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의 시즌이 다가왔다. 전략을 짜기 전 우선 다음의 질문거리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의 신념이 일치하는지 아닌지 판단하려 한다. 인지과학에서는 이를 허위적 합의(일치)라고 한다.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는 없을까?”
“전략적 사고는 ‘보이는 것’의 배후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해서 그 의미와 메커니즘을 읽는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영국의 철학자 로이 바스카). 그렇다면 기업이나 사업단위의 전략이 핵심 몇 명만의 전략적 사고만으로 가능할까? 지금처럼 불확실하고 불연속적인 상황에서?”
“처칠은 내가 바란 것은 적절한 토론 뒤에 사람들이 나의 의지에 따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전쟁에서 전략이 필요한 순간에도 그는 대화를 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조직의 메타인지
이 질문들을 우리의 주관에 기초한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전쟁현장을 방문하기로 유명했던 처칠이 어쩌면 그런 자기 인식을 객관화하려는 능력인 ‘메타인지’의 필요성 때문에 포탄이 날아다니는 순간에도 대화를 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바둑 천재 이창훈 9단은 전략은 ‘상대와의 상호작용’이라고 했다. 승부를 가르는 절대적 순간에서조차 상대와의 무언의 상호 작용이 중요한데, 다수의 이해 관계자와 상호 작용을 하는 기업에서의 상호 작용은 두말할 나위없이 중요하다. 이런 기업의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우리는 얼마나 상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또 수정하는 걸까?
불행히도 대개의 경우 전략계획의 수립 현장을 보면 핵심 몇 명이 모여서, 또는 최고의 컨설턴트를 통해 이 중요한 작업이 이뤄지곤 한다. 막상 전략을 실행으로 옮겨야 할 조직 내부의 구성원들은 전략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다. 따라서 공들여 잘 만들어진 전략도 실행단계에서 실패할 수 있다.
전략계획 수립과 실행 사이에 존재하는 이런 간극을 좁히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상대와의 상호작용’인 전략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략수립 과정에 이해 당사자들을 참여시켜 다양한 관점에서 깊은 대화를 끌어내서 전략과제와 전략과제의 달성방안을 도출해내는 게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는 조직이나 핵심리더가 가지고 있는 주관성을 극복하는 조직의 메타인지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해 당사자들의 관점을 얼마나 잘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여기까지는 잘 이해하면서도 실제 대화가 이뤄지는 현장에서는 비즈니스 리더나 소수의 의견 주도로 끝나는 사례가 많다. 그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퍼실리테이션이다. 갈등관리를 위한 퍼실리테이션과 조직변화에 불을 지피는 퍼실리테이터형 리더에 이어 이번에는 전략계획 수립을 위한 퍼실리테이션을 소개한다.
전략을 실행으로 이어주는 전략계획수립 퍼실리테이션
퍼실리테이터는 내용의 전문가라기보다는 프로세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해당 내용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역할은 프로세스의 운용에 있다. 전략계획 수립을 위해 전체 프로세스를 디자인하고 주어진 시간 내에 다양한 관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대화할 수 있게 ‘그룹의 역동성’을 관리해나가야 한다. 이는 ‘전략9단’인 사람이라고 해서 다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전략9단은 쉽게 전략에 몰입하기 때문에 프로세스적인 관점에서 보면 가장 많은 오류를 범하기 쉽다. 그래서 전략계획 수립 과정을 제대로 퍼실리테이션하려면 내용과 프로세스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전략계획 수립을 위한 퍼실리테이션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와 사례가 거의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