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무형자산

지역+기업, 수평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108호 (2012년 7월 Issue 1)




전통적으로 기업의 생산 활동은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때문에 기업과 지역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기업과 지역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연구한 것은 기업이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공장을 어떤 장소에 입지시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Weber의 최소비용이론과 Lösch의 최대수요이론을 토대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됐으며 1960년대 이후 기업은 최대 이윤보다는 성장을 중시한다거나 지속가능성을 중시한다는 등 다양한 관점이 나타났다. 기업과 지역의 관계를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경제는 지식정보화와 더불어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이는 기업과 지역의 관계가 단순히 원자재나 사회간접자본과 같은 유형자산(tangible assets)보다는 지식, 기술혁신, 브랜드 등 무형자산(intangible assets)을 창출하고 축적하기 위해 상호작용하는 것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무형자산이란 제품의 생산이나 서비스의 제공에서 기업이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하거나 미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물질적인 요소를 말한다 (Tommaso, et al, 2004: 76). 이는 특허, 트레이드마크, 지적재산권 등의 법적인 무형자산과 지식활동, 협력적 활동, 레버리지 활동 등의 경쟁적인 무형자산으로 구분되기도 한다(Wikipedia).

 

지식정보사회에서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세계의 경제공간은 역동적으로 변했다. 이에 본고에서는 우선 세계적인 메가트랜드하에서 무형자산이 중요해짐에 따라 경제공간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 기업과 지역의 어떠한 과정을 통해 기업의 무형자산이 축적되고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검토하고자 한다. 효과적으로 무형자산을 축적한 삼성전자의 사례도 소개한다.

 

 

1. 세계적 메가트랜드하에서 경제공간의 역동적인 변화

21세기의 글로벌 메가트랜드는 세계화, 지식정보화, 경제의 서비스화, 기후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메가트랜드로 인해 세계경제는 물론 지역경제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기술혁신을 위한 경제주체들 간의 협력이 중요해졌다. 20세기 후반의 무한경쟁 환경에서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비를 줄일 수 있는 지역에 기업을 입지시키는 데 주력했다.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개도국에 투자를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위기 등 불확실성이 극도로 고조되면서무한경쟁하의 경쟁력이라는 공격적 용어보다는창의성(creativity)’협력(cooperation)’처럼 부드러운 용어들이 실질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변화가 바로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경제공간에 반영되고 있다. 역동적인 경제공간이 창출되면서 지역과 기업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역동적 경제공간의 특징을산업클러스터 형성과 발전대도시권의 집적과 성장공간분업의 진화세계적인 산업의 네트워크일시적 클러스터와 가상 혁신클러스터지역회복력과 지속가능한 발전 등 6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박삼옥, 2012). 이러한 특징들은 지역과 기업의 상호작용을 통한 무형자산 축적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산업클러스터의 형성과 발전

1980년대신산업공간이라는 개념이 부상하면서 새로운 지역에 경제활동이 집적되는 현상이 나타났다(Scott, 1988). 과거에는 단순히 경제활동의 집적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난 20여 년 동안은 단순한 집적이 아니라 집적된 경제주체들 간의 상호작용을 활성화하고 지식과 기술의 교류를 통해 기술혁신을 이뤄내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오늘날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인터넷의 발달로 형식지(codified knowledge)의 이전은 공간적으로 별로 큰 제약을 받지 않지만 암묵지(tacit knowledge)의 이동은 그렇지 않다. 암묵지의 이동은 주로 국지적 지역에서 공식/비공식 교류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다른 경제주체 간 기술적 상업적 문제에 대한 이해, 배경, 가치체계가 유사해야 지식의 이전이 용이하다(Maskell and Malmberg, 1999). 기업은 산업클러스터 지역에서 다양한 경제주체들 간 상호 네트워크를 통해 물적 연계를 갖는 것은 물론이고 지식과 정보 및 마케팅 전략 등 무형자산도 축적할 수 있다.

