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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 Air 경영

숨막히는 Thin Air 시대: 아프리카 마라토너의 성공비법 배워라

김재윤 | 108호 (2012년 7월 Issue 1)




글로벌 기업의 위기는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어제의 밴치마킹 대상, 유망하다고 했던 사업이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한 세상이 됐다. 미국의 희망이라고 치켜세워졌던 미국의 태양광 업체는 파산상태에 직면했다.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 나선다. 유망사업에 대한 이야기에 경청하고 거기에서 힌트를 얻으려 한다. 그런데 오늘날과 같이 정보가 막힘없이 흐르는 세상에 나만 아는 블루오션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설혹 있더라도 신기루처럼 쉽게 사라져 버릴 것이다. 유망하다고 했던 곳에는 기업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더 이상 유망하지도, 차별화되지도 않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실낱 같은 좁은 영역에 너무 많은 기업들이 몰려 숨이 막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지금의 사업 환경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비유를 해보자.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 열대지방에서 우기는 모든 생물에게 생명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 초식동물들은 신선한 풀들로 다음 세대를 먹이고 강물은 넘쳐나 물고기들도 풍요를 누린다. 그런데 기후가 건기로 바뀌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물이 마르고 풀이 시들면서 생명체들은 혹독한 생존 경쟁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동물들은 신선한 풀을 찾아 이동할 것이고 물고기들은 더 깊은 물웅덩이로 모여들 것이다. 건조한 날이 길어질수록 작은 웅덩이에서 좀 더 크고 깊은 웅덩이로 물고기들이 모여든다. 이 시기 똑똑한 악어들은 좀 더 깊은 웅덩이에 진을 치고 모여드는 물고기를 사냥한다. 위기를 피해 더 좋은 곳을 찾아갔으나 모두가 모여드는 바람에 더 이상 나만의 낙원이 아닌 곳이 됐고 오히려 위험한 곳으로 변해 버렸다.

 

깊은 웅덩이의 역설인 것이다. 지금의 사업 환경도 마찬가지다.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기업들은 미래의 유망 분야나 사업모델로 몰려든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경쟁자들로 인해 사업은 금방 레드오션으로 변해버려 오히려 신사업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블루오션의 역설이 돼 버린 것이다. 마치 좁은 방에 사람들이 넘쳐나면 공기가 탁해지듯 모든 기업들이 유망하다고 하는 시장에 모여들면서 시장은 숨이 막히는 매력이 없는 곳으로 변한다.

 

시장이 커졌으나 막상 다가가 보면 너무 쪼개져 있거나 이질적이어서 매력도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흔히 지금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로 +30억 명으로 이뤄진 새로운 시장의 형성을 이야기한다. 새로이 편입된 30억 명의 거대 신흥시장이 있다는 이야기다. 분명히 숫자로서는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 신흥시장은 선진시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구매력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크지만 단위당 부가가치는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특징은 전체 규모는 커 보이지만 차근차근 들어가 보면 너무 많은 이질적인 시장군들이 혼재돼 있다는 점이다. 소득별 차이도 심하고 지역별, 인종별, 종교별 차이도 크다. 시장이 균질하지 않다는 것이고 그만큼 시장에 접근하는 비용이 크다는 이야기다. 결국 1인당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는 선진시장에 비해 낮고 시장의 균질도는 크게 떨어진다.

 

흔히 농지를 사야 한다고 하면 비옥한 곳을 먼저 선택하고 점차 단위당 수확량이 떨어지는 척박한 지역을 구매하려 할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할 때도 그렇고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위당 수확량이 높은 곳이 먼저고 점차적으로 수확량이 낮아지는 곳을 선택하게 된다. 지하지원의 개발도 마찬가지다. 석유나 석탄을 채굴할 때도 우선 경제성이 높은 곳, 비용이 낮은 곳을 선택하게 된다. 선진시장이 전자의 경우라고 하면 새롭게 형성되는 개도국 시장은 품위가 낮은 자원의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요약해 보면 기업들은 가뭄의 악어 웅덩이처럼 숨 막히게 엉켜 생존경쟁을 하고 있고 시장도 크기는 어마어마해 보이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단위당 채산성이 낮거나 쪼개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들이 쉽게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기 어려운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숨이 가빠지는 환경으로 변했다. 희박한 공기, ‘Thin Air’의 시대가 된 것이다.

