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Talk Concert

“CSV시대, 혁신의 물결은 자회사에서 본사로 역류한다”

박용 | 96호 (2012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수정(한국외대 법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논의가 무척 흥미롭다. 과거 방한했을 때 비즈니스와 사회의 관계, 소외 계층의 고려 등과 관련한전략과 사회라는 논문을 토대로 강연했는데 당시는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이 싹트는 초기 단계였다. 최근에는 그 담론이 더 구체화한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이 선두에 서서 CSV 개념을 채용하고 활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CSV 개념의 주창자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2011 126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 참석해 CSV 개념을 한국에 소개했다. 포터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 패널토론에 이어 오후에는 청중과 11 문답을 진행하는토크 콘서트에 등장해 CSV 개념과 적용 방안을 설명했다.

이날토크 콘서트는 청중의 질문 외에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들어온 질문을 포터 교수가 하나씩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시간에 한국적 상황에서의 CSV 도입방안, 단기 투자자와 단기 성과주의, 세계화, 본사와 자회사의 관계, 산업별 차이 등 CSV 도입 과정에서 풀어야 할 실무적인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토크 콘서트에서 나온 주요한 질문과 포터 교수의 답변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한국 정부는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지수를 제시했다. CSV 관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과동반성장 지수개념은 그들이 실제로 하려는 일과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위원회는 이익 공유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동반성장(win-win)’이 아니다. 대기업의 이익을 가져다가 서로 나누는 것일 뿐이다. 이는 한쪽의 기회를 가져다가 다른 쪽에 몰아주는 것이다




오히려 반발과 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 기술력의 부재, 생산 프로세스의 취약성, 부적절한 교육 훈련, 과도한 규제, 부족한 재원 등이 중소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다. 활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면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손쉽고 단기적인 해법에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에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소규모 공급업체와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더 생산적이게 만들고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미국에서는 정부기관의 공공조달 중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에 할애한다. 예를 들자면, 정부기관의 지출 비용 중 20% 정도를 중소기업이 가져가게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이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나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진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보다는 정치적인 움직임에 가깝다는 지적도 들린다. 정치가 명쾌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조달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인가?

미국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다. 정부와 거래를 할 때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부분이 있다. 정부의 입찰 과정이 복잡해 인력이 많고 경험도 있는 대기업이 입찰을 따내는 데 유리하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정부 조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공평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 규제를 없애고 사이클 타임을 단축시키고 양식도 단순화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원한다면 그들이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줘야 한다. 값을 많이 쳐주는 게 아니라 거래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대출지원 등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려는 여러 시도가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분산돼 있고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키우려면 통일된 방식으로 기술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또 은행이 그들에게 대출을 해주도록 인센티브도 있어야 한다. 미국엔 중소기업 대출을 전담하는 기관이 있다. 중소기업청이 보증을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완화되고 은행들이 저금리로 대출해줄 수 있다. 대출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탄탄한 기업이어서 은행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익공유는 대기업의 이익을 가져다가 중소기업에 준다는 뜻으로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과는 다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을 하고 각자가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중소기업은 인재, 기술,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매출도 올리고 고객도 확보해야 한다.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 하나씩 해결한다면 중소기업들이 이를 잘 따라와줄 것이다. 중소기업은 매출이 적어 다양한 규제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 스마트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의 고민을 덜어줘야 한다.”


기업의 전략 목표에 사회적 가치도 포함돼야 한다는 게 CSV의 핵심 주장이다. 이는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재무적 목표를 넘어서야 한다는 뜻인가?

“CSV는 재무적 목표를 줄이자는 게 아니라 이를 개선하자는 개념이다. 이익 창출의 원천을 더 다양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혼란의 여지는 있다. 누군가는 이를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염두에 둔 자본주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CSV는 근로자, 소비자, 기업가 모두 골고루 이윤을 나눠 갖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주창하는 것은 아주 순수한 자본주의 가치 그 자체다. CSV는 이익 극대화에 기반을 둔 도구(tool). 어떤 기회를 활용할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CSV는 사회적 가치를 늘리기 위해 주주 가치를 줄이자는 게 아니다. 주주 가치를 늘리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자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윈윈(win-win)’이다. 한 달 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행사에 참여한 거액 투자자들도 이 아이디어를 점차 이해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편협한 시각에서 투자 분석을 했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예를 들어 화학회사의 에너지, 원자재의 사용 등을 추적하지 않으면 잘못된 분석을 할 수 있다. 이들이 낼 수 있는 실적과 성과에 앞서 설명한 CSV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투자자들도 근시안적인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1∼2년 후엔 이런 움직임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양한 조사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


많은 투자자들이 단기거래를 하고 있다. 어떻게 단기 투자자들의 관심을 CSV로 돌릴 수 있을까?

