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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경영 성공 전략

새로 쓰는 문화마케팅 2.0

심상민 | 62호 (2010년 8월 Issue 1)
 
문화마케팅 라떼: 경제커피에 문화우유를
역설적이지만 성공하는 기업의 문화마케팅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오고 있던 일방적인 스포츠마케팅, 아트마케팅, 디자인마케팅과 같은 문화마케팅 구체제를 모두 삭제(delete)하고 새로 고쳐야 할 것 같다. 왜 그런가?
 
한국의 문화마케팅은 상업주의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준다. 문화마케팅을 주도하는 한국 대표 기업들은 물론이고 크게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인 자체가 상업주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한국 정부 고위층이 외국을 순방할 때 기업인을 대동하고 비즈니스 외교를 펼치는 것은 점잖게 말해 너무 ‘사무적’이다. 뉴욕에 가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관람하고, 런던에 가서 대영박물관을 돌아본 뒤 현지 한국 예술가들을 초청하면 안 되는가.
 
한국 기업들 가운데 문화마케팅을 모르거나 안 해본 기업은 없을 것이다. 굳이 시기구분을 해 본다면 한국에서 문화마케팅은 기업메세나 활동 조직이 만들어지며 학습해가는 초기 단계를 넘어서서 이제는 제2기, ‘문화마케팅 2.0’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문화마케팅을 새로 쓰는 작업이다. 이 유쾌하고 행복한 과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제하는 마음과 문화하는 마음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해주는 균형 잡기다. 이 글에서는 상업주의 이미지를 벗고 어떻게 문화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솔루션을 살펴보겠다.
 
문화생업(業): 생산과 본업으로서 문화콘텐츠
기업들은 보통 <문화애호가/문화를 애호하는 마음>으로 문화마케팅에 착수한다. 하지만 이 마음은 문화를 액세서리 정도로 여겨 제품이나 서비스에 걸쳐 놓으려 하는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문화를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문화애호가/문화를 애호하는 마음>은 문화하는 마음 4개 그룹 가운데 문화 참여의 정도가 가장 낮다.
 
문화생업이라 함은 손쉬운 생활의 취미에서부터 문화를 배우는 학업, 문화를 테마로 삼는 한시적인 과업 수행, 문화를 부업으로 영위하는 형태까지를 모두 아우른다. 뜻을 품고 기발한 발상을 하는 것부터 문화 체험을 위한 시간 안배, 구체적인 창조 활동을 위한 기획, 개발까지 포괄한다.
 
<문화지원자/문화를 지원하는 마음>은 문화생업의 정도는 전면적이고 높지만 문화생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소극적이고 간접적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나 특징을 뜻한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프로듀서라고 부르는 영화제작자들은 영화라는 문화콘텐츠에 모든 것을 바치다시피 헌신한다. 이들은 그야말로 문화를 전업으로 삼고 있다. 간혹 영화사업을 다각화해 출판이나 미술, 부동산 쪽을 겸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문화생업을 중심으로 그리는 동심원의 확장에 다름 아니다. 문화창업과 문화겸업이 이 그룹에 속하는 이유다.
 
<문화분석자/문화를 분석하는 마음>은 문화생업의 정도는 낮은 편이지만 문화생산에 끼치는 영향력은 아주 높은 그룹이다. 영화 담당 전문기자나 문화 현상을 연구하며 논문이나 칼럼을 쓰는 학자와 평론가들은 즉각적인 성과는 없지만 아주 장기적으로 점진적인 문화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사상계를 펴낸 장준하, 씨알의 소리의 함석헌, 창작과 비평의 백낙청, 문학과 지성의 김병익, 뿌리깊은 나무의 한창기, 공간의 김수근과 같은 이들이 좋은 예다. 이들은 마당을 쓸고 천막을 가려치고 말뚝을 박음으로써 사물놀이패가 오게 했고 새싹 같은 문인들을 받아냈다. 이들의 공로는 문화콘텐츠 창조라기보다 문화환경, 문화여건, 문화 인프라의 창조에 가깝다. 또 작가와 창작자가 내놓은 작품을 사회 필터를 통해서 코멘트하고 다듬어서 좀 더 깊은 의미와 가치를 갖게 해 제2의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재창조(Re-Creation) 활동의 주역이기도 하다.
 
