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브랜딩
진정성(Authenticity)의 의미
21세기 들어 진정성(Authenticity)은 브랜딩과 마케팅, 그리고 기업경영에 있어 누구나 언급하는 하나의 화두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필립 코틀러가 ‘마케팅 3.0시대’의 도래를 예언한 맥락도 진정성이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과 불가분의 관련이 있다. 진정성이라는 말을 책 제목에 그대로 쓰면서 진정성 마케팅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파인과 길모어 교수는 2007년 발간된 그들의 책
새로운 소비자집단의 등장과 진정성의 부각
가짜보다 진짜를 더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런 경향이 어제오늘 일이 아닐 텐데도 21세기 들어 진정성이 갑자기 부각된 원인은 무엇일까? 21세기 들어서 사람들이 갑자기 착해지거나 소비자들이 단체로 현명해진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원인은 21세기에 본격화한 두 가지 현상의 작용 및 그 작용으로 등장한 새로운 소비자 집단에 있다.
21세기 들어 본격화한 현상 중 첫 번째는 정보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정보주권의 재편성’이다. 온라인 환경의 급속한 발전 - 특히 활자 형태의 정보보다 훨씬 각인 효과가 큰 이미지나 동영상을 쉽게 올리고 내려 받을 수 있으며 동시에 공유와 전파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의 활성화 - 으로 오랜 시간 정보의 수용자에 그쳤던 소비자가 이제는 정보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정보주권의 재편성에 따라 이전의 정보생산자인 기업이나 국가가 정보를 그들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하다. 기업에 불리한 정보가 숨겨지기는커녕 오히려 확산되고 공유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의 악행’은 숨겨지지 않는다. 겉으로는 좋은 얘기를 내세우지만 진정성이 없는 ‘가짜’ 기업을 소비자는 이제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얼마 전 곤욕을 치른 모 기업 또한 녹음파일이 공유되지 않았다면 타격이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인구구성의 재편성’ 현상이다. 인구의 노령화가 본격화했다는 의미다. 인구의 노령화는 그저 노인이 많아졌다는 뜻이 아니다. 40세 이상의 중장년층이 인구 구성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장년층이 인구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긴 것은 인류 최초의 상황으로, 21세기에 들어서 나타났다. 사람들은 공식적인 경제활동을 끝내고도 오랜 시간을 더 살아야만 한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내던 20세기 사람들과 달리 추가의 긴 시간을 갖게 되면서 21세기 사람들은 생각이 많아졌다. 여기에 하나의 집단 무의식이 작용한다. 작은 것에도 나름의 의미를 담고 싶어 하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소비 행위에서도 의미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도덕적으로 착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되도록 의미 있는 소비를 선호하게 됐다는 말이다.
기술적 진보(정보 주권의 재편성)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 의식의 변화(인구 구성의 재편성)는 21세기 들어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소비자 집단을 등장시켰다.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혹은 책임지려는 소비자’인 ‘Socially Engaged Consumer’의 등장이다. 사회적으로 관여하려는 소비자의 비중이 계속 커지고 특히 소비자의 발언권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진짜와 가짜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이왕이면 의미 있는 소비를 하려는 이런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은 매우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진정성이 21세기 들어 급격히 부각되기 시작한 원인은 바로 이들에게 있다. 이들이야말로 ‘브랜드를 보면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려고 하고 가짜라면 그 소식을 널리 전파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일반적 브랜딩과 브랜딩의 두 요소
얼마 전까지 브랜딩은 ‘제품에 무슨 이름을 붙일까’ 하는 네이밍과 ‘어떤 디자인을 활용할까’ 하는 디자인 작업을 일컫던 말이었다. 브랜드가 ‘상표’보다 더 큰 의미를 갖게 되면서 브랜딩은 ‘우리 브랜드의 가치나 의미가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고 왜곡 없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과정’, 즉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일컫는 또 다른 표현이 됐다. 브랜딩은 ‘우리 브랜드 하면 소비자 머릿속에 특정하고도 강력한 생각, 연상, 단어, 문장 등을 남게 하는 것’이다. 강하게 떠오르는 생각, 연상, 어떤 단어나 문장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다. 진정성이 부각되기 이전까지 브랜딩은 ‘무엇을 떠올리게 만들까’와 ‘소비자들이 우리 의도대로 인식하고 있는가’의 두 가지 요소가 거의 전부였다.
브랜딩의 출발은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에 대해 이러이러한 생각이나 연상을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목표 인식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렇게 목표로 정한 인식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What I am’이 아니라 ‘What I want to be seen’이다. 목표 인식,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잘 전달돼서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 떠올리는 결과적인 인식을 브랜드 이미지라고 한다. 브랜드 이미지는 ‘What they perceive’가 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멋있게 정하고 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세련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얼마 전까지의 일반적인 브랜딩이었다. 따라서 일반적인 브랜딩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는 아이덴티티와 이미지다. 진정성이 이렇게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기 전까지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목표 인식인 아이덴티티를 ‘어떤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전달하면 소비자가 이미지로 잘 받아들일 것인가’였다. 트렌드나 시대감성에 어울리며 멋있는 아이덴티티를 잘 뽑아내고 그것을 세련된 광고로 전하겠다는 접근이 일반적인 브랜딩이었다. 브랜딩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멋있는 목표 인식을 설정하고 상당한 비용을 들인 광고로 목표 인식을 이미지로 전환시키려고 노력해왔다. 물론 이런 노력은 일정 정도 보답을 받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브랜딩 혹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세련된 광고 전략’으로 치부될 경우도 종종 있었다. 외부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브랜딩이 일반적인 브랜딩의 대세였다는 의미다. 적어도 ‘진정성’이 부각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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