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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사업 성공을 위한 4요소

프란시스 X. 프레이(Frances X. Frei) | 8호 (2008년 5월 Issue 1)
세계 주요 선진국의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서비스 산업이 이들 국가의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 관리자들이 사용하는 경영기법은 대부분 제조업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이런 경영 기법은 과연 서비스 산업의 문제를 풀기에 충분할까? 아니면 우리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야 할까?
 
이 연구는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제조업체가 제품을 시판할 때에는 제품 자체와 가격이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제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야 하며 기업은 해당 제품을 매력적인 가격에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옥수수 같은 1차 상품이건, 디지털 카메라 같은 첨단 상품이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는 생산과 가격 이외의 사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고려 대상은 ‘고객 관리’다. 서비스 회사의 고객은 단지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생산 과정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객이 생산자로 참여하는 것은 비용 설정에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서비스 회사는 제조업체와 다른 창조적 경영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기업은 서비스업의 네 가지 요소(서비스 내역, 가격 부과 메커니즘, 직원 관리 시스템, 고객 관리 시스템) 중 어느 하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과거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서비스 기업에 대한 연구에서 잘 나타나 있다.
 
네 가지 요소를 최적으로 조합하는 데 ‘왕도(王道)’는 없다. 이들 중 어느 하나를 제대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세 요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월마트(Wal-Mart·유통), 커머스은행(Commerce Bank·금융),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의료)처럼 꾸준히 성장·번영하는 서비스 기업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을 살펴보면 네 가지 요소 중 각 개별 요소를 뛰어나게 잘 제공했다기보다는 전체 요소를 효율적으로 통합했기에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논문은 네 가지 중요 요소(전체를 아울러 ‘서비스 모델’이라고 한다)에 기초해 수익성 있는 서비스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법을 설명한다. 이 접근법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핵심 교과과정 중 하나로 개발됐으며, 서비스업과 제조업에 차이가 있음을 기본 전제로 한다.
 
01 서비스 제안(The Offering)
서비스 사업 관리와 관련한 문제는 서비스 디자인에서 시작된다. 제조업도 마찬가지지만 서비스 내역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면 기업은 존속할 수 없다. 서비스 내역은 반드시 목표 소비자 그룹의 니즈(needs)와 욕망에 부합해야 한다.
 
서비스 디자인을 할 때 기업 관리자들은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제품 디자이너들은 구매자들이 중시하는 제품 ‘특성’에 집중하지만, 서비스 디자이너들은 고객이 원하는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들은 당신 회사의 서비스에 대해 ‘편리함’이나 ‘친근함’의 속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객들은 여러 서비스 가운데 영업시간 연장이나 접근 편의성, 다양한 제품 구색, 낮은 가격 때문에 당신 회사의 서비스 내역이 다른 경쟁사보다 좋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진은 여러 서비스의 속성 가운데 어떤 것을 기반으로 타사와 경쟁해야 할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때때로 전략은 ‘어떤 사업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마찬가지로 최고의 서비스는 ‘어떤 요소를 덜 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다른 회사보다 무엇을 잘 못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러나 서비스 업체들은 그들의 서비스 가운데 일부를 아예 제공하지 않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매장이라면 아무리 숙련도가 떨어지고 숫자가 적어도 어쨌든 종업원을 고용해야 한다. 대부분 성공적인 기업들은 이처럼 제공해야 하는 일부 서비스를 저급한 수준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할 때는 대충 하는 게 아니다. 필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뛰어난 기업들은 어떤 서비스를 탁월하게 해내기 위해 일부 서비스의 질을 낮춘다. 이것은 불가피한 타협으로 볼 수 있다. 경쟁자보다 영업시간이 길면서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기업을 생각해보자. 이 사업은 편의성에서는 뛰어나지만 가격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관리자들은 성공적인 서비스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어떤 속성을 최고로 제공하고 어떤 속성을 포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선택은 고객의 니즈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관리자들은 각 서비스 속성에 대한 고객의 상대적 선호도(중요도)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최고의 서비스 구축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월마트(Wal-Mart)는 ‘매장 분위기’와 ‘구매 시 제공하는 도움’ 면에서 소비자에게 낮은 점수를 받지만, ‘싼 가격’과 ‘넓은 선택의 폭’에서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 외의 몇 가지 속성은 그 중간에 위치해 있다. (DBR 7호에 소개된 David J. Collis와 Michael G. Rukstad의 ‘Can you Say What Your Strategy Is?’ 아티클 중 ‘월마트의 가치제안’ 도표 참조) 서비스 제공 수준에 대한 월마트의 타협은 고객의 이런 선호도를 정밀하게 반영한 결과다.
   
