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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컨버전스 전략

탐구하는 조직이 ‘컨버전스 챔피언’

송영욱,김지대 | 64호 (2010년 9월 Issue 1)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제품 콘셉트나 이질적 기능들을 융합해 단일 제품에 구현하는 ‘컨버전스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융합 현상은 모바일 산업에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모바일 컨버전스는 통상적으로 휴대기기에 새로운 기능(카메라 혹은 MP3 플레이어), 서비스, 미디어 등이 융합되는 현상을 뜻한다. 모바일 컨버전스는 복수의 서로 다른 기능과 서비스가 휴대기기에서 구현된다는 점에서 편의성 측면의 경쟁 이점을 갖고 있다. 현대인들의 특징이 이동성을 중시하고 자율성과 글로벌화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모바일 컨버전스에 거는 기업들의 기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학계의 연구 결과와 기업 현장의 경험을 분석하고 모바일 컨버전스 성공을 위한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1.컨버전스 모델의 환상
①PDA와 ESPN의 실패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2006년 2월 야심차게 시작한 Mobile ESPN 사업을 7개월 만에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고가의 콘텐츠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수가 기대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또 다른 실패 사례를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초기에 개발된 개인휴대정보기(PDA)다. 전자수첩 기능과 컴퓨터 기능을 결합한 PDA는 영화 ‘스타트렉(Star Trek)’에 등장한 미래형 정보기기처럼 여겨졌다. 1980년대 PDA가 첫선을 보이자 많은 사람들은 손바닥에 쥘 수 있을 만큼의 작은 휴대기기에 열광했다. 사람들은 손 안에서 정보처리가 가능해진다는 과학적 상상이 현실에서 이뤄졌다고 환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사그라졌다. 개발업체들이 소비자의 과학적 상상력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PDA를 구입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키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기 PDA는 기술적으로 많은 결함을 노출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②컨버전스 모델 실패 원인 이 실패 사례는 모바일 컨버전스를 통해 기대한 만큼의 성공을 얻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필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내놓은 컨버전스 제품과 서비스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시장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컨버전스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모바일 컨버전스는 기업에 새로운 기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일반적으로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는 컨버전스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치열한 경쟁 상황을 촉발한다. 특히, 모바일 산업에서는 기술 발전이 가속화돼 타 산업보다 산업 간의 컨버전스 현상이 더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과거에 전혀 경쟁자로 인식하지 못했던 기업들과도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한다. 컨버전스 신제품의 대부분이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시한 ‘어정쩡한 전략(stuck-in-the middle strategy)’ 하에서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른바 ‘양다리’를 걸치는 식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경쟁자들의 공격에 쉽게 노출될 위험이 크다.
 
둘째, 단순히 여러 기능을 모바일 상에서 구현하려는 컨버전스 노력은 한 가지 기능을 높은 성능으로 실현하는 특화기기와 견주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떨어진다. 실례로 카메라 폰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소비자들은 카메라 폰에 내재하고 있는 구조적인 기술적 상충관계를 인식하고, 높은 성능을 원할 때는 컨버전스 제품(카메라 폰)보다는 카메라와 폰을 각기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모바일 컨버전스 제품과 서비스는 구조적으로 소규모 틈새(niche) 시장에만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경험적으로 복합기기(복사기, 팩스기기, 프린터의 컨버전스 제품)가 기대한 만큼 커다란 매출액을 올리지 못한 것도 이와 유사한 이유다.
 
셋째, 모든 신제품이 그렇지만, 모바일 컨버전스 제품과 서비스 역시 시장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진귀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이른바 ‘킬러 제품’은 매우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해서 소비자들에게 진귀한 가치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모바일 컨버전스는 전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미 검증된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 속에서 진귀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과제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한국 모바일 컨버전스 산업의 성과도 기대만큼 높지 않다.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 저서 <가치이동(Value Migration)>에서 “가치는 뒤떨어진 비즈니스 모델에서 고객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항들(customer priorities)을 더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이동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주식의 시장가치를 매출액으로 나눈 값을 제안한 바 있다.1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2’ 이상이면 매우 좋다고 볼 수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해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컨버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통신사업자의 가치이동 추이를 살펴본 결과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이 기대한 수준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2010년 현재 우리나라 주요 통신사업자들의 가치는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2009년보다 하락 추세다.
 
