핵심 군사전략에 대해서 먼저 설명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이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거둔 승리를 손자의 입장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손자 군사전략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포터의 본원적 전략을 설명하고 <손자병법> 4편의 핵심전략과 연계해 이들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상세하게 논의하겠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군사전략과 경영전략의 비교를 통해 경영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사점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손자병법> 4편의 핵심 군사사상: 이승(易勝)사상

 

손자는 전쟁에서 “(치열하게 싸워) 승리를 거둬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잘 싸웠다고 말하는 승리가 최상의 승리가 아니다(戰勝而天下曰善非善之善者也)”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승리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큼 막대한 대가와 희생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그는진정으로 전쟁을 잘하는 자는 승리를 하되 쉽게 적을 이긴다(所謂善戰者勝于易勝者也)”라고 했다. , 전쟁을 하기 전에 미리 적을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놔서 적을 쉽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손자는 이러한 여건을()’이라고 했다.

 

‘형’은 적군과 아군의 전력 배치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전장에서 병력의 배치뿐만 아니라 전투시설, 병사들의 훈련, 사기, 국민의 지지, 주변 국과의 관계 등 전쟁 전 준비태세도 포함한다. 전쟁에서 어떠한 형을 만드느냐에 따라 전쟁의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손자병법> 3(모공 편)에서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전승(全勝)’사상을 강조했다면 4편에서는 적을 이길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형을 만들어 승리를 쟁취하는이승(易勝)’사상에 중점을 뒀다.

 

압도적인 형을 만들기 위해 손자는먼저 적이 나를 이길 수 없게 만들어 놓은 다음 적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서 승리를 얻는다(先爲不可勝以侍敵之可勝)”라는 중요한 용병원칙을 제시했다. 전자는 적에게 패배하지 않게 하는 방어의이고 후자는 적의 빈틈을 찾아 공격을 하는 공격의이다. 따라서 아래 방어와 공격의이 어떠한 것이고, 이를 조성하기 위해 손자가 어떠한 전략을 제시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방어와 공격의

 

전쟁에서은 방어와 공격의 두 가지으로 구성돼 있다. 방어의은 적이 쉽게 공격하지 못하게 하고 설령 적이 공격을 하더라도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준비가 충분히 돼 있는 태세를 의미한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가 잘된 방어라도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 약점이 적에게 드러나면 역이용돼 불의의 공격을 받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방어를 할 때 이러한 약점이 적에게 드러나지 않게 잘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손자는방어를 잘하는 사람은 방어를 하는 데 있어서 마치 깊은 땅속에 숨어 있는 것과 같다(善守者藏于九地之下)”고 했다. 하지만 손자는 단순히 방어를 적의 공격에 대한 수동적인 대응 또는 저항보다는 공격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봤다.

 

그런데 방어는 적에게 지지 않게는 할 수 있지만 결코 적을 이길 수는 없다.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공격을 해야 한다. 손자는 적을 공격할 때 적의 약점이나 빈틈을 역이용해 적을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격해야 한다고 했다. 최소의 투입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적에게 특별한 약점이 없다면 적의 약점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적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주도적 의지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적을 아군의 계획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 아군이 반드시 적을 이길 수 있다는 100% 확신은 없다. 따라서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게는 할 수 있지만 적을 반드시 이길 수는 없다.

 

적의 공격에 지지 않는 것은 아군의 방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통제 가능하다. 하지만 적을 이기는 것은적에게 지지 않는 것 외에 적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손자는적에게 지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지만 적을 이기는 것은 적에게 달려 있다(不可勝在己可勝在敵)”라고 말했다. 방어와 공격은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방어는 아군의 역량을 보존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전쟁에서 승리를 얻을 수는 없다. 반면, 공격만 하고 방어가 부실하면 적이 이 빈틈을 이용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방어와 공격을 모두 잘해야 자신을 안전하게 보존하면서 완전한 승리를 이룰 수 있다. 손자는승리하는 군대는 우선 승리의 조건을 다 갖춘 후 전쟁을 시작하지만 패배하는 군대는 전쟁을 시작한 후에 승리를 구한다(勝兵先勝而後求戰敗兵先戰而後求勝)”라는 말을 통해 전쟁에서 승리와 패배의 핵심적 차이를 묘사했다. , 승자는 전쟁을 하기 전에 필승의 여건을 만들어 놓고 전쟁은 이미 패배한 자를 상대로 싸우는 데 반해 패자는 충분한 준비 없이 요행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 전쟁이나 경영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명언이다.