<문화창조자/문화를 창조하는 마음>은 문화생업과 문화생산의 최고 역량이 겹치는 극치의 지대다. 문화/예술인으로서 창작과 예술 활동에 전념하는 작가가 가장 전형적인 예다. 이 그룹은 문화지원자의 지원과 문화분석자 진영의 정보 제공, 문화애호가 그룹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 마침내 전문제작과 창조의 최고봉을 오르는 알피니스트와 같다. 이 그룹에 속한 사람은 주로 전업 작가, 전문 창작자이지만 최근에는 문화콘텐츠 방식의 공동 창작, 기획 제작이 늘어남에 따라서 개념과 성격이 상당한 폭으로 변하고 있다.
 
결국 기업의 문화마케팅은 담당자와 의사결정자 그룹 자신이 문화를 애호하는 마음에서 시작해서 점차 문화생업 정도와 문화생산 정도가 높은 ‘스스로 문화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키워 나가는 데 성패가 달려 있다.
 
기업 문화예술경영 성공 노하우- 문화마케팅 2.0
기업들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문화마케팅 활동을 펼치려면 ‘문화생업’으로 표현한 ‘성숙된 문화하는 마음’을 가진 이후에 바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기업이라는 아웃사이더의 논리로 문화를 마케팅해 왔던 문화마케팅 1.0과의 결별이다. 이제부터 고민해야 할 <문화마케팅 2.0> 시기의 노하우는 그야말로 ‘문화’의 이름으로 마케팅을 하는 일이다. 문화예술의 주역인 창작자, 제작자, 기획자 등이 일상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고유의 랭귀지(언어)가 <문화마케팅 2.0>의 소프트웨어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기업들이 경제관념과 현란한 마케팅 매뉴얼로 문화를 마케팅해 왔기 때문에 상업주의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제부터는 기업의 경제관념과 마케팅 기술은 기본 사양으로 삼고 여기에 문화예술인들이 해온 고유의 전통적인 문화적 마케팅 방식을 수용할 때다. 문화생업 마인드로 무장한 기업이라면 누구나 이 창조적 파괴를 감행할 수 있다.
 
문화·예술인의 문화마케팅은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문화콘텐츠의 직접 사용, 간접 사용 차원이다. 둘째는 개별 콘텐츠 중심과 콘텐츠를 에워싼 주변 맥락, 즉 콘텍스트 중심을 가르는 차원이 있다. 끝으로 이분법적 구분에 구애받지 않고 초월적 위치에 있는 독자적인 영역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림2>에서 횡축의 2개 영역은 문화콘텐츠 아이템 자체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나가는 차원으로서 이는 <문화콘텐츠를 위한 마케팅(Marketing of Culture or Marketing for Culture)>으로 풀이할 수 있다. 마케팅 기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문화콘텐츠 자체를 돋보이게 만드는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이와 구분되는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문화콘텐츠 아이템 자체보다는 콘텐츠가 위치하는 상황과 맥락, 즉 콘텍스트(Context)를 더 강조하는 차원이다. 이는 <문화콘텐츠를 통한 마케팅(Marketing through Culture or Culture for Marketing)>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인이 원하는 마케팅 목적에는 판매 촉진이나 이미지 제고 같은 기업의 목적과는 상당히 다른 가치가 존재할 수 있다. 사회·문화적 영향력 제고나 새로운 트렌드 창조, 예술적 표현, 정치적 선언, 자기 발언 등 다양하고도 무정형적인 개념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업의 요구와 문화예술인의 요구가 일치해야 한다. 제품을 판촉하고 홍보하는 ‘경제하는 마음’만으로는 이러한 일치에 도달하기 힘들다. 하지만 기업 스스로가 문화생업 마인드로 ‘문화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갖게 되면 서로 공존, 공생, 윈윈(win-win)해 한층 더 격상된 문화마케팅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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