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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바닥을 읽고 생각을 뒤집었다. 그리고 중국시장을 잡았다

김유영 | 58호 (2010년 6월 Issue 1)
 

The China Strategy
“중국에서 성공 못하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 나가서 싸워라. ”
국내 한 대기업 회장은 임원들에게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분위기가 무척 비장했다고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삼성, LG, 현대·기아자동차, SK 그룹 등 굴지의 기업들이 중국으로 다시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오너들은 지난해 말 공교롭게도 한 달 간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른바 ‘제2의 중국 러시(The second China rush)’가 시작된 셈입니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 8%대 성장을 구가하는 등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나가서 싸우는 게 답일까요?
과거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국내 기업이 중국에 진출했을 때와는 경영 환경이 사뭇 달라졌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변했고, 경쟁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졌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중국에서 선전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또 브랜드 및 네이밍 전략 툴, 공공 프로젝트 활용법, 현지 인사관리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전문가들의 실전 솔루션을 전해드립니다.
‘무조건 돌격’보다는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으로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시장 및 경쟁 환경은 한국과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핵심 역량의 해외 이전과 가치 사슬의 분산 배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발생해 고전하는 기업들이 많다.
특히 한국의 성공 방정식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현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기업들은 쓴 잔을 들어야 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성공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자원 제약과 치열한 경쟁 등 난관을 극복하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들은 치밀한 시장 조사와 현지 역량의 효율적 활용, 선도적인 마케팅 및 브랜딩 전략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국 사업을 통해 큰 성과를 낸 LG전자, 아모레퍼시픽, 파리바게뜨, CJ제일제당의 성공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1995년 중국에 진출한 LG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세탁기 시장에서 경쟁사들의 가격 할인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 점유율 3위였지만, 성장 곡선은 둔화되고 있었다. 기존의 전통적인 세탁기, 이른바 ‘통돌이 세탁기’는 하이얼 등 중국 로컬 업체의 등장으로 출혈 경쟁을 치러야 했다. LG전자 중국 난징 세탁기 생산법인은 이를 타개할 만한 묘안이 필요했다.
 
현지인에 대한 선입견 뒤집은 소비자조사: 소독과 빨래 병행 → 소비자 니즈 발굴
LG전자 난징법인은 중국인의 세탁기 사용 행태에 대한 소비자 조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조사 결과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빨래할 때 항상 소독을 먼저 한다”고 답했다. 바이러스나 세균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인의 위생 관념이 약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였다. 더욱이 이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도 드문 행태였다. LG전자는 중국인들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황사, 신종 인플루엔자 등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인들은 세탁기를 1주일에 2∼3회 정도만 사용했다. 한국인(주 3∼4회 사용)에 비해 사용 빈도가 낮았다.
 
특히 세탁기보다는 손빨래가 세탁 효과 면에서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즉, 중국인은 세탁을 드문드문 하는 데다 세탁기 자체에 불신감을 갖고 있었다.
 
현지인이 주도적으로 개발 참여
시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LG전자는 위생 및 건강 개념까지 가미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LG전자 난징법인은 2008년 중국 현지에서 상품기획, 디자인 연구실, 구매 등 4,5개 부문의 직원들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중국 소비자 입맛에 맞춘 소독 세탁기를 개발하는 게 임무였다. 특히 이 팀원의 90% 가량은 중국 현지인으로 이뤄졌다. 현지 소비자의 욕구를 더 잘 맞추고, 중국 법인도 독립된 회사로서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개발 과정에서 현지인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책임감이나 로열티를 더 키울 수 있게 하자는 의도도 있었다. 중국 법인이 주축이 되어 제품을 개발하는 게 사실상 처음이었다.
 
1년간의 제품 개발 기간을 거쳐 이들은 기존 세탁 코스에 소독제 코스를 추가했다. 또 세제 투입구 이외에 소독제 투입구를 따로 만든 세탁기를 내놓았다. 중국인 소비자는 고육책으로 기존 세제와 소독제를 한꺼번에 세탁기에 넣었는데, 이 과정에서 세제와 소독제가 함께 섞이면서 소독제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런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소독세탁기, 일명 ‘프라임(PRIME)’은 2009년 4월 출시됐다.
 