 

Thin Air

Thin Air에서 Thin의 의미는 단위당 투입 대비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시장 환경을 말한다. Air는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이런 현상이 생겨나고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즉 고산지역으로 올라가면 공기가 희박해 지듯이 우리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환경과 시장이 주는 편안함이 점차 소멸된다는 의미다. 우리가 평지에 있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숨 막힘이 생겨나고 있다. 고도가 높아지면 대개의 경우 아무리 건강한 체격을 가진 사람이라도 고산병을 겪게 된다고 한다. 산소의 희박함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건강한 기업도 Thin Air 상황의 경쟁에 몰리면 고산병을 겪듯 무기력과 환경대응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고 이것이 위기의 시발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IT화로 인한 정보의 흐름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데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시간의 장벽도 없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파된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혁신에 목마른 기업들도 많아진다. 마치 건기가 닥쳐 물이 있는 웅덩이로 모든 동물들이 달려들 듯이 이들 기업도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한다. 비슷한 사업들과 아이디어가 넘쳐날 수밖에 없고 이는 또 다른 숨 막히는 경쟁을 만들어 낸다. 특히 정보의 비대칭성이 감소하면서 나만이 아는 정보는 거의 없어진다. 정보의 왜곡이나 불균형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점차 줄어든다. 세상은 점차 투명해지고 빨라지게 되면서 Thin Air화를 가속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유동성의 문제다. 돈과 사람, 그 속에 있는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세상을 넘나들고 있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투자할 사람들은 많다. 사람을 모으는 것도 과거 어느 때보다 쉽게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세계화가 가장 큰 몫을 했다. 오늘날 산업의 특징은 범지구적인 자원의 동원과 배치라 할 만큼 전 세계적인 단위로 움직인다. 문제는 여기에 앞서 언급한 IT가 덧붙여 지구 단위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계곡의 빠른 물살처럼 일순간에 모든 것이 바뀔 만큼 혁신의 변화가 빠르다. 때문에 유망하다고 하는 것들에는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기업들이 투자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손쉽게 모방되거나 변형된다. 혁신성이나 독점적 지위의 유지에 의한 가치 확보가 점차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은 희소성의 소멸이다. 희소성은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다. 희소성만 있다면 다소 비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없는 기업도 장기간 안정적인 사업영위가 가능하다. 통상 규제, 기술, 자원의 독점 등 다양한 요소가 희소성을 만들어 낸다. 희소성이 있다는 것은 공급은 제한될 것이고 이로 인한 진입장벽이 높다는 의미다. 그런데 문제는 규제의 제거로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기술혁신으로 기존 방식을 우회하는 것이 가능해 이런 희소성이 점차 소멸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방송은 전통적으로 주파수 자원의 희소성에 근거해 설계돼 오고 있는 규제 산업이다. 당연히 사업권 자체가 수익을 의미한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은 전파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채널의 유한성을 상당 부분 극복하게 한다. 또 기존의 방송방식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게 해 준다. 바꾸어 말하면 과거와 같이 단순히 점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수익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의사, 변호사, 의사 등도 마찬가지다.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들 직업군이 누리던 희소성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상을 요약해 보면 인위적으로 Thin Air 환경을 막거나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IT는 더욱 발달해 막힘없이 아이디어가 전 세계로 유통될 것이며 세계화는 더 진전돼 사람과 돈의 흐름은 왕성해 질 것이다. 희소성을 담보했던 기술적 한계나 규제와 같은 장치들은 점차 소멸되고 그 자리를 치열한 경쟁자들이 대신할 수 있다.

 



