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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교육

지식보다 상상력! 교실보다 감상실이 중요하다

유영만 | 99호 (2012년 2월 Issue 2)



궁금한 상상? 즐거운 창의, 놀라운 창조!: 상상 양(
), 창의 군(), 창조 군()의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 결혼식
 
파란만장한 ‘상상 양’과 주도면밀한 ‘창의 군’, 그리고 매혹적인 ‘창조 군’이 세계 최초로 만들어가는 일처다부제 러브스토리, 기가 막히고 동공이 화들짝 열리는 상상의 세계, 아찔한 충격과 짜릿한 전율이 온 몸에 흐르는 창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상상 양과 창의 군, 그리고 창조 군의 삼각관계는 현실에서는 엄연한 불륜이지만 상상초월의 상상나라에서는 무엇이든지 가능한 상상의 무법천지이자 창조의 신세계다.
 
상상은 생각너머의 생각을 가능케 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구상하는 과정이다. 공상(空想)이든 망상(妄想)이든, 환상(幻想)이든 몽상(夢想)이든 일단 상상으로 가는 특급 열차를 타야 한다. 상상초월의 아이디어를 잉태하기 위해서는 창의 군의 불굴의 의지가 필요하다. 상상 양이 무엇인가 상상해주면 창의 군은 어떠한 난관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실현하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와 의욕,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열망을 보여준다. 창의 군은 상상 양이 상상한 결과를 창의적으로 생각하면서 상상을 현실로 구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데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있다. 상상 양은 창의 군에게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을, 창의 군은 상상 양에게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호혜적 관계다.
 
하지만 창의 군이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한다고 해도 모두 현실로 구현되지는 않는다. 창의적 아이디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시기상조일 수도 있고 다양한 제약조건이나 문화적 풍토로 인해 아이디어 수준으로 끝날 수도 있다. 상상낙원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상상 양은 또 다른 난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자신의 상상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상상 양은 창의 군의 도움과 더불어 창조 군의 도움이 필요하다. 창조 군의 도움 없이는 창의 군과 함께 잉태시킨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상상초월의 아이디어를 창의 군에게 전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잉태시키고 궁극적으로 창의적인 자손이 창조되기 위해서는 창조 군의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두 남자를 양쪽에 거느리고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을 들으면서 입장하는 상상초월의 결혼식을 상상해보자. 매력적인 상상 양이 매혹적인 두 남자 창의 군과 창조 군을 오고가면서, 아니 상상 양이 열정적인 창의 군의 힘을 빌려 칼날 같은 이성적 판단력과 불같은 감성적 상상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창조 군에게 자신의 상상의지를 전달하는 여정은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상상 양이 상상한 결과를 창의군이 색다른 창의적 아이디어로 부화시키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결국 창조 군에 의해 현실로 구현되는 것이다. 창조는 창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실로 구현될 결과다. 창의는 상상에 불굴의 의지와 열정을 추가해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잉태한 것이다. 이렇게 상상-창의-창조는 본래부터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상상력의 기반 없이 바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교육을 하거나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는 기반 없이 바로 뭔가를 창조하려는 무모한 노력을 반복해오지는 않았을까. 지금까지의 창조성 계발 교육은 상상력의 텃밭을 가꾸기도 전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심으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창의력의 씨앗이 자라기도 전에 전대미문의 창조적 열매를 맺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기존 창조성 계발 교육은 상상력의 텃밭을 가꾼다고 해도 그것이 창의력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검증해 창조성의 열매로 연결하는 노력도 간과해 왔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창조성 계발 교육은 창조성 계발에 대한 잘못된 전제와 가정을 근간으로 이뤄진 사상누각의 교육이었다. 창조성이 발아될 수 있는 체험적 기반이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삶과 유리된 창의적이지 못한 창조성 계발 교육이었다.
 