공동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 보완
이제 과제는 제품을 현지 소비자에게 어떻게 알리는가하는 것이다. 소독세탁기는 과거에 없었던 상품군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소독제 출시업체인 영국의 ‘데톨’과 공동 마케팅(co-marketing)을 하기로 했다. 데톨은 중국 내 점유율이 76%로 압도적인 1위 업체였다. 마케팅 제휴로 인한 장점은 상당히 많았다.
 
우선 중국에서 LG전자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었다. 소비자 브랜드 인식도 조사에서 중국인 소비자는 LG가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신뢰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또 중국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의 디자인과 기능 등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었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역사가 짧다(LG전자는 중국에 1993년 진출)는 것을 단점으로 느끼고 있었다. 실제 세탁기 시장 1위 업체는 지멘스는 중국에서 100여 년간 영업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시장에서의 역사가 비교적 오래 됐고, 신뢰도가 높은 유럽 업체인 데톨은 LG전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좋은 파트너였다.
소독 수요 높은 중국 남부 집중 공략
LG전자는 가전 매장에서 소독 세탁기를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데톨의 세탁물 전용 항균 소독 세제 2상자(약 6개월 사용분)를 주는 프로모션을 펼쳤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LG전자가 데톨과 손잡은 데는 이미지 보완 이외에도 또 다른 전략적인 포석이 깔려 있었다. 중국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북부와 남부의 날씨는 천양지차다. 중국에서 소독제에 대한 수요는 덥고 습한 광저우나 칭다오 등 중국 남부 지역에서 높다. 때문에 데톨의 중국 본부는 북부인 베이징에 있었지만, 유통 채널은 남부에 훨씬 더 많았다. LG전자는 소독 세탁기에 대한 수요도 소독제와 마찬가지로 중국 남부에서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LG전자는 데톨과의 제휴로 데톨이 팔리는 대형마트에 들른 고객이라면 LG전자의 소독 세탁기 정보를 볼 수 있게 했다. 데톨을 발판 삼아 중국 남부 지역 공략을 가속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 현재 전체 소독 세탁기의 60% 이상이 중국 남부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런 전략 덕분에 LG전자는 지난해 당초 목표치(6만 대)를 웃도는 9만 대의 소독 세탁기를 판매할 수 있었다. 5월부터 본격 판매됐으므로 8개월간 팔린 세탁기 대수가 LG전자 연간 중국 세탁기 판매대수(27만 대)의 3분 의 1에 이른다는 점은 고무적인 성과였다. 뿐만 아니었다. 소독용 세탁기가 예상 외로 잘 팔리자 경쟁이 치열한 중국 시장에서 전체 세탁기 점유율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었다. LG전자 중국 법인은 지난해 세탁기 시장의 주력인 3000∼5000위안(약 51만∼85만 원)대의 점유율을 지난해 1월 8%에서 12월 14%로 올렸다. 중국의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수닝(蘇寧)은 LG전자에 ‘2009년 최고 연구개발 창의상’을 줬다. 이지형 LG전자 난징법인 세탁기 지역사업리더(RBL)는 “기술적으로 소독용 세탁기를 만드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라며 “소비자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적절한 파트너를 만나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라네즈(LANEIGE)는 중국의 20대 여성들에게 프랑스의 비오템, 미국의 크리니크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리미엄 인기 화장품이다. 중국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도시인 상하이, 그 중에서도 제일 유행을 앞서가는 팍슨백화점에서 매출이 상위권에 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 진출은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시장 개방이 본격화하기 전인 1993년에 선양 현지법인을 설립해 선양, 장춘, 하얼빈 등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키웠다. 2000년에는 세계 글로벌 화장품 회사의 각축장인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해 한국 화장품에 대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중국에서 1176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55%나 성장했다.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의 1등 공신인 라네즈의 중국 시장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시장조사로 브랜드 포지셔닝: ‘젊은’ 여성에게 ‘고급’ 제품 공급키로
라네즈는 1994년 한국에 처음 선보인 뒤 1년 만에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를 중국 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한 후 3년간 체계적인 시장조사를 벌였다. 전반적인 중국 진출 전략은 국내 대형 컨설팅업체와 함께 수립했고,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와 손잡고 현지에서 광범위한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3500여 명의 중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제품 사용감과 화장품 사용 특성을 체크했다. 채널별 주요 경쟁사, 주요 지역 및 고객유형별 브랜드 콘셉트도 조사했다. 보다 정교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집에서 5∼7일간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을 나눠준 뒤 느낌이 어땠는지 조사하는 ‘홈 유징 테스트’도 병행했다.
 
