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론과 플랫폼전략

에코시스템 전쟁 시대: 경쟁전략도 진화한다

88호 (2011년 9월 Issue 1)

 
최나리 - Tug of war will not112×162㎝, Acrylic & Oil on canvas, 2009
인간의 욕구를 작품 속 캐릭터로 담아낸 작가는 이 작품에서는 맹목적으로 앞사람만을 쫓는 모습을 풍자했다.
정작 선두에 선 사람조차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난처한 상황을 줄 없는 줄다리기에 빗대 표현했다. 마요네즈와 토마토케첩 튜브에서 연상된 이미지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상징적 코드와 어우러져 현대인의 일상과 욕망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맹목적으로 앞사람만 쫓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경쟁자만 의식했던 과거의 경쟁관행과 오버랩된다.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경쟁자가 진짜 경쟁자일까?’ ‘현재의 경쟁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번 스페셜리포트가 던지는 핵심 질문들입니다. 경쟁의 장과 구조, 방식이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적과 동지에 대한 획일적 구분도 매우 위험합니다. 경쟁자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해서, 경쟁자보다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했다고 해서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아닙니다. 경쟁에 대한 통념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지혜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경쟁의 패턴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환경에서는 자사의 기술이 경쟁자보다 우위에 있다 할지라도 경쟁상황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더 나아가 경영의 핵심은 단순히 경쟁자를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요구를 세밀하게 관찰해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기존 경쟁우위에 안주해서 머뭇거리다가는 어느새 뒤처진다.
 
얼마 전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사이며 핀란드의 자존심을 지켜온 노키아의 주가가 급격하게 추락한 사례도 이와 마찬가지다. 노키아는 빠르게 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자사가 정해놓은 휴대전화가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했기 때문에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후 노키아는 주요 자산을 모조리 폐기하고 20년 넘게 사용해온 심비안 운영체제를 미련 없이 버렸다. 뒤늦게 깨달음을 얻은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으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하지만 노키아의 미래는 현재로서 매우 불투명하다.
 
노키아의 CEO인 스티븐 엘롭은 “게임은 기기의 투쟁에서 이제 에코시스템의 전쟁으로 바뀌었다 (The game has changed from a battle of devices to a war of ecosystems)”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산업의 융합화나 디지털 컨버전스는 경쟁이나 경쟁자를 규정하는 방식을 바꿔 놓았다. 서로 다른 기술과 기술, 기술과 제품 또는 기술과 서비스 간의 결합은 산업의 신세계를 만들어냈고 기기들이 다양하게 조합하면서 새로운 제품이 유행하고 있다. 산업의 경계는 점점 더 불투명해질 뿐 아니라 신기술, 신산업,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히 등장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경쟁의 룰이 만들어지고 있다.
 
소비자들 또한 새로운 제품과 복합화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제품의 수명은 짧아지고 기업은 이런 변화에 위협을 느끼게 됐다. 하지만 이런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업계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뚜렷한 방향과 올바른 제안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기존의 중요한 경쟁전략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후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따라 경쟁의 룰과 경쟁상대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영환경에서 새로운 경쟁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플랫폼 전략’을 소개한다. 플랫폼 전략에 대한 글은 이미 많이 있으나 대부분 단편적이라 이를 좀 더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플랫폼 전략의 성공 요소들을 제시하고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통한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전략이 한 산업의 기술적인 면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산업, 그리고 인사나 조직 관리 등 경영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라는 점도 보여줄 것이다.
 
기존 경쟁전략 고찰
Ansoff Product-Growth Model
우선 1957년에 전략적 관리라는 개념의 창시자인 Ingor Ansoff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Ansoff Model(The Ansoff Product-Growth Model)부터 살펴보자. 이 모델은 기업 성장에 대한 4가지 방법을 다루었는데 첫 번째 성장전략인 시장침투(Market Penetration)는 같은 제품으로 같은 시장을 대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전략이다. 위험부담이 적고 일정 기간은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시장 개발(Market Development)은 같은 제품으로 다른 시장을 개척하는 것으로 상품에 대한 다른 시장의 요구를 찾아내거나 지역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전략이다. 세 번째는 제품 개발(Product Development)로서 다른 종류의 제품을 기존 시장에 판매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다각화(Diversification)는 다른 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으로 가장 위험도가 높지만 가장 큰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고 한층 새로운 차원에서 경쟁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구분은 현재로서는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어도 당시로서는 상당히 체계적이고 획기적인 경쟁분석 모델로 인식됐다.
 
