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경영, 기후변화에서 미래를 본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파와 폭설, 폭염, 호우, 태풍에 가뭄까지 여러 기상현상들이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사회·경제 시스템을 마비시킬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현대 사회 구조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다 보니 어느 하나가 피해를 입으면 마치 도미노와 같이 다른 분야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상이변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GDP의 52%가 날씨에 영향을 받고 전체 산업의 70∼80%가 날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조사된 바 있는데 ‘날씨가 시장을 움직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실제로 올겨울 잦은 폭설과 한파로 소비자들은 전통시장보다 난방이 잘되는 대형마트, 백화점이나 인터넷몰로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겨울철엔 가뜩이나 내장객이 줄어드는 골프장은 잦은 눈과 계속된 추위에 울상을 지은 반면 눈을 만드는 데 한 번에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드는 스키장들은 제설비용을 절감한데다 몰려드는 고객들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여름엔 비가 자주 내리면 수영복, 선글라스는 비수기 상품이 돼 버리지만 제습기와 우산, 장화는 판매가 급증한다. 이처럼 날씨에 따라 업종 간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는데 특히 기상상황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업종들은 기상이변 현상이 잦아지면 조업 중단, 생산비용 증가, 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기업의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선 ‘날씨가 영업상무’란 우스갯말이 있을 정도다.
날씨로 돈을 버는 기업들은 이른바 ‘날씨경영’을 통해 수익은 최대화하고 손실은 최소화하고 있다. ‘날씨경영’은 날씨를 기업 경영에 접목시키는 것으로 의사결정 단계에서 날씨의 영향을 고려하거나 활용함으로써 경영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파리바게뜨는 기상정보업체와 제휴해 각 매장이 위치한 지역 날씨와 함께 ‘날씨판매지수’를 제공하고 있다. 날씨판매지수는 날씨에 따른 판매율을 나타내는 지수로 과거 매출과 기상자료를 통계기법으로 분석해 만든다. 매장에서는 날씨별 판매량이 높은 제품과 판매량이 낮은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피자빵과 고로케 같은 기름기 많은 빵이, 무더운 날에는 빙수가 각각 판매량이 높다는 식이다. 점주의 경험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좀 더 객관화된 지수를 통해 제품 판매량을 예측하고 주문량을 조절해 재고 부족이나 과잉에 따른 손실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날씨 경영에 나선 기업들은 날씨라는 변수를 능동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업무계획을 사전에 수립하고 관리 비용을 절감해 매출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는 기업의 작은 노력으로 고객들에게 큰 만족과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고객 확보와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날씨는 사람의 마음을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로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심리적 변화를 잘 이용하면 구매 행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실 날씨경영은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기상청이 수여하는 기상정보대상에서 은상을 받은 김밥집은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맑은 날, 비오는 날 등 날씨에 따라 고객들이 좋아하는 김밥 종류를 파악해 매출을 3배로 늘렸다고 한다. 기업처럼 시스템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김밥집 CEO만의 훌륭한 날씨경영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기후변화가 미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라면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앞으로 닥칠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아직까지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에 대응력이 떨어지는 우리 기업들은 이제라도 기후변화 적응을 생존전략과 동시에 사업구조 점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자연재해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김동식 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서디리틀 경영컨설턴트를 거쳐 국내 제1호 기상사업체인 케이웨더㈜ 대표를 1998년부터 맡아 오고 있다. 국내에 생소하던 날씨경영을 확산시켜 ‘날씨경영 전도사’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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