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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al in Hypercompetitive Environments: The Case of Danal

내일은 무슨 새 사업할까? 끝없는 도전으로 ‘다날’ 날다

김남국 | 61호 (2010년 7월 Issue 2)
 

“헉! 스토커다.”
10여 년 전 국내 이동통신사의 신규서비스 담당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한 벤처기업가를 피해 다니기 바빴다. 아침 출근길 집 앞에서, 퇴근길 회사 앞에서, 심지어 저녁약속 후 귀갓길에 들른 포장마차에서도 이 벤처기업가가 출몰했다. 그 주인공은 모바일 벤처 다날의 박성찬 대표였다.
 
박 대표는 휴대전화로 온라인 콘텐츠 사용료를 결제하는 서비스를 하자며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건설업계 출신으로 정보기술(IT) 전문가도 아닌 박 대표의 주장을 처음부터 신뢰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더군다나 결제사업은 일종의 금융업이었다. 아무런 기반도 없는 소형 신생기업이 추진할 만한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치열한 설득 끝에 2000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가 이뤄졌다. 이후 휴대전화 결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현재 한국에서만 휴대전화 결제 규모가 연 2조 원 규모로 불어났고, 다날은 이 시장의 약 4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다날의 연간 매출액도 800억 원 대로 커졌다(표1, 2 참조). 특히 다날은 대만,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도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다. 다날은 휴대전화 결제 외에도 온라인 및 모바일 콘텐츠, 게임 시장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극심한 환경 변화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원이 풍족하지도 않은 벤처 기업 다날이 지속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기 위해 박성찬 다날 대표 및 류긍선 개발본부 이사와의 인터뷰, 광범위한 문헌 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다날의 성장 스토리를 살펴본다.
 

창업과 휴대전화 결제 아이디어 제시
다날 박성찬 대표는 원래 주택을 짓는 소형 건설업체를 운영했다. 분양도 비교적 잘 됐기 때문에 회사는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e메일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박 대표는 우연히 인터넷을 접하고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정보기술(IT)이 미래를 바꿀 것이란 강한 확신을 가진 그는 이 분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1997년 새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을 고민하다 ‘미래(未來)’를 뜻하는 순우리말을 찾아보았다. 미래, 내일 등 모두 한자 일색이었다. 미래를 의미하는 순우리말로는 ‘다음날’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읽기 쉽게 ‘음’자를 빼고 ‘다날’이란 이름을 지었다. 미래를 바라보고, 미래에 대비하는 사업을 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처음 사업 아이디어를 고민하다 무선호출기(삐삐)에 주목했다. 초기 무선호출기는 전화번호만 전송했다. 당연히 문자를 전송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일반 전화기의 12개 번호 버튼을 한글 모양처럼 누르면 해당 글자가 전송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일부 업체에 솔루션을 납품했는데, 의외로 무선호출기 전성시대가 빨리 끝나버려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후 휴대전화가 시장을 장악하자 과거의 아이디어는 자연스레 휴대전화 한글 입력 시스템 개발로 이어졌다. 음성통화 외에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고 싶은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세종얼’이란 입력 시스템을 개발했고, 당시 ‘걸리버’ 브랜드를 갖고 있던 현대전자에 납품했다. 하지만 현대전자 휴대전화 사업부가 인수합병(M&A) 당하면서 세종얼도 시장에서 사라졌다.
 
다날은 휴대전화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이 과정에서 1990년대 후반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고전하던 온라인 업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익모델을 제대로 갖춘 온라인 회사가 드물기도 했지만, 그나마 팔릴 만한 콘텐츠를 개발했다 해도 고객에게 돈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됐던 온라인 결제 수단은 신용카드였다. 하지만 보안이 허술해서 입력된 정보가 불법으로 유출되기도 해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또 몇 백 원짜리 콘텐츠 결제에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도 부담스러웠다. 선불 형태의 e코인 서비스가 있었지만 수수료가 30∼40%에 달해 닷컴 업체들은 사용을 꺼렸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e코인을 매번 구입해야 했기 때문에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특히 인터넷 콘텐츠는 구입 의사를 가졌을 때 곧바로 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구매 의향이 쉽게 바뀔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냉장고나 TV 같은 제품은 꽤 오랜 기간 제품의 기능과 가격을 따져보고 구매한다. 하지만 게임 아이템이나 아바타, 도토리 같은 인터넷 콘텐츠는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재화가 아닌 저관여 제품이기 때문에 충동구매가 자주 일어난다. 생각날 때 즉시 구매하지 못하면 이후 같은 콘텐츠를 살 확률이 뚝 떨어진다. 따라서 콘텐츠 업체 입장에서는 편리한 결제 시스템이 기업의 수익성 및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마침 다날은 휴대전화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모델을 찾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휴대전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휴대전화는 24시간 고객들이 항상 가까이 두고 사용하기 때문에 온라인 콘텐츠 결제 수단으로 매우 유용하다. 또 매달 체계적으로 과금이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의 안정성도 높다. 다만, 누군가가 온라인 업체와 콘텐츠 사용자, 이동통신사를 연결시켜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줘야 한다. 다날은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제안서를 만들어 이동통신사 관계자를 찾아다녔다.
 