 

압도적인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요소

 

압도적인을 만드는 데 있어서 적군과 아군의 군사력 차이가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강한 군사력이 없는 형은 적에게 위협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적의 공격에도 쉽게 무너진다. 따라서 압도적인 형을 만들려면 전쟁을 할 수 있는 실력을 먼저 갖춰야 한다. 손자는 군사력이 승리를 결정하는 핵심적 원리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국토면적의 크기가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물적 및 인적 자원을 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 전차, 무기 등을 포함한 전력이 결정된다. 양측의 전력을 비교해보면 승리의 가능성을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적군과 아군의 역량에 대한 고찰을 통해 방어 또는 공격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방어와 공격의 형의 크기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손자는전력이 부족하면 방어를 하고 전력이 남으면 공격을 한다(守則不足攻則有餘)”라고 주장했다. 이는 방어보다 공격이 상대적으로 많은 군사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손자는 3편에서 아군의 병력이 적군보다 10배가 되면 포위하고 5배가 되면 공격하지만 적보다 열세하면 정면대결을 피하고 필요하면 도망가라고 했다.

 

전쟁을 하는 데 있어 강한 군사력은 필수조건이지만 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방향과 지점에서 적을 압도할 수 있는 병력의 집중이 중요하다. , 전반적인 군사력에서는 적에 비해 부족하더라도 특정 공격지점에서 적에 비해 압도적인 군사력이 있으면 승리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적보다 강한 군사력을 만드는 것보다는 결정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적에 비해 군사력의 절대적 우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손자는 승리하는 군대는 마치 무거운 일()의 무게로 가벼운 수()의 무게를 상대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여기서 일과 수는 고대 중국 무게의 단위로서 1일은 480수에 해당한다. 즉 승리하는 군대의 병력은 패배하는 군대 병력의 480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절대적 우위를 갖춘 군대를 보유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적의 군대를 여러 군데로 분산시키고 아군의 군대를 특정 지점에 집중시켜 공격하면 이러한 전략이 가능하다.

 

손자가 본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의 소련의 승리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모스크바를 공격할 것이라는 소련의 예상과 달리 독일은 갑작스럽게 스탈린그라드로 진격해 전투 초반에 주도권을 잡았다. 한편 소련은 전쟁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독일군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탈린은마지막 피 한 방울이 떨어질 때까지 단 한 발도 물러서서는 안 된다라고 외치며 스탈린그라드를 사수할 것을 명령했다. 소련군은 9월부터 약 2달간 소모전을 계속하면서 반격에 필요한 물자와 병력을 축적했다. 겨울이 다가오자 충분한 동계전투 준비를 하지 못한 독일군은 보급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 소련군은 독일 동맹국의 취약 부분인 루마니아군과 이탈리아군이 방어하고 있는 측면을 공격해 방어선을 무너뜨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군은 소련군에 포위당한 상태에서 혹독한 추위와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항복하고 말았다.

 

소련의 승리는 겉으로 보기에는우선 적에게 지지 않게 한 다음 적의 빈틈을 타서 공격을 한다는 손자의 군사전략에 부합해 보이지만 손자가 주장하는이승(易勝)’사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히틀러와 스탈린 모두 어떠한 대가와 희생에도 불구하고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려고 했다. 스탈린그라드를 사수하기 위해 소련은 2달 동안의 시가전을 벌였고 전쟁 후반에 독일군은 소련군에게 포위됐음에도 불구하고 히틀러는 후퇴를 허락하지 않고 계속 저항하라고 명령했다. 결국 스탈린그라드에서만 양측 모두 합쳐 약 2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서1  인간사에서 가장 참혹한 전투로 기록됐다. 비록 소련이 최종 승리를 거뒀지만 독일보다 더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 당시 영국 수상이었던 처칠(Winston Churchill)이 쓴 <2차 세계대전(The Second World War)>이란 책에서 히틀러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정복하려는 노력을하나의 결정적인 재앙으로 묘사했다. 손자가 말하는이승은 전쟁 전에 압도적인을 조성해 최소의 비용으로 쉽게 승리를 거두는 것이 목적인 데 비해 히틀러와 스탈린은 전쟁의 승리 자체만을 위해 싸웠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탈린그라드의 특별한 상징성2  때문에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히틀러와 스탈린의 개인적 대결로 분석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손자병법>의 기본 사상에 어긋난다. 전쟁은 국가 존망의 대세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의도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오로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만 준비하고 시행돼야 한다고 손자는 주장했다.

