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와 마이클 포터

승리에 취해 경쟁자 못 보면 망한다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손자와 마이클 포터를 연재합니다. 고대 동양의 군사전략가인 손자와 현대 서양의 경영전략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전략 모델들을 비교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합니다.

 

지난 93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노키아(Nokia)의 휴대폰 사업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11년까지 14년 동안 연속으로 세계 휴대폰 제왕의 타이틀을 지켜왔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2005년에 61.5%를 차지했던 노키아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10년에는 34%를 기록해 반 토막으로 줄어들었다. 지속적인 부진을 만회하고자 MS 출신 스티븐 엘롭(Stephen Elop)을 노키아 역사상 첫 외국인 CEO로 영입하고 인원 감축을 비롯해 갖은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눈에 띄는 실적개선을 보이지 못했고 그 후 3년도 안 되는 사이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어져 버렸다.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몰락의 길로 들어선 것은 혁신 부족이라기보다는 시장 트렌드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지난 10여 년간 애플보다 약 4배 많은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실제로 애플이 2007년에 처음으로 아이폰을 출시하기 3년 전에 노키아는 이미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그러나 아직 기술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회사 이익창출의 핵심 부문인 피처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스마트폰 개발을 중지했다. 역사적으로 산업의 메카였던 코닥, 휴렛팩커드(HP), 소니 등도 시장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결국 업계의 선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현재의 실력만 믿고 안주하며 경쟁자와 시장의 발전동향을 무시하다가는 자칫 몰락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이러한 논리는 군사전략에서 최고의 고전인 <손자병법> 3편 모공(謀攻)편과 관련이 있는데 이를 통해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또한 손자가 모공편에서 제기한 핵심 군사전략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 후 이를 포터의 5요소 모델과 연결시켜 구체적으로 어떠한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논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교분석을 통해 기업의 경영실무에 유용한 시사점을 제시해 보겠다.

 

<손자병법> 3(모공편)의 핵심 군사사상: 전승(全勝)사상

 

3편의 제목인 모공(謀攻)은 교묘한 전략으로 적을 공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공의 궁극적 목적은 전쟁 비용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손자는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상의 용병법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용병법이다(百戰百勝, 非善之善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고 했다. 군사력을 통해 얻은 승리 후에는 적의 저항이 있기 마련이고 이들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계속적인 충돌을 하다 보면 적군과 아군이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은 쌍방의 피해와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부터 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학계에서는 손자의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군사사상이 전승(全勝)사상으로 알려져 있다. 온전할 전으로서전승완전한 승리를 뜻한다. 즉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킴으로써 아군과 적군이 모두 피해를 보지 않고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싸우지 않는 다는 것은 결코 무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과 직접적인 무력 대결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승사상은 <손자병법> 책 전반의 핵심사상이기도 하다. 손자의 전승사상은 또한 후세 군사전략 연구자들의 군사사상에도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20세기 최고의 군사전략가로 불리는 영국의 리델 하트(Liddell Hart)의 간접접근(Indirect Approach) 전략이 대표적인 예다.

 

전승사상을 근본으로, 손자는 적을 이기는 4가지 수단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적의 공격 의도를 꺾는 벌모(伐謀)가 최상의 용병법이고, 적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벌교(伐交)가 차선이며, 적의 군대를 공격하는 벌병(伐兵)이 그 다음이며, 적의 성을 공격하는 벌성(伐城)이 최하의 용병법이라고 주장했다. 4가지 용병법의 우선순위는 이익 대비 전쟁 비용과 피해 규모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손자가 제시한 4가지 수단중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은 가장 많은 전쟁 비용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승리하기도 가장 어렵다.손자는 공격작전을 위해 준비하는 데 6개월이 소요되고, 또한 공성작전을 수행하다가 병력의 3분의 1을 잃고도 성을 함락시키지 못한다면 공격이 오히려 재앙으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부득이할 때만 적의 성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벌모와 벌교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적을 굴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튼튼한 경제적 역량과 군사력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모와 벌교는 허세가 될 뿐이다. 모공은 벌모와 벌교와 같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벌병과 벌성과 같이 실제 무력을 사용하는 전투단계에서도 유용하다. 예를 들면, 손자는 적의 군대를 공격할 때 적군과 아군의 병력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군사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군의 병력이 적의 10배면 포위하고, 5배면 공격하고, 배가 되면 적의 병력을 나누어 공격하고, 적과 병력이 대등하면 능숙하게 적과 싸우고, 적보다 병력이 열세하면 도망가고, 그렇게도 되지 못하면 적을 피해야 한다(十則圍之, 五則攻之, 倍則分之, 敵則能戰之, 少則能逃之, 不若則能避之)고 했다.

