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by Map

운동화에 지도를 달았다, 나이키가 고객을 뛰게 했다

126호 (2013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혁신 No.1 나이키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나이키가 선정됐다. 비즈니스 미디어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 2008년부터 매년 50개씩 혁신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우선 1위에 오른 기업들만 훑어보자. 2008년 구글, 2009년 오바마 대선캠프팀1 , 2010년 페이스북, 2011∼12년 애플이었다. 6년 동안 5위권 내에 가장 많이 등장한 기업은 애플(5), 구글(4), 페이스북(4), 아마존(3), 스퀘어(2)순이다. 그런데 스포츠 의류·용품 브랜드 나이키가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올랐다니 의외였고 호기심이 쏠렸다.

 

나이키는디지털 스포츠 본부 3년 전에 별도로 만들었다. 나이키 본사의 혁신연구실에 <패스트컴퍼니> 기자를 초대했다. 움직일 때마다 운동화 바닥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발바닥의 압력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전송돼 대형 스크린에 표시된다. ‘트랙 앤 필드라는 이 프로그램은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운동화를 신고 화면을 따라 달리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점프를 해서 뛰어넘어야 한다. 게임처럼 대형 스크린에는 아바타가 프로그램 안에서 장애물을 뛰어넘는다. 나이키가 준비하고 있는 신제품의 실험실 풍경이다. 운동화와 게임이 융합되고 있다.

 

나이키는 이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2년에 출시한퓨얼밴드(Fuel Band)’는 손목에 팔찌처럼 차고 움직이면 자동으로 이동거리, 위치, 높이를 측정해 스마트폰 앱에 기록해준다. 몇 걸음이나 걸었는지 활동수치, 열량 소모량, 누적 운동시간, 누적 운동거리를 그래프와 도표로 기록일지처럼 보여준다. 모임을 만들어 회원들과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마일리지를 쌓을 수도 있다. 만보기, 지도, 컴퓨터, 일기, 운동코치, 동호회 모임을 작은 팔찌 하나에 융합해낸 것이다.

 

 

운동화에 지도를 달다

출발은 아주 간단했다. 나이키 본사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즈음, 점심시간에 운동을 좋아하는 직원들이 운동화를 신고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동료들과 삼삼오오 사무실 주변을 달리고 있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똑같은 풍경, 낯익은 상황 그대로다. 운동화 따로, 운동복 따로, 스마트폰 따로, 음악 따로, 점심시간 따로, 작은 운동모임이 모두 따로 보였다. 그런데 관점을 바꿨다. 따로따로가 아닌 하나의 시공간으로 묶어 사람을 중심으로 들여다보니 새로운 구상이 떠오른 것이다.

 

나이키 플러스(Nike+)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도 1>은 뉴욕 맨해튼에 근무하는 한 직장인이 공개한 개인 운동기록이다. 나이키 플러스는 GPS가 달린 작은 기자재다. 동전크기의 작은 GPS 발신기를 운동화 속에 집어넣어도 되고 주머니나 밴드에 집어넣어도 된다. 스마트폰에 접속해서 나이키 플러스 앱을 켜면 운동 시작점부터 발신기에서 데이터가 전송돼 나이키 웹사이트 개인 홈페이지에 쌓인다. 지난 일주일 동안 얼마나 뛰었는지, 언제 뛰었는지, 일지처럼 살펴볼 수 있다. 혼자 운동하기 싫으면 운동코스와 시간대를 적어 웹사이트에 올리고 참가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들면 된다. 공동으로 마일리지를 쌓을 수도 있다.

 

첨단기업은 첨단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첨단의 사고방식으로 혁신하는 기업이다. 나이키는 1964년 창업한 이후 줄곧 스포츠 의류·용품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다. 운동복, 운동화, 운동기구를 만들어 왔다. 그랬던 나이키가 정보통신, 데이터, 웹서비스, 커뮤니티 중심의 첨단기업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루고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첨단(尖端)물체의 뾰족한 끝이다. 단단한 얼음은 육중한 망치가 아니라 뾰족한 송곳으로 깨야 제격이다. 나이키는 혁신의 송곳으로 얼음 같은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둔감과 민감

