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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in Smart Economy

애플이 차를 만들면 끄지 않아도 될까

김동준 | 113호 (2012년 9월 Issue 2)

 

 

 

오늘날 우리가 즐기고 있는 생활수준은

과거 누군가의 혁신 덕분이다.

Innovation involves finding a new and better way

of doing something.

Much of our modern society is based on innovations

that have occurred in the past

that provide us with the standard of living we enjoy today.

- Iowa State University Extension,

Peter Drucker and Innovation, 2010

 

맥과 윈도

 

얼마 전 미국 맥도널드 매장에서 무선인터넷 사용방법을 안내한 자료가 화제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Windows) 운영체계를 사용하는 PC의 경우 Windows XP Vista 중 어느 OS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무선인터넷 접속법도 다르고 최대 7단계를 소비자가 직접 설정해야 했지만 애플의 맥(Mac) 운영체계의 경우 단지 3단계만 거치면 접속이 이뤄졌다.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는 애플의 전략이 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사례였다. 그러나 여기서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사실 컴퓨터가 무선인터넷 망에 접속하는 원리는 윈도PC냐 맥이냐에 따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이것이 컴퓨터공학적으로 보았을 때 총 10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세스라면 윈도의 경우 그중에서 7단계를 소비자가 직접 조작하고 나머지 3단계를 컴퓨터가 처리한 것이고 맥의 경우는 소비자가 3단계만 조작하면 나머지 7단계를 컴퓨터가 처리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지니어들이 애플의 엔지니어들보다 능력이 떨어져서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제품설계 시에 고객의 경험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얼마나 염두에 뒀는지가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TV의 틀이 깨진다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소비자의 경험이나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라는 차원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자기들이 생산할 수 있는 제품 종류에 따라 영역을 나누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습관은 혁신을 가로막는다.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영역이 파괴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가 바로 TV. 그리고 구글과 애플이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예전에는 ‘TV는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사각형에 안테나가 달렸거나 다리가 달린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림 2의 왼쪽 두 개와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소수다. 대부분 그저 사각형의 모습을 생각하거나 사각형 안에 화면이 있는, 즉 사각형 안의 사각형을 생각한다 (그림 2의 오른쪽과 같은 모습이다). 이제 TV 기술이 너무도 발전해 안테나나 다리 같은 것은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안테나 혹은 다리가 없는 사각형의 모습은 크기와 무게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스마트폰과 다른 점이 없다. 단지 외관만이 아니라 기능으로도 구별 혹은 정의하기 어렵다. TV로는 방송을 보고 휴대전화로는 전화만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스마트폰으로도 TV를 볼 수 있고 TV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방송국에서 공급한 콘텐츠를 시청자가 TV를 통해서 보는 방식이 대세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이에 변화가 올 것이다. 먼저 주목할 것은 콘텐츠의 변화, 정확히 말해서 콘텐츠 소스의 변화다. 과거의 TV 콘텐츠는 방송국에서만 제작 가능했지만 점점 외주제작 방식으로 바뀌었다. 외주제작도 아직까지는 전문 회사나 전문가 집단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여기에 일반인도 포함될 것이다. 이미 YouTube 같은 UCC(user-created contents) 매체에서는 일반인이 만든 동영상을 하루에 수억 명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감상하고 있다.

 

모바일로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던 사람들이 집에 와서는 TV로 방송국이 제작한 콘텐츠만을 계속 볼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물론 현재 인터넷 등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영상을 TV로 보기는 불편하다. 하지만 이게 가능해진다면 소비 패턴도 바뀔 수 있다. 바로 이런 고민 끝에 구상된 제품이 구글TV. 구글이 구축하고자 하는 세상은 TV 관련 콘텐츠를 구글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보는 시스템이다. 수많은 동영상 콘텐츠 중에서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 서비스를 통해 아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경험을 창조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글은 “TV가 웹을 만나고, 웹이 TV를 만나다(TV MEETS WEB, WEB MEETS TV)”라고 주장한다. 이게 성공하면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 접속과 TV를 통한 인터넷 접속을 모두 구글을 통해서 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한편 애플은 구글과 다른 차원에서의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다. 애플은 TV라는 제품의 본질이 디스플레이가 아닌 방송 송수신이라고 정의했다. TV와 모니터를 구분하는 기준이 방송 송수신장치의 유무 여부다. 이와 같이 제품의 본질에 대한 정의를 토대로 애플은 송수신 장치를 장악해 TV가 속한 생태계를 새로운 스마트 생태계로 바꾸려 하고 있다.

 

TV의 기본 기능은 방송을 보는 것이므로 TV 송수신기만 있으면 다른 디스플레이에서도 얼마든지 방송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이미 우리는 컴퓨터로, 핸드폰으로, DMB 기기로, PMP로 방송을 보는 것에 익숙하다. 집에는 거실과 안방에 TV가 있고 공부방에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이, 주머니에는 휴대폰 혹은 스마트폰이, 가방에는 PMP 혹은 iPad 등이 있다. 이 중 어느 스크린으로라도 방송을 볼 수 있다. 고객 경험의 관점에서 고민해보면 TV, 스크린, 콘텐츠 및 서비스 등 한 영역에서만 혁신은 큰 의미가 없다. 이 모든 것과 관련된 생태계(ecosystem)를 고민해야 한다. 애플은 스마트 시대에 생태계 전반의 서비스와 경험까지 고려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구글과 애플은 TV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토대로 생태계를 장악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혁신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 시대에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서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생태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플랫폼(platform)을 장악해야 한다. 그런데 의외로 플랫폼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플랫폼을 제품이나 기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eBook의 사례를 생각해 보자.

 

현재 eBook의 대명사는 아마존의 킨들이다. 그렇다면 아마존의 킨들을 실제로 제조하는 회사를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만일 eBook이 제품이나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라면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아마존의 킨들보다는 유명 전자회사인 소니가 직접 제조하는 eBook이 시장을 주도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소니는 eBook이라는 제품을 만들려고 했고 아마존은 킨들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킨들은 전자책이라는 기기가 아니라 책, 잡지, 신문 등의 아날로그 인쇄 산업을 디지털 인쇄 산업으로 변화시키려는 플랫폼이다. , 잡지, 신문을 읽는 기능뿐만 아니라 인쇄물들을 구매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독서라는 행위뿐만 아니라 독서 전후의 행위를 포괄하는 독서 관련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고자 했다. 이러한 독서 생태계를 잘 아는 회사는 소니가 아니라 아마존이다. 소니는 전자책이라는 기기를 세계 최고로 잘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 하지만 아마존은 독서를 위해 책을 사고 파는 전 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세계 최고로 잘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이 두 회사가 디지털 인쇄 산업에서 경쟁을 벌였고 결과는 아마존의 압도적 승리였다. 이것을 조지프 파인(Joseph Pine)과 제임스 길모어(James Gilmor)가 저서 <체험의 경제학>에서 소개한 경제적 가치 상승의 단계인범용품 추출-제품 제조-서비스 제공-체험 연출로 설명해보자. 소니는제품 제조의 수준에 있었고 아마존은서비스 제공의 수준에 있었다. 아마존의 킨들이 고객 니즈와의 관련성이 더 크므로 포지셔닝도 더 차별화됐고, 따라서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 미국은 올해 들어서 이미 전자책의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량을 넘어서는 현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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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준

    김동준

    - innoCatalyst 대표
    - Strategos Network Partner
    - 성균관대학교 경영대 겸임교수
    - 삼성전자 VIP센터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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