BCG Growth-Share Matrix
위에서 설명한 Ansoff 모델은 기업의 성장 패턴을 보여주지만 현재 상황에서 기업이 어떠한 경쟁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관한 해결책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BCG Growth-Share Matrix를 구상했다. 1970년대 개발된 것으로 현대 경영전략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널리 활용되고 있는 분석기법이다. 제품 또는 기업이 처해 있는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BCG 모델은 시장성장률과 기업의 시장점유율의 높고 낮음으로 구별해 4가지 전략적 선택을 제시한다. 성장률과 점유율이 모두 높은 사업은 성장사업(Star), 성장률은 높으나 점유율이 낮은 사업은 투자가능사업(Question Mark), 성장률은 낮으나 점유율이 높은 사업은 수익주종사업(Cash Cow), 마지막으로 성장률과 점유율이 모두 낮은 사업은 사양사업(Dog)이다. BCG 매트릭스는 사업의 성격을 단순화, 유형화해 의사결정의 방향을 명쾌하게 제시해주는 반면 사업의 평가요소가 상대적 시장점유율과 시장성장률에 불과해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좀 더 발전시켜 만든 GE 모델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BCG 매트릭스와 장단점이 유사하다.
 
맥킨지 컨설팅의 7S 모델과 3C 모델
이상과 같은 기존 경영전략 모델들이 너무 단순해서 설명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정교한 분석을 하기 위해 맥킨지컨설팅은 7S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전략(Strategy), 기술(Skill), 공유가치(Shared Value), 구조(Structure), 시스템(System), 스태프(Staff)와 스타일(Style)로 구성되며 전략뿐 아니라 조직문화까지 아우른 심층적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변수가 너무 많고 체계성이 떨어져 오히려 혼란스럽고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방법으로 맥킨지는 ‘중복됨이 없이 중요한 이슈를 모두 포함하는 (MECE,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요건을 충족하는 3C모델을 개발했다. 3C란 Company(자사), Customer(고객), Competitor(경쟁사)로서 이에 해당하는 각각의 전략을 수립한 후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그러나 기업의 경쟁전략을 이렇게 3가지로만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해서 전체적인 경쟁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5 Forces 모델
위에서 설명한 경쟁분석모델은 대부분 너무 단순하거나 아니면 7S 모델같이 너무 복잡해서 현실세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들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시한 5가지 경쟁요인을 분석하는 ‘5 Forces 모델’이 대부분 해결하고 있다. 이래서 마이클 포터를 경쟁전략의 대가라고 하는 것이다. 이 모델은 산업 내 경쟁을 결정하는 요인들을 파악해 경쟁의 강도를 알아낼 수 있게 하고 그에 따라 산업의 매력도를 예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5 Forces 모델에 관해서는 이미 DBR 2009년 No. 42 ‘전략의 기본은 무엇인가?’에서 간략하게 소개한 바 있으나 이번 글에서는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다른 분석모델과의 차이점과 이에 따른 시사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 모델의 첫 번째 경쟁요인 ‘현재의 경쟁자 상황’은 경쟁기업 간의 관계가 어느 정도 강한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경쟁기업의 수, 산업성장 속도, 시장철수 장벽 등의 요소가 포함된다. 두 번째로는 ‘잠재적 경쟁자 상황’으로 신규 기업의 수가 많아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기존 진입자인 경우 진입장벽을 높이려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여기에는 규모의 경제성, 브랜드 가치, 투자규모 등이 포함된다. 세 번째로는 ‘대체재의 위협’이 있다. 대체품이 구매자에게 매력적일수록 기존 제품, 또는 산업의 수익성을 하락시키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기존 제품에서 대체재로 바꿀 확률은 대체재가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하거나 품질이 우수할 때, 또는 대체재로 전환하는 비용(switching costs)과 시간이 적게 들수록 높아진다. 네 번째는 ‘공급자 협상력’이다. 보통 공급자는 납품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가격과 품질상태로 구매자 기업과의 교섭력을 조절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요자 협상력’이다. 수요자 또한 기업 간의 경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 발상은 요즘 시대에 들어와 더욱 확고해졌다. 수요자가 가격인하와 품질 및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고 이에 대응하는 제품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수요자의 협상력이 커질수록 기업의 힘이 약해지는 것으로 가격 저하와 비용증대를 일으켜 전체 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처럼 5가지의 경쟁요인을 분석해봄으로써 기업은 자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올바른 경쟁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특히 기술이 급변하고 산업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서는 자사의 사업기반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획기적인 전략을 수립할 때 이러한 핵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이아몬드 모델
마이클 포터가 5 Forces 모델의 문제를 보완해 다시 발전시킨 경쟁분석 모델이 다이아몬드 모델이다. 이미 필자는 다이아몬드 모델에 대해 DBR 2009년도 No.44 ‘한국인이 검토해야 할 ‘다이아몬드 모델’에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이아몬드 모델과 다른 모델과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다이아몬드 모델은 생산조건, 수요조건, 기업의 전략, 구조 및 경쟁,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련 및 지원 분야의 총 4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다이아몬드 모델은 원래 국가경쟁력을 분석하기 위해 개발됐으나 실제로는 산업, 기업, 개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위의 경쟁력을 분석할 수 있다.
 