강한 의지로 ‘큰 그림’ 실행
휴대전화로 결제를 하자는 아이디어 자체는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작은 벤처기업이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큰 그림’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휴대전화 결제가 이뤄지려면 반드시 거대 이동통신사들이 움직여야 했다. 또 고객의 돈을 받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정산해주는 일종의 금융업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정부 동의도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 이동통신사들은 신규 사업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었다. 다날이 사업을 제안했을 당시 휴대전화 업체들은 가입자 늘리기가 지상 과제였다.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가입자 유치는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최고의 대안이었다. 그런데 휴대전화 결제는 후불로 운영됐다. 당시 다날은 1인당 월 2만원 한도에서 휴대전화 결제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이동통신사에 제시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은 요금 부담이 커져 통신사를 바꾸는 고객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상 과제였던 가입자 유치에 부담을 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박성찬 대표는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 우선 실무자들을 공략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에 굴하지 않고 윗선으로 직접 영업을 다녔다. ‘스토커’란 별명도 이 때 얻었다. 당시 이동통신사가 5개였는데, 회사별 휴대전화를 따로 마련했고 전화번호가 다른 5종류의 명함도 별도 제작했다.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고 다니면서 눈에 더 자주 띄려는 노력도 했다. 하도 끈질기게 달라붙자, 이동통신사 임직원들은 “이 사람을 떼어내려면 이야기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두 손을 들었다. 6개월여에 걸친 치열한 설득이 이어졌고, 마침내 SK텔레콤이 그의 손을 잡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부라는 더 큰 장벽이 있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이동통신사의 금융업 진출에 부정적이었다. 휴대전화 결제는 고객에게 돈을 받아 일정 기간 보관하다 인터넷 업체에 지불하는 구조여서 금융업의 일종으로 여겼다. 박 대표는 정부에 대한 설득 작업도 끈질기게 추진했다. 한국이 이런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담당 과장, 국장, 차관을 만났다. 꼬박 6개월을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투자했다. 결국 집념어린 승부는 다날의 승리로 끝났다.
 
힘겨운 설득 작업이 끝나자 예기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설득 작업 초기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던 이동통신사 직원 일부가 퇴사를 한 뒤 휴대전화 결제 회사를 차렸다. 휴대전화 결제 사업의 장래가 밝다고 생각하고 직접 사업을 벌인 것이다. 다날은 명백한 아이디어 도용이라고 생각하고 소송 등 정면 대응을 검토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에 이동통신사의 도움이 절실했다. 전직 통신사 직원들이 같은 사업을 하면 거대 이동통신사의 도움을 얻기가 훨씬 쉽다는 장점이 있었다. 결국 이들과 공존하면서 사업을 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공생을 모색했다.
 
결제 서비스 보완과 확장
정부와의 협의와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의 합의를 마무리한 후 다날은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동전화망과의 연동을 시험한 뒤 세계에서 처음으로 2000년 7월 서비스를 시작했다(그림1 참조). 휴대전화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첫 번째 인터넷 콘텐츠 제공업체는 엠게임이었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첫날 매출은 몇 천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비스 자체의 매력도가 높았고, 소비자들도 편리하고 신뢰할 만한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거래액은 급증세를 보였다. 1위 업체와 서비스를 시작하자 다른 이동통신사와는 손쉽게 계약이 이뤄졌다. 서비스 범위도 급속도로 확장됐다.
 
시장 환경도 다날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당시 아바타 채팅이 유행했다. 채팅이 인기를 끌면서 아바타를 장식하는 각종 아이템을 구매해 자신을 돋보이게 표현하거나 친구 및 애인에게 아이템을 선물하려는 욕구를 가진 사람이 많았다. 이들은 휴대전화 결제를 통해 손쉽게 몇 백 원짜리 아이템을 구매했다. 또 휴대전화 결제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났다. 류긍선 이사는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는 사이트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결제 서비스 후 유료화가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생각한 기업들이 많이 나오면서 유료 콘텐츠 시장 자체가 크게 성장했다. 쉽고 편하고 신뢰할 만한 결제 시스템이 있었기에 온라인 게임 업체들도 성장 기반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시장을 다날이 독식할 수는 없었다.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날 외에도 전직 이통사 직원이 차린 회사 등 다수 업체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다날은 사업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시스템의 안정성과 위험 관리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은행 거래와 마찬가지로 휴대전화 결제도 다양한 위험 요인을 안고 있었다. 오류 없이 모든 거래가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했고, 사용자가 한꺼번에 몰려도 무리 없이 결제를 진행해야 했다. 이를 위해 다날은 시스템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섰다. 또 후불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용 위험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나중에 전화요금에 합산한 온라인 콘텐츠 결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따라서 다날은 위험관리시스템(RMS·Risk Management System)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집중 투자했다. RMS는 사용자의 IP주소나 e메일 주소, 거래 시간대, 콘텐츠 구매 유형, 과거 거래 내역 등 다양한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신용 위험이 높은 사용자를 가려내는 시스템이다. 다날은 비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졌거나, 불량 거래자가 지나치게 자주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면 사전에 차단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투자를 소홀히 한 업체는 시장 성장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퇴출됐다.
 
