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리 - Tug of war will not112×162㎝, Acrylic & Oil on canvas, 2009
인간의 욕구를 작품 속 캐릭터로 담아낸 작가는 이 작품에서는 맹목적으로 앞사람만을 쫓는 모습을 풍자했다.
정작 선두에 선 사람조차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난처한 상황을 줄 없는 줄다리기에 빗대 표현했다. 마요네즈와 토마토케첩 튜브에서 연상된 이미지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상징적 코드와 어우러져 현대인의 일상과 욕망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맹목적으로 앞사람만 쫓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경쟁자만 의식했던 과거의 경쟁관행과 오버랩된다.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경쟁자가 진짜 경쟁자일까?’ ‘현재의 경쟁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번 스페셜리포트가 던지는 핵심 질문들입니다. 경쟁의 장과 구조, 방식이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적과 동지에 대한 획일적 구분도 매우 위험합니다. 경쟁자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해서, 경쟁자보다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했다고 해서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아닙니다. 경쟁에 대한 통념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지혜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경쟁의 패턴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환경에서는 자사의 기술이 경쟁자보다 우위에 있다 할지라도 경쟁상황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더 나아가 경영의 핵심은 단순히 경쟁자를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요구를 세밀하게 관찰해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기존 경쟁우위에 안주해서 머뭇거리다가는 어느새 뒤처진다.
얼마 전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사이며 핀란드의 자존심을 지켜온 노키아의 주가가 급격하게 추락한 사례도 이와 마찬가지다. 노키아는 빠르게 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자사가 정해놓은 휴대전화가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했기 때문에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후 노키아는 주요 자산을 모조리 폐기하고 20년 넘게 사용해온 심비안 운영체제를 미련 없이 버렸다. 뒤늦게 깨달음을 얻은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으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하지만 노키아의 미래는 현재로서 매우 불투명하다.
노키아의 CEO인 스티븐 엘롭은 “게임은 기기의 투쟁에서 이제 에코시스템의 전쟁으로 바뀌었다 (The game has changed from a battle of devices to a war of ecosystems)”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산업의 융합화나 디지털 컨버전스는 경쟁이나 경쟁자를 규정하는 방식을 바꿔 놓았다. 서로 다른 기술과 기술, 기술과 제품 또는 기술과 서비스 간의 결합은 산업의 신세계를 만들어냈고 기기들이 다양하게 조합하면서 새로운 제품이 유행하고 있다. 산업의 경계는 점점 더 불투명해질 뿐 아니라 신기술, 신산업,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히 등장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경쟁의 룰이 만들어지고 있다.
소비자들 또한 새로운 제품과 복합화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제품의 수명은 짧아지고 기업은 이런 변화에 위협을 느끼게 됐다. 하지만 이런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업계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뚜렷한 방향과 올바른 제안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기존의 중요한 경쟁전략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후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따라 경쟁의 룰과 경쟁상대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영환경에서 새로운 경쟁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플랫폼 전략’을 소개한다. 플랫폼 전략에 대한 글은 이미 많이 있으나 대부분 단편적이라 이를 좀 더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플랫폼 전략의 성공 요소들을 제시하고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통한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전략이 한 산업의 기술적인 면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산업, 그리고 인사나 조직 관리 등 경영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라는 점도 보여줄 것이다.
기존 경쟁전략 고찰
Ansoff Product-Growth Model
우선 1957년에 전략적 관리라는 개념의 창시자인 Ingor Ansoff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Ansoff Model(The Ansoff Product-Growth Model)부터 살펴보자. 이 모델은 기업 성장에 대한 4가지 방법을 다루었는데 첫 번째 성장전략인 시장침투(Market Penetration)는 같은 제품으로 같은 시장을 대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전략이다. 위험부담이 적고 일정 기간은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시장 개발(Market Development)은 같은 제품으로 다른 시장을 개척하는 것으로 상품에 대한 다른 시장의 요구를 찾아내거나 지역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전략이다. 세 번째는 제품 개발(Product Development)로서 다른 종류의 제품을 기존 시장에 판매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다각화(Diversification)는 다른 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으로 가장 위험도가 높지만 가장 큰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고 한층 새로운 차원에서 경쟁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구분은 현재로서는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어도 당시로서는 상당히 체계적이고 획기적인 경쟁분석 모델로 인식됐다.
BCG Growth-Share Matrix
위에서 설명한 Ansoff 모델은 기업의 성장 패턴을 보여주지만 현재 상황에서 기업이 어떠한 경쟁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관한 해결책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BCG Growth-Share Matrix를 구상했다. 1970년대 개발된 것으로 현대 경영전략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널리 활용되고 있는 분석기법이다. 제품 또는 기업이 처해 있는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BCG 모델은 시장성장률과 기업의 시장점유율의 높고 낮음으로 구별해 4가지 전략적 선택을 제시한다. 성장률과 점유율이 모두 높은 사업은 성장사업(Star), 성장률은 높으나 점유율이 낮은 사업은 투자가능사업(Question Mark), 성장률은 낮으나 점유율이 높은 사업은 수익주종사업(Cash Cow), 마지막으로 성장률과 점유율이 모두 낮은 사업은 사양사업(Dog)이다. BCG 매트릭스는 사업의 성격을 단순화, 유형화해 의사결정의 방향을 명쾌하게 제시해주는 반면 사업의 평가요소가 상대적 시장점유율과 시장성장률에 불과해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좀 더 발전시켜 만든 GE 모델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BCG 매트릭스와 장단점이 유사하다.
맥킨지 컨설팅의 7S 모델과 3C 모델
이상과 같은 기존 경영전략 모델들이 너무 단순해서 설명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정교한 분석을 하기 위해 맥킨지컨설팅은 7S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전략(Strategy), 기술(Skill), 공유가치(Shared Value), 구조(Structure), 시스템(System), 스태프(Staff)와 스타일(Style)로 구성되며 전략뿐 아니라 조직문화까지 아우른 심층적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변수가 너무 많고 체계성이 떨어져 오히려 혼란스럽고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방법으로 맥킨지는 ‘중복됨이 없이 중요한 이슈를 모두 포함하는 (MECE,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요건을 충족하는 3C모델을 개발했다. 3C란 Company(자사), Customer(고객), Competitor(경쟁사)로서 이에 해당하는 각각의 전략을 수립한 후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그러나 기업의 경쟁전략을 이렇게 3가지로만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해서 전체적인 경쟁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