Thin Air
는 어느 분야에서 나타날까

Thin Air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산업에서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Thin Air로 전환이 더 빠른 분야가 있고 더딘 분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은 혁신의 속도가 급격히 둔화되는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통상 산업은 S자 커브를 그리며 발전한다. 초기에는 혁신이 더디다가 일정 수준이 지나면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제품의 수준, 가격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이것이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된다. 시장이 확대되면 마치 우기처럼 산업의 생태계는 개화된다. 참여기업이 많아도 혁신의 아이디어만 충분하면 된다. 설혹 기업 간 차별화가 부족해도 풍부한 시장수요가 산업 성장을 견인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팽창의 기간이 무한정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혁신은 체감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산업도 혁신의 체감단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소비자들은 그 노력만큼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이 시기에 일부 기업들은 과잉기술의 함정에 빠져들기도 하고 이것이 빌미가 돼 경쟁 구도가 변하기도 한다. 혁신이 정체기로 접어들면 선발기업과 후발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의 차이는 점차 무의미해지는 수준으로 축소된다. 결국 경쟁의 무기가 가격과 같은 요소로 단순해 질 수밖에 없다. 생동감이 넘치던 우기가 물이 말라버린 건기로 변하는 것이다. 풍부했던 산소가 점차 희박해지면서 기업들의 숨이 가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혁신이 빠르면 빠를수록 체감하는 Thin Air의 정도는 크다.

 

산업 고유의 구조도 변수다. 예를 들어 복잡도가 매우 높은 산업과 복잡도가 낮은 산업을 비교하면 후자가 좀 더 빨리 Thin Air의 영역으로 들어가기 쉽다. 도쿄대의 후지모토 교수의 제품 아키텍처 프레임워크를 빌려 생각해 보자. 산업의 구조는 크게 부품의 조립방식에 따라 모듈러와 인티그럴로 나뉜다. 모듈러는 말 그대로 모듈로 부품이 구성돼 있는 경우로 조합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경우이고, 인티그럴은 부품의 미세한 조정과정을 거쳐 최종 제품이 만들어 지는 경우이다. 산업의 구조를 보는 또 다른 축은 생태계의 개방정도에 따라 오픈과 클로즈드로 구분할 수 있다. 업계표준이 존재하는 경우는 대개 오픈형 생태계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C의 경우는 오픈 모듈러형 산업이라 할 수 있고 승용차의 경우는 클로즈드 인티그럴로 구분할 수 있다. 이때 표준화된 모듈형 산업은 업체 간 제품력의 차이가 크지 않고 기업들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Thin Air 상황으로 몰리기 쉽다. 반대로 산업이 복잡하고 폐쇄적일수록 부가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낮아진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제품이라 지역별 장벽이 통하지 않는 산업도 Thin Air화되기 쉽다. 이 경우 글로벌 기업들은 자본과 기술, 그리고 스피드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지역적 규제나 문화적 특성이 매우 강한 사업의 경우는 이와는 반대로 쉽게 부가가치의 희석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자원을 투입해도 시장이 글로벌에 편입되지 않는다고 하면 지역산업으로 그 가치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서구기업들은 컴퓨터나 TV와 같은 사업은 빨리 포기했지만 왜 냉장고나 세탁기와 같은 가전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정답이 아닐 수는 있지만 생각해 보면 일정 부분은 글로벌 제품이냐 아니냐와 연관이 있다. 컴퓨터나 TV는 표준화된 글로벌 제품이기 때문에 지역의 장벽이 매우 낮다. 반면 냉장고는 생활습관 등 문화적 차이로 인해 다수의 지역 업체들이 해당 지역 시장을 점하고 있다.

 