월마트의 강점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자발적으로 이 회사의 고객이 됐다. 반면 월마트의 속성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상점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고객의 선호도 또는 고객 니즈 차원에서 세분 고객군을 파악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고객 관리 세분시장(customer operating seg-ment)’을 파악하는 것은 전통적인 소비자심리학적 세분화와는 다른 활동이다. 이런 유형의 세분화는 탁월한 서비스를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유사한 인식을 갖고 있는 고객 집단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일단 매력적인 고객 관리 세분시장을 발견하면 목표는 명확해진다. 경영진은 세분시장의 선호도에 따라 새로운 제안을 제시하거나 기존의 제안을 변경해야 한다.
시장에서 이자율이 가장 낮고 점포망도 제한적이었지만 소매 고객 기반을 극적으로 확장한 커머스은행의 성공 사례를 보자. 이 은행은 점포 방문을 선호하는 고객에 집중했다. 커머스은행의 고객 범위는 은행을 처음 이용하는 젊은 고객부터 시간에 쫓기는 도시의 전문직이나 나이든 은퇴자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관리 세분시장 측면에서 이들은 모두 ‘편리성’이 은행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속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커머스은행이 저녁시간과 주말에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이들에게 다음으로 중요한 속성은 친근감과 은행원들의 친절한 대응이다. 이 때문에 커머스은행은 명랑하고 친밀한 은행 직원을 서비스의 핵심 속성에 포함시켰다. 또 높은 천장과 자연광을 사용해 지점 분위기를 사랑스럽고, 즐겁게 조성했다. 반면 가격이나 제품의 범위처럼 고객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속성의 주도권은 경쟁자들에게 양보했다.
 
나는 능력 있는 관리자이므로 경쟁자에게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어느 면에서도 최고가 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필자가 연구한 기업 중에는 거의 모든 서비스 속성에서 경쟁사보다 월등한 기업이 있기는 했다. 이런 회사들은 경쟁사보다 가격을 50%나 더 비싸게 가격을 받고 있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이런 형태의 프리미엄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서비스 속성에서의 타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관리자들에게 “당신들은 최고의 서비스와 열등한 서비스의 조합 그리고 모든 측면에서 그만그만한 서비스의 조합 중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말을 즐겨한다. 하지만 만약 열등한 서비스 속성이 최고의 서비스 속성을 지원해준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최고의 서비스 상품을 디자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02 가격 부과 메커니즘(The Funding Mechanism)
모든 관리자, 심지어 고객조차 이유 없는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관점에서 최고의 서비스는 반드시 비용을 수반하고, 비용은 반드시 회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형 제품(tangible product)의 경우 탁월한 성능에 대한 가격 부과 메커니즘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가격을 높이는 것이다. 추가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고객만이 최고의 제품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 사업에서 최고의 서비스에 대한 가격 부과 방법은 조금 더 복잡하다. 서비스 상품의 가격 지불은 한 번의 매매거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치요소의 묶음 형태나, 매달 요금을 지불하는 가입 서비스 형태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구매자들은 그들이 지불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가치를 추구하려고 한다.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는 비구매자들도 가치를 얻어가려고 한다. 손님이 물건은 사지 않고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점원으로부터 뭔가를 배워가는 것이 그 예다.
 