다날은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보통 휴대전화 결제가 이뤄진 후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이 최종적으로 돈을 수령하기까지 2개월 정도 걸린다. 하지만 많은 인터넷 업체들은 하루라도 빨리 돈을 받고 싶어 했다. 이런 욕구를 파악한 다날은 최초로 특수목적회사(SPC)를 이용한 선지급 시스템을 고안했다.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과 유사한 개념으로 다날이 수수료를 받고 담보를 제공해서 콘텐츠 업체들이 빨리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들의 결제 한도도 초기 월 2만원이었는데 이동통신사와 협의해 꾸준히 한도를 늘려 현재는 고객에 따라 최고 월 20만원까지 휴대전화로 결제가 가능하다.
 

온라인 콘텐츠 이외에도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음원 사이트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물론이고 온라인 장터에서 실물을 거래할 때도 휴대전화 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일부 지하철의 물품보관대 이용요금 결제, 대학입시 전형료나 국가고시 응시료 납부 등도 가능해졌다. 인천 성민병원은 소액 의료비를 결제할 때 휴대전화로 내게 했다. 동사무소에서 각종 민원서류 발급을 위한 대금 결제에도 이 시스템이 활용됐다.
결제 시스템의 글로벌 비전
다날은 한국 시장의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결제 서비스의 글로벌화도 모색했다. 다른 나라들도 한국과 유사한 경로로 온라인 시장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에 이런 모델로 비즈니스를 하는 경쟁사가 없기 때문에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 글로벌화를 모색했다.
 
하지만 진출 국가와 시점 선정에는 신중을 기했다. 결제 시장이 커지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아바타나 게임 아이템 같은 순수 온라인 콘텐츠가 활발하게 거래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았다. 또 초고속 인터넷 망도 잘 구축돼 있어야 했다. 따라서 다날은 성급하게 글로벌화를 추진하기보다 환경이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글로벌화의 시험 무대가 된 것은 대만 시장이었다. 한국 업체들의 온라인 게임을 대만에 유통하던 현지 업체가 적당한 결제 수단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다날과 접촉했다. 대만 업체는 다날에 휴대전화 결제 사업을 대만에서도 해보자고 제안했다. 다날은 대만의 시장 규모가 크기 않기 때문에 목표 시장으로서 적극 공략해야 할 매력도는 떨어지지만, 글로벌 진출 경험을 축적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다날은 현지 업체에 다날 상호와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주고, 합작회사 지분에 투자하는 형태로 대만에 진출했다.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이동통신사와의 협의가 필수적이었는데, 현지 협력 파트너가 적극 협조하면서 쉽게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다날은 온라인상의 비자(VISA)나 마스터(MASTER)가 되기 위해 미국, 유럽, 중국 등 거대 시장에서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2003년부터 미국 시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시장 조사를 했다. 당시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휴대전화 가입자수와 인터넷 사용자가 모두 2억 명을 넘기 때문에 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다날은 여건이 성숙해지기를 기다리다가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인을 고용한 데 이어 주요 이동통신사들의 임직원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으며, 게임 등 온라인 콘텐츠 업체들과도 접촉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5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존 와이어리스(Verizon Wireless)와 함께 ‘BilltoMobile ™’이란 이름으로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미국 최초로 시작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게임사는 물론이고 현지 유명 온라인 게임 및 소셜 네트워크 업체들과 휴대전화 결제 계약을 맺었다. 또 중국에서도 차이나모바일과 계약을 맺고 현지에서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의 경우 이동통신사들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너무 높아 아직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다날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국가간 휴대전화결제(IPN)를 실현하기 위해서다(그림3 참조). IPN은 미국 사이트, 예를 들면 페이스북에 들어가 유료 아이템을 구매할 때 한국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로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사용자도 한국 사이트 콘텐츠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결제할 수 있다. 이는 박성찬 대표가 직원들에게 자주 언급한 ‘다날이 온라인상의 비자(VISA)나 마스터(MASTER)가 되겠다’는 비전과 연결된다. 인터넷 자체는 지역적 경계가 없지만 지불 결제와 관련해서는 불편과 제약이 있는데 이를 다날의 시스템으로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주요 국가에서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글로벌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콘텐츠 사업 다각화 전략
현재 다날의 매출에서 휴대전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선에 달한다. 하지만 과거 휴대전화 결제 사업이 본격화하지 않았을 때 주력 매출원은 모바일 콘텐츠였다. 휴대전화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고민했던 다날은 초기 유료 벨소리 사업으로 기반을 잡았다. 사용자들이 700 국번의 자동응답전화(ARS) 통화를 한 후 원하는 멜로디를 휴대전화 벨소리로 지정할 수 있게 한 서비스였다. 다날은 ‘700-5857’이란 번호를 홍보하면서 잠재력이 큰 광고모델을 집중 활용해 하루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등 황금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환경이 급변했다. 기술 발전과 단말기 고도화로 초기 단음 벨소리에서 4폴리(4개의 다른 전자음을 결합해 만든 벨소리)로 발전하다가 목소리 등을 녹음해서 벨소리로 사용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이후 어떤 소리라도 구현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대세가 됐다. 과거 단순한 벨소리를 상품으로 팔았을 때는 작곡자와 계약만 맺으면 됐다. 하지만 가요 자체가 벨소리로 탑재되면서 작곡가 외에 작사자, 가수, 연주자와도 계약을 맺어야 했다. 휴대전화 대기화면의 캐릭터 판매사업도 격변했다. 과거에는 디자이너만 고용하면 별 문제없이 다양한 캐릭터나 배경화면 콘텐츠를 만들어 팔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고화질 영상 구현이 가능해지면서 초상권, 저작권 등 다양한 이슈를 해결해야 했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속속 도태되거나 업종을 바꿨다.
 