 

칭기즈칸의 공포전략이 오랜 승리를 유지할 수 없었던 이유

 

칭기즈칸은 13세기에 세계 역사에서 가장 큰 제국을 세운 인물이다. 그가 정복한 땅은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히틀러 등 세 사람이 정복한 땅을 다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넓다. 이와 같이 세계의 거의 반을 정복했던 몽고군의 수가 대단히 많았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몽고군의 수는 의외로 아주 적었다. 당시 몽고 인구는 약 150만 명으로서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10만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이 지나간 지역에서 매번 싸워 정복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칭기즈칸은 여러 가지 공격전술을 사용했는데 그중 하나가 공포전략이다.

 

당시 전쟁은 흔히 공포의 심리전으로 활용됐다. 몽고군은 공개적인 고문, 잔혹한 신체절단이나 학살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적의 기를 꺾으려 했다. 몽고군은 한 도시를 정복하면 다른 도시들에 선전단을 보내 몽고군의 잔혹행위를 퍼뜨려 몽고군이 도착하기도 전에 적군이 스스로 항복하게 만들었다. 칭기즈칸은 또한 이러한 소문은 당시 서기나 학자의 글을 통해 퍼져나가는 것이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어 몽고는 고려에 10만 장의 종이를 요구했고 거기에 자신의 업적이나 찬사에 관한 기록보다는 몽고인들의 잔인한 관행들을 적어 유포했다.

 

이러한 공포전략은 수적으로 열세인 몽고군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빠른 승리를 쟁취하는 데 아주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하지만 칭기즈칸의 공포전략은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손자의 전승사상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손자의 전승사상은 아군은 물론 적군까지도 온전히 보존하면서 승리를 쟁취하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칭기즈칸의 공포전략은 필요 이상의 잔혹한 살인행위로 적군을 보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 적군의 몽고인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군대의 세력이 강할 때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세력이 약해지거나 통제가 약해지면 적군의 보복 대상이 되기 쉽다.실제로 몽고군이 무슬림에포로로 잡혔을 때 몽고인의 머리에 못을 박거나 코끼리를 불러 밟아 죽이게 하는 등 잔인하게 보복했다. 또한 몽고군에게 항복한 많은 도시들은 몽고군이 떠난 뒤 오히려 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며 반항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지나친 공포전략은 일시적인 승리를 이룰 수 있을지라도 승리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모공의 전제조건: 지피지기(知彼知己)

 

모공의 기본 원칙이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전승사상이라면 모공의 전제조건은 지피지기(知彼知己),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이다. 지피지기에서()’에 대한 해석은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좁은 의미에서 단순히 적을 가리키지만 넓은 의미에서는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적의 친구, 나의 친구 및 그 외의 주변인 등이 포함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안다는 것은 적과 나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점과 약점은 단지 물리적 군사력과 같은 보이는 것 외에 의도, 기획, 전략 등 보이지 않는 심리적 측면도 포함된다. 실제로 손자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대한 파악을 더욱 강조했다. 물론 후자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이를 정확히 파악하면 손자가 주장하는 전승을 할 수 있다.

 

나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야 강점을 취하고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자신의 실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적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야 적의 강점을 피하고 약점을 집중 공격할 수 있다. 반면, 전쟁 전 이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다면 적절한 병력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배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적의 공격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지피지기를 하면 불필요한 비용과 피해를 피함으로써 비용 대비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다. 따라서 손자는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승부는 반반이며, 적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로워진다(知彼知己, 百戰不貽;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貽.)”라고 하였다.