단기 투자자에 제대로 대응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이 행위를 잡음이라고 여겨야 한다. 나는 많은 최고경영자(CEO)를 만난다. 1년에 두 번 하버드대에서 다른 교수님들과 함께 신입 최고경영자(CEO)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다. 경영의 가장 큰 함정은 주가다. 매일 형성되는 주가가 성공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주가라는 것은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으며 움직인다. 그리스 문제가 터지면 주가가 하락하는 식이다. 이는 당신의 기업 실적과 무관하다. 그러니 주가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장기적으로 기업 실적이 주가를 결정한다. 자신감을 가져라. 좋은 리더는 들고 나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투자자를 챙긴다. 그들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주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다. 초단타 매매를 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장기 투자자에게 관심을 쏟아라. 그들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것이다.” 

세계화는 개도국과 가난한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웃소싱을 통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 해당 국가에는 일자리가 생기고 임금이 올라 사회의 복리후생을 개선할 수 있다. 그렇다면로컬 CSV’글로벌 CSV’ 가운데 가치를 더 창출하는 쪽은 무엇인가? 양자 간의 상충효과(trade off)는 없는가?

미국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흥미로운 문제다. 미국 일자리 증가세의 둔화는 세계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고 소비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상황이었다. 당시는 경제가 활황기여서 미처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일자리 증가세의 둔화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중국과 인도 등의 다른 나라들이 성장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신흥시장으로 넘어갔다. 인건비를 줄이려는 의도였다. 중국에 공장을 지으면 그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해당 지역에 일자리가 늘고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면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물론 미국 소비자들은 이익을 얻지만 근로자들은 월급이 떨어지거나 일자리를 잃는 피해를 본다. 이에 대한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면 이 세상이 제로섬(zero sum) 게임을 하고 있는지, 혹은 세계화가 플러스섬(plus some) 게임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수요가 고정돼 있다는 전제에서 중국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미국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면 세계화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런데 나와 다른 학자들은 세계화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에 일자리가 늘어나면 소득이 증가하고 구매가 늘어 수요가 발생한다. 각 나라들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특화하게 된다. 미국은 장난감을 만드는 대신 소프트웨어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중국의 완구 공장에 일자리 하나가 만들어져 미국의 완구 공장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더라도 다른 영역에서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파이가 커져 모든 나라가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게 핵심적인 이슈다. 중요한 점은파이사이즈가 커질 수 있느냐다. 또 다른 이슈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공정한 게임(fair game)을 하고 있느냐다. 가장 생산적인 곳으로 일자리가 옮겨지는 건지, 아니면 인위적인 상황, 즉 중국의 환율 조정을 통한 보호주의 정책 때문에 생산적으로 보이는 것인지의 문제다. 중국은 여러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많은 정책들이 이분법적인 제로섬 경향을 보인다. 중국도 파이 전체를 키우는 법을 생각해야 한다.”