나이키 스스로 밝힌 최대의 리스크는둔감이다. 1979년 나이키에 입사해서 2006 CEO에 오른 마크 파커(Mark Parker)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지나간 성공에 취해 비대하고 느리고 변비에 걸린 관료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다. 지난 성공에 취해 도전하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으려는 회사로 전락하는 것 말이다.”2 마크 파커의 언급은 단순히 대외용 수사는 아니었다. 나이키의 연차보고서는 이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나이키가 발표한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의 영업마케팅 항목을 눈여겨봤다. 나이키의 매출변동은 특정 타입의 신발, 의류, 장비에 대한 시즌별 지역별 수요가 핵심요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핵심요인을 놓치면 위험에 빠진다. 그래서 나이키의 진정한 리스크는 다양한 스포츠, 피트니스 활동, 디자인 트렌드의 변화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시기별, 지역별로 나이키 제품에 대한 변화하는 요구파악에 실패하는 것이 최대의 리스크다. 시장에둔감해지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나이키 스스로 공개한 리스크 해법은민감이다. 시장변화에민감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기존 제품군의 재배합, 신제품·뉴스타일·뉴카테고리 출시, 신성장 스포츠와 건강활동, 소비자의 선호도에반드시반응해야 한다고 매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지역조직도 4개 대륙 본부를 6개로 재편하고 각 본부별 핵심 산업을 선정해 디자인, 제조, 마케팅 전략을 별도로 실행하고 있음을 연차보고서에 담고 있다.

 

 

혁신의 3단 멀리뛰기

나이키가 혁신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GIS(지리정보시스템)가 도입됐다. 나이키가 지리정보에 기반한 의사결정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GIS 도입 제1단계에 해당하는 시기다. 당시 GIS 도입을 추진한 부서는 영업부서(Sales Department)였다. 도입목적은 매출증대에 도움이 되는 지리정보의 시각화가 우선이었다.

 

우선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제품의 지역별 판매 데이터를 입력하고 인구통계 데이터와 연결해 지역별로 판매 선호도와 구매패턴이 있는지 기초분석을 시작했다. 본사의 영업본부와 지역 마케팅팀 사이의 정보공유, 데이터의 시각화, 판매 이력과 추이 검색, 상관 변수를 분석했다. 예를 들어 학교별로 어떤 스포츠팀이 있는지, 농구부가 있는 학교와 농구 관련 스포츠 용품의 판매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따져 보는 것이다. 그렇게 지역 영업·마케팅 책임자와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서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대응전략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단계로 GIS 솔루션이 진화된 것은 2003년이다. GIS 2차 프로젝트를 주관한 곳은지속가능 사업·혁신부서(Sustainable Business & Innovation Department)’였다. 나이키가좋은 기업으로 고객들에게 인식되고 지역공동체의 빈곤과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고민도 담겨 있었다. 첫째, 나이키 신발 재활용(Nike’s Reuse-a-Shoe)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낡은 운동화를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 아니라 재활용을 하자는 취지였다. 환경문제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에 옮기려는 것이었다. 어디에 나이키 운동화 수거센터를 설치할 것인지부터 계획을 짜야 했다. 둘째는 어디에다 나이키가 후원하는 체육시설 개보수 프로젝트를 시행할 것인지 선별해야 했다. 예산은 한정됐고 수요는 넘쳐났다. 그렇다면 어느 지역에 농구장 골대를 설치하고 부서진 실내운동장의 마루를 보수해줄 것인가? 지역별 인구밀도, 인종분포, 소득수준, 운동시설에 관한 촘촘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지도에 올려보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한정된 예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최적의 위치선정(Site Selection)이 필요했다. 그렇게 GIS를 활용해서 재활용 모집소를 설치해 총 2000만 켤레가 넘는 운동화를 수거했다. 나이키 리모델링 1차 프로젝트를 통해 250개 운동시설을 만들어주거나 보수했다. 시민단체, 환경단체, 지역 공동체,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GIS 3단계 프로젝트는 2009년에 시작했다. 특정부서를 뛰어넘어 데스크톱에서 구동되는 온라인 비즈니스 분석툴로 지리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우선 적극적으로 외부 데이터를 추가했다. 지역별 인구, 인종, 가구, 주택, 경제에 관한 통계와 시장정보에 내부 데이터를 통합해 나갔다. 매장정보, 판매 데이터(POS), 지역정보, 주요 점포개발 예정정보를 결합해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솔루션으로 발전시켰다.

