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Case Study

메카 알려주는 폰... 배터리 TV... 무슬림에 꼭 필요한 제품 창출했다

최승훈 | 131호 (2013년 6월 Issue 2)

 

 

 

LG전자가 중동 지역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79년이다. 오일달러가 맹위를 떨치던 당시, 쿠웨이트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중동 시장을 겨냥한 초석을 다지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에는 코트디부아르에 아비잔 지사를 설립하면서 아프리카 지역에도 근거지를 뒀다. 무슬림마켓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마케팅도 이때부터였다.

 

무슬림마켓에 대한 LG전자의 초기 전략은편견 없이 접근하라는 단 하나였다. 이슬람이라는 종교 자체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중동이나 아프리카도 자주 방문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닌 만큼 현지 마케팅 전략을 짤 때 무의식중에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낯선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편견을 갖지는 말자는 것이 시장 진입 초기 LG전자가 가진 가장 큰 원칙이었다.

 

1990년대 초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판매법인을 설립하기에 앞서 시장조사팀을 꾸렸을 때의 일이다. 팀원들은 현지 시장을 조사하기 전에 이슬람 사원부터 찾았다. 무슬림에게 종교는 우리나라의 종교와 달리 생활이자 문화 자체인 만큼 이슬람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형의 자산들이 집약된 결과물이 이슬람 사원이라고 봤다. 팀원들은 시간 날 때마다 이슬람 사원을 드나들며 무슬림이 사물을 인지하는 방법, 인사 관행, 구매 성향, 좋아하는 색깔과 냄새 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아울러 제품을 팔기 전에 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의 문화에 동화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슬람력으로 9월을 가리키는 라마단 기간에 소외 이웃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는 것이 이에 속한다.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을 먹지 않으며 성지 순례를 한다. 그런데 음식과 물을 먹지 않고 낮 시간을 버텨야 하다 보니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주민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고통이 배가된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지는 무슬림이 늘면서 소외 이웃을 돌보려는 손길이 더욱 줄어드는 기간이기도 하다. LG전자는 이 기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아원을 찾아 어린이들과 놀이공원을 가기도 하고 일몰 후 만찬 행사를 갖기도 한다. 일몰 후 갖는 첫 식사를 LG전자가 제공하는 셈이다. 또 라마단 기간에 성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해 사원까지 전기자동차를 운행하기도 했다. 성지 순례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전기차를 개방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500만 명 이상의 순례객이 방문하는 대형 사원에 전기차를 노출시키면서 종교적 관행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LG전자 이름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영토 면적에 비해 이를 커버하는 서비스 인프라가 취약한 아프리카에서는 이동서비스센터(Care&Delight) 버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중동 및 아프리카 17개 국이 그 대상이다. 이 버스는 서비스센터를 찾기 힘든 고객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서비스를 제공해 현지민들의 불편을 감소시켰다. 이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좋자 LG전자는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 국가들로 확대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LG전자는 중동 지역에서 차근차근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제품 판매에 앞서 그들의 문화와 종교적 규범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일은 현지에서 성과로 이어졌다. 2001 LG전자 두바이 법인의 한 한국인 직원이 현지인 3명과 함께 다른 지역 거래처를 방문하던 중이었다. 잘 알려져 있듯 무슬림에게는 누구나 지켜야 하는아르칸 이슬람이라는 행동규범 5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살라트라고 불리는 예배다.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메카지역의 카바(Kaaba)라는 신전 방향으로 기도를 하며 금요일 정오에는 이슬람 성당인 모스크에서 집단으로 예배를 드린다. 한국 직원과 동행하던 무슬림 현지인은 호텔에서 기도를 하기 위해 준비하다가 갑자기 사색이 됐다. 무슬림들은 타 지역을 여행할 때 살라트를 위해 항상 나침반과 지도, 얇은 수건 등을 준비하는데 이 물품이 들어 있는 가방을 송두리째 도둑맞은 것이다. 통상 이슬람 지역에 있는 대형 호텔이나 공공기관에는 천장, 로비, 복도 등 잘 보이는 곳에 메카 방향을 화살표로 표시한다. 처음 방문하는 무슬림 여행객들에 대한 배려다. 하지만 이들이 묵었던 호텔은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았고 일행 모두 초행이라 메카 방향을 잡지 못했다. 일행은 호텔 프런트에 요청해 부랴부랴 나침반과 지도를 구했고 무사히 살라트를 마쳤다. 이때 LG전자 직원은 나침반이 이들에게 매우 의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류 4대 발명품 중 하나인 나침반이 무슬림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었다.

 

 

가입하면 무료

인기기사
NEW

아티클 AI요약 보기

30초 컷!
원문을 AI 요약본으로 먼저 빠르게 핵심을 파악해보세요. 정보 서칭 시간이 단축됩니다!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