 

대도시권의 성장과 더불어 세계도시의 등장

Scott(2001)에 의하면 세계적인 대도시권(city-region)은 대도시와 인접한 배후지를 결합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대도시권은 수많은 경제주체들의 집중적인 거래활동이 전개되는 중심지다. 이 때문에 이들 대도시는 새로운 지식의 창출, 혁신, 학습, 지식확산 등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집적경제의 이점 때문에 지식기반 제품을 생산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 모험자본 등의 대도시권 집적현상이 두드러진다. 생산자서비스와 같은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의 집적은 이제 유럽이나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서울, 홍콩, 싱가포르, 베이징, 상하이 등 아시아지역의 대도시권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산업의 분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B2B 또는 B2C 전자상거래 활동 등의 대도시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식기반 서비스업이 특정도시에 집중하면서 대도시의 팽창을 촉진했다. 국제적 네트워크나 경제주체 간의 협력 등이 세계도시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지면서 기업과 지역은 상호작용을 통한 무형자산 축적을 가속화할 수 있었다.

 

공간분업(spatial division of labor)의 지속적인 진화에 따른 신공간분업의 형성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공간분업은 각기 다른 산업의 기능과 역할이 지역에 따라 차별화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Massey, 1995). , 관리통제기능을 담당하는 기업의 본사는 무형자산의 축적과 고급 인력이 많은 대도시에 입지하고 본사로부터 관리와 통제를 받는 생산기능은 인건비가 저렴한 지방에 입지하는 경우가 전형적인 공간분업의 형태다. 다른 한편으로 연구개발 기능, 시제품 생산 등은 대도시 또는 핵심지역에 입지하고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기능은 생산비가 저렴한 주변지역에 입지하는 등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상이한 특성을 보이기도 했다. 기술변화와 더불어 공간분업은 또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 1980년대 첨단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함에 따라 첨단 기술산업은 고급 인력과 엔지니어들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연구기관과 대학과의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저기술 산업은 주변 지역으로 분산하는 경우다. 최근에는 지식에 기반을 둔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또 다른 형태의 공간분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생산 활동에 관련한 다양한 지식집약적인 서비스 기능이 대도시 지역에 집중하는가 하면 생산기능과 일반 서비스기능은 상대적으로 분산되는 형태의 공간 분업도 나타났다. 제품생산과정에서 다양한 서비스 활동을 필요로 하는 소위 서비스 세계에서 이러한 공간 분업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전파가 유리한 지역에 많은 서비스 분야의 신생 기업이 집중하고 루틴한 서비스 기능이나 back office 기능은 주변으로 분산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 분업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과거의 기업 본사와 공장, 첨단기술산업과 전통산업의 공간 분업과 또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공간분업의 진화에서 비롯한 신공간 분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경제활동공간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공간 분업을 형성해 특정지역에 무형자산을 축적하고 지역 간의 차별화를 통한 격차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

 

세계적인 생산네트워크와 혁신네트워크

세계화 시대에는 지역 간 네트워크란 개념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 기업은 조립공장 근처에서 수많은 하청기업으로부터 원자재와 부품을 공급받고 있으면서 동시에 세계 여러 지역으로부터 특화된 부품을 공급받는 공급망(supply chain)을 구축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판매 네트워크를 토대로 정보를 교류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무형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 과거 세계적 생산네트워크(Global Production Network·GPN)에서 단순한 제품 관련 네트워크가 중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GPN에서 마케팅정보와 특허기술 등 무형자산 네트워크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신제품을 생산하거나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지식의 창출과 이전과정에서 공간적 근접성만 강조할 경우 지식과 기술의 사회적 고착효과(lock-in effect)가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클러스터는 끊임없이 외부지역과의 교류를 필요로 한다. 발전하는 산업클러스터는 외부지역과의 교류가 활발하게 나타나고 인력, 정보, 자본 등의 세계적 네트워크가 활발하다. 특히 외부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기업은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데 투자를 하며 이는 세계경제공간에서 특정지역과 특정지역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세계적인 파이프라인(global pipeline)’이라 칭하기도 한다(Bathelt et al., 2004). 이는 무형자산의 세계적인 네트워크나 마찬가지다. 세계경제공간에서 혁신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는 민족 네트워크가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중국계 과학기술인력들이 대만의 과학단지(science park)나 중국 베이징의 중관촌에 투자하고 혁신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바로 민족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과 지역이 국제적인 두뇌인력의 순환(brain circulation)을 꾀하고 무형자산을 축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민족네트워크는 혁신의 세계적 확산과 새로운 혁신지역의 등장에 크게 공헌해(Saxenian, 2006) 주변부의 특정지역에 새로운 혁신지역을 형성할 수 있는 역동성을 창출했다. 이 때문에 경제공간은 지역과 장소의 특성을 반영하는 무형자산의 네트워크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일시적 클러스터(temporary cluster)와 가상혁신클러스터(virtual innovation cluster)