 

 

3
업무와 점포망의 최적화

나이키의 제품생산은 정해진 공정을 따른다. 반복업무는 정형화되고 과정은 표준화된다. 점포개발과 지역마케팅 업무도 정해진 절차를 따른다. 반복업무가 표준화되고 지표를 점검하게 된다. 3단계에 걸쳐 나이키에 도입된 GIS 솔루션은 무형의 업무 프로세스를 유형의 지식자산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복업무(Repeatable Workflows)의 효율화는 상권의 크기설정, 정보채택, 통계추출, 배후시장의 규모산정, 소득수준분석에 관한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했다. 나이키가 보유한 자매 브랜드(Cole Haan, Converse, Hurley, Umbro)와 나이키 내부 임직원 사이의 정보공유와 소통도구로도 기능한다. 물론 접속 권한이 다르게 설정돼 부서별, 계열 브랜드별, 정보항목별 등급이 차별화되고 적정 정보가 적정 부서에 공급되도록 설계됐다.

 

시간과 비용의 절감은 기초적인 목표였다. 정보수집과 분석보고서 작업의 신속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기본 제공정보를 활용해 단순업무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업무와 임직원의 분석능력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졌다.4

 

<지도 3>은 점포별로 상권범위를 GIS로 분석하고 있다. 노란색은 기존 점포의 상권영역이고 빨간색은 검토 중인 신규점포의 잠재상권이다. 이미 4개 점포가 진입한 기존 시장에 신규점포를 출점했을 때제살 깍아먹기현상이 일어날 것인지 검토하는 시뮬레이션 화면이다. 점포별 상권형태가 서로 다른 이유는 당연히 점포로 연결되는 도로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자동차를 이용해서 도달할 수 있는 시간대별 권역을 운전시간대권역(Drive Time Zone)이라고 부른다. 점포에서 10, 20, 30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시공간이 서로 다른 것이다. 이렇게 나이키 점포망의 최적화(Store Network Optimization)를 위한 의사결정도구로 GIS가 사용되고 있다.

 

혁신, 마인드와 문화

혁신이 이토록 우리 귀에 빈번하게 들리는 까닭은 혁신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필요성은 알고 있으나 실행하기 어렵다. 나이키의퓨얼밴드도 한 번의 영감을 종이에 스케치해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나이키의 담당 팀원들이퓨얼밴드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산업디자인 회사인 아스트로 스튜디오(Astro Studios)를 처음 찾아간 것은 2010 3월이었다. 최초의 아이디어는팔찌가 아니라머리띠였다고 한다. 다리와 팔뚝 어디에 착용할 것인지, 어떤 색깔, 어떤 재질로 할 것인지 수백 개의 샘플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나이키퓨얼밴드팀은 때로 디자이너들의 숨통을 조이고, 고함을 지르며, LED 점수판에 숫자를 넣었다 뺐다를 수없이 반복했다. 나이키 CEO 마크 파커의 표현대로가장 중요한 것은 편집(editing becomes critical)’이다. 마치 원석을 채취해서 닦고 깎아내고 다듬고 금속 위에 붙이는 보석반지의 세공과정과 흡사하다. ‘퓨얼밴드가 나이키 점포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2012 2월이었다. 최초 아이디어에서 상품화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나이키의 혁신은 영감이 싹트고 자라고 열매를 맺기까지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패스트컴퍼니> 기자는 나이키의 안내를 받아 본사의혁신을 위한 키친’ ‘신제품 개발을 위한 스파크’ ‘혁신역사 전시관등을 둘러봤다고 기사에 적고 있다. 그는 그곳에서 1970년 나이키 공동창업자 빌 바워먼(Bill Bowerman)이 와플기계로 고무밑창을 구워 운동화 밑바닥을 만들려고 실험했던 장비를 그대로 전시해놓았다고 묘사하고 있다. 나이키의 혁신문화는 와플에서 팔찌까지 40년째 지속되고 있다.

