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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c Thinking-1

120만 달러 투자한 무중력 펜, 연필보다 가치없는 이유

장재영 | 121호 (2013년 1월 Issue 2)

 

 

수년 전 미국 <비즈니스위크>가 짤막하게 소개한 한 설문조사에서 2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당시 미국 소재 기업의 직급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비즈니스위크> 2가지를 물었다. 우선비즈니스 일상에서 가장 얻고 싶은 평판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에 대다수 참여자들은 직급을 막론하고쏟아지는 업무를 잘 처리하는 유능한 직원이라는 항목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다음 질문인직장에서 유능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다만 임원급 설문 참여자들에게서는체계적 생각을 통해 업무를 구조화하는 능력이라는 응답이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생각하면서 일하자

이 설문결과를 통해 얻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누구나유능한 비즈니스맨을 꿈꾸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 진정 필요한 자질인지 잘 모르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 임원이 돼서야 그것이체계적인 생각으로 업무를 구조화하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같은 현실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각종 업무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때 한번쯤 듣게 되는생각 좀 하라는 핀잔은 결국체계적 생각을 통한 업무 구조화와 맞닿아 있다. 경영 분야에서는 이를 다른 표현으로전략적 사고라고 부른다. 전략적 사고는 전략기획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업무나 직급에 상관없이 유능한 비즈니스맨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 업무에서 생각하며 일할 수 있도록 머릿속을 정리하면서 단계별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론과 연습이 필요하다. 이 원고에서는전략적 사고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전략적 사고를 어떻게 함양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국내 대기업 중 관련 교육을 진행한 사례가 꽤 되고 최근에도 많은 기업들이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을 받은 많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너무 어렵다” “이게 내 업무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현업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것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는 교육 자체가 지나치게 어렵게 진행됐거나 전략적 사고의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단순히 몇 가지 개념 소개 정도에 그쳤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업무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전략적 사고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고자 한다.

 

생각하면서 일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 방법론

우선 전략적 사고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기 위해 일단전략적 사고의 단계적 방법론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1단계: 문제 정의

해결해야 할 주요 질문(Key Question)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무엇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것인지 정하는 단계다.

 

2단계: 이슈 구조화

주요 질문을 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을 생각한 후 이를 논리적으로 구조화해서 문제에 체계적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단계다.

 

3단계: 가설 수립 및 우선 순위화

논리적으로 구조화된 요소들에 대해 경험 지식을 바탕으로 잠정적인 답(가설)을 수립하고 필요하면 우선순위를 판단해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단계다.

 

4단계: 분석

수립한 가설을 검증해 가설을 채택, 기각, 수정, 추가하는 단계다.

 

5단계: 시사점 도출 및 커뮤니케이션

가설 검증을 통해 도출된 시사점들을 정리하고 이를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정리하는 단계다.

 

실생활에서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전략적 사고 방법론

‘전략적 사고의 방법이 대단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누구나 흔히 사용하는 친숙한 개념이다. 다음의 예를 보자.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후반나바빠과장이 야근을 하고 회식한 후 오후11시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섰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싸한 분위기가 엄습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상냥했던 아내에게서 범접하기 어려운 냉랭한 기운이 나왔다. 나 과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 한 거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에서 벗어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 1단계: 문제 정의) 나 과장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결혼기념일을 잊었나?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그런가? 장모님 생신을 잊어버렸나? 책장에 숨겨뒀던 비상금이 들통 났나?’ 나 과장은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단편적인 생각들을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슈들을 정리한다. (→ 2단계: 이슈 구조화) 그러다가 나 과장은 작년에 결혼기념일을 잊고 있다가 상당 기간 아내의 눈총을 받았던 것을 떠올리고이번에도 결혼기념일을 잊고 있다가 낭패를 당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3단계: 사실(fact)에 기반한

 

 

 

 

가설 수립 및 우선 순위화) 그런데 결혼기념일이 언제였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아내에게 결혼기념일 때문이냐고 슬쩍 물었다. 아내는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몰라? 당신은 그래서 더 문제야!”라며 고개를 돌렸다. (→ 4단계: 분석) 이후 몇 번의 실패를 더 거친 후에야 오늘이 아내의 생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 5단계: 시사점 도출 및 커뮤니케이션) 뒤늦게라도 생일을 챙겨야겠다 싶어서 나 과장은 부리나케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쉬운 대로 케이크를 사들고 돌아오면서 주말에 근사한 저녁을 사면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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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사례에서 소개된 일화에서 알 수 있듯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이미 전략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의 단계적 방법론을 무의식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생활 예에서 봤듯 전략적 사고는 유용하면서도 쉬운 개념이며 중요한 방법이다.

 

이처럼 쉽지만 강력한전략적 사고라는 툴(tool)을 기업 현실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예들과 간단한 비즈니스 케이스들을 바탕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이제부터 햄버거 체인크레버(Krabber)’에 근무하는 나열심 과장이 전략적 사고 방법에 능통한 과학수사대(CSI) 길 그리삼(Gil Grisam) 반장의 도움 아래 전략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5단계별로 살펴볼 것이다. 각 단계에 따른 5회 연재를 통해 독자들은 전략적 사고를 보다 쉽게 익히고 궁극적으로는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및 체계적 보고서 작성까지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일관되게생각하며 일하자.