지식기반 경제에서 공간적 근접성이 지식창출에 중요하다고 해서 연구개발 활동이 꼭 한 지역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간적 근접성이 연구개발 활동의 특정단계에서만 중요한 경우 무형자산의 교류는 흔히 단기간의 방문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Torre, 2008). 또 무역박람회에는 수많은 기업과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참여해 정보가 교환되고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일시적 모임에서 형성된 관계는 차후에 정보뿐만 아니라 물자와 서비스의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일시적인 클러스터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용이하게 하는 방편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네트워크와 클러스터 형성의 기초가 돼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일시적 클러스터와 유사하지만 지식정보사회의 특성을 적극 반영한 가상혁신클러스터도 주목할 트렌드다. 정보화시대에 도시지역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on-line) 연구자 모임이 구성되고 주기적으로 오프라인(off-line) 모임을 통해 인터넷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암묵적 지식을 습득하는 기회를 갖는 사례가 많다. 특정장소에 함께 있지 않지만 인터넷을 통해 가상의 한 장소에 모인 것과 같은 효과를 보면서 부족한 부분은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보완하면 한 장소에 함께 있지 않더라도 밀도 높은 네트워크가 형성되는(buzz without being there)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촌지역에서는 복잡한 기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이때 인터넷을 통한 지식 인력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가끔 개최하면 정보, 지식, 기술의 교환과 축적이 가능하게 된다. 이와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클러스터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상혁신클러스터의 형성은 앞으로 도시지역이나 농촌지역의 무형자산의 축적에 모두 중요하다(Park, 2005).

 

지역회복력(regional resilience)과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지역경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또 어떤 경제구조가 위기극복에 유리한 것인지 등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Martin, 2012). 최근 일본의 방사능 누출 문제 등이 심각해지면서 지속가능성도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급속한 공업화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을 위한 정책과 전략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Angel and Rock, 2000). 생산 활동과 폐기물 등으로부터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거래제 등의 도입으로 환경문제는 이제 비즈니스 이슈가 되고 있다(Coe et al., 2007). 생태산업단지(eco-industrial park)와 같이 산업생태학의 개념을 산업체계에 접목시키는 방안이 제시되는 것도 바로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Park, 2002). 인구고령화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을 추진하는 것도 관심사다. 지속가능성이 강조되면 단순한 경쟁보다는 기업과 기업의 협력, 기업과 지역의 협력, 지역과 지역의 협력이 중요해지고 무형자산의 교류와 축적이 지역과 기업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2. 기업과 지역의 무형자산 축적

무형자산은 기업에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은 세일즈와 마케팅을 통해 지식을 탐색하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연구개발투자를 함으로써 무형자산을 활용(exploiting)하는 활동을 한다. 또 신제품과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 지식을 탐구하고 외국의 발전지역에 연구개발투자를 행함으로써 무형자산을 개척(seeking)한다. 기업은 무형자산을 exploiting하는 것으로부터 seeking하는 과정으로 진화하게 되고 또한 무형자산의 seeking에서 exploiting으로 전환함으로써 계속해서 무형자산의 축적을 위해 진화한다. 이와 같이 기업이 지역에서 무형자산의 활용과 개척을 반복함으로써 기업 내부에 무형자산을 축적하게 된다. 축적된 기업의 무형자산은 바로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기여한다(Marrocu, et al, 2011).