따라서 서비스 산업 경영진은 최고의 서비스에 어떻게 가격을 부과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특히 기업이 선정한 특정 속성에 경쟁자보다 비싸게 가격을 부과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성공적인 서비스 가격 부과 방법에는 네 가지 기본 형태가 있다. 두 가지는 고객이 지불하는 방법이고 다른 두 가지는 운영의 묘를 통해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고객이 선호하는 방법으로 요금을 부과하라 가치 있는 것에 대한 대가를 받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고객이 그에 대한 가격을 지불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때로 고객의 저항을 유발할 수 있다. 기업이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고객이 거부감을 덜 느끼면서 가격을 지불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의 매력은 고객이 커피점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가 오래 머물러 있는 고객에게 ‘좌석 점유료’를 추가로 받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이런 ‘분위기’에 가격을 부과하는 손쉬운 방법은 커피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커머스은행은 영업시간이 길고 주말에도 영업을 한다. 연장 영업시간에 대한 고객의 평가는 아주 좋다. 그리고 고객들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예금에 대한 이자를 절반만 받는다. 야간 근무와 주말 근무에 비용을 부과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자율을 낮추는 것이 고객에게는 거부감이 덜한 방법인 것이다.
   
경영진은 고객이 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를 창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가장 창의적이지 않은 방법은 차별적인 서비스에 대해 더 많은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운영비용을 줄여 ‘윈윈(win-win) 관계’를 만들어라 영리한 경영진은 적은 비용으로 고객 경험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다. 이런 혁신은 대부분 경쟁사들이 곧 발견하고 따라하기 때문에 경쟁 우위를 아주 짧게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경쟁 우위를 꽤 오래 유지하기도 한다. 프로그레시브 상해보험(Progressive Casualty Insurance)에서 제공하는 즉각 대응 서비스가 그 예다. 보험 가입자에게 교통사고가 나면 회사는 고객에게 즉시 회사 밴을 보내고 현장에서 손해를 사정한다. 이 차량은 어떤 경우에는 경찰이나 견인차가 전에 도착하기도 한다. 고객들은 이런 수준의 대응을 사랑하고 프로그레시브사의 서비스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렇다면 이런 니즈에 대해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 가능할까? 안타깝지만 아니다. 사람들은 자동차 보험료에 병적으로 민감하고 최저 가격 외에는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그레시브사는 전사적인 경비절감을 통해 서비스 비용을 해결한다.
 
일반적으로 보험사업자들은 연출되거나, 심지어 일어나지도 않은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보험사기로 피해를 당한다. 보험 회사들은 이런 사기로 인해 많은 법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사기로 인해 발생하는 부대비용까지 합친 총 비용은 보험료 100달러당 15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밴 서비스를 시행하고 나서 프로그레시브사는 보험사기로 인한 비용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회사 직원을 사고현장에 직접 보내는 것이 회사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 것이다.
 
프로그레시브사는 보험료를 산정할 때 다른 회사의 보험료도 함께 알려주는 또 다른 고객 편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프로그레시브사가 항상 경쟁사보다 낮은 보험료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프로그레시브사는 두 번에 한 번 정도만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그러나 프로그레시브사가 믿고 있는 것은 자사의 보험료 산정이 고객의 사고 확률에 대한 가장 올바른 계산 결과라는 것이다.
 
만약 프로그레시브사의 보험료 산정이 정확하다면, 그래서 경쟁사가 낮은 보험료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두 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를 통해 프로그레시브사는 손해 나는 고객에게서 벗어날 수 있고, 경쟁자에게 수익성이 낮은 고객을 떠넘길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언뜻 보기에는 고객에게만 도움이 되는 듯한 서비스가 실제로는 기업에게 도움이 된 것이다.
 
기업 관리자들은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찾을 수 있을까? 필자가 이런 질문을 할 때 대부분 관리자들은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원가절감 방법을 별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앞서의 질문 대신에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서비스 요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할 때 관리자들은 비용을 줄이면서 동시에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서비스 시간이다. 모든 서비스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종종 유용하다.
 
지금 지출하고 나중에 비용을 절감하라 어떤 경우에는 가능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은 미래에 발생할 고객의 서비스 니즈를 미리 줄이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소프트웨어 업체 인튜잇(Intuit)이 업계의 관행을 무시하고 시행한 무료 고객 지원 제공이다.
 
콜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상담요원들이 문의사항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지식과 사회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소프트웨어 제조업자들은 콜센터 지원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한다.
 
