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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프로세스

감성능력의 80%는 시각… 보여줘라!

유덕현 | 111호 (2012년 8월 Issue 2)










최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혁신의 요구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경영의 의사결정 체계를 실질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것 하나를 꼽으라면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들 수 있다. 기존의 경영이 정보분석을 토대로 한 논리적 사고에 기반하고 있다면 디자인적 사고는 이와 더불어 직관적 사고의 균형까지 추구하는 것이다.

 

아래 문장을 읽어보자.

 

“눈과 입 사이의 수직 거리가 전체 얼굴길이의 36%, 눈과 눈 사이의 수평 거리가 얼굴 폭의 46%일 때가 여성 얼굴의 황금비율이며 이때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다.”

 

몇 년 전 어떤 미국 대학이 여성 얼굴의 황금비율이라고 발표한 자료다. 그러나 대단한 상상력의 소유자가 아니고서야 이 정보가 미인을 묘사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으로 <그림1>을 보자.

 

이번에는 다른 설명 필요 없이 그림만 봐도 미인인지 아닌지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상에서의 많은 문제를 우리는 일일이 따져보지 않고도 순식간에 직관을 사용해 판단하곤 한다. 경영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대할 때 실제 미인이 아닌 미인의 황금비율을 놓고 고민하는 것과 같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 이러한 반성에 대해 답변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적 사고다.

 

디자인적 사고의 기초는 다음의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인간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혁신이라고 하면 기술적 해결안에 있어 돌파구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가치를 인식하고 결정하고 대가를 치르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결국 현상에 대한 판단은 특정한 논리가 아니라 인간이 기준인 것을 알 수 있다.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 교수는 기술혁신에 대해서도 동일한 맥락으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휴대폰 스크린이 커지면서 제조업체들은 화질전쟁에 들어가고 선도업체들은 이 강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우위를 굳히려 한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화질을 넘어서는 순간 일반 소비자들은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도 선도업체들은 소비자 기대치 이상을 넘어서는 개발을 멈추지 못한다. 이때 후발주자는 화질전쟁은 끝났다고 보고 엔터테인먼트나 교육 등 사람들이 더 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시장을 선도업체로부터 빼앗는다. 이 이야기는 기술적 성취자체가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하기보다는 보여주기

 

가치는 인간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그 무엇이다. 내 게으름을 충족시킬 편리함 같은 낮은 수준의 가치든 자기실현과 같은 고급 가치든 간에 결국 인간이 어떤 가치를 안다는 것은 감정에 긍정적 동요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 감정적 동요를 우리는 감성이라는 도구를 통해 감지한다. 말하기보다 보여주기의 원칙은 서두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언어-개념보다는 감각경험-직관에 호소하는 방법을 문제해결에 활용함으로써 기존 의사결정을 더 완전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동원되는 판단을 위한 수단은 감각기관에 최대한 호소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춰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각은 인간 감성능력의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시각화(visualization)는 디자인적 사고의 가장 핵심적인 도구 중 하나다.

 

실패를 반복하라

 

경영은 끊임없는 학습의 과정이다. 계획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평가하고 보완하는 순환과정이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은 끊임없는 가설 논쟁을 벌이다가 상황에 떠밀려 실행을 하거나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컨설팅 보고서가 문서창고에서 잠자고 있는지 검토해보면 알 수 있다. 디자인적 사고 프로세스는 의사결정에 작은 실행(다양한 프로토타이핑)을 통한 실패를 권장한다. IDEO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켈리는완벽한 지성의 계획도 현명한 시도와 오류를 이길 수 없다”고 멋지게 표현했다. , 빨리 자주 실패할수록 궁극적으로 리스크를 포함한 비용은 낮아진다. 의사결정자가 제품출시 이전의 프로토타이핑을 통한 안전한 실패의 과정에 동행하고 이를 학습의 기회로 간주한다면 더 크고 안전한 혁신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기

 

정말로 새로운 결과를 보고자 한다면 둘 이상의 이질적인 요소를 선택하고 그들이 조화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주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효과적인 팀빌딩은 필수 요건이다. 그런데 개발과정의 편리성만 강조하다 보면 R&D 부서는 R&D 부서끼리, 마케터는 마케터들끼리의 팀 구성이 된다. 소금끼리 섞어서는 소금밖에 나올 것이 없다. 이 다양성의 요구는 기능 수준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한다. 개인의 성향이나 태도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팀에서 창의적인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

스틸케이스의 강의실 혁신 사례

 