5 Forces 모델과 다이아몬드 모델 간의 관계를 살펴보자. <그림1>에서 보다시피 5 Forces 모델과 다이아몬드 모델은 매우 비슷하다. 우선 5 Forces 모델의 공급자와 수요자는 각각 다이아몬드 모델의 생산조건과 수요조건에 해당된다. 그리고 5 Forces 모델의 가운데 있는 현재 경쟁자와 위쪽에 있는 잠재 경쟁자가 합치면 다이아몬드 모델의 전략-구조-경쟁 중 경쟁에 해당되나 전략-구조에 해당되는 변수가 5 Forces모델에서는 빠져 있다. 5 Forces 모델의 맨 아래 쪽에 있는 대체재도 문제가 있다. 요즈음과 같은 고도화된 산업사회에서는 대체재의 중요성이 많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분석할 때 자동차의 대체재인 자전거나 비행기를 분석하는 것보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기계산업이나 도로망 등 관련지원 분야를 분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기타 경쟁전략 모델
위에서 설명한 경영전략 모델 이외에도 많은 분석모델들이 있으나 대부분이 다이아몬드 모델의 부분집합으로 볼 수 있다. <그림 2>에서 다이아몬드 모델의 수요조건 측면을 보면 마케팅 분석기법인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와 전사적으로 판매를 촉진하는 Total Quality Management(TQM)는 시장수요의 크기를 늘리는 방법이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높이는 Customer Relation Management(CRM)와 고객을 그룹으로 나누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Customer Segmentation(CS)은 수요의 질(quality)적인 면을 고려한 전략기법이다.
 
다이아몬드 모델의 왼쪽에 있는 생산조건 측면을 보면 마케팅의 CRM 기법을 생산적 측면으로 응용한 Supplier Relation Management(SRM), 전사적 자원관리 기법인 Enterprise Resource Planning(ERP), 그리고 제품의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6Sigma 기법 등이 있다. 또한 Value Innovation은 생산 측면의 고급 생산요소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법이다.
 
