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ic Thinking
어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우리는 이미 본 사람들의 평가를 참고한다. 많은 사람이 ‘재미있다’고 평가했다면 보러 가겠다는 결정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것이다. 이때 ‘재미있다’의 기준은 무엇인가? 대부분 영화의 스토리가 탄탄하고 설득력 있을 때 재미있다고 느낀다. 스토리가 탄탄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고 영화에 몰입해서 다른 일을 잊어버리는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다. 다른 예를 보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가 동화책을 계속 읽어달라는 통에 똑같은 동화책을 몇 번이고 읽어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이는 동화책을 왜 그렇게 읽어달라고 졸랐을까?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동화책의 내용이 재미있고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이야기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경우다. 이런 예들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힘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토리텔링은 사람들을 재미있게 만들고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그래야 상대방이, 또는 보고를 듣는 사람이 내 말을 경청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앞에서 살펴본 4단계까지의 분석을 열심히 수행해서 가설을 검증하고 최종 해결방안을 도출했다면 이런 시사점들을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엮어서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직장인의 로망이라고 하는 ‘좋은 보고서’를 어떻게 작성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해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지 설명하겠다.
스토리텔링의 기본은 두괄식
선도 화학회사 물류팀에 근무하는 ‘나성실’ 차장은 같이 근무하는 A대리와 B대리에게 같은 업무를 주면서 3일 후까지 완료해 주기를 부탁했다. 3일 후 A대리가 나타나 하는 말이 “차장님, 제가 어제는 친구 아버님 장례식장에 다녀왔고 낮에는 와이프가 아파서 정신이 없었고요, 그제는 지독한 몸살에 걸려서…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죄송하게도 맡은 일을 못했습니다.” B대리 역시 나타나 하는 말이 “차장님, 죄송합니다. 맡은 일을 못했습니다. 제가 어제는 친구 아버님 장례식장에 다녀왔고 낮에는 와이프가 아파서 정신이 없었고요, 그제는 지독한 몸살에 걸려서… 어쩌고저쩌고….” 물론 이런 상황이라면 나 차장 입장에서는 둘 다 예쁘게 보일 리 없다. 하지만 B대리가 상대적으로 덜 미울 것이다. 왜 그럴까? B대리가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말했기 때문이다. 바쁜 나 차장 입장에서는 A대리의 주절주절 변명을 한참 듣다가 결론을 듣는 것이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바쁜 비즈니스맨, 특히 더욱 더 바쁜 윗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는 기본적으로 두괄식으로 얘기해야 한다. 핵심 메시지부터 던지고 왜 그런지, 또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를 얘기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미괄식에 익숙하다. 두괄식으로 말하는 것은 너무 단도직입적이라고 생각해서 불편해 한다. 하지만 서로 바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핵심을 먼저 얘기하는 것이 기본이다. 비즈니스맨이라면 두괄식으로 얘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미괄식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 DA항공 IT부서의 ‘나잘나’ 대리의 사례를 보자. 나 대리는 현업 부서가 IT 관련 서비스를 요청할 때 대응하는 프로세스의 개선안을 내놨다. 그런데 여객사업부 ‘나반대’ 상무가 개선안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 대리는 나반대 상무에게 달려가 “프로세스를 이렇게 바꾸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래서 좋고요, 저래서 좋고요”라며 열변을 토한다. 나 상무는 불쾌하기 그지없다. ‘이 친구, 왜 이렇게 단도직입적이고 무례하지?’ 나 대리가 다르게 커뮤니케이션했다면 어땠을까? “나 상무님, IT 서비스 요청 대응 프로세스에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알아보니 XX가 근본 원인이었고 이렇게 개선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최종적으로 현재의 개선안을 내놓게 됐습니다. 상무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상황이 이렇게 전개됐다면 나 상무는 최소한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어, 난 잘 몰랐는데 이런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고치려고 하는 거였어? 젊은 친구가 열심히 일해 보겠다는데 내가 굳이 반대할 것까지야…’ 나 대리가 미괄식으로 자초지종을 차근차근 설명했다면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논증 과정이 필요하거나 반대하는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두괄식보다 미괄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따라서 상황과 상대를 살펴가면서 보다 효과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피라미드 구조로 스토리텔링의 기반을 잡자
스토리텔링의 또 다른 기본은 바바라 민토(Babara Minto)의 역작인 피라미드 구조(Pyramid Structure)다. 이는 가설을 검증한 후 최종 결과들을 논리적으로 구조화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다. 피라미드 돌을 쌓는 것처럼 생겨서 피라미드 구조라고 부른다. 피라미드 구조는 기본적으로 두괄식을 구현하는 형태다. 이 일을 왜 하게 됐는지 배경을 설명하고 해결하려는 주요 질문이 무엇인지 설명한 후 주장하려는 핵심 메시지를 던진다. 핵심 메시지는 ‘왜? 어떻게? 무엇인가?’를 뒷받침하는 근거 또는 세부 내용이 이어지면서 강해진다. 근거 또는 세부 내용은 다시 ‘왜? 어떻게?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근거 또는 세부 내용에 의해 더 자세하고 탄탄한 논리로 전개된다. 피라미드 돌들이 차곡차곡 모여 가장 뾰족한 부분을 완성하듯 하단의 돌들이 모여 상단의 돌을 설명 또는 뒷받침하며 두괄식을 완성한다.
이렇게 피라미드 구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좋은 점이 여러 가지 있다. 우선 질문에 대한 답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보고받는 입장(Listener)에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논리적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고 기억하기도 쉽다. 메시지에 동의한다면 세부적인 하단 내용을 굳이 듣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 보고하는 입장(Speaker)에서는 자체 검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장을 좀 더 논리적이면서 체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고 말하려는 바도 명확히 정리할 수 있다.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