인튜잇의 창업자인 스콧 쿡(Scott Cook)은 이 문제를 다르게 봤다. 그는 전화 문의는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되는 정보라고 믿었다. 그의 이런 신념은 더 큰 지출을 정당하게 만들었다. 인튜잇은 전화 응대에 고객 서비스 인력과 고임금을 받는 제품 개발 인력을 함께 투입해 차기 버전의 제품 개발에 문의 내용을 직접 반영했다. 이것이 바로 ‘DIRST(Do It Right the Second Time)’라는 고객 반응을 중심으로 하는 제품 개선 활동이다. 이런 투자는 더 나은 소프트웨어의 개발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전화 문의도 줄어들었다. 쿡은 “우리 경쟁자들은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그들만큼 문의전화를 많이 받았다면 우리는 미쳤겠지요”라고 말했다.
   
고객이 일하게 하라 노동을 통해 고객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도 향상된 서비스에 가격을 부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직접 주유를 하거나 스스로 주식거래를 하는 등의 셀프 서비스를 제안하는 것도 비용을 낮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목표가 최고의 서비스라면 고객이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스스로 하는 서비스를 더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무인 발권기가 좋은 예다. 처음에 여행객들은 직원이 있는 데스크 앞에 있는 긴 줄을 참을 수 없어, 마지못해 무인 발권기를 이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좌석 배치도 같은 유용한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을 자주하는 고객은 무인 발권 서비스를 더 좋아한다.
 
최고의 서비스를 추구하는 기업은 이렇게 고객에게 환영받는 셀프 서비스 역량을 창조해야 한다. 실제로 셀프 서비스 옵션이 환영받으려면 고객이 셀프 서비스에 요구되는 노동을 기꺼이 무료로 해 주거나, 심지어 그 노동을 하려고 돈을 지불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셀프 서비스 솔루션을 디자인할 때 가격 할인을 유도하는 조건을 포함하기보다는 고객의 경험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낫다.
 
최고의 서비스에 대해 어떤 가격 부과 메커니즘을 사용하든, 차차 수정해 나가는 방법보다는 처음부터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완벽하게 서비스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고객은 기업이 처음에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면 심하게 불쾌해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무료 서비스로 기업이 성장할 수는 없으므로, 고객이 무료 서비스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신중한 분석과 기획을 통해 고객이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고 이에 적절한 가격을 부과함으로써 성장해야 한다.
 
03 직원 관리 시스템(The Employee Management System)
서비스 기업은 노동력의 질에 따라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서비스 산업은 전형적인 노동집약 사업이기 때문이다. 직원 관리의 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업의 최고 경영진은 직원 관리 시스템의 구성요소인 구인, 선발, 훈련, 직무설계, 성과 관리 및 기타 요소에 신중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각 영역에서의 의사결정은 기업이 목표로 하는 서비스 속성을 일관되게 반영해야 한다.
 
잘 통합된 직원 관리 시스템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간단한 진단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첫째, 무엇이 우리 직원을 정당하게 최고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가? 둘째, 무엇이 우리 직원에게 정당하게 최고에 도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가? 이에 대한 응답은 기업의 구체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을 통해 나타나야 한다. 직원 관리 정책과 고객 서비스 선호도의 연결을 간과한 기업은 고객에 대한 약속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
 
필자가 연구한 국제적인 소매 은행의 고참 관리자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 준 적이 있다. 그녀는 자기 은행의 서비스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센티브와 훈련 차원에서 다양한 분석과 측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지점에서 제공하는 고객 서비스는 개선되지 않았다. 당황한 그녀는 자신이 한 달 동안 고객 서비스의 최전방에서 근무해 보기로 결정했다. 서비스의 내용을 이해하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루면 충분했다. “지점 영업을 개시한 순간부터 고객들이 제게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하루가 끝날 즈음에는 나도 고객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대들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최근에 만들어진 판매 프로그램이 고객의 기대감을 높여 놓았지만, 실제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이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단 결과, 보통 직원이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조직 차원의 합리적인 지원이 없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은행의 직원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던 것이다.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직원이 규칙과 관행을 무시하는 영웅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면 서비스 기획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직원의 자기희생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든 요소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기업은 평균적인 직원들도 서비스를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획해야 한다.
 