위쪽 꼭짓점에는 Reengineering과 Restructuring 등이 포함된다. 또한 조직의 목표를 재점검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Mission & Vision Statement(MVS)나 이러한 것들을 전사적 차원에서 시사점을 찾으려는 Strategic Enterprise Management(SEM)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관련 및 지원 분야의 대표적인 예는 Just-in-Time (JIT) 기법이 있다. 요즈음에는 이보다 조금 더 포괄적인 Supply Chain Management(SCM)가 유행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역시 관련 및 지원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는 Overhead Value Analysis (OVA)나 비용이 많이 들고 질이 떨어지는 부품, 혹은 경영관리의 일부를 Outsourcing하는 기법 등도 이 분야에 포함된다.
 
SWOT 분석과 블루오션 전략
SWOT 분석은 매우 쉽기 때문에 널리 알려져 있다. 기업의 내부적 요인인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es), 그리고 외부적 요인인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을 동시에 분석하는 기법이다. 그런데 이를 두서없이 분석하면 매우 불완전한 분석이 된다. 더욱 정교한 분석을 원한다면 다이아몬드의 각 꼭짓점에 SWOT를 따로따로 분석해야 한다. (그림 3) 즉 생산요소에 SWOT을 적용해서 우선 생산요소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기회와 위협을 분석한 후 같은 방법으로 수요조건 및 기타 변수들을 분석하면 훨씬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을 할 수 있다. 따라서 SWOT 분석은 다이아몬드 모델과 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필자는 이를 다이아몬드 SWOT 분석이라고 일컫는다.
 
얼마 전까지 크게 유행했던 블루오션 전략은 경쟁전략 모델이라기보다 전략실행의 방향이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시장이나 산업은 너무 경쟁이 치열하니 새로운 전략을 찾으라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은 가치창출 면에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전략적인 선택에 있어 한 방향만을 선택하게 돼 매우 위험한 제안이 될 수 있다. 전략적 제안은 양면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에서는 레드오션 전략이 좋고 이와 다른 상황에서는 블루오션 전략이 좋다고 해야지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블루오션 전략이 좋다고 하는 것은 올바른 제안이라고 할 수 없다.
 


융합시대의 새로운 산업지형도와 경쟁 구도
지금까지 설명한 경영전략 모델들은 주로 과거의 단일기술, 단일제품 시대에 만들어진 것들인데 최근에는 경쟁의 틀과 범위가 크게 바뀌고 있다. 물론 새로운 경영환경에서도 기존의 전략모델과 분석방법이 틀린다는 것은 아니지만 급변하는 새로운 환경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러한 기법들을 더욱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경영환경의 새로운 추세를 살펴보고 새로운 경쟁구도와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해본다.
 
최근에 변화하는 경영환경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존의 것을 조합하는 상황이 더욱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단순한 기능적 결합과는 달리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융합되면서 기업 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런 과정 속에서 경쟁의 룰이 바뀌게 돼 경쟁자가 동시에 협력자가 되는 사례가 많다. 현재 특허소송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애플과 삼성은 경쟁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플의 D램 반도체와 낸드플래시 등 여러 부품을 삼성이 납품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경쟁자이면서 협력자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플랫폼 전략이며 이는 하나의 장(플랫폼)에 많은 기술/부품/개발자들을 끌어들이고 발전시켜 사업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예로는 필자가 DBR No. 66 ‘빌 게이츠, 또는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에서 소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사례를 들 수 있다. 경쟁사들은 하나의 제품을 고수하는 ‘one-product wonder’인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양한 제품이 서로 잘 작동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패키지 전략을 사용했고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직원들을 고용하고 훈련시켰다.
 
이제 이러한 전략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플랫폼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MS Office를 잘 살펴보면 파워포인트는 포소트(Forethought)사의 프레젠터(Presenter)를 발전시켜 만들었으며 엑셀은 비지칼크(VisiCalc)사와 로터스(Lotus Development Corporation)가 만들어놓은 것을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더해 발전시킨 것이다. 워드는 제록스(Xerox)사에서 브라보(Bravo)를 개발한 찰스 시모니(Charles Simonyi)를 고용해 발전시켜 만든 것이다. 이처럼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의 것을 잘 발전시켜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내 큰 성공을 거뒀다.
 