Thin Air 시대 : 경쟁의 방법과 전략

Thin Air의 본질은나만 아는 비밀의 문은 없다는 것이다. 블루오션도 순간적으로 나타날 수는 있지만 일순간 Thin Air로 변하고 만다. 결국 Thin Air 시대에 대응하는 전략과 체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마라톤하면 떠오는 나라가 케냐나 에티오피아다. 1960년 에티오피아의 마라토너 비킬라 아베베는 로마올림픽에서 아프리카 흑인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운동화를 신지 않은 맨발의 투혼으로 널리 상징화되긴 했지만 이후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마라톤 우승을 차지하며 장거리의 영웅적인 존재로 부각된다. 그는 평생 15번의 마라톤에 참가했는데 이 중 13번을 우승했다고 한다. 2003년 이래 케냐와 에티오피아는 세계 신기록을 4차례나 경신하며 장거리 육상 분야의 기록산실로 부상한다. 왜 이 지역이 아베베를 비롯해 마라톤의 강자를 배출하는가. 다양한 설명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고산에서 단련된 심폐기능과 지구력이라고 한다. 희박한 산소는 폐활량의 향상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장거리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고산에서 적응된 체질이 평지에서는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평지에 있다가 공기가 희박한 곳으로 고도를 높일 때 발생한다. 평지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은 고지에서는 대개 두통, 피로감, 의식장애 등의 고산병 증상을 보인다. 아무리 의지가 충만해도 스스로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평지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은 Thin Air가 되면 더 큰 고통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까지 산소가 풍부한 평지의 사업 환경, 성장하는 시장 환경에 익숙해 있던 한국 기업들에 다가오는 Thin Air 환경은 급격한 무기력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나. 그 첫 번째는 체질을 바꾸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역으로 Thin Air를 경쟁력 발판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여기서 체질은 고산병에 견딜 수 있게 심폐기능 등을 단련해 적응하자는 이야기이고 경쟁력은 아베베가 마라톤의 신화가 됐듯이 단련된 체력을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우선 체질에 대한 이야기다. 생존환경이 바뀌면 생물들은 그 환경에 맞게 진화한다. 고산식물들은 개화시기를 조절하기도 하고 극단의 기후조건에 대응해 군체를 형성하거나 지상에 밀착하기도 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경영시스템은 Rich Air 상황에서 잉태된 면이 많다. 규제가 있었고, 아이디어는 시간을 두고 확산됐으며, 자금과 사람이 지금처럼 빠르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우리의 경영 패러다임도 지속적으로 시장이 성장되고 확대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고 효율보다는 빠른 선점에 주안을 둔 전략과 자원투입이 중시돼 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환경이 Thin Air로 바뀌게 되면 이 모든 것들이 부담이 된다. 비대해진 몸에 갑자기 산소가 부족해지면 모든 것이 문제로 변하게 된다. 투입 대비 산출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과도하게 투입된 자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환경은 변했지만 경영시스템이 변화되지 않으면 이 차이로 인해 기업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수년 전 GM 등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위기를 겪을 당시 언급되던 화두 중 하나가 Legacy 비용의 문제였다. 과거 호황시절에 만들어 진 제도나 운영시스템이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부담이 되고 이것이 GM이라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을 파산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체질개선의 첫 번째 과제는 Legacy의 청산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를 위한 먼저 사업의 Legacy를 재정비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지금 수익이 나더라도 미래를 위해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Rich Air 패러다임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5년 앞의 시각에서 빠른 속도로 공기가 희박해진다면 과연 잘할 수 있는지, 확장의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 전자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사업의 Legacy를 쉽게 청산하지 못한 데 있다. 예를 들어 Laser Disk Player라는 제품을 상용화시켰던 파이오니어는 LDP 사업을 2009년에서야 접었다고 한다. 이미 세상은 디지털로 전환이 이뤄져 음악이며 비디오 등이 온라인을 통해 구매되고 활용되는데 창시자라는 명분이 마지막까지 사업을 버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비용 구조의 Legacy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특히 규제로 보호받았던 산업은 고비용 구조에 익숙하다. 불연속적인 기술혁신으로 시장이 변하면 비용구조 역시 바뀌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음반산업은 디지털기술로 인해 급격한 구조변화를 겪었다. 90년대 말까지 음악산업은 메이저 업체를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에 디지털 기술이 확산되면서 음반시장의 규모는 급격히 축소된다. 국내의 경우 4000억 원에 달하던 시장이 절반 이하로 급감한다.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시장이 급격히 Thin해 진 경우다. 문제는 비용의 관성이다. 높은 비용의 시스템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해 지고 이것이 산업과 업계의 재편으로 이어진다.

 