나아가 지금까지의 창조성 계발 교육은 상상력, 창의력, 창조성을 따로 가르치고 배우는 따로국밥식 교육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창조성 계발 교육은 상상을 창의나 창조로 연결하는 다리, ‘상창교(想創橋, ImCreative Bridge, ImCreative=Imaginative+Creative)’를 건설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별도의 체험적 기반과 교육적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상상력으로 발아된 새로운 생각의 씨앗이 창의적인 프로세스로 연계돼 마침내 실제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창작품으로 연결되는 가교를 건설하는 일이다.
 
상창교(想創橋)는 ‘상창교(想創敎)’, 즉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르치는 교육을 의미하기도 한다.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선인들의 지혜와 전통을 담고 있는 경전이 필요하다. 상창교(想創敎)는 바로 그런 경전을 토대로 상상력과 창의력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종교(宗敎)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창조성은 종교적 신념화를 시킬 정도로 일상적 삶에서 실천을 통해 체득해야 할 능력이다. 교육은 이런 체득 과정을 도와주는 매개체이자 촉매제일 뿐이다.
 
창조성의 세 가지 차원: 개인, 영역, 현장의 삼박자가 삼매경의 창조성을 불러온다!
 
흔히들 창의적 활동이나 그로 인해 만들어진 우수한 결과물들은 특정 인물의 타고난 지적 우수성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 1 는 ‘창의적’이라고 불릴 만한 아이디어나 업적은 단순히 한 개인의 머리에서 나오는 업적이 아니라 여러 조건이 어우러져서 빚어내는 상승작용의 결과이자 체계의 상호작용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인간의 창의성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 구성요소, 즉 영역, 현장, 개인에 의해 형성된다고 보고 개인뿐만 아니라 현장과 영역이 인간의 창의적 사고와 활동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이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간과될 경우 창조성은 의도대로 발현되지 않는다.
 
첫 번째 구성요소는 일련의 상징적 규칙과 절차로 이뤄진 ‘영역(domain)’이다. 영역은 상징에 의해 전달되는 지식의 체계다. 예를 들어 수학은 하나의 영역이며 좀 더 세분화한다면 수학의 한 부분인 대수나 정수 이론도 각각 하나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영역이란 우리가 보통 문명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공동체나 인류 전체가 공유하는 상징적 지식체계를 뜻한다. 인간의 거의 모든 창의적 활동은 기존의 지식체계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선행돼야만 가능하다. 이런 지식이 바탕이 돼 기존의 것을 개선하고 발전시킬 때 창의성은 의미를 부여받는다. 창조성은 결국 기존 상징체계가 지니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상징체계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인정받는다.
 
창의성의 두 번째 구성요소는 영역으로 가는 길목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활동 ‘현장(field)’이다. 현장은 주로 특정 영역에 오랫동안 종사했거나 그 영역에서 권위자로 인정받는 숙련된 전문가들과 이들을 후원하는 단체 및 정부기관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현장에서 하는 일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그 영역 속에 포함시킬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창의성이 현장의 평가에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는 없다. 수많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창의적 인물들과 아이디어들이 동시대의 현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소외돼 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이 생산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대부분을 제거해야 한다. 문화는 보수적이고, 또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만약 생산되는 새로움을 모두 수용한다면 문화는 곧 혼란에 빠져들고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현장은 이렇듯 기존 문화를 유지하면서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여과장치의 역할을 수행한다.
 
창의성을 구성하는 마지막 요소는 ‘개인’이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주체이자 출발점이 바로 개인이다. 창의성은 어떤 사람이 음악, 공학, 사업, 수학과 같은 주어진 영역의 상징을 사용해서 새로운 사고나 새로운 양식을 발전시키면 적절한 현장이 그러한 새로움을 선택해서 관련 영역에 포함시킬 때 가능해진다. 다음 세대는 그 새로움을 기존 영역의 일부로 만나게 될 것이며 만일 그들이 창의적이라면 다시 그 영역을 좀 더 변화시킬 것이다.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개인의 창의성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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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영만

    - (현) 한양대 사범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 (현) 한양대 교수학습개발연구센터장
    - 삼성경제 연구소, 삼성인력개발원 경영혁신,지식경영 교육담당
    -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학습체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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