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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컨설팅-경제자유구역, 미래의 성장 엔진

경제자유구역, 속도보다 방향에 집중하라

허동훈 | 57호 (2010년 5월 Issue 2)
한국에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후 6년이 지났다. 경제자유구역의 수도 3개에서 6개로 늘었다. 거창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미흡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여기에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오해에서 비롯된 비판도 섞여 있다. 지자체들이 정부의 지역개발사업 지원 수단으로 인식하고 달려드는 바람에 경제자유구역이 지나치게 많이 지정된 감도 있다.
 
그렇다고 희망을 버릴 때는 아니다. 경제자유구역은 아직 개발초기이며 지역간 편차가 심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별다른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성과를 논하기보다는 개별 지역이 처한 여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동일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자유구역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개발 속도보다 내용과 방향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외국인투자 우선 정책 지양
경제자유구역법 1조는 법의 목적을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강화와 지역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함”으로 규정하고 있고, 2조는 “경제자유구역이란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조성된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법안에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특례조치와 지원책이 열거돼 있지만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1970년대 마산수출자유구역처럼 자본과 기술이 부족하고 지가와 임금 수준이 낮은 경우 특정목적의 제한적인 구역에 제조업 또는 물류 중심의 외투기업 전용단지 조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나라 수준에서 광역적인 복합특구를 개발하면서 외투기업이 지배적인 경제자유구역을 만드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낮다. 경제자유구역의 요체인 혁신 클러스터나 지식기반산업생태계의 중요한 주체인 벤처형 중소기업을 외국인이 설립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실제로 산업화가 진행된 나라 중에서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경제자유구역의 목표는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기업 활동에 유리한 제도적·물리적 환경 및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을 동등 대우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외투기업 중심의 경제자유구역 조성은 실현가능성이 낮으며, 당위성도 크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최소한 경제자유구역에 한해서라도 수도권 규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특구란 ”국토의 다른 지역에 비해 차별적이고 상대적으로 유연한 제도를 운영하는 지역“을 의미하는데 경제자유구역 역시 경제특구의 일종이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이란 유연한 제도와 특례적인 조치를 주 내용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동안의 많은 노력에 의해 법령과 제도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이 특정 목적의 제한적 소규모 특구 개발이 아니라 광역적 복합기능을 가진 도시나 지역개발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제조업, 물류, 주거, 상업, 관광, 의료, 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 개발이 추진되므로 단일 법령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모두 가정하여 규정을 정비하기는 어렵다.
 
외국 병원과 외국 교육기관 문제는 관련부처 협의나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관심도와 시각에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너무 많이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다. 개발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을 포함하여 전국 방방곡곡에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 성과에 대한 호의적 인식이 형성되기 어려우며 규제완화 여부를 쥐고 있는 부처의 입장에서는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여론의 반발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민간영리병원이 23곳에 설립되는 것과 8곳에 생기는 것은 다르다.
 
물론 무조건 규제가 완화될수록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규제란 본질적으로 양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비용과 편익이 같이 존재한다. 경제자유구역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논란이 있는 제도도 경제자유구역에서 실험적으로 시행해 보고 효과가 좋으면 확산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는 방식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규제만 있고 인센티브는 없다면 오히려 “경제부자유구역”이 될 수 있으므로 지원과 규제를 병행해야한다.
 
집적이 집적을 부르는 개발 방식 필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입지적 여건이 우수한데다 매립을 통해 확보한 공유지가 많아 토지의 기회비용, 즉 시세는 높고 조성원가는 낮아서 개발이익 확보와 재투자가 비교적 쉽다. 이 때문에 정부의 재정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지역보다 개발 속도가 빠르다. 기존 산업용지는 거의 분양이 완료됐고 앞으로 확보되는 산업용지의 기업유치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업무시설인데 현 단계에서 수요가 제한적이므로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수익성이 없더라도 업무시설을 낮은 비용에 공급하여, 초기집적을 유도하고 집적이 집적을 유도하는 선순환을 기대해야한다. 민간사업자가 비수익사업을 앞장서서 할 이유가 없으므로 수익성이 있는 주거시설 개발과 연계하여 업무시설을 건립하게 하여야 하는데 이는 인천시가 택한 정책이기도하다. 그러나 주거시설의 개발이익을 업무시설 개발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구속력 있는 장치가 부족한 것이 미흡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치를 강화하거나 인천시가 주거시설용지를 직접 경쟁 입찰로 매각하고 그 수익으로 업무시설을 건립하거나 앵커기업 유치를 지원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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