 

다른 한편으로 지역은 개인과 조직, 사회적 기관들이 집단적으로 교류하고 활동하는 장으로서 민간기관과 공공기관으로부터 다양한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을 동원한다. 또 지역은 높은 생산성과 혁신성 및 적응력이 공존하는 경쟁력 있는 환경을 창출하기 위해 자연 자본과 인적 자본 및 사회적 자본이 결합할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함으로써 무형자산 형성의 장이 된다. 따라서 지역은 유형자산에 더해 무형자산을 축적함으로써 계속 진화하고 발전한다. 국지적인 지역으로부터의 지식 일출(spillover), 지식자본에의 접근, 무형자산 획득을 위한 지역의 지식기반, 무형자산 개척을 위한 지역의 시장기반, 네트워크와 상호작용을 통해서 지역은 무형자산을 축적하고 기업에 무형자산을 제공한다.

 

기업은 공급자, 고객, 경쟁자, 정부 및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상호작용해 지식, 기술, 인적자본, 브랜드가치 등의 무형자산을 축적하게 된다. (그림 1) 과거 기업의 네트워크는 기업 간 물자의 네트워크만을 염두에 뒀으나 이제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조직 내의 네트워크를 포함해 공급자, 고객, 경쟁기업, 지역사회와 정부 등 다양한 경제주체들과의 교류를 통해 무형자산 네트워크가 이뤄지고 있다. 특정 지역 내에서 이러한 기업의 네트워크가 긴밀히 이뤄질 때 클러스터가 형성되며 클러스터 내에서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된 무형자산이 지역에 일출되고 축적돼 지역의 무형자산이 형성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영국의 케임브리지 과학도시, 인도의 방갈로르, 서울 강남의 테헤란밸리 등은 바로 기업의 경제주체들의 활발한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의 무형자산이 형성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상호작용은 국지적인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 국제적 공간과 같은 다양한 공간적 차원에서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지역과 장소의 무형자산 클러스터가 중요하게 부각된다.

 

지역에 입지한 기업의 무형자산 축적을 통해 지역의 무형자산이 축적되고 진화하는가 하면 지역의 무형자산 축적은 기업의 무형자산 형성과 축적을 촉진하게 된다. 지역과 기업은 이러한 상호작용을 지속함으로서 무형자산을 축적한다. (그림 2) 따라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이 집적된 지역은 더 많은 무형자산을 축적하게 되고 이는 기업의 무형자산 축적에 공헌하여 산업의 클러스터나 대도시지역이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지역에 지속적으로 지식기반산업이 집중하고 대도시지역 간의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현상이나 국제적으로 클러스터 지역과 클러스터 지역 간에 다국적기업투자 네트워크가 활발해지는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Bathelt and Li, 2012).

 

3. 삼성전자 사례

한국 기업의 무형자산 축적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지만 삼성은 무형자산 축적 측면에서 한국의 대표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07년에 브랜드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지만 연구개발투자를 통한 신기술역량은 인텔이나 HP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 앞서 있다(김종년 외, 2008). 그동안 삼성전자는 무형자산을 축적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해 기업가치를 높여왔다.

 

삼성전자의 기업공간체계와 무형자산 축적

삼성전자는 1969년 창업 이후 국외지역총괄, 국외공장, 국외연구소, 국외 산업단지 등에 대한 중점투자를 시기에 따라 달리했다. 또 지역별 차별화를 꾀해 기업의 공간체계를 발전시켜왔다. 국외지역총괄은 1978년부터 시작해 1980년대에 주로 미국, 독일,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 설립했다. 국외공장은 1982년 이후 시작됐는데 1990년대에 중점적으로 설립했으며 미국과 영국은 물론 태국, 멕시코, 말레이시아, 브라질, 슬로바키아, 인도, 러시아 등 신흥공업국에 주로 투자했다. 국외 연구개발투자는 1987년부터 본격화했는데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에 주로 이뤄졌으며 미국, 일본, 영국, 러시아, 이스라엘, 중국, 인도, 폴란드 등 선진국과 신흥공업국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

 