인력, 자원 및 고객 등에 대한 Legacy 분석도 필요하다. 고객은 기업의 생명선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업의 Legacy를 키우는 경우도 있다. 고객이 있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고객 때문에 계속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파이오니어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회사는 Laser Disk가 더 이상 성장하지도, 의미 있지도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업철수를 오랫동안 고민했으나 여전히 충성스러운 고객이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사업을 포기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객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지만 환경이 Thin해지는 경우 빠른 변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Legacy의 제거가 이뤄졌다면 다음으로 고민할 것이 변화를 찾아내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인 전략의 목표나 비전보다 환경에 대한 감지능력이다. 기업들이 망하는 원인의 상당 부분은 노력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변화와 다른 방향의 노력에 기인한다. 즉 엉뚱한 방향에서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변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Zoom-in/Zoom-out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가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 너무 세세한 지도로 세팅해 놓으면 정확하게 길을 찾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도로에 문제가 있을 때 경로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혼선을 겪을 수 있다. Zoom-in 시각의 문제다. 정확하고 세밀하지만 전체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Zoom-out은 전체를 볼 수 있고 위기 때 대체경로를 찾는 데에는 유리하지만 디테일에서 부족하다. 따라서 경영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두 가지, Zoom-in Zoom-out의 시각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작은 시장을 공략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질문을 해보자.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무엇일까. 흰수염고래라고 한다. 무게 150∼170, 길이 30m에 이르는 거대한 동물. 그런데 이들의 먹이는 놀랍게도 길이가 1∼2㎝에 불과한 크릴새우라 한다. 거대한 동물과 작은 먹이, 언뜻 보면 부조화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작은 동물을 먹는 데 투입된 에너지량이 산출된 열량보다 낮다고 하면 이런 부조화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래는 작은 먹이를 일거에 들이키면서 먹을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고 한다. 즉 아무리 먹이 자체의 단위가 작아도 이를 효과적으로 harvesting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어느 쪽의 몸이 비대할까. 단위당 섭취하는 에너지로 보면 육식동물이 월등히 우위이지만 실제 동물의 크기를 보면 초식이 육식을 압도한다. 단위당 에너지량이 적은 먹이로 어떻게 거대한 몸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역시 효과적인 Harvesting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소와 같은 초식동물은 위나 장이 발달돼 에너지의 마지막 단위까지 섭취하면서 체격을 유지한다. 반면 육식동물은 먹이의 단위 에너지량은 많지만 먹이를 찾고 획득하는 과정에 에너지 투입도 매우 크다. 외형적으로 보면 육식이 매력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초식동물이 밀도가 낮은 먹이를 먹어도 더 크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Thin Air가 단위당 수확이 낮아지는 현상이라고 한다면 각각의 밀도가 낮은 고객으로부터 효과적으로 가치를 모을 수 있는 체계만 갖춰진다면 경쟁의 승산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데이터가 그 예가 된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빅데이터도 본질은 단위당 가치는 매우 낮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 세상이 온다는 의미이다. 단위 정보가 작기 때문에 무시할 수 있지만 이를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수집,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추고 있다면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이다. 예를 들어 매장관리자는 고객의 움직임, 날씨, 기후 등을 통해 그날의 판매제품을 예측할 수 있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고객들의 운동기록 등을 통해 질병을 예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작지만 모으면 거대한 힘이 되는 것이 빅데이터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harvesting하는 것이 바로 Thin Air 시대의 경쟁력이다.

 

마무리

오늘날 많은 경영자들은 차별화된 좋은 시장, 즉 블루오션을 찾는다. 그러나 지금의 경쟁환경에서 나만 아는 좋은 시장을 찾기도 어렵고 찾아도 금방 나쁜 시장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좋은 시장도 좋지만 희박한 공기 속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체질을 확보하는 것이 오히려 미래의 경쟁역량이 될 수 있다.

 

크고 오래된 것들은 대개 좋은 환경보다는 열악한 환경에서 적응한 것들에서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인 세콰이어 국립공원의 제너럴셔먼 나무, 가장 오랜 된 생명체인 Bristlecone pine 나무 등이 서식하는 곳은 생존환경이 평온한 지역이 아니다. 오히려 고산, 낮은 기온, 그리고 적은 강수량 등의 악조건이 있는 곳이다. 좋은 상황에 적응하는 체계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 대응하는 메커니즘을 확보한 것이 크고 거대함의 이유인 것이다.

 

크고 좋은 시장은 어쩌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Thin Air가 이야기하는 것의 핵심은 극단의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이다. 또 작은 것을 모아 거대한 경쟁력을 갖추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 경영자들이 작은 시장을 크게 경영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가 많았을 때 만들어진 시스템이 없는지,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크릴새우를 먹고도 흰수염고래가 생존하듯이 새로운 경쟁 환경에 맞는 옷을 갈아입고 그 속에서 경쟁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산업전략1실 상무 jyk@seri.org

필자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MBA를 했으며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신규사업 기획팀을 거쳐 1992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다. 신규사업 분석 및 가치평가에 관심이 많으며 전자 및 정보통신 서비스, 인터넷 분야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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