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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어수룩하게 굴어 현명한 승리 쟁취하라

김현정 | 75호 (2011년 2월 Issue 2)

필자의 비즈니스 파트너는 삼촌이 들려주신 ‘어수룩하게 굴며 현명하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라’는 조언을 사업 신조로 삼고 있다. 그 비즈니스 파트너의 삼촌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노련한 도박사였다. 그는 ‘어리석은 척’하는 속임수로 다른 도박사들을 속여 넘겨 계속 도박판에서 승리를 거머쥐곤 했다. 대단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사람들은 대부분 말을 먼저 내뱉은 후에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뇌가 회전하기도 전에 입에서 말을 내뱉고 만다.
 
필자는 외향적인 성격을 타고난 사람이라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이런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업 환경에 익숙해지자 비즈니스를 위한 협상과 포커 게임과 같이 위험성이 큰 일 사이에 유사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반응을 보이기 전 숨을 한 번 고르고 생각을 해 보면, 상당한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의 특성 상, 감정이 논리를 앞설 때가 종종 있기에 반응을 보이기 전 잠시 멈추어 생각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두뇌를 DVR이라고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중요하고 민감한 비즈니스 상황에서 이런 접근 방법은 놀라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지 비즈니스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질 때면 자신이 단편 영화의 감독이라고 생각해 보자. 새로운 정보, 새롭게 등장한 경쟁자, 활용 가능한 자원의 변화 등 영화 촬영에 혼란을 야기하는 요소가 나타날 때, 무엇보다 잠시 멈추어 서서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다.
 
실행 머릿속에서 영화를 상영하며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새로운 정보나 새로운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보자.
 
음소거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음소거’ 버튼을 눌러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과 공유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자신의 생각을 혼자 간직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기 바란다. 포커판의 도박사처럼 생각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과 공유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지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자. 대개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지 않는 편이 낫다.
 
되감기와 녹화 재개 행동 방안을 적절하게 수정한 다음 다시 ‘녹화’ 버튼을 눌러 자신이 원하는 대로 ‘현명하게 이기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해 보자.
 
잠시 멈추고 앞으로 펼쳐질 수 있는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는 행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리학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를 할 때에도 어떤 행동을 하든 작용과 반작용이 생겨난다. 때문에 일단 원치 않는 결과는 피하는 게 좋다.
 
필자의 회사는 최근 A라는 기업과 협상을 하던 중 제3의 회사 B가 거래를 제안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거래를 제안한 B는 해당 거래를 따내기 위해 우리 회사와 협력을 하기로 했던 바로 그 회사였다. 사실 협상을 진행하기 직전에 우리 회사는 B측에 협력 기회를 제안했었다. B가 거래를 제안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 순간 필자는 그 동안 상대해 왔던 B사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B사의 행동을 비난하고 앞으로 더 이상 B사와 함께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통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에 앞서 원하는 대로 행동을 했을 때, 과연 내게 득이 될지 자문해 봤다. 사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행동을 했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이익은 그 순간 기분이 좀 나아진다는 것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말을 앞세우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좀 더 나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 이런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이런 식의 행동은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자는 영화 필름을 앞으로 감았을 때 어떤 결과가 펼쳐질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선, 잠자코 있으면서 그 정보를 우리 회사 측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일이 화를 내는 일보다 한층 더 나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을 때를 생각해 본 결과, 앞으로 펼쳐질 시나리오는 총 3개로 그 결과는 모두 부정적이었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필자가 화를 내고 B는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설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 시나리오에 따라 행동한다면 성급한 반응을 보인 탓에 B사와 함께 일을 할 확률이 줄어든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B사를 대신해 우리 회사와 함께 거래를 진행할 만한 파트너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불쑥 화를 내는 바람에 A사와의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필자가 화를 내어 B사에 우리 회사가 독자적으로 거래를 진행할 거라고 얘기해버리는 상황이다. 이때, B사도 독자적으로 거래를 따내기 위해 입찰 가격을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우리 회사에 이롭지 못하다. 사실 구석으로 몰린 개가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곤 사람을 물거나 짖는 일뿐이다.
 
결국 필자의 회사는 침묵을 지켰다. 침묵을 지키는 일이 곧 어수룩하게 굴면서 현명하게 승리를 거머쥐는 방법이었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한 덕에 우리는 2개의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됐다. 첫째, B사는 얼마나 절실하게 그 거래를 원하는지 속내를 드러내보이고 말았다. 둘째, 독자적으로 거래를 따내려고 한 점을 미루어 볼 때, B사는 업계 관행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B사의 행동을 통해 얻은 통찰력은 B사가 우리 회사가 함께 일하고자 하는 부류의 파트너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유용한 조기 경보의 역할을 했다. 우리 회사는 재빨리 또 다른 파트너를 물색해 원래 합의했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공동 거래를 제안했고, A사는 우리의 제안을 수용했다.
 
감정이 격해지면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반응을 보이기에 앞서 잠깐 숨을 돌리면 침묵과 자제가 현명하게 승리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
 
앤서니 찬(Anthony Tjan)은 기업가, 투자가, 수석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벤처캐피털 업체 큐 볼 (Cue Ball)의 CEO 겸 경영 파트너, 설립자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In Negotiations, Play Stupid To Win Smart’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콘텐츠 공급(NYT 신디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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