 

포터의 4가지 본원적 전략

 

기업 경쟁전략의 핵심은 경쟁자에 비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기업은 경쟁자에 비해 다양한 우위를 가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가 우위와 차별화 우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포터는 주장했다. 기업은 두 가지 경쟁 우위 중 하나를 통해 경쟁사보다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데 전자는 기업이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자에 비해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얻는 우위이고 후자는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로부터 가격 프리미엄을 받음으로써 얻는 우위를 의미한다. 포터는 경쟁 우위와 경쟁영역(산업전체 또는 산업 내 세분영역)을 두 축으로 저원가(cost leadership), 차별화(differentiation), 집중화(focus) 등 세 가지 경쟁전략으로 구분했다. 그 후 포터는 집중화 전략을 다시 원가 집중화와 차별적 집중화 전략으로 나눠 총 4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이러한 전략은 어느 특정 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본원적 전략이라고 부른다. 각각의 본원적 전략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저원가 전략:기업이 경쟁사에 비해 원가 우위를 달성해 원가 선도자(cost leader)가 되는 것이다. 기업의 사업 범위가 넓을수록 원가 우위를 창출하는 데 더 유리하기 때문에 기업은 흔히 산업 내 넓은 사업영역에 걸쳐 있거나 관련된 다른 산업에까지 진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산업 내에서 원가 우위를 가진 기업이 하나가 아닌 다수인 경우에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원가 우위를 창출하는 특별한 원천을 갖고 있지 않는 경우 이 전략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차별화 전략:경쟁사에 비해 차별화 우위를 실현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저원가 전략이 기업 업무 프로세스에 있어 원가절감에 집중한다면 차별화 전략은 제품의 특성에 집중하면서 특정 고객 집단을 목표로 한다. 동일한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요구하는 속성은 여러 개가 될 수 있기에 차별화 전략은 저원가 전략과 달리 산업 내에서 다수의 기업이 동시에 서로 다른 차별화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 차별화를 위해서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하지만 가격 프리미엄으로 이윤을 높일 수 있다.

 

집중화 전략:저원가와 차별화 전략이 산업 전반을 목표로 한다면 집중화 전략은 산업 내 특정 세분 시장 또는 틈새시장에 집중한다. 원가 집중화와 차별적 집중화는 특정 세분시장에 집중해 원가 우위 또는 차별화 우위를 실현하는 전략이다. 집중화 전략은 특정 세분시장에만 특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 규모가 작고 다른 기업의 추격을 받기가 쉽다.

본원적 전략을 추구하는 데 주의할 점

 

첫째, 어중간한 상태.포터는 두 가지 이상의 본원적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은 오히려 하나에만 집중하는 기업보다 경쟁력에서 열위를 가져 높은 이윤을 올릴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경우를 포터는어중간한 상태(stuck in the middle)’라고 칭했는데 이는 4가지 본원적 전략이 기본적으로 경쟁우위를 추구하는 데 있어 서로 매우 다른 접근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기업이 본원적 전략에 있어 한가지 경쟁 우위를 추구하면 다른 경쟁 우위의 원천을 위축시키게 된다. 예를 들면, 차별화 전략을 추구할 때 추가적인 비용지출은 필수적이므로 이와 동시에 산업에서 저원가를 실현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또한 기업의 사업범위 측면에서 산업 전체를 목표로 하는 저원가 전략과 차별화 전략이 특정 산업 내에서도 최저의 원가를 추구하거나 소비자의 특별한 욕구를 충족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4가지 본원적 전략에서 몇 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보다는 한 개의 전략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둘째, 경쟁우위의 지속성.본원적 전략을 잘 선택하면 기업이 산업평균보다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외부환경의 변화와 경쟁기업으로부터 발생하는 기술혁신이 기업의 기존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가 상승, 환율 변화, 규제 강화 등 외부환경의 변화가 기업의 경쟁우위를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외부환경에 대한 기업의 유연한 대응능력이 기업 경쟁력의 차이를 보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또한 경쟁사가 저원가 전략이나 차별화 전략을 모방해 기존의 경쟁우위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 기업은 경쟁력의 원천을 최대한 복잡하게 만들어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포터는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원천이 하나의 활동이 아닌 여러 가지 활동으로 구성하는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경쟁자가 어느 하나의 활동만을 모방해서는 실효성 있는 경쟁우위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기업은 자신의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원천을 끊임없이 창출해야 한다.