CSV
를 실천하기 위해 경영자들의 마인드 셋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CEO를 포함한 전문경영인은 지배 주주의 생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너, 전문경영인, 회사 구성원들의 생각을 어떻게 일치시키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경영자, 관리자의 생각을 확대하려면 다차원적인 시각을 활용해야 한다. 먼저 모범사례와 데이터를 보여주고 이것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산업별로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방법이 1차적인 마인드 확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제약, 의료기기 회사들이 CSV를 실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백서가 곧 발표될 예정이다. 다른 기업들이 이 백서를 읽게 되면 CSV에 동참할 것이다. 경쟁 기업이 CSV 선두에 나서는 것을 보고 뒤처지는 기업이 마인드를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5, 6개 기업을 선정해 CSV상을 수여하는 일을 했으면 한다. CSV를 경영진 교육 시스템에 포함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현재 경영대학원에서 이를 가르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는 CSV가 기본적인 경영 교육에 포함될 것이다. 컨설팅 기업들이 자문역을 할 수도 있다. 우리의 역할은 이런 과정을 더 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이해당사자, 주주에 관련된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CSV가 이해당사자의 이익 균형을 달성하기 이전에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고 있느냐의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이를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한국은 지배구조가 이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모든 주주에 대한 공평한 책무와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주주 권리의 보호 수준이 상당히 낮다. 소액주주의 보호는 더 떨어진다. 어떤 기업들은 의사결정에서 오너나 지배주주에게만 우호적인 결정을 하고 다른 소액 주주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는 공유가치를 창출하고 향상시킬 수 없다.”


CSV
는 기업인들이 방어적인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기업들이 노력해도 정부나 노동, 환경, 인권 분야의 시민단체들은 늘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들과 어떻게 협업해 CSV에 성공할 수 있을까?

“10, 20년 전에는 없었던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있다. 이들은 부정부패, 환경문제, 근로자 다양성 존중 등의 문제를 감시하고 있다. 이런 단체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동안 기업들이 사회적 문제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런 압력이 기업의 기부나 CSR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CSV보다는 CSR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들은 기업이 공동체의 표준을 지키는지를 감시한다. 기업이 사회가 설정한 최소 기준을 준수하고 이를 남용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를 위한 특정한 가치를 만들지는 않는다. 기업이 일을 잘하고 윤리적으로 움직이면 시민단체의 역할은 자연히 줄어들 것이다. 시민들이 기업을 믿을 수 있도록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CSV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누가 공격하고 비난해서 반응하는 게 아니다. CSR 보고서를 발행하는 것처럼 누군가가 뭘 내놓으라고 해서 만드는 게 아니다. CSV는 한 기업이 경제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이다. 앞으로도 CSR CSV는 공존할 것이다. CSR을 선도하는 좋은 회사들은 더 적극적이고 앞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물론 외부 단체들이 늘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만족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회사 입장에선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CSV를 하면 CSR을 할 때와는 다른 대화방식으로 시민단체와 대화하고 파트너 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인 커뮤니티가 로컬 클러스터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글로벌 본사의 이니셔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회사는 판매 마케팅만 담당할 뿐 제품생산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의 자회사가 본사 이니셔티브 없이 CSV를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

모든 국가에는 해외 기업의 자회사가 있다. 이들 자회사는 기본적으로 본사의 승인을 받아서 일을 한다. 하지만 해당 시장에서 어떤 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CSV적 사고는 모든 조직 단계에 적용될 수 있다. 물론 사안에 따라 CSV 활용 영역이 줄 수는 있겠지만 다른 형태의 기회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자회사가 본사를 설득할 수도 있다. 아직 공략하지 못하는 고객군에 대한 내용을 본사에 전달할 수도 있다. 자회사를 운영하며 자원과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본사와 비교해 자회사의 사업수행 영역은 좁다. 해당 지역사회에 보다 더 깊이 공헌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CSV는 본사 소재지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네슬레와 유니레버가 대표적인 사례다. 모든 자회사가 공유가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CSV는 업무 부서에 기반을 둔 콘셉트라고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사업을 꾸릴지와 연관이 있는 것이다. 과거 대부분의 혁신은 본사에서 발생하고 자회사로 흘러갔다. 반면 CSV 시대에는 혁신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자회사가 더 나은 서비스에 대한 통찰을 현지에서 찾아내고 본사에 보내면 본사가 이를 반영해 제품을 생산하는 프로세스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자회사는 본사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과거보다 더 큰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현재의 입지를 극대화하고 그 영역 안에서 CSV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본사에서 다양한 연구개발을 한다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벤처나 신생 회사들에 CSV는 버겁고 힘든 일이다. 장기적으로 CSV 전략을 대기업만큼 신경 쓸 수가 없다. 창업을 하는 기업가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

