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ina Strategy
“중국에서 성공 못하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 나가서 싸워라. ”
국내 한 대기업 회장은 임원들에게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분위기가 무척 비장했다고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삼성, LG, 현대·기아자동차, SK 그룹 등 굴지의 기업들이 중국으로 다시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오너들은 지난해 말 공교롭게도 한 달 간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른바 ‘제2의 중국 러시(The second China rush)’가 시작된 셈입니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 8%대 성장을 구가하는 등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나가서 싸우는 게 답일까요?
과거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국내 기업이 중국에 진출했을 때와는 경영 환경이 사뭇 달라졌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변했고, 경쟁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졌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중국에서 선전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또 브랜드 및 네이밍 전략 툴, 공공 프로젝트 활용법, 현지 인사관리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전문가들의 실전 솔루션을 전해드립니다.
‘무조건 돌격’보다는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으로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시장 및 경쟁 환경은 한국과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핵심 역량의 해외 이전과 가치 사슬의 분산 배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발생해 고전하는 기업들이 많다.
특히 한국의 성공 방정식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현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기업들은 쓴 잔을 들어야 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성공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자원 제약과 치열한 경쟁 등 난관을 극복하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들은 치밀한 시장 조사와 현지 역량의 효율적 활용, 선도적인 마케팅 및 브랜딩 전략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국 사업을 통해 큰 성과를 낸 LG전자, 아모레퍼시픽, 파리바게뜨, CJ제일제당의 성공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1995년 중국에 진출한 LG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세탁기 시장에서 경쟁사들의 가격 할인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 점유율 3위였지만, 성장 곡선은 둔화되고 있었다. 기존의 전통적인 세탁기, 이른바 ‘통돌이 세탁기’는 하이얼 등 중국 로컬 업체의 등장으로 출혈 경쟁을 치러야 했다. LG전자 중국 난징 세탁기 생산법인은 이를 타개할 만한 묘안이 필요했다.
현지인에 대한 선입견 뒤집은 소비자조사: 소독과 빨래 병행 → 소비자 니즈 발굴
LG전자 난징법인은 중국인의 세탁기 사용 행태에 대한 소비자 조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조사 결과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빨래할 때 항상 소독을 먼저 한다”고 답했다. 바이러스나 세균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인의 위생 관념이 약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였다. 더욱이 이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도 드문 행태였다. LG전자는 중국인들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황사, 신종 인플루엔자 등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인들은 세탁기를 1주일에 2∼3회 정도만 사용했다. 한국인(주 3∼4회 사용)에 비해 사용 빈도가 낮았다.
특히 세탁기보다는 손빨래가 세탁 효과 면에서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즉, 중국인은 세탁을 드문드문 하는 데다 세탁기 자체에 불신감을 갖고 있었다.
현지인이 주도적으로 개발 참여
시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LG전자는 위생 및 건강 개념까지 가미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LG전자 난징법인은 2008년 중국 현지에서 상품기획, 디자인 연구실, 구매 등 4,5개 부문의 직원들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중국 소비자 입맛에 맞춘 소독 세탁기를 개발하는 게 임무였다. 특히 이 팀원의 90% 가량은 중국 현지인으로 이뤄졌다. 현지 소비자의 욕구를 더 잘 맞추고, 중국 법인도 독립된 회사로서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개발 과정에서 현지인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책임감이나 로열티를 더 키울 수 있게 하자는 의도도 있었다. 중국 법인이 주축이 되어 제품을 개발하는 게 사실상 처음이었다.
1년간의 제품 개발 기간을 거쳐 이들은 기존 세탁 코스에 소독제 코스를 추가했다. 또 세제 투입구 이외에 소독제 투입구를 따로 만든 세탁기를 내놓았다. 중국인 소비자는 고육책으로 기존 세제와 소독제를 한꺼번에 세탁기에 넣었는데, 이 과정에서 세제와 소독제가 함께 섞이면서 소독제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런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소독세탁기, 일명 ‘프라임(PRIME)’은 2009년 4월 출시됐다.
공동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 보완
이제 과제는 제품을 현지 소비자에게 어떻게 알리는가하는 것이다. 소독세탁기는 과거에 없었던 상품군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소독제 출시업체인 영국의 ‘데톨’과 공동 마케팅(co-marketing)을 하기로 했다. 데톨은 중국 내 점유율이 76%로 압도적인 1위 업체였다. 마케팅 제휴로 인한 장점은 상당히 많았다.
우선 중국에서 LG전자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었다. 소비자 브랜드 인식도 조사에서 중국인 소비자는 LG가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신뢰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또 중국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의 디자인과 기능 등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었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역사가 짧다(LG전자는 중국에 1993년 진출)는 것을 단점으로 느끼고 있었다. 실제 세탁기 시장 1위 업체는 지멘스는 중국에서 100여 년간 영업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시장에서의 역사가 비교적 오래 됐고, 신뢰도가 높은 유럽 업체인 데톨은 LG전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좋은 파트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