2.상황이론 관점의 컨버전스 전략
①기업 성숙도와 컨버전스 단계의 조합 그렇다면, 모바일 컨버전스가 소기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적 접근을 취해야 할까? 이 질문에 전문가들마다 다양한 해법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모바일 기기에 서비스 혹은 솔루션을 융합하는 전략, 또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다음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제공하는 전략, 혹은 모바일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스마트 기능을 융합한 전략 등이다. 그러나 상황이론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일률적인 소위 ‘one-size-fits-all(하나의 방식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 전략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해클린은 정보통신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버전스의 단계와 기업의 성숙도(예: 기업연수)에 따라 적절한 컨버전스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2  그는 구체적으로 컨버전스 단계를 △지식융합(knowledge convergence) 단계 △기술융합(technological convergence) 단계 △융합기술의 응용(applicational convergence) 단계 △산업융합(in-dustrial convergence) 단계로 구분했다. 또한 기업 성숙도에 따라 신생 기업(entrant), 기존 기업(established)으로 나눴다. 그리고 <그림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각의 기업군별로 컨버전스 단계에 따라 네 가지 컨버전스 전략 -개척 전략(pioneering disruptors), 공격 전략(vertical attackers), 플랫폼 구축 전략(platform consolidators), 레버리지 전략(reincarnating giants)- 을 제안했다.
 


해클린이 제안한 컨버전스 전략모형은 모바일 산업에서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업력이 짧은 중소기업은 ‘개척 전략-공격 전략’의 순서로 전략을 전개하는 게 바람직하다. 즉, 컨버전스가 일어나는 초기 단계에서, 탐구적 학습을 통해 새롭게 출현하는 플랫폼(새로운 서비스 혹은 솔루션 제공을 가능케 하는 기술적 토대), 그리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들 간의 차이점과 갈등 현상을 관찰해 틈새를 발견하고 여기서 필요한 능력을 개발하는 개척 전략을 추구한다. 그 다음 컨버전스 단계가 성숙단계로 들어서게 되면, 틈새에서 축적한 기술과 능력을 활용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공격하는 공격 전략을 전개하는 것이다.
 

한편, 업력이 긴 대기업은 컨버전스 진화 단계로 따라 ‘플랫폼 구축 전략-레버리지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컨버전스 진화 초기 단계에서는 기술적으로 누구도 모방하기 힘든 플랫폼을 구축하고 보완 자산(complementary assets)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플랫폼 구축 전략을 추구한다. 다음으로 산업 간 융합단계까지 컨버전스가 진행되면 이전에 구축한 플랫폼, 보완자산, 명성 등을 지렛대로 삼아(leveraging) 시장의 욕구를 충족시켜 수익을 거두는 레버리지 전략을 추구한다.
 