Design Thinking 프로세스가 실용적으로 구체화된 것은 1980년대에 스탠퍼드대학 디자인 스쿨의 롤프 패스트(Rolf Faste)인간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 프로세스를 구축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이때 패스트는 디자인회사인 IDEO의 전 CEO였던 데이비드 켈리(David M. Kelley)에게 협력을 제안해 비즈니스 문제해결 방법으로까지 활용범위를 넓혔다. Design Thinking은 사용자의 목적과 적용 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으나 스탠퍼드 D-school IDEO 프로세스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스탠퍼드 D-school IDEO의 디자인프로세스는 세부적으로는 조금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크게 탐색, 고객문제정의, 해결안 제시, 해결안 구현, 평가와 실행계획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미국의 사무용 가구회사인 스틸케이스(Steelcase)의 강의실 혁신 사례를 통해 이러한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살펴보자.

 

탐색

 

기존의 신제품 개발이나 전략기획 프로세스상에서 환경분석이나 시장조사에 해당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은 고객의 숨겨진 니즈(latent needs)를 발견해야 경쟁에 앞설 수 있는 혁신제품 또는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숨겨진 니즈는 고객이 고의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거나 자신도 모르는 니즈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설문과 같은 기존의 시장조사 방법으로는 밝혀내기 어렵다.

 

따라서 기존과는 다른 조사방법이 필요하다. 1원리는 고객 또는 사용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조사를 위한 회의실과 같은 특별한 장소보다는 고객들의 생활공간 안에서 고객들을 관찰하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때로는 직접 그들의 삶을 체험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관찰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감수성 즉, 뛰어난 공감(empathy)의 능력이다.

 

면밀한 관찰을 위해서는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고객의 생활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동행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며칠 동안 동거하기도 한다. 이때 관찰은 특정한 감지 장비나 소프트웨어 대신에 감성이라는 우리 자신의 고성능 정보처리 기계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의 지각능력은 관찰대상들이 어떻게 환경과 상호작용하는지를 잘 인식할 수 있다.

 

최근 학교나 기업 등의 교육현장에서는 사례학습, 팀별 토론 및 공동작업 등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강의장은 <그림3>과 같이 이미 수백 년 된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간 관찰자는 교육환경이 최근의 교육 행태와 불일치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조사자는 관찰에 이어 심층적 인터뷰를 통해 관찰대상자들이 강의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스토리로 묘사해 보도록 할 수 있다.

 

많은 경우 대상자들은 이미 오랫동안 기존 환경에 적응해 있기 때문에 원래 그런 것이라는 식으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질문으로 그들의 자각을 자극할 수 있다. 예를 들면고정된 계단 강의장에서의 팀토론 활동이 불편하지 않았는가등이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교육시설 내 여러 팀을 위한 별도의 분임토의장이 충분하지 않거나 이동이 많은 수업방식이 교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현재 상황의 불편을 그대로 감수한다는 사실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체험

 

관찰이 밖에서 바라보는 활동이라면 체험은 안에서 바라보는 방법이며 공감을 위한 가장 적극적인 수단이다. 사고활동만으로 삶의 다양한 측면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아이디어 탐색활동으로서 브레인스토밍이란 용어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적 사고에서는 이와 더불어 보디스토밍(bodystorming)까지 강조한다. 보거나 듣는 수준을 넘어 전 신체감각을 탐색에 동원하는 것이다.

 

만약 파워포인트로 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하는 수업이라면 기존 환경에서는 여러 팀원이 같이 동일한 화면을 공유하면서 토론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게 되거나 일부 팀원은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참여해보는 보디스토밍을 통해 인식한다.

 

문제 정의

 

해결안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다. 문제정의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프로세스다. 중요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아무리 기발한 해결책이 제시되더라도 그 가치가 떨어진다.

 

Stanford D-school의 프로세스는 고객관점(point of view)이라는 형식으로 문제를 기술한다. 고객관점은 1)고객(who)이 누구인지 2)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what)인지 3)(why) 또는 어떻게(how)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고 싶은지를 명확화해 이에 대한 해결안을 구한다. IDEO HCD 방법론의 경우에도 세부형식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위와 같은 요소를 갖고 있다.

