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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의 회고와 전망

미래를 읽는 기술 ‘시나리오 플래닝’ 하나의 견해에 올인하는 습관을 고쳤다

피터 슈워츠(Peter Schwartz) | 91호 (2011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시나리오 플래닝의 대가 피터 슈워츠가 <미래를 읽는 기술(The Art of The Long View)>이란 책의 출간 2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공 및 실패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정리한 글을 글로벌 컨설팅사 모니터가 발행하는 ‘Monitor Insight’에 실었습니다. <미래를 읽는 기술>은 주요 MBA스쿨 학생들의 필독서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년간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을 발전시켜온 그는 이번 기고의 목적을 “<미래를 읽는 기술>에 대한 회고, 속죄, 그리고 새로운 미래 지도의 공유”라고 설명합니다. DBR은 두 차례에 걸쳐 피터 슈워츠의 메시지와 한국적 상황에서의 시사점을 전하는 글을 연재합니다. 피터 슈워츠의 최신 아이디어로 극도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현명한 대안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왜 필요한가?
“오늘날 미국 안보상 최대 리스크는 미국 심장부인 워싱턴-뉴욕의 주요 건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테러 공습이다. 수많은 생명이 희생될 수 있다.”
 
9.11 테러가 일어나기 7개월 전인 2001년 2월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보위원회 일원이었던 필자(피터 슈워츠)는 테러의 위험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보고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채 딕 체니 부통령에게 “딕, 머리 아픈데 당신이 알아서 처리해주지”라고 말하며 일축했다. 딕 체니 부통령 역시 시나리오를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부시 행정부는 왜 9.11 테러 시나리오를 무시했을까? 네오콘의 시각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오류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미국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테러리즘이 아니라 새로운 슈퍼파워 ‘중국’의 부상이라 단정했다. 따라서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까지 미 행정부의 관심은 온통 중국에만 쏠려 있었다. 그들에게 중동발 테러 위협이라는 시나리오는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차이는 매우 크다. 실제로 20년 전 GBN이 최초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소개했을 때만 해도 예측이나 시나리오 플래닝 없이도 기업 경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오히려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않아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9.11 테러에 대한 GBN 보고서를 접한 부시 전 대통령의 마음 또한 이와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더 이상 미래를 강 건너 일로만 치부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변화의 방향은 더 불연속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변화의 양상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이러한 환경적 변화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절한 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약 20년간 국제유가는 배럴당 20∼30달러 수준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BRICs 경제의 성장이 본격화된 2000년대 중반부터 2008년 초까지 약 4년간 유가는 과거 20년 평균가격의 3∼4배에 이르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2008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에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직전 4년간의 상승폭을 단 6개월 만에 반납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림 1) 글로벌화 및 디지털 경제의 확산에 따라 이제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한쪽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그날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의 상황에서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자신의 예상, 또는 관심 사항과 전혀 다른 환경이 전개될 경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음반업계이다. 이들은 90년대 고성장 시기의 사업 모델을 고수하다 MP3플레이어와 iTunes 등 온라인 사이트의 등장으로 초토화가 됐다. 2000년 이후 음반 시장은 단 5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5가지 유의점
우리는 시나리오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미래에 대한 전략은 미래 환경변화의 불확실성이 야기하는 ‘위험의 간과’와 ‘기회의 상실’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하며 좋은 시나리오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시사점과 대안을 담아야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론 중 하나지만 늘 최선의 결과를 보장해왔던 것은 아니다. 때문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고려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좋은’ 시나리오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거나 예측했다 하더라도 그 파급 효과를 간과했던 지난 몇몇 사례를 통해 도출된 다섯 가지 유의점은 다음과 같다.
 
하나. 시나리오로 하나의 미래를 예단하지 말라
- 쿠웨이트 – 이라크 갈등에 대한 예측 실패 사례 및 교훈
1990년 8월1일 필자(피터 슈워츠)는 인랜드스틸(Inland Steel)의 CEO인 밥 다날(Bob Darnall)과 함께 저녁 모임에 가는 길이었다. 필자는 다음날 인랜드스틸 이사회에서 에너지 비용에서부터 경쟁 현황에 이르기까지의 전반적인 에너지 산업의 미래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예정이었다. 식사 장소에 도착할 때쯤 밥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들었다. 이라크 군대가 쿠웨이트 국경 근처에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철강제품을 만들고 운송하는 데 있어 에너지는 비중이 큰 간접비 중 하나다. 만약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석유 가격이 솟구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쿠웨이트 침공은 세계 경제 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인데 이는 곧 철강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인랜드스틸에는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필자는 1980년대 중반 오일 트레이딩 비즈니스에서 겪은 경험을 잠시 떠올리고는 “밥, 심각하게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허풍 같네요”라고 말했다. 이라크는 큰 계약에 대한 재협상 시기가 오면 시장을 경직시키기 위해 정유소나 탱커를 폭파시키곤 했다. 사담 후세인은 이라크의 석유 협상 전략 중 하나로 군사 행동을 활용해온 이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이사회가 열릴 시간이 됐을 때 이미 사담 후세인은 쿠웨이트 침공을 마쳤고 미국은 전쟁으로 향하고 있었다. 허풍은커녕 엄청난 글로벌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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