조사 결과, 중국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만족도가 높지 않으면 브랜드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주력 타깃인 20대 여성들은 건조함과 끈적임을 싫어하고 보습효과가 뛰어난 제품을 선호한다는 데 주목했다. 이에 따라 수분 콘셉트의 라네즈를 고급스러우면서도 젊은층이 소비하는 ‘프리미엄 영브랜드’로 포지셔닝하기로 했다. 3년간의 면밀한 현지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반영해서 수립한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은 라네즈 성공의 기반이 됐다.
 
테스트베드에서 성공 거둔 뒤에야 메인 무대로 본격 진출: 홍콩 거쳐 중국 본토로
라네즈는 중국 시장에서의 대대적인 시장조사 이후 바로 중국 본토에 진출하지 않고 홍콩에 먼저 진출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아시아 전시장인 홍콩에서 성공을 거두면 중국 본토로의 진출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일본의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인 시세이도, SKII는 홍콩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 본토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낸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2년 5월 홍콩의 소고 백화점에 라네즈 매장 1호점을 오픈했다. 탄탄한 제품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매장당 월 평균 매출이 1억 원을 넘을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홍콩에서의 영업 활동을 통해 축적한 중국시장에 대한 이해와 인력을 바탕으로 2002년 9월, 상하이에 라네즈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선근 ㈜아모레퍼시픽 국제영업1팀 팀장은 “홍콩은 중국시장의 창(窓)이자 정보발신지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장으로 홍콩에서의 라네즈 성공이 중국 본토에서의 성공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고, 그 판단이 맞았다”고 말했다.
 
브랜드 이미지 위해 제한적인 유통채널 고집: 백화점만 입점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잘나가는 유명 백화점에는 어김없이 라네즈 매장이 있다. 라네즈는 중국에서 백화점 판매만 하고 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너무 넓어 개별적인 로드숍을 내는 건 비효율적이고, 기존 할인점, 전문점은 프리미엄 영브랜드로 포지셔닝한 라네즈의 유통 경로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각종 글로벌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에서 안착하려면 단기적 매출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제품과 특별한 서비스, 전문적인 카운셀링을 제공하려면 백화점 매장을 통한 판매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백화점 영업이라는 전략을 세운 후에는 1호점을 어디에 열지 고민을 거듭했다. 홍콩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하더라도 신규 브랜드로 인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백화점에 입점하는 건 쉽지 않았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세웠다. 여러 곳에 동시에 입점하는 대신 우선 한 곳만 입점해 모든 역량을 투입시켜 성공 모델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1호점이 성공을 거두면 향후 다른 백화점에서 입점 제의가 쏟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1호점은 상하이 화해로에 위치한 팍슨백화점으로 결정했다. 상하이 화해로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대표 상권이고, 이곳에 위치한 팍슨 백화점은 젊은 여성고객 비중이 높고 고객 유동량이 많은 프리미엄 백화점이다.
 