 

따라서 포터는 외적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능력과 기업 내부 혁신을 통해 기존의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이 하나의 본원적 전략을 계속 고수할 필요는 없다. ,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하나의 본원적 전략에서 더 높은 단계의 다른 전략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후발자는 새로운 산업에 진입했을 때 산업 전반을 대응할 수 있는 기술, 자본, 경영기술이나 경험 등 측면에서 다른 경쟁자보다 뒤처지기 때문에 흔히 원가 집중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점차 규모가 커지고 기술, 자본 등 기타 필요한 자원을 축적하면서 사업영역을 넓히거나 차별화 전략을 취해 전략적 측면에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도요타는 1936년에 AA 승용차라는 첫 모델을 출시했고 1970년대 초반까지 원가 집중화 전략을 적용해 소형 승용차 생산에만 집중했다. 그 후 적시관리(Just-in-Time·JIT) 시스템 개발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면서 1970년대 1차 오일 위기 이후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따라서 도요타는 원가 집중화 전략에서 사업의 범위를 넓힌 저원가 전략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1980년대 도요타는 럭셔리 자동차의 첫 모델인 렉서스를 개발했는데 이는 유럽의 경쟁기업에 비해서는 가격 우위를 가지는 한편 미국의 경쟁기업에 비해서는 기술 우위를 가져 소비자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1990년대 첫 하이브리드차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새로운 친환경차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졌다. 이와 같이 렉서스와 프리우스의 성공적 출시를 통해 도요타의 본원적 전략은 저원가 전략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손자의 4편 군사전략과 포터 본원적 전략의 연결

 

<손자병법> 4편의 핵심전략이 압도적인 형을 통해 적을 쉽게 이기는이승(易勝)’전략이라면 포터의 본원적 전략은 산업 내에서 우월한 전략적 지위를 차지해 경쟁기업보다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두 전략은 경쟁자에 비해 높은 경쟁우위를 확보하려 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두 전략의 유사점과 상이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연결 1. 방어의 형 vs. 4가지 본원적 전략 손자는 공격과 방어를 전쟁의 두 가지 기본 형식으로 봤는데 이 중 공격보다 방어에 우선순위를 뒀다. , 전쟁에서 적을 이기려면 우선 적에게 패하지 않을 방어의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방어가 튼튼하면 적이 감히 공격을 하지 못하고 공격을 해도 능히 막을 수 있다. 반면, 방어준비가 부족하고 빈틈이 드러나면 적의 공격을 받아 전체 작전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의 습격에 대처할 방어준비를 철저히 마련하는 한편 방어의’, 특히 취약점이 적에게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자는 이러한 방어태세를 형성하는 것은 아군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전쟁에서 적이 아군을 이길 수 없는 것은 적이 아닌 아군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전쟁에서 제대로 준비된 방어의을 경영에서 포터의 본원적 전략과 연결할 수 있다. 기업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 우위를 가져야 한다. 경쟁 우위는 기업의 핵심역량으로서 산업 내에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포터는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 내에서 경쟁자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려면 우월한 상대적 지위(positioning)를 선점해야 한다고 했고, 이에 따른 본원적 전략으로 저원가, 차별화, 원가 집중화, 차별적 집중화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러한 본원적 전략의 수행을 통해 기업이 경쟁자에 비해 우월한 상대적 지위를 차지함으로써 경쟁자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자신의 핵심경쟁력을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또한, 포터는 4가지 본원적 전략 간의 상이성으로 인해 기업이어중간한 상태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기업이 새로운 본원적 전략을 추구하려면 기존의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각각의 본원적 전략은 경쟁자들이 쉽게 근접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 또는방어의 벽을 형성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경쟁우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쟁에서 방어의 형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이 경영에서도 경쟁우위의 원천이 경쟁자에게 쉽게 모방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도요타가 1997년에 첫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출시한 후 16년이 지났지만 도요타가 여전히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간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 경쟁자들이 비록 도요타의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지만 도요타와 같거나 완전히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결 2. 공격의 형 vs. 경쟁우위의 지속적 발전 손자는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격은 아무 때나 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이길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이길 수 있을 때의 첫 번째 조건으로 물리적 힘을 갖춰야 한다. 손자는 방어에 비해 공격에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적을 공격하기 전에 자신이 싸울 능력이 있는지, 싸울 준비가 잘돼 있는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이길 수 있을 때의 두 번째 조건은 적의 빈틈을 공략해야 하고 만약 빈틈이 없으면 이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빈틈을 만들어도 적이 아군의 계획에 따르지 않을 수도 있기에 공격의 승리 여부는 결국 적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손자가 말하는공격의 형은 적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조건을 구비하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로 본원적 전략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는 있지만 기업의 진정한 성공은 경쟁 우위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전쟁에서의 공격은 적을 이기는 것이 목적이지만 경영에서는 경쟁자를 상대로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가치창출을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있다. 이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다양한 제품 속성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면서 모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의 욕구를 더 잘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경쟁자에 비해 독특한 경쟁우위가 필요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핵심역량의 창출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쟁에서의 공격의은 경영에서는 기업 경쟁우위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적합하다. 이를 위해 기업은 4가지 본원적 전략의 하나를 확보하고 또한 기업의 발전단계에 따라 더 높은 단계의 전략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하지만 전쟁의 경우 공격에서 승리를 달성하는 것이 완전히 적에 달려 있는 것과 달리 경영에서 본원적 전략의 유지 및 업그레이드는 물론 외적 환경과 경쟁업체의 활동에 큰 영향을 받지만 기업의 성공은 이러한 외적 변수보다는 내적 변수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외적 변수는 모든 기업에 원칙적으로 동등하게 영향을 주지만 이에 대해 기업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면 외부환경의 변화로 인한 위협도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도요타는 미국의 환경규제 강화를 이익창출의 새로운 기회로 삼아 친환경차 산업에서 선두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환경규제 강화가 도요타의 친환경차 개발에 어느 정도 추진작용을 했지만 도요타의 연구개발에 대한 적극적 추진이 없었더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도요타가 1970년대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것도 역시 당시 세계 오일 위기로 인한 유가상승의 영향을 받아 미국 내에서 연비가 좋은 경차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적 환경의 변화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도요타가 이러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적시관리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의 품질과 생산성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경영전략에 대한 시사점