이것은 커머스은행의 경쟁우위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은행은 저가와 제품의 다양성이 아닌 업무 시간 연장과 친근한 서비스를 목표로 했다. 이제 이 목표와 직원 관리가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커머스은행은 상품이 많거나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A학점만 받은 똑똑한 직원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업무 태도를 기반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으며 서비스 중심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업무 면접에서도 ‘후보자가 쉴 때도 웃고 있는지’ 등 간단한 판단 기준을 사용했다. 또 은행의 뛰어난 직원들은 서로 알아본다는 원칙 아래 직원들이 언제라도 채용을 추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커머스은행 직원은 레스토랑이나 주유소에서 서비스를 잘하는 직원들을 발견하면 칭찬이 적힌 카드를 내밀고 커머스은행에서 일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평균 이상의 태도와 능력을 갖춘 직원을 채용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그들은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경쟁사에게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임금이 상승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비용구조를 경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커머스은행이 그랬듯이 태도 중심으로 채용할 경우, 능력이 부족한 직원도 안정적으로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끔 서비스 디자인을 치밀하게 해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능력과 태도의 상쇄효과를 인정하기를 꺼린다. 그러나 직원 관리 시스템에서 이런 경제적인 현실을 수용하지 못할 경우 서비스 실패라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04 고객 관리 시스템(The Customer Management System)
직원이 서비스의 비용과 품질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인적 요소는 아니다. 고객도 서비스의 운영 프로세스에 연관돼있으며, 고객의 개입은 자신은 물론 다른 고객의 경험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건축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건축회사 고객이 원하는 건물을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에 따라 디자인 및 제품의 최종 품질이 큰 영향을 받는다. 패스트푸드점 카운터에서 쩔쩔매는 고객은 그 뒷사람이 받을 서비스를 지체시키는 원인이 된다.
 
서비스 운영에서 고객의 개입은 가치창출 과정에 기업이 수행하는 전통적인 역할을 바꿔놓기 때문에 이는 경영진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전통적인 제품 기반의 사업에서 기업은 원료를 구입하고 여기에 몇 가지 방법으로 가치를 추가한다. 그리고 이렇게 가치가 부가된 제품을 가격을 지불한 고객에게 배달한다. 그러나 서비스 사업에서는 직원과 고객이 모두 가치 창출과정의 일부를 구성한다. 장점은 고객의 노동이 직원의 노동보다 저렴하다는 점이다. 고객의 참여는 서비스 경험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 참여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문제점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획하는 것이 서비스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인이다.
 
고객 선정 문제를 생각해보자. 몇몇 서비스 상품은 고객이 중요한 일을 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고객은 직원과 같은 수준의 일을 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 지금은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전직 네슬레 간부는 “나는 네슬레에 있을 때 누가 공장에서 근무할지를 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지점의 고객에게는 그런 조정 권한이 없다”고 설명한다.
 
많은 노력에도 고객은 직원보다 훈련하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직원 수보다 고객 수가 몇 배는 많다. 이렇게 분산되고, 적절한 기술이 없으며, 보수도 없는 대규모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훈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기업은 서비스를 기획할 때 고객에 대한 훈련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만약 과제 수행이 직원으로부터 고객으로, 즉 훈련수준이 높은 사람에게서 낮은 사람으로 옮겨가면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일을 잘하는 것은 항공사들이다. 최근에 이용한 항공권 발권 창구를 기억해보라. 항공사 직원이 복잡한 순서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고객에게 이와 동일한 절차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따라서 발권을 고객에게 맡기려면 그 일은 매우 단순해져야 한다.
 
셀프 서비스 슈퍼마켓의 창구를 생각해보자. 고객은 이전에는 훈련된 직원들이 수행하던 일들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기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쇼핑백 무게를 재는 등의 추가 책임까지 떠맡는다. 기업이 고객에게 직원보다 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고객에게 무질서와 불안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 고객이 서비스 활동을 실행하는 경우 직원보다 재량권이 더 많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 직원에게 새로운 절차를 소개하면 직원은 이를 당연히 따라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고객이 관련되면 상황은 아주 복잡해진다. 유명한 자동차 함께 쓰기 서비스인 ‘집카(Zipcar)’를 예로 들어보자. 이 서비스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고객이 직접 세차하고 휘발유를 넣고서, 다음 사람에게 제때에 차를 돌려줘야 한다. 직원에게는 이런 업무의 처리가 매우 일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이런 일을 시키려면 보상과 벌금으로 구성된 복잡하고도 정교한 체계가 필요하다.