 

혁신의 지형도

나이키가 보여주는 혁신스토리는 마치 뛰어난 영화 한 편처럼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걸어 나와 각자 자신의 현실로 돌아갈 때 종종 막막함에 휩싸인다. 현실에서 만나야 하는 주인공은 나이키도 아니고 무대배경이 미국도 아니며 업종도 다르고 처지도 천차만별인 상황으로 돌아갈 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묻게 된다.

 

디자인 컨설팅회사 아이데오(IDEO)는 혁신의 출발을 사람, 비즈니스, 기술 3가지 차원에서 접근한다. 첫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둘째, 재무적으로 실행 가능한가? 셋째,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가? 3가지 질문을 던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혁신이 만들어진다. <그림 2>에서 사람, 비즈니스, 기술이 만나는 공통영역에서 각기 다른 유형의 혁신이 만들어진다. 사람과 비즈니스 사이에 정서적 혁신, 사람과 기술 사이에 기능적 혁신, 비즈니스와 기술 사이에 프로세스 혁신이 등장하게 된다. 이 세 가지 혁신이 중첩되는 한복판에 새로운 경험의 혁신이 탄생된다.

 

혁신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액센츄어의 웨인 보차드(Wayne Borchardt)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혁신의 3가지 단계를 언급한 바 있다. 혁신의 최고봉은브레이크스루 이노베이션(breakthrough innovation)’이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새로운 소비자와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이다. 그 다음이 기존 시장에서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 자신의 점유율을 높이는플랫폼(platform) 이노베이션이다. 자사의 인기 상품에 작은 변화를 주면서 매출 유지를 꾀하는인크리멘털(incremental) 이노베이션이 맨 아래에 놓인다.

 

신규와 기존으로 영역을 구분해서 크게 3개 권역으로 혁신의 지형을 나눈다. 왼편 하단은 점진적 개선으로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이미 알려진 고객층에 부분적으로 적용한다. 진화적 혁신(Evolutionary Innovation)은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의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그림의 중심에서 사선을 그어 양쪽으로 혁신의 영역이 확장된다. 변혁적 혁신(Revolutionary Innovation)은 경쟁과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이다.5

 

혁신은 미지의 작품이다

영화는 무엇인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파올로 타비아니에게 물었다. “영화는 성당을 짓는 것과 같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실제 건축학과를 졸업해서 건축사무소에 근무한 적이 있는 영화감독의 작품이다. <건축학개론>은 제주도 바닷가의 평범한 옛날집이 어떻게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해나가는지 실감나게 보여준다. 기와는 그대로 남기고 지붕 위까지 산책길로 연결되는 전망대가 만들어지고 마당을 거실로 끌어 안아 시원한 통유리의 시야가 탄생된다.

 

전주국제영화제 행사에서 관객이 박찬욱 감독에게 물었다. “영화 한 편을 만든다는 게 엄청나게 거대한 작업인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상상력이나 영혼의 감수성 같은 것은 어떻게 기르시나요?” 감독의 답변이 궁금했다. “요즘엔 고전영화 보는 게 제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좋은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죠. 그런데 이 둘 중에 문학 쪽이 조금 더 낫다고 할 수 있어요. 왜냐면 위대한 영화의 경우엔 보면서 배우기도 하고 영감도 얻을 수 있는 반면 사람을 너무 위축시키고 좌절시키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 감독의 답변은 담백한 경영원리를 담고 있다. 고전탐색(case study)과 문학작품 속에서 영감 찾기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주 특별하고 거창하거나 요란한 비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보기와 책 읽기 단지 두 개의 동사보다읽다로 영화의 영감을 구한다는 것이다. 남의 명작을 보면서 위축되기보다는 문학작품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가능성을 찾아가는 대목에서는 감독의 전략적 안목까지 느껴졌다.

 

고정관념은 눈을 지배한다. 닫힌 프레임에 생각을 가둔다. 런던의 흉물로 버려졌던 화력발전소가 현대미술관으로 바뀌고, 오래된 서울시청 석조건물이 시민도서관으로 바뀌었다.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시각과 생각을 바꾼 것이다. 혁신은 너무 어렵다는 선입관은 혁신은 특별한 사람, 특별한 조직, 특별한 지역에서만 가능할 것이란 체념의 프레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창의적이다. 만약 이 전제에 동의한다면 혁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미지의 작품이다.

 

 

 

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