 

 






120만 달러 vs 0 달러

유명한 일화가 있다. 냉전 당시 우주 진출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던 미국과 소련에서 우주 공간에서 우주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생필품 개발에 나섰다. 그러던 중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필기구가 물망에 올랐다. 미국 나사(NASA)에서는 우주 공간처럼 중력, 온도, 공기의 조건이 지상과 완전히 다른 극한의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페이스펜(space pen)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개발된 것이 우주 펜이다. 미국 우주 비행사들은 의기

 

 

양양했다. 그들은 이 펜을 들고 소련 우주 비행사들에게 자랑했다. 소련 우주 비행사들은우린 연필 쓰는데뭐 굳이 그런 걸 그렇게 어렵게…”라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했을까? 미국은무중력 상태에서도 볼펜을 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120만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가까스로 우주 펜을 개발했다. 소련은무중력 상태에서 우주 실험을 기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인가라고 문제를 정의했고 이에 따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간단하게 해결책을 얻었다. 결국 둘은 문제 정의를 다르게 했기 때문에 다른 결과를 얻었다.

 

이 사례는 문제를 제대로 정의해야만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문제 정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 정의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다음의 몇 가지 요소를 소개한다.

 

1) 주요 질문(Key Question)

문제 정의 구성요소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주요 질문(Key Question)이다. 해결해야 할(답을 내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이를 구체적이고 간결한 형태로 정리한다. 제대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주요 질문을 잘 던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요 질문은 막연하게 잡거나 너무 넓게, 또는 협소하게 다루지 않도록 한다.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잡아내서 정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XX사의 중기(3)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공장을 어느 곳에 짓는 것이 최적인가’ ‘고객 니즈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AS망을 어떻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가등과 같이 정리하는 것이다.

 

2) 의사결정자(Decision Maker)

다음으로는 주요 의사결정자들의 의사 결정 포인트가 무엇인지 확인한다.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그 방안을 통해 다른 사람들, 특히 의사결정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서 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결정자가 누구이며 어떤 의사 결정 포인트를 갖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잠재적 반대자를 이해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리스크 요인에 대해 제기되는 우려들을 통제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걱정 및 반대 포인트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3) 해결 방안의 범위(Work Scope)

마지막으로는워크 스마트(Work Smart)’하기 위해 문제를 풀어갈 판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은행에 근무하는관대해과장은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논의하려고 팀원들을 소집했다. 회의 중에 A 대리는이번 일을 하기 위해서는 Y라는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고, B 대리는이번 일을 하기 위해서는 Z라는 일은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관대해 과장 생각에 Y업무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Z업무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 좋은 관대해 과장은 딱히 지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어떻게 됐을까? A 대리는 안 해도 되는 Y업무에 매달려 다른 일에 손도 대지 않고 있다. B 대리는 해야 하는 일인데 Z업무를 방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서로 생각이 다르고

 

 

 

제대로 커뮤니케이션되지 않은 결과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어떤 일을 하고(In-scope) 어떤 일을 하지 않을지(Out-scope)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은 자원의 제약이다. 시간이나 돈, 사람 등 비즈니스 상황에는 항상 제약이 따른다. 문제 해결을 추진할 때는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예산 범위에서, 누구와 일을 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햄버거 체인 크래버 사례의 문제 정의 예시

나열심 과장:그렇군요. 설명을 듣고 보니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어떤 일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배운 것을 응용해 제가 처한 현실 문제를 정의해보고 싶네요.

길 그리삼 코치: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요?

나 과장:저희 회사가 처한 상황과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한번 보세요.(그림4)

그리삼 코치: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됩니다. 1단계 문제 정의부터 해볼까요? 가이드라인에 따라 문제 정의 요소들에 대한 답을 채워봅시다.

나 과장:주요 질문은 단순히 매출 증대 방안 몇 가지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장님 이하 전사 조직원들이 동의하고 함께 추진해야 하는 것이므로 매출 증대를 위한 종합적 전략을 수립하는 형태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의사결정자는 크래버의 대표인 박거성 사장님이시죠. 해결방안의 범위는 우리 햄버거 사업은 유지하면서 획기적인 혁신 방안들을 내놓아야 하고 조직원들이 믿고 추구하는 우리만의 가치(value)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2013년 안에 방안이 도출되고 실행돼야 하겠고요.

그리삼 코치: 좋습니다. 몇 가지 덧붙이자면 전사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면 의사결정자로 사장님 혼자 있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임원들도 주요 의사결정자로 고려해서 그 사람들의 동의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산은 넉넉한 편이라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은 상황이고 인력 관련해서는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이네요.

나 과장:말씀해주신 것들까지 고려해서 문제 정의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그림5)

그리삼 코치:좋습니다. 오늘은 전략적 사고가 왜 필요하고, 전반적인 개념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1단계 문제 정의는 어떻게 하는지를 살펴보고 연습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를 잘 채웠으니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2단계 이슈 구조화를 통해 생각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법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나 과장:, 말로만 듣던 생각하면서 일하는 법을 배우니 좋습니다. 다음 단계도 빨리 진행하고 싶네요.

 

 

장재영 J&I Investment 이사 jyc0124@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컬럼비아대에서 부동산학을 전공했다. A.T.Kearney, Bain&Company에서 다양한 기업들의 전략과 영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투자와 기업 교육에 전념하고 있으며 전략적 사고, 전략적 사고에 기반한 액션 러닝,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교육이 주요 주제다. 두산그룹 임원 및 실무진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사고 과정 개발 및 강의를 맡고 있으며 삼성화재, 해태제과, 닐슨컴퍼니 등에서 전략적 문제 해결 강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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