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케네콧사의 칠레 동광산 협상
Case
1960년대 칠레는 아르헨티나, 페루와 함께 세계 주요 동(銅) 생산 국가 중 하나였다. 칠레는 당시 세계 동 매장량의 약 30%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유타주에 본사를 둔 케네콧 동제련사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동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에서 거대한 엘테니엔테 동 광산을 운영하고 있었다. 엘테니엔테 동 광산은 20세기 초부터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 구겐하임 패밀리가 광산 개발을 시작해 운영하고 있었다.
칠레 총수출의 20%를 동 광석이 차지하던 1917년, 케네콧사는 구겐하임 패밀리로부터 엘테니엔테 동 광산을 사들였다. 이후 성장을 거듭하면서 엘테니엔테 광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 동광산이 됐다. 지하 갱도의 전체 길이가 약 2000km에 달하고 매년 64km의 새로운 갱도와 회랑이 굴착되고 있었다. 당시 엘테니엔테 광산은 매년 35만 톤에 달하는 동 광석을 생산하고 있었다.
운영 초기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케네콧사는 엘테니엔테 광산을 장기간 싼 로열티만 내면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1964년 칠레 기독민주당의 에두아르두 프레이가 정권을 잡으면서 정치 상황이 급변했다. 프레이의 기독민주당은 광업 분야의 생산성 증대를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동 생산과 제련, 그리고 판매에 칠레 정부가 참여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칠레 정부는 케네콧사는 물론 경쟁사인 아나콘다사를 타깃으로 모든 기존 계약의 재협상을 요구했다.
칠레 정부는 이 협상에서 매우 매력적인 대안(no -deal alternative)을 갖고 있었다. 만약 케네콧사가 계약 재협상을 거부하면 칠레 정부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 조건을 변경할 수도 있었으며 심지어 엘테니엔테 광산을 몰수할 수도 있었다. 과연 케네콧사는 칠레 정부와의 이 협상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어떤 협상전략을 강구해야 할까.
당시 케네콧 동제련사는 어떤 수단을 강구하더라도, 아무리 능숙한 협상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사납게 몰아붙이거나 으름장을 놓더라도, 협상전술의 또 다른 극단인 적극적 경청과 존경을 표하는 전술을 구사하더라도 형세는 절대적으로 케네콧에 불리했다.
케네콧사는 칠레 정부와의 협상에 대비해 최고의 협상 전문팀을 구성했다. 이어 칠레 정부의 협상 담당자들이 가진 배경과 협상스타일, 그들의 성격까지 연구했다. 칠레 협상 문화에 대해 조사하고 협상 상대방에게 대해 어떤 형태로 존경을 표시할지도 고민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케네콧사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웠다.
칠레 정부의 협상 관료들은 모든 가능한 카드를 손에 쥐고 있었다. 칠레 정부는 광산 전문가, 엔지니어, 그리고 경험 있는 매니저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고 케네콧사의 전문성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케네콧사가 광산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과연 케네콧사는 칠레 정부와의 이 협상에서 어떤 전략을 활용해야 할까. 당신이 만약 케네콧사의 CEO라면 협상팀에게 어떤 지시와 조언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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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ysis
당신은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데 상대방이 이혼을 강력히 요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방은 모든 가능한 카드를 손에 쥐고 있어 당신이 더없이 불리한 상황이라면 대응하기는 더욱 어렵다. 1960년대의 케네콧사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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