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경제 상황은 통상적인 경제 주기의 한 지점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2008년 금융위기 및 그 후의 글로벌 경기침체를 분기점으로 레버리지, 글로벌화, 소비 패턴 및 리스크 수용도 차원에서 근본 변화를 수반하는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봐야 하나? 경쟁 환경의 지각 변동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주 임무인 최고전략책임자(CSO)야말로 이런 질문에 답하기에 가장 적합한 경영진일 것이다.
이에 따라 맥킨지는 최근 보잉, 에스티로더, 스미스인터내셔널 및 비자(VISA)의 CSO들과의 대담을 통해 최근 1년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의견을 나눴다. 모든 이슈들에 대해 참여자들의 의견이 일치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략 수립 주기의 단축, 성장 궤도 예측의 어려움, 과거 절대시됐으나 이제는 의문시되는 비즈니스상의 가정 등이 최근 가장 많이 달라진 전략수립 환경이라는 데에 뜻을 모을 수 있었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CSO는 장기적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전략적 우선순위에 맞게 조직과 프로세스를 정비 및 조율해야 한다. 미국 뉴욕에서 맥킨지의 알렌 웹의 진행으로 이뤄진 이번 좌담회에는 보잉사의 릭 가이엘바흐, 에스티로더의 피터 젭트너, 스미스인터내셔널의 피터 핀터르, 비자의 니키 맨비 등 4명의 CSO가 참여했다.
쿼털리:한 분씩 돌아가시면서, 과연 현 상황을 ‘뉴 노멀’이란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만약 그렇다면 뉴 노멀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피터 핀터르:뉴 노멀의 시대가 도래했다기보다는 그동안 매우 비정상적이었던 시기가 이제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에는 실로 엄청난 규모의 투기 호황으로 점철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10년간의 경험에 비춰본다면, 그 이후 발생한 정상적인 모든 상황들은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뉴 노멀을 둘러싼 논의들은 궁극적으로 경제 회복의 형태 및 시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니키 맨비:전략가에게는 다소 난처한 질문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무언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전략가가 정말 피하고 싶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략 수립 전개 방식의 많은 부분에 변화가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이런 변화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사실은 매우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 매우 낯선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옛날에는 미래에 대해 예측할 때 ‘이론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가정을 수립하는 게 대체적으로 가능했었습니다. 뉴 노멀을 이야기할 때 업종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속성을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단, 이전과 같이 확실성을 지닌 가정을 수립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점 한 가지는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생경한 환경이 아닐 수 없지요.
쿼털리:말씀하신 바처럼 이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성립될 수 없는 가정들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니키 맨비:소비자 행태와 관련한 큰 지각 변동이 소비자들의 지출 방식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업의 예를 들자면 신용카드에서 직불카드로 소비자들의 지출 패턴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최근의 신용 경색도 한 가지 요인이 될 수 있겠지요.
피터 젭트너:소비자 관련 현재의 많은 논의들은 북미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물론 글로벌 시각에서 북미 지역의 뉴 노멀이 여타 많은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과거에 성숙된 시장에서 나타났던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정상화(normalization)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아시아뿐 아니라 남미와 같은 이머징 시장도 있지요. 최근 브라질에 다녀왔는데 그곳 상황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매우 낙관적 분위기로 충만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북미 등의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빠르게 성장하는 이머징 시장으로 관심과 자원(resource)의 일부를 이전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성장률을 예측하지 않는다는 것도 최근 변화 중 하나입니다. 이런 시기에 시장의 향후 성장률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성장을 향해 조직적 역량을 집결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요. 따라서 시장 성장률이 어떻든 간에 무조건 더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저희들은 시장 평균보다 1% 높은 성장을 달성하는 것을 현재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피터 핀터르:그러한 접근법은 우리가 지금껏 겪어온 역기능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요? 혹은 최근 경기침체 이전에 그런 접근법을 채택하신 것인지요?
피터 젭트너:아닙니다. 경기침체 기간에 이를 바꾼 것입니다. ‘예측이 불가능해졌다’는 상황을 인식하게 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