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의 핵심 키워드는 공급망 가시성 확보
1990년대까지 공급망 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는 한 기업의 부품 조달 업체를 대상으로 최적의 부품 공급 및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단선적이고 정적인 프로세스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의 개방성을 활용한 협업(Collaboration) 네트워크 모델로서 SCM이 등장하면서 제조 및 유통 기업의 SCM은 회계 처리 프로세스를 제외한 기업 활동의 전 영역으로 확장됐다. 오늘날 SCM의 가장 큰 이슈는, 첫째 전체 SCM 프로세스의 출발점이 되는 고객 수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SCM의 계획 영역(SCP·Supply Chain Planning)과 실행 영역(SCE·Supply Chain Execution) 간 단절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공급망의 가시성(Supply Chain Visibility)’ 확보다. 구매-공급-생산-판매 등 전체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자재, 제품, 비용의 흐름을 연결해 하나의 정보 흐름으로 파악한다는 것이 가시성의 기본 개념이다. 이러한 정보 흐름을 분석해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개선 포인트를 파악하고, 경우에 따라서 시스템에 의한 자동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급망 가시성 확보의 범주에 포함된다. 또 공급망 내 고객, 공급업체, 물류업체 등 다양한 참여자들을 보다 강한 네트워크로 연결(connect)시키는 것이 SCM 계획 영역과 실행 영역의 단절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공급망 가시성 확보와 RFID 기술
공급망의 가시성 확보, 그중에서도 자원 및 부품, 상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이 바코드(barcode)다. 바코드를 활용하면 관리 대상인 물품 코드를 한 번의 스캐닝으로 인식할 수 있다. 2차원 바코드를 사용하면 코드 정보 외의 부가적인 정보를 추가로 인식할 수도 있다.
향후 바코드를 대체하는 기술로 주목받는 기술이 무선인식(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이다. RFID 기술이란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무선인식 기술을 말한다. 여기에는 RFID 태그와 RFID 판독기가 필요하다. 태그는 안테나와 집적회로로 이뤄지는데, 집적회로 안에 정보를 기록하고 이 정보를 안테나를 통해 판독기로 송신한다. 태그에 담긴 정보는 태그가 부착된 대상을 식별하는 데 이용될 뿐만 아니라, 대상 물품의 생산 관련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RFID가 바코드 시스템과 다른 점은 빛을 이용해 판독하는 대신 전파를 이용한다는 것. 따라서 바코드 판독기처럼 짧은 거리에서만 작동하지 않고 먼 거리에서도 태그를 읽을 수 있으며, 심지어 사이에 있는 물체를 통과해서 정보를 수신할 수도 있다. 이같이 비접촉식으로 동시에 다량의 정보를 일괄 인식할 수 있는 RFID는 공급망상에서 수집 가능한 정보의 범위와 정보 인식 속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키면서, 바코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3년 월마트가 100대 공급업체에게 팔레트(pallet·화물 운반대) 단위의 RFID 태그 부착을 의무화하면서 RFID는 SCM 분야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월마트는 RFID 태그 부착을 통해 매장 내 재고 수준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재고 보충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재고 부족에 따른 판매 기회 상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후 월마트는 RFID 태그의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향후 RFID 태그 부착을 상품 판매 단위(sellable unit)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즉 상품 진열대에서 상품이 고객의 카트로 옮겨지는 시점과 이를 계산하는 시점에서 해당 상품의 판매 정보가 인식되고 이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재고 보충 계획이 수립되는 미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유통업체 주도의 RFID 기술 도입은 실제 상품을 만들고 공급하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명확한 투자 대비 효과가 없다는 문제점이 초기부터 계속 제기돼왔다. 2009년에 월마트는 매장 내 기획 코너에서 전시되는 상품에 대해 RFID 태그를 부착하는 시범 사업을 P&G와 공동으로 추진했지만, P&G 측에서 그 효과가 미흡하다 판단해 이 사업을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유통업체에게는 재고 관리와 물류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별다른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