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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② – 최덕주 감독

“스스로에게 지지마라’고 했을 뿐이죠”

이방실 | 75호 (2011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위형석(27, 한양대 역사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을 우승으로 이끈 최덕주 감독(51). 그는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여자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우승컵을 거머쥐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언론에선 최 감독을덕장(德將)’이라 칭송했고, 과거 고압적인 축구 지도 관행과 궤를 달리하는온화한 리더십’ ‘아버지 리더십의 승리라고 추켜세웠다.

 

푸근하고 넉넉한 이미지로 한없이 너그러울 것 같은 그였지만, 실제 만나 본 최 감독은지는 걸 정말 싫어한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승부욕이 강한독종이었다. 어렸을 땐 다리 근육 운동을 너무 많이 해 키가 자라지 않았을 정도였고, 부상 후유증으로 무릎에 물이 차올라도 주사기로 물을 뽑아내고 바로 경기장에 나가곤 했다. 이렇게 몸을 혹사시킨 탓에 결국 프로 생활은 몇 년 제대로 해 보지도 못했고 지도자로서도 오랜 기간 변방에서 보내야 했다.

 

40여 년의 축구 외길 인생 동안 여러 시련이 있었지만, 최 감독은 방향성을 잃지 않고 지도자로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불타는 승부욕은 타인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으로 승화시켜 끊임없이 자신을 연단하는 계기로 삼았다. 권위주의적인 한국 축구 풍토와는 사뭇 다른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세워 강압적으로 선수들을 짓누르는 건 옳지 않다는 가치관도 확립했다. 그 결과 그는 선수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선수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며,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율권을 줌으로써 스스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진정성 있는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DBR은 철저한 자기 인식과 성찰을 바탕으로 핵심 가치와 목적의식을 조직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온 최 감독이 진정성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판단, 그를 만나 리더의 역할과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대표팀 선수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했습니까?

 

우리나라 고등부 여자 선수는 전부 해 봐야 375명에 불과합니다. 그 중 U-16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절반에 불과하죠. 선발 인원 풀 자체가 180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선, 공격수와 수비수 간 칸막이를 쳐 놓고 선발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포지션에 상관없이 무조건 축구를잘 하는아이들 위주로 뽑았습니다.

 

공격이든 수비든, 색안경을 쓰지 않고 일단 기본기가 잘 갖춰진 아이들 위주로 선발하다보니 전체의 3분의 2가 소속팀에서 공격수로 뛰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원 소속팀에서의 포지션에 상관없이 체격이나 기술면에서 수비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아이들에게 수비를 맡겼죠. 어쩔 수 없이 소속팀에선 공격수인 아이들이 대표팀에선 수비수로 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월드컵전을 분석해보면 아시겠지만, 총 여섯 경기 중 상대팀에 세 골 이상을 허용한 경기가 세 개입니다. 상대팀에 다섯 골을 먹은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다섯 골을 먹고도 결국 여섯 골을 넣어 이겼습니다. 수비가 약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우리가 역습에 강하다고도 할 수 있지요. 수비가 약해도 금세 공격으로 전환해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회복력과 탄성이 좋은 팀을 구축한다는 전략은 우리나라처럼 축구 저변이 넓지 않은 상황에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뛰어줬고, 그 덕택에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요. 모두 선수들의 공입니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빠르게 만회해 역전골을 넣어 준 선수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사춘기 여자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습니까?

 

주변에서 난데없이 밖에서 굴러온 돌이 대표팀 감독을 꿰찼다고 말들이 많았죠. 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지도자로서의 제 자질과 능력을 믿었습니다. 특별히 여자 선수들을 맡게 된다고 걱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세 딸아이의 아버지로서 여자들의 심리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고, 여자 선수들도 선수이긴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확실히 여자 아이들과 남자 아이들이 다르다는 건 느꼈습니다. 가장 큰 차이가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보다 시기 질투가 심하다는 겁니다. 나이가 어려서 더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선수들 간 경쟁 심리가 대단했어요. 특히 여민지 선수를 시기하는 선수들이 많았어요.

 

제 지도 원칙 중 하나는칭찬은 언제나 공개적으로 한다입니다. 하루 연습이 끝나면 아이들을 모두 불러놓고, 이 플레이는 이런 면에서 좋았고 저 플레이는 저런 면에서 좋았다고 구체적으로 말을 해 주지요. 좋은 점은 서로 서로 배워야 하니까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민지에 대한 칭찬이 많았습니다. 워낙 출중하니까요. 11명이 경기하는 게 축구고 한 선수 한 선수 모두 다 중요하지만, 경기를 운영하다 보면 그 어떤 사람하고도 바꿀 수 없는, 말 그대로 팀의 중심이며 기둥이 되는 선수가 있습니다. 민지가 바로 그런 선수죠.

 

그런데 또 이런 선수들의 존재 자체가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더군요. 제가 민지의 플레이를 칭찬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하고 콧방귀를 뀌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한마디로 기분 나쁘다 이거죠.

 

그래도 특정 선수에 대한 칭찬을 지속했나요?

 

방법은 두 가지겠죠. 제가 공개적으로 특정 선수를 칭찬하는 걸 멈추거나, 아니면 모든 선수들이 출중한 동료의 장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 더 나은 플레이를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만들어 주거나 입니다.

 

첫 번째는 정답이 아닙니다. 당연히 칭찬해야 할 일을 다른 팀원들의 기분을 생각해 인정하지 않는 건 지도자로서 배임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칭찬할 일은 공개적으로 칭찬한다는 제 스타일을 바꿀 생각도 전혀 없었고요. 좋은 점은 공유할수록 도움이 된다는 게 제 신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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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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