   
서비스 활동을 고객이 관리하게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어떤 고객에게 집중하고 있는가? 어떤 행동을 원하는가? 어떤 방법이 행동에 가장 효과적으로 영향을 끼치는가? 예를 들어 예약제로 운영되는 치과나 비디오 가게같이 고객의 시간관념에 의존하는 사업을 하는 기업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규칙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전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논문(‘Breaking the Trade-off Between Efficiency and Service’, 2006년 11월)을 참고하면, 고객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사용한 기업에게서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크게 두 가지 기본적인 영역으로 나뉜다. 기능적인 기술(흔히 할인이나 벌금으로 제시되는 당근과 채찍)과 규범적인 기술(창피함, 비난 또는 자부심을 자극해 쇼핑카트를 돌려주게 하거나 남이 보지 않더라도 쓰레기를 줍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강화려는 서비스 속성에 따라 고객을 일관되게 관리하는 것이다.
 
[HBR TIP] 서비스 디자인 진단
 
서비스 사업의 성패는 기업이 서비스 디자인의 네가지 요소를 제대로 구축했는지와 이들간 균형을 효과적으로 달성했는지에 달려있다. 각각의 요소에서 관리자들의 분석을 도와주고, 기업의 서비스 모델이 잘 통합되었는지를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질문을 제시한다.
 
1. 서비스 제안(The Offering)
기업이 최고 수준으로 제공하려는 서비스 요소(편리성· 친근성)는 무엇인가?
다른 영역에서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타협의 대상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가?
서비스 요소들이 목표 고객의 우선순위와 어떻게 연계되고 있는가?
 
2. 가격 부과 메커니즘(The Funding Mechanism)
고객은 자신이 선호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가?
서비스 항목에서 운영상의 혜택을 얻고 있는가?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 항목에 장기적인 혜택이 있는가?
고객이 가격할인의 유혹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서비스에 참여하는가, 아니면 더 나쁜 대안을 피하기 위해 서비스에 참여하는가?
 
3. 직원 관리 시스템(The Employee Management System)
직원이 합리적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직원이 합리적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무엇인가?
선발, 훈련, 동기 부여 측면에서 직무가 실제 업무에 적합하게 디자인되었는가?
 
4. 고객 관리 시스템(The Customer Management System)
서비스의 운영 과정에 참여하는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이 수행해야 할 업무는 무엇인가?
고객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고객이 업무를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고객의 업무 수행에서 나타나는 격차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전체 서비스 모델
한 부문에 대한 의사결정이 다른 부문에서 내린 의사결정의 지원을 받고 있는가?
서비스 모델이 고객, 직원, 주주에게 장기적으로 가치를 제공하는가?
기존 서비스 모델과 핵심 사업의 적합성을 유지하면서 확장할 수 있는 구조인가?
모든 고객에게 모든 것을 제공할 것인가, 아니면 특정 고객에게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네가지 요소의 통합
성공적인 서비스 기업은 서비스 디자인의 네 요소를 통합하기 위한 실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각각 영역에서 최고의 업무처리 모델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서비스 디자인이 어느 한 요소보다는 네 요소 전체의 상호작용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효과적인 통합 사례를 보여준다. 이 병원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병원 순위에 올라있으며, 수십 년 동안 심장 분야의 개척자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성공의 원인을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심장센터 이외에 뛰어난 당뇨병 센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병원은 특이하게도 의사들의 생산성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발 물러나 보면 전체적인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중태에 빠진 환자를 목표 고객으로 한다는 것은 의사들이 항상 혁신적인 솔루션이 필요한 도전적 환경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세분화 진료과목(신장, 혈액 등)을 탈피해 질병 중심으로 통합센터를 조직하는 것은 의사들이 전공을 넘어 새로운 관점에서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
   
또 의사들에게 생산성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이들이 다른 진료 과목의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력해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시간과 동기를 제공한다. 이런 시술방법이나 과정, 그리고 인력을 선택하는 방법이 서로 보완되고 유연한 운영체계를 통해 통합되기 때문에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모든 서비스 기업은 이 논문에서 제시한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서비스 활동을 분석해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서비스 디자인 진단표’에서 제시한 질문을 활용해 네가지 서비스 디자인 요소에 대한 변화와 실험을 지속한다면, 서비스 요소의 구성을 최적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 있다면 제시한 프레임워크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프레임워크는 기업의 최고 경영층에게 서비스 디자인의 두 가지 중요한 원칙을 강조한다. 첫째는 만병통치약처럼 그 자체로 훌륭한 아이디어는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이고 특정한 서비스 상황(맥락)에 적합한 좋은 아이디어만이 존재한다. 둘째는 모든 고객에게 모든 것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어리석다는 것이다.
 