팍슨백화점에 입점한 후에는 젊은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신경을 썼다. 라네즈 주력 고객인 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와 연계해 일정 금액 이상 옷을 구입하면 라네즈 매장에 와서 제품을 사용해보도록 하는 행사를 열었다. 대학 캠퍼스와 신천지의 고급 카페에서는 라네즈 뷰티클래스를 열었다. 1호점 마케팅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결과, 팍슨백화점 입점 5개월 만에 상하이 내 다른 백화점에서 입점 요청이 쏟아졌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백화점 입점 요청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였다. 백화점 등급을 A∼C로 나눠 A급 수준의 백화점에만 입점했다. 과거 중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브랜드 중 무분별하게 매장을 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프리미엄과 로열티를 모두 잃는 모습을 되풀이하지 위해서였다. 현재 라네즈 매장은 중국 주요 51개 도시 백화점에 163곳이 진출해 있다.
 
프리미엄 이미지로 차별화
라네즈의 가격대는 제품별로 200∼300위안 선으로 비교적 고가다. 라네즈는 시장 진출 초기부터 프리미엄 영브랜드라는 포지셔닝을 명확히 했다. 중국 내 저가 화장품을 만드는 업체 수가 워낙 많고 카피제품을 잘 만들어내기 때문에 저가 브랜드로는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고가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경쟁 업체들이 하지 않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3년에 걸친 현지 소비자 조사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소비자들보다 화장품을 고를 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중시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한국 소비자들이 감성 마케팅에 익숙한 반면, 가짜 화장품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은 화장품 성분에 대한 설명, 효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도입한 것이 각종 화장품 정보를 제공하는 ‘향장지’라는 잡지였다. 향장지에는 고객들이 라네즈를 활용해 어떻게 피부관리를 해야 하는지, 라네즈의 자세한 성분과 효능은 무엇인지, 한국, 대만 등 다른 국가의 라네즈 소비자들은 어떻게 라네즈를 활용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을 실었다. 매장 직원들에게도 화장품 지식과 미용 지식을 가르쳐 고객을 상대로 전문적인 카운셀링을 제공하도록 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라네즈 성공은 다른 파급효과도 가져왔다. ㈜아모레퍼시픽의 다른 화장품 브랜드인 마몽드 역시 매년 매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인 따무즐광장. 상하이 최고의 번화가인 이곳은 빵집의 격전지로도 꼽힌다. 프랑스 명품 베이커리인 ‘폴(Paul)’과 싱가포르 ‘브레드 토크(Bread Talk)’, 국내 파리바게뜨가 길 하나 사이에 두고 몰려 있다. 빵이 가장 잘 팔리는 오후 4∼7시 진열된 빵의 개수는 확연하게 차이 난다. 파리바게뜨 내 빵의 개수가 인근 제과점에서보다 1.5∼2배 정도 많다. 한국 업체가 정통 유럽식 빵집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낸 셈이다. 황희철 파리바게뜨 중국법인장은 “대개 빵집들이 수요를 예측해 빵을 진열대에 올려놓기 때문에 진열된 빵의 개수가 매출에 비례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2004년 9월 중국에 진출한 파리바게뜨는 현재 중국 국제무역센터점과 왕푸징 동방광장 등에 매장을 여는 등 2010년 5월 현재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을 중심으로 모두 34개 지점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가장 싼 소보로빵이 중국인 전통 주식인 만두나 면보다 2∼3배 비싼데도 반응이 좋다. 미국 던킨도너츠 본사는 파리바게뜨의 역량을 인정해 중국 내 던킨도너츠 사업을 맡기기도 했다. 로열티도 1%로 동종업계 평균(4∼5%)보다 낮은 수준이다. 파리바게뜨는 중국에 진입하면서 제과 문화까지 바꿔놓았다. 파리바게뜨의 성공 비결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제과 문화에 변화
파리바게뜨가 중국에 진출 당시 중국의 베이커리 시장은 한국으로 치면 1990년대 수준이었다. 프랑스식 패스트리 빵을 만드는 제과점은 거의 없고, 대부분 단과자 위주였다. 케이크 시장 규모도 작았고, 공장에서 제품을 실어와 점포에서 판매하는 비교적 단순한 방식이었다. 파리바게뜨는 현지 고객들의 요구 수준을 충족시키는 데 만족하기보다는, 매장 내에서 빵을 갓 구워 판매하는 시스템(bake-off system)을 택하기로 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판매 공간과 제빵 공간 사이에 큰 유리벽을 만들었다. 빵을 직접 만들어 판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또 판매 공간과 제빵 공간 사이에 큰 종을 설치했다. 조리사는 빵을 매장에 내놓을 때 종을 치면서 중국어로 “단팥빵이 나왔습니다” “바게뜨가 나왔습니다” 식으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신선한 빵을 고객에게 내놓으면서 일종의 의식(ritual)을 하는 셈이다. 또 대부분의 상품은 고급화를 위해 가격을 10∼20% 높게 책정했지만, 점포에서 갓 구운 팬피자는 중국에서 드문 점을 감안해 적정 가격(9위안)보다 낮은 6위안에 팔았다. ‘파리바게뜨에 가면 신선한 빵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을 현지 고객들에게 단기간에 인식시키기 위해서였다.
 
