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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민첩+벤치마킹+융합+전념= K-Strategy

문휘창 | 112호 (2012년 9월 Issue 1)







한국식 발전 전략

 

2011년 브라질의 경제전문 월간지인 <네고시오스(negócios)> 9월 호에는 매우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우선 표지의 제목은인도도 아닌, 중국도 아닌 한국을 모방해보는 것은 어떨까?”였고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을 희화화한 삽화를 넣었다. 그리고 그 밑에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한국과 한국 기업들의 비밀을 밝힌다. 이는 바로 빨리빨리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을 모방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달았다. , 브라질 기자의 눈에는 한국의 경제발전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요소가빨리빨리와 다른 국가나 기업을모방하는 것으로 보인 것이다. (그림 1)

 

장장 26페이지나 되는 많은 면을 할애한 특집기사로 한국에 대한 여러 도표와 함께 다양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데 표지에서 강조한빨리빨리모방이라는 주제어를 중심으로 한국이 단기간에 청계천을 복구한 예를 들면서 정부나 기업들이 매우 빨리 일을 처리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리고 한국의 대기업들이 해외 전문가를 초빙하고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밀라노, 런던, 파리 및 세계 주요 도시에 디자인센터를 설립해 디자인 등을 모방하고 있다는 것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빨리빨리모방이 한국 경제를 이해하는 데 첫걸음이 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빨리빨리와 모방만 가지고는 큰 낭패를 볼 수 있고 싸구려 제품만 만들게 돼 결코 오늘날 한국과 같은 발전 을 이룰 수 없다.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빨리빨리에 정확성을 더해야 하고 모방을 하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이외에도 몇 가지 더 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한국은 경제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의 근본적인 성장동력이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서 한국식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목적으로 이번 호에서는한국 발전의 비밀: K-Strategy ABCD’를 제시해 보겠다.

 

민첩성(Agility): 스피드(Speed)와 정확성(Preciseness)

 

한국을 경험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배운 단어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빨리빨리라고 대답한다. 한국에서 축구감독을 지낸 히딩크 역시 한국에 있으면서 제일 먼저 배운 한국어 단어가빨리빨리라고 했다. 2011 929일자 <뉴욕타임스>지에 실린 ‘Connected, Yes. Competitive, Maybe’라는 기사를 보면 한국인들은 식당에서 가장 빨리 나오는 음식을 주문하고,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고 나서 완전히 정지하기 전에 이미 짐을 꺼내 기내 통로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며, 오토바이를 타고 갖가지 첨단기기로 무장한 퀵서비스맨(Quick servicemen) 24시간 도로를 누비고 있다는 예를 들면서 한국인들이 얼마나 스피드에 대해서 강박관념이 있는지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스피드가 경쟁력과 관련이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뉴욕타임스>는 결론을 맺었다.

 

<뉴욕타임스>의 결론과는 달리 사실 이 스피드는 한국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동안 박정희 대통령 체제하에 급속하게 한국 경제가 발전을 이루게 된 것 역시 급속한 공업화 때문이었다. 또한 이러한 스피드는 비단 한국의 국가경제발전뿐만 아니라 기업의 발전전략으로도 활용됐다. 예를 들면 DBR 110호의영웅을 기술자로 분석해야…’에서 설명했듯이 고() 정주영 회장은 다른 일류기업들과 같은 품질을 유지하되 그들보다 공기(工期)를 더 단축해서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을 감동시키는 스피드 경영을 했고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물론 스피드만 있고 정확성이 없다면 와우아파트, 성수대교, 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건과 같은 사고가 일어난다. 따라서 스피드만 강조하면 오히려 위험하고 여기에 정확성을 더했을 때 비로소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조선업 관계자에게일본의 기술력이 한국보다 앞서 있고 중국의 건조능력이 한국보다 월등한데 어떤 이유 때문에 한국이 세계 조선업을 선도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았다. “맞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너무나 장인정신을 강조하다 보니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종류의 선박을 만들지 못하고 건조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중국의 경우 값싸게 만들지만 얼렁뚱땅해서 품질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한국은 얼렁뚱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철저하면서도 빨리 건조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경쟁력은 스피드를 기반으로 한 정확성이고 이 두 요소를 다 포함하는 개념은 바로 민첩성(Agility)이다.

 

벤치마킹(Benchmarking): 모방(Imitation)과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

 

한국적 특징을 나타내는 또 다른 말은모방이다. 조금 더 비하한짝퉁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모방과 짝퉁은 다르다. 짝퉁은 기존의 것을 100% 완벽하게 모방한 것이 아니라 외형적으로 보이는 면만을 흉내낸 것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유명한 명품가방의 짝퉁은 겉모습이 매우 비슷할지 몰라도 고급 원자재를 사용해 제조한 섬세함, 그리고 이로 인해서 차별되는 기능성 등에서는 명품에 필적하지 못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일본의 기업들을 잘 연구하고 모방해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삼성보다 앞서 있었던 일본 기업들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초기에는 미국, 그리고 나중에는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잘 연구하고 모방해 발전했으며 이러한 결과로 최근 세계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을 짝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들 기업이 짝퉁과 무엇이 다른가? 단적으로 말하면 이들 기업 또는 이들의 제품은 단순한 모방을 넘어서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맞췄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을 모방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수준에 있는 다른 기업들의 기술이나 디자인 등에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점을 새로 추가한레드오션 + α > 블루오션의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짝퉁은 진품을 결코 따라갈 수 없지만 진품을 확실하게 모방해서 자신의 장점을 더한다면 기존의 진품을 뛰어넘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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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휘창

    문휘창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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