애플이 아이팟, 아이폰 등을 연속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자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앞에서 언급한 컨버전스 전략을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이 음악재생 산업에 진출한 당시만 해도 이 분야에 경험이 일천한 신생 기업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미 MP3 플레이어 시장이 형성돼 있었고,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음악 콘텐츠 시장 등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MP3플레이어가 활용될 수 있도록 보완자원인 콘텐츠가 구비된 상황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애플이 MP3플레이어와 음악 콘텐츠를 융합한 아이팟을 개발한 것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 간의 갈등(MP3 플레이어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음악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공격하는 개척과 공격 전략의 특징을 모두 보여주고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 전략 특성은 아이팟의 사례와는 다르다. 애플은 아이폰을 개발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자체적으로 아이폰과 유사한 PDA를 개발한 경험이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에서 언급한 플랫폼 구축 전략과 레버리지 전략의 특성과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 전략은 기존에 축적한 기술 자원(아이팟과 PDA의 OS 기술, 애플의 핵심역량인 디자인 기술, 아이튠스의 애플리케이션 기술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외부로부터 보완 자산(예: 앱스토어 등)을 확보해 강력한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고 통신, 컴퓨터와 서비스·솔루션이 융합되는 컨버전스 초기 단계에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나중에는 이를 활용해서 수익을 올리는 레버리지 전략적 특성도 함께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모바일 컨버전스 전략을 상황에 맞게 달리 적용하는 애플의 현명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필자들이 조사한 일본의 모바일 통신사업자 NTT도코모의 사례도 상황적 관점에서 모바일 컨버전스 전략을 전개하는 예를 보여준다. NTT에서 분사할 당시 신생 기업이었던 NTT도코모는 인터넷과 무선 통신이 융합되는 초기 단계에 아이모드를 통해 앞서 제시한 개척 전략과 공격 전략이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모바일 컨버전스 전략을 추구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과거에 유용했던 컨버전스 환경이 쇠퇴하자, NTT도코모도 지난 몇 년간 수조원이 투자된 글로벌사업의 한계에 직면했다. 음성, 데이터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정체되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NTT도코모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모바일 컨버전스 전략을 모색했다. 새로운 전략의 핵심은 새로운 컨버전스 환경을 이해하고, 여기에서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해 수익을 얻는 것이었다. 현재 NTT도코모는 과거처럼 협소한 신규비즈니스 영역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건강, 교육, 환경은 물론이고 유통, 광고, 방송, 보안, 결제 등 모바일 컨버전스가 자주 언급되는 산업과의 융합을 전부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산업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첫째가 ‘Bee Platform’이다. 이는 AVEX와 NTT도코모가 합작해서 만든 세계 최초 모바일 전용 TV 방송국이다. 여기서 오리지널 방송 콘텐츠를 방영하는데, 비즈니스 모델은 방송 콘텐츠를 개발해 판권을 확보한 후, 이를 다른 형태의 미디어에 배포, 보급하는 것이다. 둘째는 환경비즈니스들을 융합하는 에코 플랫폼이다. 기업,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환경 네트워크을 구축하고 환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셋째는2009년 7월에 606개의 쇼핑몰을 보유한 AEON 그룹과 함께 만든 이논 마케팅주식회사라는 마케팅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사용자로부터 수집한 라이프스타일 분석 자료와 AEON 매장에서의 구매 이력을 분석해 맞춤형 쿠폰과 상품 정보를 전송하고 모바일 광고 및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 위한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롱텀에볼루션(LTE·고속무선데이터 통신규격)’에 투자해 아이모드 서비스를 차별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NTT도코모의 회사 설립부터 현재까지의 모바일 컨버전스 전략의 특징을 정리해 보면, 회사 설립 초기의 전략은 외부에서 형성된 플랫폼을 이용해 민첩하게 사업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전략적 특징을 보였다. 반면, 기업의 성숙도가 높아진 최근에는 스스로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이용 (leveraging)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②전통 산업의 도전과 기회 최근 구글의 슈미트 회장은 오프라인 기업의 성장 루트로 온라인 비즈니스보다는 모바일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면 모바일 컨버전스 산업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 전통적 오프라인 산업의 기업들(예를 들면 지역 신문사, 미술관 등)이 모바일 컨버전스를 비즈니스 성장의 기회로 삼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전통 오프라인 기업들이 모바일 컨버전스를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적절한 투자 방향을 모색하고 있지만, 확신을 갖지 못한 채 현재의 경쟁 지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컨버전스를 활용하고 있다. 맥주회사, 여성복 의류 업체, 자동차 회사, 패스트푸드 업체 등이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기업 브랜드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나마 그 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라베이스(www.strabase.com)에 따르면 앱스토어에서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은 사용자가 다음 날에도 이용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며, 이 비율도 시간이 흘러갈수록 급속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전통 산업 기업들이 앞다퉈 스마트 폰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 제공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면에는 현재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모바일 컨버전스를 활용하려는 수동적 모습이 숨어 있다.
 