현지화는 고기 가루를 빵 표면에 뿌린 육송빵처럼 중국인이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극히 일부 품목으로 제한했다. 대신 패스트리류와 케이크, 샌드위치 등 기존 중국 빵 시장에서는 매우 드물었던 제품 위주로 내놓았다.
파리바게뜨는 케이크 소비문화도 바꿨다. 기존에 중국에서는 케이크 예약문화가 발달해 있었다. 한국처럼 케이크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과점에 미리 주문하고, 2,3일 뒤에 케이크를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중국인의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케이크에 대한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보고, 매장에 15∼20가지 케이크를 구비해뒀다. 소비자들에게 ‘아무 때라도 파리바게뜨에 가면 케이크를 바로 살 수 있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고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예약 고객을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재고를 줄일 수 있어 예약고객에 대해 가격 할인 혜택을 주고, 고깔모자나 양초, 폭죽 등을 공짜로 지급했다. 웨딩 케이크 및 연회용 대형 케이크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케이크 교실과 배달 서비스 등도 마련해 수요층의 저변도 함께 넓혔다.
 

매장 직원 100% 현지인 채용
파리바게뜨는 구매가 발생하는 시점인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 MOT)’을 중시했다. 고객과의 접점에 서있는 직원들부터 신경을 썼다. 중국에서 영업하는 많은 제과점들은 고객 응대 서비스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하지만 파리바게뜨의 제품은 다른 곳보다 가격도 비싸고, 정통 유럽식 빵을 표방하기 때문에 고급화가 필수였다. 매장 내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려야 했다.
 
이를 위해 매장 내 직원을 전원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 직원으로 입사시켜 초반에 이론과 실무 교육을 3∼4일 정도 강도 높게 실시했다. 서비스 교육 강사를 현지에서 고용해 이 강사가 점포별로 순회하면서 서비스 평가가 좋지 않은 지점에 대해서는 특별 교육을 실시했다. 또 매장 내 점장부터 제빵사, 말단 직원까지 전원 중국인으로 고용했다. 현재 중국 내 직원은 상하이에 600명, 베이징에 500명 등 1000여 명이지만, 이 중 한국인 직원은 17명에 그친다. 한국 제빵사들이 중국에 가서 현지 제빵사를 양성했고, 매장 관리부터 직원의 서비스 교육까지 매뉴얼화한 시스템을 적용했다. 현지 한국인 직원은 매장 직원 교육, 서비스 점검, 전략 수립 등 중국 본부로서의 업무에만 집중했다.
 