 

앞서 <손자병법> 4편의이승전략과 포터의 4가지 본원적 전략과의 비교를 통해 실제 경영에서 <손자병법>에서 제시한 군사전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보았다.

 

첫째, 경영전략에 적용 가능한 부분.전쟁에서 적을 쉽게 이기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방어와 공격의 형을 모두 갖춰야 한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업이 진정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4가지 본원적 전략 중의 하나를 선택해 높은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쟁에서 방어를 통해 적에게 지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고 공격을 통해 적을 이기는 것은 적에게 달려 있다.이와 유사하게 경영에서도 본원적 전략을 통해 산업 내에서 우월한 전략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기업 자신에 달려 있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새로운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기존의 경쟁우위가 사라져 실패의 길로 접어 들 수도 있다.

 

둘째, 경영전략에 적용할 수 없는 부분.전쟁에서 적을 공격하는데 적의 약점이 없으면 약점을 만들어서 공격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경영에서는 전쟁과 달리 경쟁업체의 약점(예를 들면, 틈새시장과 같이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 분야)을 활용할 수 있으나 경쟁업체가 손해를 보게 하면서 빈틈을 만들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손자는 압도적 형의 조성이 물리적 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했으나 경영에서는 본원적 전략이 기업의 핵심역량을 완전히 보완할 수는 없다. 핵심역량이 없는 본원적 전략은 쉽게 외적 환경의 영향을 받아 소멸될 수 있다.

 

셋째, 경영의 독특한 본질 때문에 군사전략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전쟁에서 패자와 승자에는 명확한 구분이 있다. 즉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영에서 기업은 각자의 서로 다른 핵심역량을 통해 각각의 다른 세부영역에서 동시에 승자가 될 수 있다. , 기업들은 소비자가 요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다양한 속성을 충족시키면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산업에서 다수의 승자가 존재할 수 있다. 경영에서의 경쟁은 전쟁과 같은 파괴적 경쟁(destructive competition)이 아니라 건설적 경쟁(constructive competition)이기 때문이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 문휘창 문휘창 |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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