 

이 글의 앞부분에서 사례로 든 노키아를 비롯한 산업의 선두기업들이 실패한 것은 바로지피지기에서지피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성공을 이룬 기업들이 자신의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오만함이 도를 넘어 점차 무지함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노키아는 제일 먼저 스마트폰 개발에 착수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당시 피처폰만 가지고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와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었고 또한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7 1월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했을 때에도 노키아는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노키아는지피에서 실패해 결국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완전히 밀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경영에서 기업의 이윤 극대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경쟁자와 기타 관련자들을 포함한 산업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것은 산업의 구조가 기업의 전략적 선택에 영향을 주며 나아가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산업의 구조를 분석하는 틀인 포터의 5요소 모델을 손자의 군사전략과 연결하겠다. 보다 구체적으로 연결을 하기 전에 우선 포터의 5요소 모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포터의 5요소 모델(Five Forces Model)

 

포터는 1979년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어떻게 경쟁요소들이 전략을 형성하는가라는 논문을 통해 처음으로 ‘5요소 모델을 소개하면서 경영전략 분야에서 새로운 혁명을 일으켰다. 30여 년이 지났지만 5요소 모델은 여전히 학문과 실무에서 많이 활용되는 분석의 틀로 꼽히고 있다. 포터는 산업구조가 산업의 수익성(또는 매력도)을 결정하고, 나아가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각 산업들은 겉으로는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이들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모두 동일하다. 구체적으로 기존 경쟁자들 간의 경쟁, 잠재적인 신규 진입자의 위협, 대체재의 위협, 공급자의 교섭력, 그리고 구매자의 교섭력 등 5가지 요소이다.

 

기존 경쟁자들 간의 경쟁:기존 경쟁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산업의 수익성이 저해되고 산업매력도가 낮아진다. 경쟁업체의 수와 규모, 산업의 성장속도, 철수장벽, 경쟁자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 정도 등이 산업의 경쟁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신규 진입자의 위협:신규 진입자의 위협은 주로 진입장벽의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진입장벽이 낮을수록 새로운 진입자가 증가하고 산업의 경쟁이 심해지며 산업매력도가 하락한다. 공급측면의 규모의 경제, 고객의 제품 전환 비용, 유통 경로에 대한 접근성, 정부 정책, 기존 업체들로부터의 보복 등에서 진입장벽이 발생한다.

 

대체재의 위협:대체재는 산업의 기존 제품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기능을 가진다. 대체재의 위협이 높을수록 산업의 수익성이 낮아진다. 기존 제품보다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을 갖거나 비슷한 성능에 가격이 낮은 제품이 위협성이 높은 대체재가 된다.

 

공급자의 교섭력:기업에 제공될 부품이나 관련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에 대해 공급자가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공급자의 교섭력이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을 저해시켜 산업의 매력도가 낮아진다. 공급자의 수, 공급자 제품의 차별화 정도, 공급자를 바꿀 때 발생하는 전환 비용 등의 요소가 공급자의 교섭력을 결정한다.

 

구매자의 교섭력: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또는 품질의 개선을 요구하는 데 있어서 구매자가 가진 능력을 의미한다. 구매자의 교섭력이 높을수록 산업매력도가 낮아진다. 구매자의 수, 구매량과 구매비중, 구매자의 제품에 대한 정보 보유 정도, 제품 교환 시 발생하는 전환 비용 등의 요소들이 구매자의 교섭력에 영향을 준다.

 

산업구조를 분석할 때 산업의 기술 수준 등은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산업구조와 수익성을 직접적으로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다. 예를 들면, IT 산업은 기술수준은 높지만 경쟁강도가 높아 산업매력도가 반드시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이상 5가지 요소는 상호 영향을 주며 하나의 시스템을 이뤄 종합적으로 산업의 매력도 또는 수익성을 결정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수익성은 반드시 주어진 산업의 구조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전략적 선택을 통해 산업의 구조를 결정짓는 5가지 요소에 대해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은 기존 휴대폰 산업의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아이폰을 시장에 출시한 초기에는 아이폰과 대등한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소수에 지나지 않아 해당 산업의 경쟁강도가 낮았다. 아이폰을 만드는 데 필요한 높은 R&D 투자비용 또한 진입장벽을 높여 신규 진입자의 진입 가능성을 낮췄다. 한편, 아이폰은 전화, 카메라, 컴퓨터, MP3플레이어 등 여러 가지 전자기기들의 기능을 모두 갖춘 기기로서 단기에 이를 대체할 더 간편한 대체재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또한 아이폰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운영시스템인데 이는 소수 기업에 의해 독점된 상황이었고, 특히 애플은 스스로 아이폰의 운영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부품 공급자들은 교섭력이 별로 높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구매자들은 완전히 혁신적인 제품에 아직 익숙해져 가고 있는 단계에 있고, 또한 휴대폰 기간 약정 때문에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는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에 구매자의 교섭력은 기존에 비해 낮아졌다. 따라서 스마트폰 산업의 매력도는 기존 휴대폰 산업의 매력도에 비해 훨씬 더 높아졌다.