다날은 이런 변화에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적응했다. 4폴리 기술(4개의 기계음이 한꺼번에 연주되는 기술)의 경우 박성찬 대표가 일본에서 야마하의 원천 기술을 접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한국의 이동통신 업체에 소개하면서 본격적인 도입이 이뤄졌다. 당시 이동통신사는 한 업체가 독점적 기술을 갖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다날은 다른 콘텐츠 업체와 기술을 공유해야 했다. 하지만 초기부터 해당 기술에 큰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앞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다날은 고객들이 자신의 음성을 녹음해 벨소리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처음 실시했으며 음악과 가사를 동시에 내보내는 기술을 개발해 휴대전화 노래방 서비스도 선도했다.
 
또 원음을 벨소리로 활용하려면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한 사람들과 권리 관계를 해결해야 했지만 다날은 도전적인 자세로 문제를 해결했다. 연예 기획사 등과 접촉하면서 모바일 분야의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설득, 적극적으로 저작권을 확보했으며 특히 신규 음반 제작에도 일정 부분을 투자하면서 모바일 분야의 유통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벨소리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유지했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이런 노력은 신규 사업으로도 연결됐다. 연예 기획사와 투자 관계를 맺으면서 다양한 음원을 확보하자 다날은 오디오닷컴(www.ohdio.com)이란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를 개설했다. 또 메이저 음반 기획사들과의 협력 모델이 진화하면서 유명 연예인과 일반인간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UFO타운(www.ufotown.com)도 2007년 6월 개설했다. UFO타운은 휴대전화와 웹사이트를 통해 동방신기,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스타들과 팬들이 문자메시지나 사진, 음성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팬들이 메시지를 보낼 때는 유료며 어느 정도 기반을 구축한 연예인들에 대해서만 UFO타운 합류를 허용해 특정 가수가 UFO타운에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뉴스가 되도록 했다. 한류 스타들이 늘어나자 다날은 2008년 1월 중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다날이 모바일 콘텐츠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새로운 ‘성장 기회’가 발견되자 과거 사업과의 연관성이 떨어지더라도 과감하고 신속하게 온라인 분야에 새로운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과감한 실험정신과 도전적 문화 구축
다날은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과감하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 다양한 실험을 전개했다. 다날의 도전 가운데 주목할 만한 사례는 2003년 6월 시작된 ‘부주닷컴’ 서비스다. 다날 경영진은 많은 사람들이 경조사를 챙기는 과정에서 돈뿐만 아니라 시간까지도 투자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반드시 찾아가서 기쁨이나 슬픔을 나눠야 할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는 품앗이 개념의 돈을 보내주는 것으로 충분한데도 전통적 관습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다고 판단했다. 시간 낭비 없이 소비자들이 손쉽게 부조금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날은 P2P 금융거래 사이트 ‘부주닷컴’을 개설했다. 이 사이트에서 고객들은 아무 조건 없이 개인들이 원하는 사람의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손쉽게 돈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서비스는 2006년 5월 이후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고 기존 가입자에게만 서비스를 하고 있다. 결국 사업적으로는 실패한 셈이다. 전통적 관습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 어려웠고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풍토를 감안했을 때 너무 빠른 시도였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통념과 거리가 있더라도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부주닷컴은 조직원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또 다날은 부주닷컴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지 않는다. 현재도 일부 기관의 기부금 전달 등에 부주닷컴의 아이디어가 활용되고 있다. 다날은 개인 간 P2P거래를 자유롭게 도와주는 게 고객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다고 판단, 부주닷컴의 스마트폰 버전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다날은 또 2007년 1월 온라인 패션 매거진에 전자상거래 기능을 결합한 ‘더룩’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한 적도 있다. 많은 개인들은 소호마켓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개 자신이 직접 모델이 돼 특정 상품을 입은 사진을 찍어서 웹사이트에 올려놓고 영업을 했다. 하지만 소호마켓 운영자들은 전문가가 아니어서 모델도 엉성하고 사진도 잘 찍지 못했다. 다날은 더룩을 운영하면서 전문적인 모델과 사진작가를 동원해 소호마켓 운영자들의 결핍된 욕구를 해소시켜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소호마켓 운영자들을 위한 새로운 마케팅 채널을 구축해주겠다는 계획하에 시작된 더룩은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시장조사 자료와 달리 실제로 쇼핑몰을 운영해 보니 기존 의류 유통시장의 협업 체제가 견고해 시장 침투가 쉽지 않았다. 