무형자산을 축적하는 방법이나 전략도 시기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1990년 이후에 연구개발투자와 신제품개발 투자는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특히 1999년과 2004년에서 2006년 사이, 그리고 2009년과 2010년 사이에 세계적인 신제품 개발이 크게 이뤄졌다. 또 기술협력과 전략적 기술제휴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기술협력은 2007년과 2010년에 주로 이뤄졌고 전략적 기술제휴는 2010년 이후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M&A도 최근 들어서 이뤄지고 있다. 이 덕분에 삼성의 지식과 관련한 무형자산의 축적은 세계적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기업 브랜드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 이후 삼성전자는 브랜드이미지 개선을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산업 분야를 개척하기 위한 투자도 적극적이다. 특히 2010년 이후 바이오시밀러, 의료기기, 건강연구 등 의료 분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체계와 도시체계의 연계

삼성전자는 무형자산 축적을 위해 지역과 어떻게 상호작용했을까. 이를 분석하기 위해 기업의 기능을 지역본부(Regional HQs), 연구소(R&D Centers), 판매(Sales Network Centers), 생산(Production Centers)으로 구분했다. 또한 지역체계를 고려하기 위해 국가와 도시의 수준을 각각 다음과 같이 3가지유형으로 구분했다.(1)

 

 

이러한 분류를 통해 각 기능별로 입지현황을 국가와 도시로 표시하면 < 2>와 같다.

 

지역본부는 주로 선진국과 산업국의 수도나 가장 큰 도시에 입지해 최고의 마케팅, 브랜드이미지, 정책 및 전략,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한 지식교류와 사회경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수준 높은 무형자산을 축적했다. 연구소는 선진국과 산업국의 수도와 대도시급 이상의 도시에 입지해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혁신네트워크, 특허정보, 신기술 등의 무형자산을 축적했다. 세일즈네트워크센터는 선진국의 수도와 대도시, 그리고 산업국의 수도와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다. 개도국의 경우에도 10개의 수도지역에 입지해서 국가의 판매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판매네트워크센터가 과거 선진국의 수도권지역에 주로 입지하다가 산업국과 개도국의 수도지역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판매네트워크를 통해 국가별 마케팅 정보가 교류되면서 삼성은 무형자산을 축적해왔다. 생산 공장은 주로 산업국 대도시지역의 산업클러스터 지역에 입지해 숙련노동력을 활용하고 기업 간 물자의 교류를 긴밀히 해 유형 및 무형자산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삼성전자는 이와 같이 지역본부, 연구소, 판매네트워크센터, 생산공장 등 기업체계상의 다양한 기능을 세계의 도시체계와 연계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체계와 도시체계 간의 상호작용을 꾀하는 것은 단순한 물자의 연계를 넘어서 지식, 기술혁신, 마케팅, 문화 등의 무형자산 축적을 위한 전략으로 이해된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경제공간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삼성처럼 유형자산 네트워크 외에도 무형자산을 형성하고 축적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4. 결론

한국에서 경제성장의 중심역할을 했던 공업단지는 1990년대까지는 무형자산의 네트워크에 초점이 맞춰진 산업지구 개념이 강조됐다. 그러나 1997년 금융위기를 겪고 본격적으로 지식정보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2000년대 들어서 기술혁신, 기업 간 협력, ··연 연계, 국제적인 혁신네트워크 등이 강조됐고 이는 지역의 무형자산 축적이 중요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정책은 바로 기업의 혁신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업의 무형자산을 축적하고 지역발전에 공헌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세계적인 IT 강국이 됐고 오늘날과 같은 경제적 성과를 꾀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융합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녹색도시환경 등의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 정부, 기업, 대학, 공공기관, 시민사회 등의 경제주체와 지역이 상호협력을 통해 새로운 무형자산을 축적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과 기업의 상호작용을 통한 무형자산의 축적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중앙집권적인 권력보다는 각 지역과 경제주체들 간의 수평적 네트워크가 무형자산 축적에 보다 큰 기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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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옥 서울대 명예교수·가천대 석좌교수 parkso@snu.ac.kr

필자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에서 경제지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를 지내며 세계지역학회지 편집인, 한국지역학회 회장, 세계지리연합 경제공간변화 위원회 위원장, 대한지리학회 회장, 산업클러스터학회 초대회장, 세계지역학회 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