 

손자의 3편 군사전략과 포터의 5요소 모델의 연결

 

앞에서 손자의 군사전략과 포터의 경영전략이론을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이제부터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이들 간의 공통점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연결 1: 전승사상 vs. 매력도 높은 산업 진입

 

손자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적이 스스로 항복하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전략이라고 했다. 전쟁의 목적은 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치, 경제, 외교, 군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비무력 수단을 통해 병력을 아끼고, 불필요한 살상을 피하며, 최소의 희생을 통해 최대의 이익을 얻는 것이 최선이다. 무력으로 적과 싸우면 필연적으로 물적, 인적 자원을 소모하게 된다. 더불어 전쟁을 오래 끌면 피해가 더욱 막대해진다. 내적으로 사회동란이 생기고 외적으로는 주변 국들이 반란을 일으켜 곤경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특히 오랫동안) 전쟁을 하게 되면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아진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점을 갖지만 결국은 정치, 경제, 군사 등 종합적 국력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30여 년 동안 미국과 소련이 냉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양측이 모두 핵무기, 군비 보유, 우주 진출과 같은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 등이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소련이 심각한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결국 1991년에 붕괴되고, 따라서 미국과 소련이 장기간 대치하던 발생했던 냉전시대도 종식됐다.

 

기업에는 경쟁 없는 산업에서 사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이러한 상황은 실제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업, 특히 경험이 별로 없는 기업이 사업을 시작할 때 살아남기 위한 두 가지 전략이 있다. 하나는 비슷하거나 같은 경영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들 간의 경쟁으로서 기업들 간의 가격경쟁이 여기에 속한다. 이는 전쟁에서 무력으로 싸워 적을 이기는 전략과 유사하다. 다른 하나는 틈새시장을 공격하거나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전쟁에서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전략과 유사하다. 틈새시장은 경쟁강도가 낮고 산업매력도가 높은 시장으로서 이러한 산업에서의 투자는 비용 대비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전승사상과 매력도가 높은 산업에 진출해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전략에는최소 비용, 최대 효과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아무리 틈새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경쟁사가 여기에 진입하게 되면 산업매력도가 달라지게 된다.예를 들면 아이폰이 등장한 지 3년 뒤에 삼성이 이와 대적할 수 있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출시해 산업의 경쟁구도를 바꾸어 놓았다. 따라서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쟁에서 종합국력을 강화하는 것과 같이 기업들 역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즉 끊임없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경쟁우위를 계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연결 2: 경쟁자: 전쟁 vs. 경영

 

전쟁에서 손자는 모공의 전제조건을 지피지기(知彼知己)로 봤다면 경영에서 포터는 산업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손자의지피와 연결할 수 있다. 전쟁에서 넓은 의미에서의는 단순히 적에 국한되지 않은 것과 같이 산업경영에서도 포터는 오직 직접적인 경쟁상대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진입자, 대체재, 공급자, 구매자 등 포괄적인경쟁자를 봐야 한다고 했다. , 기업의 수익성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든 주체들을 모두 경쟁자로 보는 것이다. <그림 1>에서 포터의 5요소가 전쟁에서 손자가 바라보는 어떠한 요소들과 연결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산업의 현 경쟁기업 vs. 현재의 적:기업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존 경쟁우위를 유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쟁우위를 창출해야 한다. 한 기업이 전략적으로 움직이면 다른 경쟁자들도 이에 대응해 움직인다. 이러한 상호경쟁은 상황에 따라 산업의 수익성을 더 좋게 만들거나 또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로 국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국가를 정복하게 된다. 이익을 얻는 데 꼭 정복해야 할 국가나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데 방해되는 국가들이 현재의 적이 되는 것이다. 물론 영국의 수상이었던 처칠(Winston Churchill)영원한 적은 없지만 영원한 이익은 존재한다라고 주장했듯이 적과 아군은 수시로 변할 수 있다.

