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Science 2.0
편집자주
경영 현장에 수많은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은 전략, 기획, 운영,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수학·과학 이론을 접목시켜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경영 과학은 첨단 알고리즘과 데이터 분석 기술로 기업의 두뇌 역할을 하면서 경영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경영학 콘서트>의 저자인 장영재 교수가 경영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합니다.
자이오넥스와 LG전자
올해 2월 14일 글로벌 IT조사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에서 발간한 리포트에 흥미로운 기업 분석 내용이 실렸다.
“LG전자는 자이오넥스(zionex.com)가 개발한 스케줄링 시스템을 이용해 제품 주문에서 출하까지의 시간인 리드타임(Lead Time)을 41일에서 12일로 70% 단축시켰다. 이와 동시에 재고 회전율을 28%, 적기 납기율을 33% 각각 개선했다. 또 주문대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500% 개선하는 혁신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무려 74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상품이 생산과 유통을 거쳐 소비자에게 이르는 과정을 관리하는 공급 사슬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의 핵심은 고객이 원하는 때 원하는 물건을 저렴한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자이오넥스는 2000년 설립한 공급 사슬망 관리 및 스케줄링 솔루션 업체다. LG전자는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생산으로 생산 체제를 바꾸면서 생산 주기를 줄여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이오넥스의 솔루션을 이용했다. 그 결과 리드타임을 줄여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빨리 생산해 적시에 제공하고, 비용과 직결된 재고 회전율을 개선하는 등 공급 사슬망의 핵심 부문에서 큰 성과를 이뤘다.
자이오넥스의 스케줄링 시스템 사례는 기업 분석 리포트에 등장하는 대형 IT기업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전혀 손색없는 성과다. 그렇다면 스케줄링 시스템은 무엇이길래 LG전자는 어떻게 이와 같은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을까?
테트리스 게임을 방불케 하는 스케줄링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혹은 여러 부서 관리를 맡은 임원이라면 수첩의 일정표는 이미 수많은 약속과 모임들로 빼곡할 것이다. 새로운 일정을 수첩의 일정표에 채워 넣다 보면 제각기 다른 모양의 직사각형을 적절한 공간에 끼워 넣는 테트리스 게임이 떠오른다. 일정표를 채우는 작업은 어쩌면 테트리스 게임보다 더 힘든 두뇌 회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같은 시간대에 겹친 약속들 중 어디에 우선권을 두느냐를 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업무의 우선 순위와 모임 참석자, 행사 성격, 개인 선호도 등 다양한 판단 근거를 머릿속에서 굴려야 한다. 그리고 결국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모두 포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끔 내 몸을 복제해서 같은 시간대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 모임에 동시에 참석하고픈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한다.
경영과학에서는 이처럼 동시에 여러 작업을 수행할 때 순위를 정하거나, 어떤 작업이 어느 시점에 이뤄져야 하는지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는 작업을 스케줄링(Scheduling)이라고 한다. 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조건을 고려해 최적의 업무 순서를 정하는 수학적 방식이다.
스케줄링은 계획을 수립하고 당면한 작업을 수행하는 경영현장 곳곳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개인의 일정표를 설계하는 것처럼 항공사 운행 노선이나 직원 업무 시간을 정하는 스케줄링은 서비스 부문에서 활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 제조 부문에서는 공장에서 어느 시점에 어떤 물건을 생산해내야 하는가와 같은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공장 내부의 기계의 작업 순서를 정하는 운영안을 작성하거나 고객 주문을 어떤 순서로 처리할지 정하는 등의 스케줄링이 쓰인다.
보리빵과 호밀빵의 스케줄링, 리드타임을 줄이려면
그렇다면 스케줄링이 앞서 언급한 공급사슬망의 성공사례처럼 어떻게 리드타임을 줄이고 납기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간단한 예를 보자. 빵 가게에서 보리빵과 호밀빵 두 종류의 빵을 만든다. 두 빵 모두 반죽과 베이크(굽기), 포장을 거쳐 완성된다. 반죽 과정에서는 반죽 기계가 사용되고, 베이크에서는 오븐이 사용된다. 반죽기와 오븐 모두 자동화된 요리 기기다. 따라서 반죽이나 베이크가 진행되는 동안 요리사는 특별한 작업 없이 대기하면 된다. 각 과정별 소요 시간은 <그림1>과 같다.
여기서 각 빵의 반죽 성분과 굽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두 빵을 한꺼번에 반죽기나 오븐에 넣어 만들지는 못한다. 즉, 반죽기에 보리빵을 반죽할 때에는 보리/밀가루 반죽만 가능하고, 오븐에 보리빵을 베이크할 때에는 보리빵만 오븐에 넣어야 한다.
그렇다면 두 개의 빵을 가장 단시간에 만들려면,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할까? 보리빵을 다 만든 뒤에 호밀빵을 만드는 경우에는 24분이 소요된다. 그러나 반죽기와 오븐이 자동화된 기기여서 이 시간을 활용하면 전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정을 조금 바꿔서 <그림2>와 같은 과정으로 작업을 진행해 보자.
<그림2>는 호밀빵을 반죽한 뒤 호밀빵의 베이크가 진행될 동안 보리빵을 반죽하면서 총 시간을 단축한 경우다. 이 경우 18분 동안 모든 빵을 완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과연 최선일까? <그림3>을 살펴보자.
<그림3>에서는 보리빵 반죽을 먼저 시작했을 경우 총 시간은 16분으로 더욱 단축시킬 수 있다. 즉 24분에서 18분으로, 또 16분으로 진행과정 순서에 따라 과정 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케줄링에서 각 작업의 작업 순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전체 작업을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이 향상된다.
위의 사례에서는 보리빵과 호밀빵 두 가지로 이뤄진 단순한 경우를 다뤘다. 수많은 다양한 상품을 제조하고 다양한 상품의 주문을 처리해야 하는 복잡한 생산시설이나 유통망에서 스케줄링을 현명하게 이용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향상시킬 기회는 더욱 커진다.
대신 효과적인 스케줄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좀 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많은 컴퓨터 공학자 수학자들이 스케줄링을 연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공급 생산망의 효율성은 스케줄링, 즉 수학 문제로 귀결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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