결국 2008년 4월 문을 닫았다. 하지만 핵심역량과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매력적인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보는 자세는 더룩의 설립과 운영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다날은 또 다시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온라인 게임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온라인 게임 사업은 다날의 핵심 역량과 무관했다. 다날의 본부장급 임원 7명 가운데 아이디어를 낸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반대했다. 게임과 관련한 축적된 역량이 없었고 자금도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였다. 더군다나 게임 산업 진출을 고려할 당시 회사 사장도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박 대표는 위험을 감수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했다. 수많은 게임 업체들의 대금 결제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어떤 게임이 잘 되고, 어떤 게임이 잘 안 되는지를 지켜봤다. 사업 경험은 전무하지만 적어도 ‘선구안’은 있었다는 얘기다. 또 그는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레드오션인 휴대전화 관련 산업에서 여러 블루오션을 개척했던 경험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처음 게임 사업에 진출할 때 예상 투자액은 50억 원이었다. 박 대표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항상 예상보다 돈이 더 들기 때문에 갑절로 투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의 규모를 감안할 때 이 정도 투자면 손실이 나더라도 아프기는 하겠지만 존립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시 회사 사정이 어려웠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게임에 진출했을 때 훨씬 더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게임 산업 진출이 결정됐고 다날엔터테인먼트라는 자회사가 설립됐으며 이후 ‘로코(LOCO)’라는 이름의 게임이 개발됐다.
 
박 대표의 예상대로 투자금은 100억 원 가까이 들어갔다. 다날이 개발한 로코는 RPG 전략액션 게임으로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혼합했다. 보통 RPG게임에서 최종 단계인 공성전을 벌이려면 오랜 시간을 게임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로코는 손쉽게 이 단계로 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다만 높은 단계에서 시작하되 게임을 계속 진행하려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했다. 이런 차별화 포인트로 출시 전부터 로코는 관심을 모았다. 지난 6월 24일 공개서비스를 실시했으며 유럽, 북미, 동남아, 일본 등 57개국과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혁신을 위한 문화 구축
박성찬 대표는 스스로를 ‘총팀장’이라 부르며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직원 전체에 e메일을 보내 소통하는 일도 잦고, 사장실에 미니 도서관을 설치해 직원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회사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서 공유하기 위해 ‘상상리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실패에 대해서도 관대한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박 대표는 미래의 기술 트렌드를 예측하고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휴일에 다른 약속이 없으면 대학로의 술집을 방문, 젊은이들끼리 모여 있는 자리에 합석해 자신을 소개하고 대화를 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방문에 놀라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박성찬’ 이란 이름을 검색하고 사진까지 확인하고는 친근하게 대해주기도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전언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카멜레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복장이나 헤어 스타일 등이 매번 바뀌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을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실제 다날은 과거 벨소리 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 이 시장은 작아졌고 매출도 거의 없다. 여러 사업을 함께 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접고, 대신 새로운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 오늘도 또 무엇을 새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날이 직면한 초경쟁 환경
다날이 속한 이동전화 관련 분야는 대표적인 초경쟁 시장으로 분류된다. 벽돌 크기에 음성통화 기능이 전부였던 아날로그 휴대전화에서 각종 기능이 부가되다가 디지털로 전환이 이뤄진 후 2세대, 3세대를 넘어 컴퓨터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격변 과정이 불과 10여 년 만에 일어났다. 과거에는 시장을 장악한 기존 기업의 경쟁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역량 파괴적 (competence-destroying)’ 변화가 나타나는 데 보통 수십 년이 걸렸다. 하지만 기술 발달과 글로벌화, 규제 완화 등이 겹치면서 이런 파괴적 변화가 수시로 일어나는 초경쟁 환경이 조성됐다.
 