첫째 원칙은 적합성(fit)의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앞서 제시한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강점에서도 볼 수 있다. 핵심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기존 서비스 모델과 적합한지 면밀히 검토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 이 병원은 최근에 첨단 건강관리와 스파 개념의 서비스를 포기했는데 그 이유는 서비스들이 병원의 핵심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는 당연한 판단이겠지만, 관리자들은 종종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 특히 직접적인 경쟁자가 성공하고 있는 분야의 진출에 대해 고민한다.
 
프로그레시브는 가정 보험 시장에 참여하면서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 수많은 기업이 가정 보험 시장에서 성공했으나 프로그레시브는 이 시장에 진입했다가 실패했다. 이는 회사의 경쟁적 강점과 그 사업의 성공 요소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그레시브는 위험을 효율적으로 산정하고 가입자가 적절한 보험료를 청구하도록 분석하는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가정 보험에서 수익을 얻는 것에는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다. 가정 보험을 다루는 기업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운영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프로그레시브가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였다. (기존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보험에서는 손해를 보지만 선납된 보험료를 투자해 이익을 얻는다.)
 
실패의 또 다른 공통적 원인은 모든 것을 모든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열망이다. 현재의 서비스 경제에서 대규모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모델이 특화한 모델보다 경쟁우위를 갖기는 매우 어렵다. 대신 기업들은 구체적인 고객에게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목표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을 기획해야 한다.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고객을 선택하는 데도 매우 탁월한 기업이다. 우리는 이를 프로그레시브의 고객 선택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커머스은행은 1973년 창업 이후 은행의 차별화 포인트를 고객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창업자인 버넌 힐(Vernon Hill)은 “세상은 또 다른 미투(me-too)은행을 요구하지 않았다. 나는 자본도, 좋은 브랜드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경쟁자와 차별화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목표 고객을 보유한 기업이 되려면
모든 고객에게 모든 것을 제공하려는 기업들은 수익성 있는 틈새 고객을 목표로 진입하는 신규 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은 이런 경쟁자에게 공격받고 나서야 자신이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발견하기도 한다.(‘위협 받아들이기’ 참조)
 
그러나 기존 시장 참여자들이 한층 특화한(more -focused) 경쟁자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기업들의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신규 진입자에 대한 기존 기업들의 경쟁 포인트는 바로 목표 시장을 다양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즉 단일 서비스 모델로 전체 시장을 포괄하려고 하지 않고 대신에 최적화한 서비스 모델로 여러 개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각각의 서비스 모델은 어떤 면에서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열등한 부분도 있도록 디자인된다.
 
이처럼 다양한 목표 고객을 가진 기업은 하나의 우산 아래에서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창출해 수익을 내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 이런 경쟁력은 때로 공유 서비스(내부의 서비스 제공자)에서 나온다. 공유 서비스(shared service)는 기업이 전체 서비스 모델 차원에서 규모의 경제와 경험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개별 서비스 모델들에 공유 서비스를 사용해 나타나는 효과성은 다양한 목표 고객을 보유한 기업의 성공에 결정요인이 될 수 있다.(‘특화한 기업이 치고 올라오면?’ 참조)
 
공유 서비스 구조는 5개 패스트푸드 기업의 집합체인 얌(YUM), 다양한 마케팅 영역에서 활동하는 수백 개의 회사로 구성된 옴니컴(Omnicom), 진입하지 못할 시장이 없어 보이는 GE 등과 같은 다양한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별 기업들은 독특한 고객 운영 세분시장을 위해 독특한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고, 각각에서 얻은 수익을 측정해 모델 전체의 혜택을 측정한다. 기업은 ‘각각의 독특한 서비스 모델이 다른 것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가’라는 기준을 통해 서비스 요소의 포트폴리오를 올바로 구축했는지를 판단한다. 만약 대답이 ‘아니오’라면 향후 성과가 낮아질 것이라는 신호이거나 몇몇 서비스 모델을 분리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대답이 ‘예’라면 이는 대부분 공유 서비스의 탁월한 관리 덕분이며 지속적인 성공이 예견된다.
   