또 중국 내 기존 제과점은 50∼60가지 종류의 빵을 파는 데 그쳤지만, 파리바게뜨는 이를 200∼300가지로 늘렸다. 중국인들에게는 낯선 빵들이 많기 때문에 빵에 대한 설명을 구체화해서 직원들에게 달달 외우도록 했다. 예를 들면 ‘패스트리는 결이 중간에 많고, 여러 번 접은 데다 유지가 들어가면서 부드러워지고, 버터의 풍미 향취가 좋다. 여러 번 구워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안에는 크림이 들어있다’처럼 최대한 자세하게 빵 설명 매뉴얼을 만들었다. 또 낯선 빵을 많이 판다는 점을 감안해 매장 내 시식 기회를 최대한 많이 늘렸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접수하면 슈퍼바이저 급이 직접 응대해 피드백을 하고, 고객이 빵을 둘러보고 있으면 다가가 설명을 하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있으면 들어주는 등 직원 응대 서비스를 시스템화했다. 예를 들면 1단계로 고객이 매장에 들어올 때 맞이 인사, 2단계로 제품 설명, 3단계, 계산시 금액 언급, 4단계로 제품 포장 시 종류가 다른 빵을 다른 봉투에 담기 5단계, 고객이 나갈 때 인사 등의 형태로 체계화했다.
 
각종 마케팅도 입체적으로 벌였다. 이는 다른 제과점이 저녁 시간에 빵 할인 정도의 판촉 행사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섯 개를 사면 한 개를 더 주는 ‘5+1’행사와 성탄절과 어린이날 등에 장바구니와 컵, 가정용품 등을 나눠주는 행사를 벌이는 등 마케팅을 했다. 또 한국처럼 빵을 사면 일정 금액을 적립해주는 해피 포인트 카드도 발행했다. 현재 해피 포인트를 발급 받은 중국 고객은 1만여 명에 이른다.
 
이와 함께 매장 위치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판단에 따라 처음부터 상하이와 베이징의 주요 거점부터 전략적으로 점포를 배치했다. 특히 1호점을 외국인 밀집 지역이며 신흥 부촌으로 꼽히는 상하이 구베이 지역에 개설했고, 인테리어를 유럽업체에 맡겨 정통 유럽풍 분위기가 나게 했다.
 
파리바게뜨는 그동안 중국에서 직영 방식으로만 점포를 운영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맹 사업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직영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빵이나 서비스 등 각종 품질 관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가맹 사업에서 이러한 품질 관리의 연속성이 얼마나 잘 유지될지가 중국 사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의 두부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두부를 말할 때 ‘백흘불염(百吃不厭·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이라고 하거나 ‘10명 중 9명이 두부당(豆腐黨)’이라고 할 정도로 두부를 좋아한다.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두부 시장에 한국 기업이 진출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07년 3월, 중국의 얼상(二商)그룹과 합작해 ‘CJ바이위(白玉)두부’를 선보였다. 전통의 바이위 두부 브랜드력과 CJ제일제당의 마케팅 기술이 합쳐지면서 합자 전보다 매출은 70% 가량 성장했고 현재 베이징에서 8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유수의 중국 제품들을 제치고 선수촌 납품 두부로 선정되기도 했다. CJ바이위 두부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파트너를 잘 고르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1위를 할 수 있는 제품으로 두부를 고른 뒤 중국 시장 진출을 계획했다. 전 세계적으로 두부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많이 소비되는데 이중 중국의 규모가 압도적이다. 베이징에서만 연간 1억8500만 모의 두부가 소비된다. 중국에서 두부 사업이 성공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두부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두부 같은 신선제품은 매일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유통 인프라가 중요하다. CJ제일제당은 독자 진출하기보다 기존에 인프라를 갖고 있는 현지 기업과 합작하기로 결정한 뒤 파트너를 물색했다.
 
2006년 당시 얼상그룹은 바이위 두부를 생산하는 자회사의 수익성이 좋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얼상그룹은 베이징의 대표 국유기업으로 베이징권 최대의 식품 제조, 판매 그룹이다. 얼상그룹의 두부 브랜드인 바이위는 중국 정부가 선정한 400개 국가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50여 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었지만 워낙 저가(低價)로 팔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얼상그룹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외국 기업과의 제휴에서 찾으려고 했다. CJ제일제당 역시 중국에서 두부 사업으로 성공하려면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당시 상하이 두부 1위 기업은 개인 기업으로 제휴하고 싶은 의사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베이징 두부 1위 기업이면서 합작에 대한 니즈가 있는 얼상그룹과 손을 잡았다.
 