변화가 드물게 일어나는 안정적 상황에서 기업 전략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 창출에 모아졌다. 이를 위해서는 원가 우위나 품질 우위, 체계적인 통제를 통한 효율적 조직운영, 규모의 경제 달성, 안정적 전략 수립과 집행 등이 필요했다. 게임의 규칙이 정해진 상황에서 효율을 높여 원가를 낮추거나, 차별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구축하는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초경쟁 환경에서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 불과 1, 2년 사이 기존 경쟁우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파괴적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고 해서, 혹은 차별적 제품 경쟁력을 가졌다고 해서 생존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코닥이 기술력이나 생산 능력, 조직운영상 효율성이 부족해서 위기에 처한 게 아니다. 기존 필름 카메라 생산에 필요한 역량과 전혀 관계없는 디지털 카메라 기술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찾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 조만간 쓸모가 없어질 기술이나 생산 방식, 제품력, 조직 구조에 의존하다 정작 필요한 자원을 개발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환경이 급변하면 ‘핵심 경쟁력(core competence)’은 언제든지 ‘핵심 경직성(core rigidity)’으로 돌변할 수 있다. 따라서 초경쟁 환경에서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가 아니라 ‘일시적’ 경쟁우위를 계속 창출해야 한다. 초경쟁 환경에서는 안정된 상황이 이어지다 잠시 혼란기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혼란이 이어지다 잠시 안정기가 찾아온다. 따라서 상품 수명주기가 극도로 짧다. 애플이 ‘아이팟-아이팟나노-아이폰-아이패드’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일시적 경쟁우위 창출에 매달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경쟁자가 출현하기 전에 스스로를 죽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 ‘절대 선(善)’으로 여겨졌던 품질에 대한 집착도 비극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저급한 기술이라도 단기간에 개선되는 과정을 밟으면서 기존 주력 기술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시장을 장악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최고의 품질을 위한 개선 활동에만 집착하다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
 
초경쟁 환경에서의 생존 방법
다날 사례는 초경쟁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보여준다. 다날의 사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초경쟁 환경의 생존 방법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①전략적 의도(strategic intent):전통적으로 경영학자들은 외부 환경은 물론이고 내부 자원(인력, 생산능력, 기술, 자금 등)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전략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초경쟁 환경에서 내부 자원의 특성이나 한계, 잠재력만 고려하는 것은 위험하다. 산업의 경계를 중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신 ‘기회’를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 이런 기회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의미하는 ‘전략적 의도’를 가져야 한다. 개리 해멀과 C.K.프라할라드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은 논문을 통해 제시된 개념인 ‘전략적 의도’는 동양 기업들이 기술과 자본력에서 훨씬 앞섰던 서양 기업을 어떻게 따라잡았는지 잘 설명해준다. 자원이 턱없이 부족해도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갖고 있다면 현실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휴대전화 결제 아이디어는 자원이 매우 부족한 소규모 벤처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하지만 박성찬 대표는 자원의 한계, 업종의 한계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 대신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고 장기적 비전과 목표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졌다.
 
전략적 의도는 크게 세 가지 속성을 갖고 있다. 첫째, 방향감각이다. 박 대표는 기술 발전 트렌드와 산업 구조 변화를 예측하며 휴대전화 결제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둘째, 겸손한 유연성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머리를 숙였고, 사업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끈질기게 찾아가 ‘스토커’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또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아이디어를 도용한 경쟁자마저 용인하는 유연한 태도도 보였다. 셋째, 사명감이다. 박 대표는 ‘온라인 세상에서 비자가 되겠다’는 BHAG(Big Hairy Audacious Goal)를 설파했고 이로 인해 조직원들은 어느 정도 희생이 있더라도 이를 꼭 달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②전략적 옵션:초경쟁 상황이 오기 전 전략은 보통 ‘치밀한 기획’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목표 달성을 위해 내·외부 상황을 분석해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는 게 전략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초경쟁 환경에서 전략은 최적의 대안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잠재력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옵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초경쟁 환경에서는 미래를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특정 전략을 고집했다가는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면서 시장 반응을 본 후 학습 과정을 거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유연성이 중요하다.
 
다날은 옵션 전략을 잘 활용했다. 단음 벨소리의 초기 ‘대박’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를 파괴하며 4폴리 기술을 도입했으며, 원음 벨소리 기술이 등장하자 연예 기획사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콘텐츠를 확보했다. 이런 노력은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이어져 UFO타운이나 오디오닷컴 같은 과거 모바일 콘텐츠와는 전혀 다른 온라인 영역에서의 신규 성장동력 창출로 연결됐다. 휴대전화 결제, 게임 사업, 더룩, 부주닷컴처럼 기존 경쟁력과 별로 관련이 없는 사업에도 옵션 취지의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사회 통념과 거리가 있더라도 ‘기회’가 있다고 판단되면 부주닷컴처럼 과감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또 실패 위험도 적극 감수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했다.
 
