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투자 6원칙, 중국에서도 통할까

97호 (2012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Kellogg) MBA스쿨은 1908년에 설립됐다. 1970년대 중반부터 도널드 제이콥스(Donald Jacobs) 전 학장의 주도로 여러 가지 혁신적 교육제도를 도입하며 세계적인 명문 경영대학원으로 도약했다. 교과 과정에 팀 활동(Group project)과 동료 평가(Peer evaluation)를 최초로 도입한 경영대학원이기도 하다. 특히 1980, 1990년대에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교수를 필두로 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금융, 회계, 인사, 조직 등을 포괄하는 General Management School로 성장하고 있다. 정규 MBA과정에는 매년 약 650명의 학생이 입학한다.
 
필자는 중국 베이징대 MBA에 교환학생으로 와 여러 수업 등을 통해 중국의 경제와 기업 경영 상의 특징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이징대와 맥킨지앤컴퍼니의 공동기획으로 맥킨지 상하이 오피스의 파트너들이 직접 강의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기업 전략과 투자 현안(Current topics of strategy and investment in China)’은 필자가 매주 가장 기대하는 수업이다. 이 시간을 통해서는 중국에서의 외국인 투자가 주요 주제로 다뤄지고 있고, 특히 워런 버핏의 중국 시장에서의 투자 원칙과 배경, 그리고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진다.
 
 
워런 버핏의 6가지 투자 원칙
 
워런 버핏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매우 직관적인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좋거나 훌륭한 기업인가(Is the company good or great?)’라는 질문과 ‘저평가돼 있는가(Is the company cheap?)’라는 질문이다. 워런 버핏의 6가지 투자 원칙(filter)은 ‘좋거나 훌륭한 기업(good or great)’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해 준다.
 
 1    소비자의 마음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가?
(Can the company get a share of the consumer mind?)
 
스타벅스가 어떻게 우리 머릿속에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일어나자마자 스타벅스를 찾는다. 또 애플이 무슨 마법을 건 건지 몰라도 새벽부터 애플스토어 앞에는 새로운 아이폰을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을 이룬다. 굉장히 감정적인(emotional) 영역이지만 이런 기준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이런 상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많은 중국인 학생들이 ‘왕라오지(王老吉, Wang Lao Ji)’ 를 꼽았다. 왕라오지는 중국의 코카콜라라고 할 만한 제품으로 중국인들이 식사할 때 늘 마시는 매우 단맛이 나는 차의 일종이다.
 
 2    값싼 일반적인 제품으로 교체가 가능한가?
(Generic products cannot replace it?)
 
맥주는 선호 브랜드가 분명한 기호식품으로 꼭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자신의 선호 브랜드를 잘 바꾸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반대로 베개나 비누의 경우 브랜드에 민감한 사람들도 일부 있겠지만 대부분은 별로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요소는 가격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가격에 민감한 중국인들은 단돈 몇 위안에 자신의 브랜드를 기꺼이 바꾸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컨대 중국 리테일 시장에서는 현재 까르푸가 매우 번성하고 있지만 중국인의 가격 민감도나 낮은 브랜드 충성도를 고려할 때 아직 까르푸도 안전한 위치라고 말할 수 없다고 평가된다.
 
 3    회사의 경영인에게 백만불을 준다고 해도 그는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인가?
(Nothing will change if you give the company and management $100M?)
 
버핏은 1983년 네브라스카주의 ‘Nebraska Furniture Mart’라는 작은 가구점의 주식 80%를 인수했다. 좋은 가구를 잘 골라서 유통하는 능력을 가진 이 지역 점포의 성장성과 수익률을 높이 평가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한다. 당시 주인은 로즈 블럼킨(Rose Blumkin)이라는 러시아계의 근면한 이주 여성이었다. 그녀는 버핏의 투자로 엄청난 돈을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침 6시에 예전과 다름없이 일했다고 한다. 많은 창업자(entrepreneur)들이 엄청난 투자금을 받은 후 큰 집을 사거나 전용 제트기를 사는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즉 버핏은 한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과 판매하는 제품의 안정성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회사 경영자의 안정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또 버핏은 투자를 결정할 때 기업지배구조(governance) 문제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강조했다. 기업 내부의 주인 이외에 또 다른 주인이 숨어 있는 기업, 혹은 많은 계약관계에 지배구조가 얽혀 있는 기업 등이 바로 주의해야 할 부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버핏은 가족에 의해서 운영되는 기업(family owners)을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4    기술발전이 그 제품의 가치를 퇴색시킬 것인가?
(Can technology make it obsolete?)
 