기업의 공유 서비스에는 일반적으로 재무, 구매, 정보기술, 인력관리, 임원 훈련 같은 경영기능이 포함된다. 이 서비스가 제공하는 규모의 경제는 직접적이며 대규모의 구매, 신용상 이점 및 기타 비용 관련한 이점을 포괄한다. 경험의 경제는 구현하기는 어렵지만 구현되면 더욱 가치 있다. 한 서비스 모델에서 얻은 지식을 다른 서비스 모델을 강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식의 이전은 과거에는 제한된 범위에서 비공식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공유 서비스 구조를 갖춘 성공적인 기업들은 이런 지식 이전 절차를 공식화했다. 각 서비스 모델에서 얻은 경험을 활용하는 명확한 방법을 설계한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에 집중 투자하고, △중앙에서 통제하는 역동적인 직원 훈련을 실시하며, △개별 서비스 모델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직원의 순환 근무제를 실시해서 지식 이전을 촉진하고 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서비스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다중 목표 고객 모델(multi focused model)’을 도입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 모델을 방어하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다중 목표 고객 모델을 구성하는) 개별 서비스 모델의 리더는 자원을 분산하기보다는 집중하는 것이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실무 관리자들은 공유 서비스에 요구되는 규모의 경제와 경험의 경제를 제공하려면 좀 더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불평을 제기하고 있다.
 
성공적인 ‘다중 목표 고객’ 서비스 회사는 종종 지시하는(심지어는 독재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강력하고 중앙집권적인 리더십이 없다면, 수익을 창출하는 개별 라인 관리자의 힘이 커져 공유 서비스 자원의 배분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영활동의 최전선
경영학자들과 실무자들은 최근에 흥미로운 토론을 하고 있다. 그 이슈는 ‘서비스 사업의 경영활동은 제조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서비스 산업이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성공을 이뤄가면서 연구대상이 됨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이 논문에 제시한 프레임워크는 제조업의 성과를 알려주는 많은 지표가 서비스 사업에서도 필요하며,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고객의 역할에 관한 영역은 전혀 새로운 것이어서, 현재 이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HBR TIP] 위협 받아들이기
 
특화한 진입자가 나타났을 때 기존 기업들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대부분 ‘전략적 비탄’의 4단계를 따른다.
 
방치(Dismissal)
기존 기업은 진입자를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는 집중화한 기업이 기존 기업의 특정 부분에 적합한 최적화 서비스를 보유했다고 가정할 때, 가장 쉽게 내릴 수 있는 잘못된 의사결정이다.
 
슬픔(Sadness)
수익성 있는 고객을 잃어버리면서 상실감이 찾아온다. 기존 기업은 진입자의 서비스 모델에서 자연스러운 상쇄작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안도(Relief)
기존 고객의 일부분만 목표 고객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슬픔은 안도로 바뀐다. 새로운 경쟁자가 다른 세분시장을 차지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많은 고객이 남아있다.
 
공포(Dread)
마지막으로 더 큰 위협이 드러난다. 문제는 하나의 진입자가 아니었다. 또 다른 시장에서 다른 집중화한 기업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제대로 알아차리기만 하면 집중화한 경쟁자들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경쟁 영역에서 문제가 되는 영역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영역이 규모가 작거나 고립되어 있다고 안심하지 말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신속하게 이동하라. 특히 진입자의 시장 점유율이나 서비스 품질 같은 중요한 지수의 개선치에 주목하라.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한 비교는 위협의 시급성을 왜곡해 위협이 절박하지 않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경쟁자가 귀사보다 개선율이 높다면 격차는 곧 줄어들 것이다.
 
위협이 현실로 밝혀지면, 잠재적인 강점을 파악하라. 다양한 목표 고객을 가진 기업(모든 시장을 다루기보다는 다수의 목표 틈새시장에 집중하는)으로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사용하는 방법이 더 낫다고 믿고 싶은 유혹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사실을 과장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경쟁력 있는 대응책을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번역 오영건 kwonoy@hotmail.com
 
프란시스 X. 프레이(ffrei@hbs.edu)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과의 생산관리 부문 조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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