③동태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효과적인 옵션 투자를 위해서는 기업의 자원을 전환하는 능력, 이른바 ‘동태적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동태적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는 기업들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자원을 전환하는 방법은 기존 자원의 추가 활용(leveraging), 새로운 자원 창조(creating), 외부 자원 활용(accessing), 기존 자원 폐기(releasing) 등 4가지 방법이 있다. 다날의 유연한 태도는 이런 4가지 자원 전환 활동을 잘 전개했기 때문이다. 기존 자원의 추가적 활용과 관련, 다날은 한글입력시스템 제작 과정에서 획득한 휴대전화 및 이동통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벨소리, 월페이퍼, 노래방 서비스 등을 개발했다. 자원 창조 활동으로 다날은 연구 인력을 고용해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고 게임 전문 인력을 확충해 최근 게임 사업에 진출했다. 외부 자원 활용과 관련, 이동통신사 및 앞선 기술을 가진 해외 업체와 적극적으로 제휴해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고 새로운 벨소리 등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했다. 다날은 시장에서 수명이 다한 단음 벨소리, 4폴리 기술이나 실패로 판명된 사업 영역을 버리는 등 자원의 폐기도 단행했다. 자원 전환을 효과적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자원 인지(cognition)’ 능력이 필요하다.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자원을 획득하거나, 매우 가치 있는 자원을 버렸을 때 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날은 고객이 결핍을 느끼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규정하고 신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근거해 필요 자원을 파악했기 때문에 동태적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④위험 관리:초경쟁 환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 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위험이 더해진다. 이에 따라 위험관리는 필수다. 창조적 혁신의 모범 사례로 칭송받던 두바이가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교토기업’으로 꼽히는 일본전산은 이번 금융위기 와중에 실무진이 1200억 엔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보고하자 1500억 엔 정도의 여유자금을 확보하라고 지시했고, 은행 대출액은 신청액의 3분의 1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이자 필요액의 3배를 신청했다고 한다. 결국 2000억 엔을 대출받았고, 종업원들의 원가절감 노력으로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한 일본전산은 6개월 만에 대출금을 전액 상환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다날도 위험 관리에서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박성찬 대표는 온라인 게임 사업의 투자 금액이 50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실무진의 보고를 들었지만 실제 100억 원 정도는 투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토대로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봤으며 설사 투자금을 몽땅 날려도 기업 존립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 후 게임사업에 진출했다. 위험이 높은 창의적 시도를 지속하다가 실패가 누적돼 이를 만회하려고 더 큰 위험사업에 투자해 결국 도산하는 ‘실패의 덫(failure trap)’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빅 아이디어(Big Idea) 실행하기
다날 사례는 소비자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사업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좋은 교훈을 준다. 휴대전화 결제는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요구한다. 휴대전화에 벨소리를 내려받던 고객이 무선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TV를 보는 것은 그다지 큰 행동변화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이용해 대금을 결제하는 것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행동 변화를 요구한다. 또 정부 정책은 물론이고 거대 이동통신사, 수많은 온라인 콘텐츠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소규모 벤처에 불과했던 다날이 이런 큰 밑그림을 실천할 수 있었던 6가지 비결을 에디슨의 전기 상용화와 비교해 살펴본다.
 
①결핍 요인을 찾아라:에디슨은 가스등이나 촛불에 문제점이 많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다날도 소액 온라인 콘텐츠를 결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많은 업체들이 고민하고 있었고 소비자도 불편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②아이디어를 조합하라:에디슨은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전구에 적합한 필라멘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전화기 개선을 위해 활용하려 했던 재료인 석탄을 이용했다. 또 송전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수도관, 계량기, 수도꼭지 등의 구성 요소를 가진 수도시설의 원리를 차용했다. 다날도 온라인 소액결제에 적합한 모델을 고심하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휴대전화는 소비자가 항상 지니고 있으며 매달 과금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액결제에 매우 이상적인 도구다. 온라인 내부에서만 아이디어를 찾았다면 휴대전화 결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꾼 창의적인 비즈니스는 모두 이질적인 요소를 조합해서 나왔다.
 
