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선진국의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서비스 산업이 이들 국가의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 관리자들이 사용하는 경영기법은 대부분 제조업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이런 경영 기법은 과연 서비스 산업의 문제를 풀기에 충분할까? 아니면 우리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야 할까?
이 연구는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제조업체가 제품을 시판할 때에는 제품 자체와 가격이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제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야 하며 기업은 해당 제품을 매력적인 가격에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옥수수 같은 1차 상품이건, 디지털 카메라 같은 첨단 상품이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는 생산과 가격 이외의 사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고려 대상은 ‘고객 관리’다. 서비스 회사의 고객은 단지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생산 과정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객이 생산자로 참여하는 것은 비용 설정에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서비스 회사는 제조업체와 다른 창조적 경영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기업은 서비스업의 네 가지 요소(서비스 내역, 가격 부과 메커니즘, 직원 관리 시스템, 고객 관리 시스템) 중 어느 하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과거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서비스 기업에 대한 연구에서 잘 나타나 있다.
네 가지 요소를 최적으로 조합하는 데 ‘왕도(王道)’는 없다. 이들 중 어느 하나를 제대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세 요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월마트(Wal-Mart·유통), 커머스은행(Commerce Bank·금융),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의료)처럼 꾸준히 성장·번영하는 서비스 기업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을 살펴보면 네 가지 요소 중 각 개별 요소를 뛰어나게 잘 제공했다기보다는 전체 요소를 효율적으로 통합했기에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논문은 네 가지 중요 요소(전체를 아울러 ‘서비스 모델’이라고 한다)에 기초해 수익성 있는 서비스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법을 설명한다. 이 접근법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핵심 교과과정 중 하나로 개발됐으며, 서비스업과 제조업에 차이가 있음을 기본 전제로 한다.
01 서비스 제안(The Offering)
서비스 사업 관리와 관련한 문제는 서비스 디자인에서 시작된다. 제조업도 마찬가지지만 서비스 내역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면 기업은 존속할 수 없다. 서비스 내역은 반드시 목표 소비자 그룹의 니즈(needs)와 욕망에 부합해야 한다.
서비스 디자인을 할 때 기업 관리자들은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제품 디자이너들은 구매자들이 중시하는 제품 ‘특성’에 집중하지만, 서비스 디자이너들은 고객이 원하는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들은 당신 회사의 서비스에 대해 ‘편리함’이나 ‘친근함’의 속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객들은 여러 서비스 가운데 영업시간 연장이나 접근 편의성, 다양한 제품 구색, 낮은 가격 때문에 당신 회사의 서비스 내역이 다른 경쟁사보다 좋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진은 여러 서비스의 속성 가운데 어떤 것을 기반으로 타사와 경쟁해야 할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때때로 전략은 ‘어떤 사업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마찬가지로 최고의 서비스는 ‘어떤 요소를 덜 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다른 회사보다 무엇을 잘 못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러나 서비스 업체들은 그들의 서비스 가운데 일부를 아예 제공하지 않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매장이라면 아무리 숙련도가 떨어지고 숫자가 적어도 어쨌든 종업원을 고용해야 한다. 대부분 성공적인 기업들은 이처럼 제공해야 하는 일부 서비스를 저급한 수준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할 때는 대충 하는 게 아니다. 필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뛰어난 기업들은 어떤 서비스를 탁월하게 해내기 위해 일부 서비스의 질을 낮춘다. 이것은 불가피한 타협으로 볼 수 있다. 경쟁자보다 영업시간이 길면서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기업을 생각해보자. 이 사업은 편의성에서는 뛰어나지만 가격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관리자들은 성공적인 서비스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어떤 속성을 최고로 제공하고 어떤 속성을 포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선택은 고객의 니즈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관리자들은 각 서비스 속성에 대한 고객의 상대적 선호도(중요도)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최고의 서비스 구축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월마트(Wal-Mart)는 ‘매장 분위기’와 ‘구매 시 제공하는 도움’ 면에서 소비자에게 낮은 점수를 받지만, ‘싼 가격’과 ‘넓은 선택의 폭’에서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 외의 몇 가지 속성은 그 중간에 위치해 있다. (DBR 7호에 소개된 David J. Collis와 Michael G. Rukstad의 ‘Can you Say What Your Strategy Is?’ 아티클 중 ‘월마트의 가치제안’ 도표 참조) 서비스 제공 수준에 대한 월마트의 타협은 고객의 이런 선호도를 정밀하게 반영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