“CSV 개념은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다. 니즈를 다르게, 광범위하게 보고 가치사슬을 운영하는 것이다. 오히려 신생 회사들이 이미 틀이 완성된 기존 기업보다 더 쉽게 CSV 모델을 회사의 근간으로 삼을 수 있다. 기성 대기업보다 더 빨리 이를 도입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CSV 활동 중 가장 흥미로운 사례를 신생 사회적 기업들에서 볼 수 있다. 질문자와 같은 분들이 CSV의 렌즈로 대기업이 보지 못한 것을 찾아내고 있다. 대기업들이 보지 못한 부분을 보고 저소득층, 소외계층 등에 초점을 맞추고 제품 서비스를 개발한 신생 회사들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기회는 수천, 아니 수만 개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중소기업도 자신만의 틈새시장, 새로운 활동 범위, 가치사슬, 고객을 찾아낼 수 있다.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을 찾고 소외계층의 니즈를 만족시킬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과거의 가치 창출 방식에서 벗어난다면 CSV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CSV 아이디어를 개척한 회사는 작은 기업이지 대기업이 아니다. CSV를 활용해 스스로를 차별화했으면 한다.”


CSV
의 기회와 역량에는 차이가 있다. 특히 다양한 산업 영역별로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녹색 경제나 친환경과 관련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영역에 있는 기업은 CSV를 훨씬 더 수월하게 실행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영역도 있다. 이런 영역에서는 CSV 적용을 주저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 확정적 답변을 드리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저와 마크 크레이머 FSG 대표 등이 다양한 산업 부문을 조사,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CSV의 기회가 없는 산업은 찾지 못했다. 제약업계는 현재 상위 10% 고객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저소득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엄청나게 커진다. 축구, 야구 등의 스포츠팀 구단주를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스포츠팀이 주민의 체력과 건강에 도움을 주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기회를 갖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식품회사나 제약회사보다 상대적으로 CSV가 더 어려운 곳도 있다. 반도체를 예로 들어보자. 반도체 산업에서 에너지는 매우 핵심적인 문제다. 삼성이 그 기회를 파악했고 제품 설계에 반영했다. 삼성이 에너지를 CSV의 문제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성공 여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반도체는 수자원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기회도 존재한다. 어떤 사업, 제품, 가치사슬, 클러스터에도 CSV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업종에서 CSV가 약한 이유는 경영진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기회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를 한다면 CSV의 기회가 더 많아진다. 고객을 생각하기도 더 쉬워진다.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회가 존재하지 않는 산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CSV를 실행할 때 비즈니스 전략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CSV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더라도 미래의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이를 실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CSV를 실행하면서 겪을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 문제 해결을 통해 얻은 교훈을 설명해달라.

비즈니스는 어렵고 복잡하다. 실수를 할 수 있다. 전통적 방식으로 해도 실수를 한다. 시간도 걸린다. 새로운 접근과 혁신이 많이 필요하다. CSV가 타 비즈니스 전략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현재 배우는 단계에 있다. CSV를 하려면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물류의 집약도나 가치사슬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면 이젠 배워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모르면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농촌지역의 소비자들을 새로 공략해야 한다면 이들이 누군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새로운 파트너와 손잡고 CSV를 시작한다. 파트너는 NGO가 될 수도 있다. 오전 강연 때 식품회사들이 구매 방법을 바꾸고 있다고 얘기했다. ‘테크노서브라는 유명한 NGO가 있다. 이 단체는 대기업과 함께 일하면서 영세 농가에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다. 네슬레, 유니레버 등의 대기업들이 테크노서버와 계약하고 일한다. 이렇게 일하려면 새로운 전문 지식을 끌어당길 수 있는 개방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프로세스가 느려질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비즈니스도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진화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벤처를 만들고 배울 수 있는 기회, 문제를 해결하는 여유를 준다. 비즈니스를 할 때 실수가 수반되는 것처럼 우리도 실수를 하고 이를 통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 ‘10년 후 소외계층에 어떻게 다가갈까’ ‘에너지를 어떻게 절약할까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쌓일 것이다. 여러 방법론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지금은 학습하는 단계다. 배움을 갈구해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위험 감수나 실행 과정의 문제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겪는 일들이다. CSV만 그런 경험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박용 박용 |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