 

LearnLab 프로젝트의 경우, 고객(Who)은 팀토론이나 양방향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와 학습자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표면적 니즈로서 이러한 수업방식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재의 강의장 환경이 바뀌어야 함(What)을 정의할 수 있다. 이때 같이 규명하는 Why How는 문제해결을 함에 있어 제약조건의 역할을 한다. 추가적인 분임토의실 마련을 위해서 교육시설 면적을 확장할 수 없다든지, 팀 또는 학급이 공동 작업함에 있어 신체적 불편을 감소시켜야 한다거나, 정보를 공유함에서 있어 발생하는 IT 프로세스의 시간손실(예를 들면, USB로 복사해 파일을 넘겨주는 시간이나 파일 버전 불일치로 겪게 되는 업데이트 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식의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해결안 제시

 

기업들은 해결안 창출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트리즈(TRIZ) SCAMPER 등 다양한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을 습득하고자 노력한다. IDEO의 브레인스토밍 원칙을 적용하려고 애쓴다. 그러한 방법론들을 도입해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 조바심을 낸다. 그러나 해결안 제시는 세상에 없는 그 무엇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능한 실현 수단을 찾는 것이다. 디자인프로세스는 <그림 5>와 같은 대안평가기준을 활용한다. 인간가치(고객의 니즈)를 문제정의 프로세스로 확인한 후 고객의 경제수준과 사업적 수익성을 고려하며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이다.

 

LearnLab 프로젝트에서 연구자들은 추가적 분임토의실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강의장 안에서 앞서 정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판단하고 그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리고 원활한 팀 내 또는 팀 간의 정보공유와 작업을 위해 강의실 내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를 강의장 내에서 실현하는 것을 해결안으로 제시했다.

 

해결안 구현

 

미인의 얼굴비례 예시에서 보듯이 인간은 대응되는 실체 없이 개념만으로는 진실을 잘 판단하지 못한다. 해결안 구현은 개념으로 정의된 해결안을 우리가 직관할 수 있는 물리적 형태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다. 이를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이라고 한다. 주지할 점은 프로토타이핑은 구체적 해결안을 제시한 후 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프로세스의 처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만든다고 생각해야 한다. 프로토타입은 제품의 정교한 목업(mock ups)도 포함되겠지만 스케치, 가상모델, 손으로 만든 모형, 역할극 등 다양한 수단이 활용된다. 처음부터 완성도 있는 무엇을 만드는 것보다 해결안의 개념들을 빠르게 물리적으로 구현하고 이를 시각 등으로 직접 경험함으로써 다음 판단을 내리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정교한 재료가 아니더라도 종이나 기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한 속성 프로토타이핑(Rapid Prototyping)을 하는 것이 초기에는 효과적이다.

 

잘 꾸며진 제품기획서보다는 조악하지만 경험이 가능한 실체로부터 더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초기의 프로토타입은 영감을 창출할 수 있는 대강(rough)의 제품이나 서비스 모형으로 만들고 프로토타입을 반복할수록 보다 효과적인 아이디어로 수렴하게 만든다.

 

스틸케이스는 해결안으로 제시된 허브 앤 스포크 개념을 강의장에 구현하기 위해 <그림 9>와 같은 프로토타입을 제시했다.

 





평가와 실행계획

 

평가는 단순히 가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토타입을 바탕으로 해결안을 정련하고 개선하는 프로세스다. LearnLab의 프로토타입 강의장은 4개의 소회의장을 갖고 있으며 4개의 팀별 스크린과 전체가 공유 가능한 중앙 스크린이 배치됐다. 그리고 이들은 실제로 이러한 환경에서 팀 및 학급 단위의 워크숍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해 가며 프로토타입을 개선했다. 이와 같이 반복적인 프로토타입으로부터 실질적인 판단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관점을 검토하거나 수정할 수 있으며 더 나은 해결안을 제시하게 된다.

 

마치면서

 

Design Thinking을 비롯, 사업이나 제품 개발 등을 위한 여러 가지 혁신관리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그중에는 Design Thinking도 지난 10여 년간 유행했던 6시그마처럼 한때의 유행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Design Thinking에는 미묘하지만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의사결정을 언어적 개념이 담긴 보고서에 의존한다. 여기에 디자인적 사고는 경험-직관이라는 다른 접근법을 제시함으로써 의사결정을 더욱 완전하게 만들어준다.

 

유덕현 에듀케이시아 대표

유덕현 에듀케이시아 대표는 한양대 자원공학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삼성물산에서 바이오 사업개발 및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 관리사업 등을 수행했으며 2000년부터 한국, 미국, 싱가포르에서 소재를 두고 있는 에듀케이시아㈜를 운영하면서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기업과 미국의 HP, 일본의 스미토모상사, Visa Business School 등 다국적 기업들의 글로벌 인력들을 대상으로 경영 및 혁신교육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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