반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그의 천재성을 발휘해 많은 선발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시장 점유율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항상 저조했다. 이는 빌 게이츠의 플랫폼 전략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초의 대량 판매 시장용의 Apple Ⅱ, GUI를 처음으로 사용한 Mac, 그리고 지금의 랩톱을 가능하게 했던 파워북(Powerbook) 등 개별적으로는 우월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결국 스티브 잡스는 애플사에서 쫓겨났다.
 
오랜 고생 끝에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했는데 이것이 아이팟과 아이튠스, 그리고 맥과 아이터치, 아이폰, 앱스토어와 아이패드 등 애플의 기기들 및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연계하는 플랫폼 전략이다. (그림 4) 이로 인해 애플은 2003년에 아이팟을 출시한 후 꾸준한 수익률을 내며 시장점유율도 높였고 2010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플랫폼 전략의 성공조건
플랫폼 전략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전략을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 플랫폼의 구성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하나가 잘못되면 연쇄적인 영향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존 문헌에는 이러한 이슈에 대한 언급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글에서 여러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통해 밝혀진 4가지의 성공요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좀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우선 애플의 사례를 통해 설명을 한 후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겠다.
 

 

플랫폼의 성공요인을 4C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는 호환성(compatibility), 보완성(com plementarity), 연결성(connectivity)과 상업성 (commerciality)이다. (표 1) 호환성(com patibility)이란 플랫폼과 모듈, 그리고 모듈과 모듈 간 서로 충돌 없이 적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애플의 오피스 프로그램들은 MS Office와 호환성이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MS Office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애플 프로그램의 사용률 확대는 힘들 수밖에 없다. 또 기존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과의 호환성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새로운 제품이 나왔을 때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이 없다면 제품 간의 단절이 생겨 오히려 더 많은 불편과 비용을 치를 수 있다.
 
두 번째는 보완성(complementarity)이다. 보완성이란 모듈과 모듈, 그리고 모듈과 플랫폼 간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고 강점을 더 살려주는 역할을 말한다. 예를 들면 아이팟 제품의 다자인과 터치패드의 우월성에 더해 아이튠스라는 음악 콘텐츠 제공 소프트웨어가 출시되면서 아이팟의 이용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아이튠스와 애플제품과의 상호보완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아이튠스가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아이튠스에 대한 사용자가 더욱 늘었고 다시 애플의 제품 사용률 또한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게 됐다. 만약 아이튠스가 없었더라면 아이팟이 이 정도의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보완성이란 상호의존도가 높을수록 서로의 기능을 보완, 강화해주는 반면 어느 한쪽이 부족하면 모두의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세 번째는 연결성(connectivity)으로 개발자와 협력업체, 그리고 광고업체가 서로 연결해 집단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앱스토어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개발자가 많을 수록 더 많은 앱을 개발하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한다. 또 광고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앱스토어에서도 다양한 서비스와 산업과의 연관성을 높이면서 더욱 큰 확장효과를 가지고 온다. 금융거래, 쇼핑, 사진의 기능, 음악 콘텐츠 기능 등 산업 간의 장벽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생태계(industrial ecosystem)를 이뤄간다. 그러므로 연결성이 크고 효과적일수록 새로운 산업구도를 형성하고 산업표준화를 정하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기술적으로는 오히려 애플의 아이폰보다 우수하지만 시장점유율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바로 앱스토어 등과 같은 연결성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산업표준화가 되기 전에 갤럭시S도 빨리 연결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상업성(commerciality)이다. 여기서 말하는 상업성은 기업이 아무리 좋은 플랫폼을 제공해도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플랫폼 시대에서는 단순히 제품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일방적인 상업성보다는 소비자에게 피드백을 받고 이에 따라 소비자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는 소비자와의 교류(interaction)가 가미된 관계를 일컫는다. 즉 소비자의 의견과 취향을 통해 좀 더 쉽게 제품과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올바른 방향으로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소비자의 피드백이 쌓일수록 기존 소비자의 충성심(loyalty)과 회사 자체에 대한 믿음이 높아짐으로 다른 소비자들에게도 쉽게 믿을 만한 제품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이튠스는 사용자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용자에게 맞는 음악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첨가함으로써 사용자 간 좀 더 친근한 관계를 쌓아갈 수 있다.
 