오래 전에 피터 드러커 교수는 철도 산업의 생성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기업이 철도 산업의 중심에 있는 기업(예: 열차제조 기업 등)이 아니라, 의외로 철도 산업의 활성화로 파생된 관광 및 여행산업 기업이라는 점을 설파한 적이 있다. 모바일 컨버전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모바일 컨버전스의 최대 수혜자는 정보통신 기업이 아니라 이것이 파생시키는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기업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통 오프라인 기업에도 기회는 있다.
③탐구적 학습 전략이 컨버전스 성공 비결 전통 기업들이 모바일 컨버전스의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먼저 선행해야 할 전략적 조치는 기업의 학습 전략을 탐구적 학습(exploratory learning) 전략으로 바꾸는 일이다. 탐구적 학습 전략을 통해서만 전혀 새로운 차원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들이 컨버전스 제품 개발과 성과 간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네 개의 전략(선도 시장 출시 전략, 고객 지향적 가치 혁신 전략, 전략적 제휴전략, 탐구적 학습전략) 변수가 컨버전스 신제품 개발의 성과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조사한 결과, 탐구적 학습 전략만이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신제품 성과는 조직 학습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기존 조직 학습 연구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탐구적 학습 전략은 기존 가정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원리를 찾아내는 학습 스타일로서, 전혀 새로운 전략 및 방법을 발견하는 학습에 목적이 있다. 소비자의 구매의도를 자극하려면 제품이 진귀적 가치를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식활용 학습(exploitativelearning) 전략보다는 기존 지식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결합해 새로운 지식 창출을 추구하는 탐구적 학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학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당 분야에 전혀 관련이 없는 인재를 영입하거나 타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관찰해 새로운 통찰력을 얻는 학습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신문사의 예를 들어 보자. 작년에 미국의 대도시 신문사들은 다른 경쟁 매체(온라인 인터넷 신문 등)의 영향으로 독자층이 줄고 발행 부수가 현저히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대도시 신문사의 사정이 이 정도라면, 작은 규모의 지방 도시 소재 신문사들의 상황은 더 악화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 신문사들이 단순히 이러한 상황을 헤쳐 나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전략은 기존 종이 신문을 즉각적으로 폐기하고, 온라인 미디어 업체로 변신하는 것이다. 혹은 기존 종이 신문과 온라인 신문을 병행하되, 온라인 신문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해 구독료 대신 광고 수입료로 수익을 회수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또는 아마존의 킨들과 소니의 전자책 단말기를 벤치마킹해 모바일 기기에 종이 신문에 실린 똑같은 뉴스 정보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절대로 기업에 경쟁 이점을 제공해 주지 못한다. 결국 미식 축구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먼지 더미 속에서 3야드 전진(three yards and a cloud of dust)”이라는 악전고투의 결과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열악한 경쟁 위치에 있는 지방 중소 신문사라 할지라도, 탐구적 학습을 통해 모바일 컨버전스가 제공하는 기회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슈미트 회장은 지역 고유의 정보를 모바일 상에서 지역민들에게 제공하는 전략이 지역 신문에 유망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전날 지역에서 개최한 유소년 축구시합에서 골을 기록한 자녀의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가 모바일 상으로 해당 부모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실제로 미국 내에 이러한 유사한 전략을 실행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중소 지방 신문사들이있다. 미국 조지아주 매리에타 시의 지방신문인 매리에타데일리저널(MDJ)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전략은 지역민들이 과연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관해, 현재의 가정에 의문을 품고 끊임없이 학습할 때 나올 수 있는 전략 아이디어다.
 
3.모바일 컨버전스 챔피언이 되는 길
모바일 컨버전스 산업은 앞으로도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각종 규제 완화, 기술 하부 구조의 급속한 발전, 소비자들의 모바일 컨버전스에 대한 긍정적 태도 등의 영향으로 이 같은 추세는 더 빨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전략은 기업의 관점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의 관심(attention)을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일이다. 여기에도 상황적 접근이 필요하다. 애플, NTT도코모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컨버전스 단계와 기업 성숙도를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업이 갖고 있는 자원과 중요한 투자 방향도 지혜롭게 설정해야 한다.
 
기업 실무자들은 먼저 컨버전스 신제품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복수의 기능과 사용 용도를 가진 신제품을 개발했다고 해서 성과가 자동적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 문화도 중요하다. 먼저 기업의 학습 전략을 탐구적 학습 스타일로 바꿔야 한다. 즉, 장기적 관점을 지향하고, 능동적으로 실패를 허용하고, 종업원에게 자율권을 주고, 기존 전략과 사업의 가정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전략과 방법을 학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들도 다 따라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가정에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고객의 감춰진 욕구를 발굴해 충족시키고자 하는 탐구적 학습 전략을 조직적으로 전개해 나간다면 모바일 컨버전스를 선도하는 진정한 챔피언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지대 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충북대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생산전략, 신제품 개발 관리, 기술 경영 등이다.
송영욱 교수는 연세대 영문학과 학사, 미국 마이애미대 경영학 석사,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충북대 경영대학 국제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마케팅, 신제품 관리, 국제 마케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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