2007년 3월 30일 두 회사는 합자기업 출범식을 갖고 두부 및 두유, 기타 콩가공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베이징얼상CJ식품유한책임공사’를 설립했다. 지분은 얼상그룹이 51%, CJ제일제당이 49%를 갖기로 했고, 경영은 CJ제일제당이 맡기로 했다. 두 회사의 합작은 중국의 국가 대표 브랜드가 외국 기업과 합작한 첫 번째 사례로 중국 식품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두 회사는 합작한 이듬해인 2008년, 전년보다 5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보이며 합자기업 설립 2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이는 기존 바이위 두부의 브랜드력과 판매 네트워크, 냉장 유통 인프라에 CJ제일제당의 마케팅과 R&D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에서 바이위라는 브랜드는 90% 이상의 인지도를 자랑한다. CJ제일제당은 얼상그룹과 손잡으면서 기존 바이위 두부에 CJ 로고를 붙여서 팔 수 있었다. 바이위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지켜가면서 ‘한국의 제일 큰 식품회사와 손잡아 바이위 두부의 품질이 더욱 좋아졌다’는 마케팅 전략을 펴나갔다. 과거 국유업체 시절 바이위는 기본적인 점유율을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이 경영을 맡은 후로는 세부 제품별, 경로별 전략을 수립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뿐 아니라 내부 전산시스템 도입, 신제품 출시 프로세스 등의 업무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제품라인업에 있어서도 기존 신선냉장 인프라를 활용해 포장콩나물 같은 신규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김송수 베이징얼상CJ식품유한공사 마케팅총감은 “한국식으로 콩나물과 녹두를 깔끔하게 포장해서 팔았는데 매출이 작년보다 100% 늘었다”며 “매일 배송해야 하는 신선제품은 유통인프라와 판매 네트워크가 상당히 중요한데 얼상그룹과 손잡음으로써 이를 활용해 다른 제품 카테고리로 확대하기가 편리했다”고 말했다. 기존 유통인프라와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한 신규 제품 카테고리는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저가공세에 품질경쟁으로 대응하다
CJ
바이위 두부가 성공을 거두자 2008년 베이징 두부 시장을 노리는 경쟁자들이 나타났다. 중국 로컬 기업들과 대만 기업이 가격 할인을 내세우며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CJ바이위 두부 가격이 한 모에 2위안이라면 이들은 1.5위안의 가격을 내세웠다. CJ바이위 두부는 저가공세를 따라가는 대신 품질경쟁으로 맞섰다.
 
당시 중국의 두부는 한국의 80년대 두부 수준으로 표면이 거칠고 떫은 맛이 강했다. 한국 두부처럼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스타일은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드러운 두부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일부 두부 생산 설비를 한국에서 들여와 기존 제품보다 15% 가량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두부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항상 두부 생산 공장의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해 위생적이고 신선한 두부를 만들고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저가공세에 똑같이 가격 인하로 맞서지 않고 품질경쟁을 내세운 결과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전보다 올라갔다.
 
또 CJ제일제당은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가 한국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에 주목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두부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와 요리법이 비교적 균일화된 반면 중국은 빈부격차도 심하고 출신 지역도 다양해 두부를 활용한 요리 방법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김송수 마케팅총감은 “니즈가 다양한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시장을 좀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전략을 세운 뒤 다양한 제품 군을 선보였다”며 “저가제품 위주의 전통 두부에 익숙했던 중국 소비자들이 새롭게 출시된 고급제품 및 편리하고 세련된 포장을 경험하면서 바이위라는 브랜드를 더욱 신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합자 전에는 국유기업이 갖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이미지가 강했다면 합자 후에는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시장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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