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Z Consulting
편집자주
트리즈(TRIZ)는 창조적 문제 해결 이론(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을 뜻하는 러시아어 ‘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tch’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모든 발명 과정에는 공통되는 법칙과 패턴이 있다는 믿음하에 A분야 문제에 대한 해법을 B분야에서의 문제 해결책을 참조해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TRIZ입니다. 쉽게 말해 ‘재발명을 통한 문제 해결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간 TRIZ 컨설팅 외길을 걸어 온 송미정 박사가 TRIZ를 활용해 현장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실전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신개념 LNG 운반선인 ‘sLNGc(sealed LNG carrier)’, 공동현상(cavitation)을 적용한 어뢰 ‘쉬크발(Shkval)’, 고급 디저트 와인의 대명사인 아이스와인….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골칫거리로만 여겨지던 유해 자원을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으로 적극 활용한 혁신 사례들이다. 원래 기체 상태였던 것을 냉각 과정을 통해 액화시킨 LNG의 경우 운송 시 다시 가스로 증발하는 문제를 해결한 게 sLNGc이고, 큰 소음을 만들어 잠수함을 적들에게 노출시켜 문제가 되는 공동현상을 아예 적들을 공격하는 어뢰에 적용한 게 쉬크발이다. 아이스 와인의 경우 얼어 버려 못 쓰게 된 포도에서 얼지 않은 포도 부위에 집중, 상품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당도가 높은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유해 자원은 결코 창조적 혁신의 걸림돌이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안은 종종 골칫거리였던 유해한 자원에서 나올 때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는 원래 채굴될 때 가스 상태로 채굴되는 에너지 자원이다. 석유는 분자의 크기가 큰 것들이 많이 섞여 있어 끈적끈적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반면 천연가스는 분자의 크기가 작은 기체다. 기체 상태 그대로 가스를 보관, 운반하려면 부피가 너무 크다는 단점 때문에 보통 액체 상태로 변환해 저장을 한다. 천연가스를 액화시키기 위해서는 통상 영하 160도까지 온도를 내린다. 냉각 과정을 통해 기체의 부피가 수백 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보관과 운반이 용이해진다.
그러나 천연가스를 액화시키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원래 가스 형태였던 만큼 온도 변화에 따라 액체로 만든 후에도 다시 가스로 돌아가기 쉽다. 대부분의 LNG 선박은 화물적재 운항 시 시간당 4∼6톤 정도의 증발 가스(boil off gas)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이에 따라 LNG를 보관하는 탱크의 압력도 상승하게 된다. 가스(기체)와 LNG(액체)의 부피 차이는 무려 500배 이상이다. 증발 가스가 많아지면 탱크 폭발 위험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 LNG선에선 효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증발 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엔진 및 제반 장비들을 장착해 증발 가스를 처리하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증발 가스 대부분을 태워 없애야 했다.
이 상황을 트리즈 사고법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단계 모순인식:기화된 LNG 가스를 ‘제거’하면(approach) LNG 탱크의 폭발을 막을 수 있으나(good), 팔아야 할 LNG를 태워 버리니 경제적인 손실이 크다(bad).
2단계 이상해(理想解) 설정:모순이 없어진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기화된 LNG 가스를 ‘제거’해(approach), LNG 탱크의 폭발을 막을 수 있으면서도(good→better), 팔아야 할 LNG를 태워 버리지 않아서 경제적인 손실이 없으며(bad→good) 시스템을 복잡하게 하지 않고 스스로 동작하는 X가 있는 상태다.
3단계 자원분석:문제의 근원은 다름 아닌 기화된 LNG다. 이를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자원으로 활용한다. 다른 요소 역시 파악해 자원 분석표에 정리해 두고 해결안 도출에 활용한다면 금상첨화다.
4단계 ‘전화위복’을 이용한 자원 변환:크게 4차례에 걸쳐 이상해로부터의 문워킹(Moonwalking·이상적인 해답을 설정해 놓은 후 역발상을 통해 거꾸로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 골칫거리인 기화된 가스가 유용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조건은 없을까? → 기화된 가스가 기화 자체를 억제하면 좋겠다.
2) 기화된 가스의 성질 중 어떤 속성이 유용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조건으로 작용할까? → 기화된 가스의 압력이 높아지면 기화 자체를 억제할 수 있다.
3) 기화된 가스가 유용한 일을 할 때 다른 주변의 자원들 중 도와줘야 하는 자원은 무엇인가? → LNG 탱크다.
4) 이때 다른 주변의 자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도와줘야 할까? →LNG 탱크가 충분히 튼튼해서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LNG의 증발가스
실제로 이러한 개념을 구현해 LNG 증발 가스가 생기지 않도록 한 운반선 ‘sLNGc(sealed LNG carrier)’가 존재한다. 기존 LNG운반선이 증발 가스를 단지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선박 설계가 됐다면 신개념 운반선의 경우 유해한 증발 가스의 압력을 유익하게 활용해 LNG 증발 가스의 형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했다. 즉, 기존 LNG선에선 배출되는 증발 가스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연료로 사용했다. 선박 연료로는 그다지 효율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LNG를 연료화시키기 위한 엔진 등 제반 장치들에 대한 투자도 필요했다. 그나마 엔진을 쓰지 않는 항구 입출항과 운항 통과 시, 터미널 대기 시 등에는 아까운 LNG를 그냥 태워 없애버려야 했다. 이에 따라 경제적 손실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로 환경 오염까지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반면 신개념 LNG운반선은 마치 압력을 높여주면 끓는 온도가 높아져 액체의 증발을 억제하는 압력밥솥처럼 화물창 압력을 높여 LNG의 자연증발을 원천적으로 막아준다. 이에 따라 선박의 연료도 LNG보다 더 효율이 높은 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배출되는 LNG도 없어져 낭비를 줄이고 환경오염도 감소시킬 수 있다.유해한 자원을 단지 피하고 제거하려고만 했다면 이러한 신개념 운반선에 대한 생각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가장 이상적인 해결안은 종종 골칫거리였던 유해한 자원에서 나올 때가 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발명의 원리를 적용할 때에는 문제를 만드는 자원에 지혜를 집중하는 게 트리즈의 자원 선택 전략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문제를 직접적으로 야기하거나 혹은 해당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유해하다고 하는 자원을 잘 이용한 사례를 또 하나 더 살펴보자.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