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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 이론 및 전략 종합

‘양날의 칼’ 공급망, 큰 틀에서 바라보자

허대식 | 52호 (2010년 3월 Issue 1)

2009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놀라운 실적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공급망 경영(SCM·Supply Chain Management)의 성공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삼성전자 TV가 세계 시장 1위를 하는 데 효율적인 공급망 체계가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공급망 혁신으로 2009년에만 4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급망 관리가 항상 이렇게 효자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한때 공급망 경영의 대표 주자로 세계 PC 시장 1위를 구가했던 델 컴퓨터는 이제 3위 업체로 추락했다. 생산 관리의 교본처럼 여겨졌던 도요타 자동차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동차 리콜 사태에 직면하고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야 할지도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공급망 관리가 기업에 혁신적인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지만, 잘못 추진될 경우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공급망 경영(SCM) 패러다임의 등장
공급망은 도대체 무엇이고 기업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공급망이란 ‘원재료부터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모든 가치 창출 프로세스’로 정의할 수 있으며, 제품 개발, 구매, 생산, 배송, 판매 및 서비스, 재활용에 이르는 제반 활동을 포함한다. 통상적으로 공급망에는 여러 기업들의 가치 사슬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공급망은 ‘공급 사슬’이라 불리기도 한다. 공급망이 기업들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로, SCM 패러다임의 등장과 함께 기업의 경영 방식도 변화했다.(표1)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 경영 혁신의 핵심 목표는 기업 내부 자원 및 역량의 통합이었다. 즉 기업 내 여러 부서 간 의사소통의 단절과 협력 부족을 해소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 가치를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가속화된 글로벌 경쟁 환경은 기업들의 관심을 기업 조직의 경계를 벗어난 가치 사슬 전체, 즉 공급망으로 옮겨놨다. 비핵심 기능과 프로세스를 아웃소싱하고, 핵심 역량에 내부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기업 고유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경영 방식의 변화는 외부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으며, 공급망 전체의 분절성과 복잡성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석학 하우 리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개별 기업의 합리적이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공급망 전체로 볼 때 최종 고객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정보통신 기술의 획기적인 발달로 인해 지역적으로 분산돼 있는 공급망의 효과적인 통합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점은 공급망의 잠재력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스페인의 의류 브랜드 자라(Zara)는 이러한 공급망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한 회사다. 자라에서는 패션 트렌드의 변화를 신속하게 감지하기 위해 소매점 관리자와 신제품 개발팀이 정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디자이너, 생산, 구매 관리자가 함께 팀을 이루어 일하기 때문에 디자인 작업과 제품 생산 프로세스가 단절되지 않고 연계된다. 20여 개 자체 생산 공장과 450여 개 협력 업체의 생산 공장은 긴밀하게 적기생산(JIT·Just-in-time)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으며, 완제품은 인근에 위치한 중앙 물류 센터에서 전 세계 시장으로 배송한다. 1년에 총 1만 1000가지 스타일의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면서도 신제품 개발부터 유통까지 2주 만에 마칠 수 있는 민첩함이 자라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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