③시스템 전체를 고려하라:에디슨보다 먼저 전구를 발명한 괴벨은 전기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했고 집에서 배터리를 활용해 불을 밝히는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기술 수준으로 배터리는 매우 무거웠고 성능도 떨어졌다. 굳이 가스등이 있는 가정에서 불편하고 값이 비싼 배터리 전구를 쓸 이유가 없었다. 반면 에디슨은 송전 시스템을 만들어 전구를 밝히는 모델을 개발했다. 계량기도 함께 설치해 사용량에 따라 과금이 이뤄지게 했다. 다날의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도 특정 단말기나 특정 회사가 아닌 휴대전화 가입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이동통신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시스템을 설계했다. 또 사전에 정부와의 관계를 조율해 전체 시스템 운영과 관련한 위협 요인도 제거했다. 특히 온라인 콘텐츠 업체들이 미리 대금을 받을 수 있는 선불 시스템도 가장 먼저 운영했다.
 
④적극적으로 홍보하라:에디슨은 탁월한 마케터였다. 실제 전구 개발 후 전시회를 열고 뉴욕 핵심 상권 내 상징적인 건물에 전구를 설치하는 한편 사람들이 전구를 들고 뉴욕 시를 가로지르는 이벤트도 개최했다. 다날도 당시 기업의 규모를 감안할 때 매우 큰 금액인 13억 원의 광고 예산을 책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을 알렸다.
 
⑤꾸준히 보완하라:에디슨은 전구 발명 후 필라멘트 재료를 석탄에서 대나무로, 또 에디슨 코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했고 필라멘트 받침대도 지속적으로 수정했다. 다날도 휴대전화 결제가 원활하고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위험관리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했으며 시스템의 안정성 강화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향후 과제
다날이 처한 초경쟁 환경에서는 과거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오히려 과거 성공에 취해 조금만 변화의 노력을 게을리 해도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해 생존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성공의 덫(success trap)’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변화를 선도하는 참신한 시도를 지속해야 한다. 본궤도에 오른 휴대전화 결제 사업에서 유입되는 현금 흐름을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투자해야 하며 동시에 위험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략, 재무, 인적자원 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화 하면서 벤처기업 특유의 빠르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가 약화되고 관료주의적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다. 효과적인 조직관리를 하면서도 동시에 벤처 특유의 장점을 살려나가기 위한 최고경영진의 리더십도 중요한 과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채유미 씨(25, 연세대 도시공학과 4학년)가 참여했습니다.
 
참고문헌
김용성, 2009, 서양의 합리성 이긴 동양의 ‘전략적 의도’, 동아비즈니스리뷰 No.36, 16-19.
리처드 다베니, 2009, 하이퍼컴피티션, 21세기북스.
신동엽, 2008, 창조경영의 시작-스스로를 파괴하라, 동아비즈니스리뷰 No.2, 21-26.
옌스-우베 마이어, 2009. 에디슨 법칙, 옥당.
Eisenhardt K.M., Martin J.A., 2000, Dynamic capabilities: what are they?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October-November Special Issue 21: 1105-1121.
Danneels E., 2010, Trying to become a different type of company: Dynamic capabilities at Smith Corona,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Early View in Wiley Interscience.
 
 

메이플스토리 차기작의 방향은?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매스마켓을 노렸다, 모든 것을 거기에 맞췄다, 가격도 캐릭터도…’(DBR 60호 케이스 스터디) 기사에 실린 ‘독자와 함께 하는 Open Question’에 많은 독자들이 의견을 보냈다. 독자들이 보내온 메이플스토리 차기작의 개발 방향과, 온라인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췌해 소개한다.
 
▶게임 내 ‘검색’ 기능을 도입해 유저들 간 관계 형성 증진
김윤호 씨는 게임 내 ‘검색’ 기능을 도입, 캐릭터들 간 관계 형성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특정 분야의 뉴스를 검색해 댓글을 달면 이를 경험치로 환산, 캐릭터를 특수화시켜 특정 부류 검색 캐릭터들끼리 커뮤니티를 쉽게 이루도록 하자는 것. 이에 더해, A(예: 음악)라는 검색을 주로 하는 캐릭터들과 B(예: 카메라)라는 검색을 주로 하는 캐릭터들 간 서로 추천을 통해서만 아이템 구매를 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 관계 형성을 강화하면서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김 씨는 “메이플스토리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든 뒤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검색하는 주제를 캐릭터의 레벨 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주제로 다양한 미니게임을 만들어 여기서 일정 레벨 이상이 되면 온라인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유저들이 타인에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면서 소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아이디어다.
 
▶가족간 커뮤니케이션 툴로서 포지셔닝
신영성 씨는 게임에 심취한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모를 새로운 공략 대상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게임 안에 ‘가족’이나 ‘멘토’ 캐릭터를 도입, 자녀 캐릭터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조력자가 있는 자녀 캐릭터에는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를 부여하고, 조력자에겐 자녀 캐릭터의 성장 상황을 정보로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해 온라인 게임이 자녀와 부모를 잇는 매개체로서 기능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다.
 
이에 대해 이재교 넥슨 퍼블리싱본부 홍보실 이사는 “독자 여러분의 관심 어린 조언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실질적이면서도 심도 깊은 다양한 의견들에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고 향후 넥슨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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