버핏의 포트폴리오 기업 중 ‘리글리 껌(Wrigley’s Chewing Gum)’이라는 회사가 있다. 버핏이 이 기업을 인수한 것과 관련해 빌 게이츠도 “아무리 기술이 바뀌어도 사람들이 껌을 씹는 방법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 질문은 버핏이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비즈니스에는 투자하지 말라(never invest in the business you don’t understand)”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지금까지 코카콜라, 리글리 껌, 시즈캔디(See’s Candy)와 같이 사람들이 매일매일 소비하고 소비량의 변화폭이 크지 않은 기업에 투자해서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냈다. 버핏이 중국에서 이런 종류의 투자의사 결정을 한 것으로 BYD가 대표적이다. 버핏이 BYD에 투자한 것에 대해 BYD가 전기자동차라는 혁신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BYD는 세계 휴대폰 배터리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버핏은 배터리 회사에 투자한 것이다. 이는 그가 사람들이 매일매일 일상생활에서 소비하고 웬만한 사건이 발생해도 크게 변화하지 않는 패턴의 제품군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5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가?
(Does it have a 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
 
이 질문은 버핏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이라고 한다. ROIC가 WACC보다 높은지, 시장 점유율은 높고 안정적인지, 높은 진입장벽(entry barrier) 혹은 높은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존재하는지 등이 이러한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질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수요를 확보하는 데 있어 원가 경쟁을 하는지 아니면 전속시장(captive customer)이 존재해 안정적인 수요가 계속 창조되는 것인지 여부 역시 중요한 질문이다. 중국에서 이를 결정하는 요소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거나’ 아니면 ‘정부가 운영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페트로차이나(Petro China) 같은 회사는 엄청나게 큼과 동시에 정부가 운영하는 회사이므로 이를 충족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버핏은 이 회사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7배 이상의 수익을 내고 2007년에 매각한 바 있다.
 
 6    부정적인 시장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까?
(Can it survive really adverse conditions?)
 
‘내일 갑자기 현금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할 회사는 사지 말아라’ ‘산소 공급이 끊겨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라’와 같은 말이 이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제품 혹은 서비스인가 여부와 고정비의 비중이 높아서 비용구조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기업인가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위의 6가지 질문을 모두 통과한 기업은 ‘좋거나 훌륭한(good or great)’ 기업으로 분류돼 버핏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가치투자 행보는 다운사이드(down side)가 크지 않은 기업에 집중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즉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매출 변화가 크지 않은 회사, 당장 내일 큰 일이 일어나도 망하지 않을 회사, 지금은 저평가돼 있지만 장기적으로 잠재역량(potential upside)이 극대화될 수 있는 회사가 바로 그런 회사다.
 
 
 
중국에서의 투자결정 시의 문제점,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하지만 이처럼 탄탄한 버핏의 투자 논리도 중국과 같이 산업의 성격이 너무 빠르게 바뀌어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때에는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오늘 성공적인 회사가 내일도 계속 성공적일 것이라 장담하기 힘들고 소비자들의 마인드는 시시각각 바뀌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중국 소비자들만큼 가격에 민감해 브랜드를 자주 바꾸는 소비자들도 없다.
 
교수들은 이러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보완하기 위해 버핏의 스승인 빌 그레험의 투자 원칙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버핏이 미국 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1960년대 이후에 활동했던 것에 비해 빌 그레험은 시장이 훨씬 불투명했던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활동했던 투자자였다는 점에서 지금의 중국 시장과의 유사성이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빌 그레험의 투자 스타일은 버핏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기 성격으로 수익을 거두면 매각하는 이른바 ‘치고 빠지는’ 투자 방식이고 장기적인 기업의 잠재가치(upside potential)보다는 현재 저평가된 기업 가치 위주로 투자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전적으로 그레험의 투자 스타일로 회귀하기보다는 버핏의 안전지향적 스타일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서 스타벅스는 어떠한가?
 
맥킨지의 파트너들은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중국에서의 스타벅스는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상하이, 베이징 등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미 75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나를 비롯한 국제 학생들은 너무나도 당연히 스타벅스의 장밋빛 미래를 점치면서 향후에 중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예상되는 비즈니스로서 무조건 ‘BUY’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학생들의 대답은 의외였다. ‘중국은 차(tea)문화권이라서 스타벅스는 한계가 있다’ ‘중국인들에게 스타벅스는 너무 비싸다’ ‘서양 문화를 동경하는 일부 젊은 층에 시장이 국한돼 있다’ 등의 이유로 스타벅스의 미래를 불투명하다고 봤다. 이에 많은 외국인 학생들은 다시 ‘그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고 중국인들도 결국 커피에 중독(addicted)될 것이며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일본이나 한국처럼 커피를 많이 소비하지 않을까’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중국인 학생들은 ‘일본이나 한국의 차 문화와 중국의 차 문화의 깊이는 다르다’ 혹은 ‘스타벅스가 한국, 일본에 진출한 기간이나 중국에 진출한 기간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의 스타벅스는 아직 성공적이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필자는 이 수업을 통해서 ‘중국을 중국인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 물론 중국 학생들의 반응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비즈니스 분야도 중국인의 입장에서 충분히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비슷한 문화권이라고 생각했던 한국이나 일본의 학생들조차 중국인들의 사고방식과의 큰 차이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곤 한다. 필자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유학한 적이 있지만 중국에서의 하루하루는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름’을 깨닫는 연속이다.
 
 
김태경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Class of 2012
 tkim2012@kellogg.northwestern.edu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P&G에서 프링글스, 페브리즈, 오랄-비, 브라운 등의 브랜드 마케팅과 글로벌 인터넷 마케팅을 담당했다. MBA의 시각으로 본 사회 현상에 대한 해석을 담은 블로그 ‘mbablogger.net’을 운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