 

신규 진입자 vs. 잠재적인 적:신규 진입자의 위협은 산업의 진입장벽에 의해 결정된다.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신규 진입자가 진입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높아진다. 전쟁에서 잠재적인 적은 당장은 맞서 싸우지 않지만 기회가 되면 침공할 가능성을 가진 대상을 의미한다. 전쟁에서 이러한 침공을 막을 진입장벽은 해당 국가가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도전하려는 국가가 눈에 띄는 약점을 가지고 있을 때 높다. 기업과 국가 모두 강력한 힘을 갖고 있을 때 잠재적인 경쟁자에게 큰 위협을 주어 새로운 상대가 도전하려는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것이다.

 

대체재 vs.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법:경영에서 대체재는 비슷한 기능을 갖고 구매자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가리킨다. 포터는 대체품이 현존하는 제품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거나 성능이 더 좋을 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 기술개발을 통해 대체품의 성능을 향상하거나 가격을 낮출 경우 산업의 전반적인 구조와 수익성을 변화시킬 만한 위협을 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쟁에서 적을 이기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크게는 무력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것과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손자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자보다는 후자를 택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 부담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대체재와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법은 모두 현존하는 경쟁수단에 비해 높은 효율성과 효과성을 가진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공급자 vs. 병사 및 군비 제공자:공급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부품이나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공급자의 교섭력이 높을수록 기업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비용을 책정하는 데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다. 전쟁에서는 무기, 장비와 같은 군수품과 병사 등은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수품이다. 군수품 제공자의 교섭력이 높아서 값을 높게 책정하거나 병사들을 모집하기가 매우 어렵다면 전쟁을 수행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병사 및 군비 제공자의 교섭력이 높을수록 국가가 전쟁을 수행하는 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된다.

 

구매자 vs. 백성(국민):구매자는 만들어놓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고객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매자는 최종적으로 이를 구매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소비자의 교섭력이 높을수록 산업매력도가 낮아진다. 전쟁은 국가 또는 백성(국민)의 이익을 얻기 위해 수행한다. 전쟁 수행 여부의 결정자는 군주(지도자)이지만 최종적으로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군주와 국민의 뜻의 일치, 즉 손자가 말하는 소위()’가 없으면 결국 승리를 얻지 못한다. 따라서 전쟁에서 국민은 구매자의 역할을 하고 국민의 지지 여부가 전쟁의 비용과 효율성에 영향을 준다.

 

경영전략에 대한 시사점

 

이상의 분석을 통해 기업들이 <손자병법>을 실제 경영활동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 경영전략에 적용 가능한 부분, 적용할 수 없는 부분, 그리고 경영의 독특한 본질 때문에 군사전략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 등 3가지로 구분해 시사점을 정리하겠다.

 

첫째, 경영전략에 적용 가능한 부분.손자의 전승사상과 지피지기의 군사원칙은 모두 경영에 적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전승사상과 산업 진출에 있어서 산업의 매력도를 보고 사업결정을 해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효율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 둘은 공통점을 가진다. 한편, 손자의지피지기지피를 포터의 산업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5가지 요소와 연결할 수 있다. ‘지피 5요소는 모두 전쟁 또는 산업에서 받을 위협에 대해 철저히 파악함으로써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경영전략에 적용할 수 없는 부분. 전쟁에서 적을 아는 것은 적을 기만하고 적의 약점을 노리기 위한 것이다. 손자는 전쟁의 본질이 적을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경영에서 공정한 경쟁을 기본을 하는 전제조건과 어긋나기에 적용할 수 없다. 또한 칭기즈칸의 공포전략도 경영에 적용할 수 없다. ‘()’가 부재한 공포전략은 승리의 원천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승리를 해도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만약 경영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보다는 소비자나 다른 기업을 기만하는 행위를 한다면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지는 몰라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 경영의 독특한 본질 때문에 군사전략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손자는 전쟁에서 모든 군사전략은 지피지기를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지피지기는 전쟁에서 위태롭게 하지 않는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경영에서 더욱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는지피이상으로 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야 한다. 아이폰이 바로 이러한 제품이다. 스티브 잡스는우리는 시장조사를 별로 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우리가 새로운 제품을 그들에게 보여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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