플랫폼 전략도 결국에는 새로운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고 이를 성공시키려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가치란 구체적으로 가격, 차별화, 편리성의 3가지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가치를 말한다. 스티브 잡스의 신제품이 특히 매력적인 것은 바로 “그렇게 비싸지 않은 가격에,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그리고 여러 기능을 한 기기에서 한꺼번에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나 기술자들이 신제품을 만들어낼 때 이러한 면들을 무시한다면 제품이 우수하더라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위에서 제시한 성공요건인 4C를 모두 충족시킬 경우 플랫폼 전략이 자동적으로 비용우위, 차별화, 그리고 편리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제품보다 좀 더 호환성이 있으면 다른 제품을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것이 타 제품보다 호환성이 월등할 경우 그 제품의 차별화와 편리성을 제공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 과거의 one-product전략을 취한 선발 제품들은 아쉽게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기존 여러 기술들을 결합하고 발전시켜 애플만의 독특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더해 기술들의 호환성, 보완성, 연결성을 잘 활용하고 더 나아가 상업성을 더했기 때문에 애플은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됐다.
 
플랫폼 전략의 확장
위에서 설명한 플랫폼 전략과 성공조건은 모든 산업과 모든 분석단위에 적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만들 때도 엔진 부품 간의 호환성이 있어야 다양한 차량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고 엔진 또한 다른 부품과의 보완성이 높아야 더욱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가 친환경적이고 IT와 합쳐져 지능형화되면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와의 결합이 필수적이 됐다. 이러한 것을 모두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기업 내 다양한 부서 간의 연결성, 그리고 부품업체와 조달업체 등 산업의 가치사슬에 포함되는 기업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성공요인 중 어느 하나라도 심각하게 부족하면 플랫폼 전략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조건인 4C모두 플랫폼의 기본 속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가지라도 크게 간과한다면 플랫폼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예를 들면 과거 VCR 경쟁에서 소니의 베타맥스(Betamax)는 협력업체인 GE 제품과 호환성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자사의 디자인만을 고수해 기술면에서 경쟁사인 Japan Victor의 VHS Recorder보다 뛰어났어도 시장에서는 실패했다. 또 인터넷 시장을 선도하던 넷스케이프(Netscape)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등장으로 다른 협력업체들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졌고 무료로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반대로 과거와 같이 사용료를 계속 부과했기 때문에 Dell과 같은 컴퓨터 회사로부터 외면당했다.
 
플랫폼 시대의 경쟁구도 및 전략
경쟁이라는 코피티션(competition)의 어원은 라틴어 competer에서 왔으며 이는 ‘같이 추구한다(strive together, come together)’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대는 무한경쟁시대라고 하지만 경영의 핵심은 경쟁자를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공하는 전략은 역설적이지만 서로의 핵심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필요한 것에 대한 단순한 협력 관계보다는 서로 함께 노력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 한 기업, 또는 한 부서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보다 여러 분야가 협력해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을 잘 구사하는 것이 선두기업으로 경쟁우위를 가장 효율적으로 지켜나가는 전략이다.
 
이와 동시에 제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기업 내부 조직, 인사관리, 기업의 운영방식과 생산과정에도 플랫폼 전략을 수립해 이를 모두 아우르는 하나의 에코시스템인 산업 플랫폼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플랫폼 전략의 성공요인인 4C를 반영해 성공적인 경영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 전략의 이러한 성공요인을 잘 적용한다면 기업 간의 관계를 제로섬 게임이 아닌 포지티브섬(positive sum)게임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 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참고문헌
Moon, Hwy-Chang, Global Business Strategy: Asian Perspective, World Scientific Publishing Co. Singapore, 2010.
문휘창, 마이클 포터의 국가경쟁우위, 21세기 북스, 2009.
문휘창, 경영전략: 묘수와 정수, 크레듀, 2006.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