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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Scenario

2010 이후 세계:Smartopia or Dystopia

드와이트 앨런,마크 클레인(Mark Klein) | 50호 (2010년 2월 Issue 1)

 
많은 기업들은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조차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라는 조언을 듣곤 한다. 물론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대담하면서도 차별화된 전략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향후 전망을 두고 갑론을박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는 방향 정립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전망이 불투명하다거나 예측 자체가 어려울 때보다 더욱 난감한 처지를 만들곤 한다.
 
즉, 향후 비즈니스 전망에 대해 누구도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못할 때보다 각종 전망이 난무하고 그 전망들이 서로 대립할 때가 더 힘들다는 뜻이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향후 전망에 대해 서로 180도 다른 견해를 제시할 때 기업들은 괴롭다. 이때 앞으로 상황에 관계없이 그저 일이 잘 풀리겠거니 하고 두리뭉실한 전략을 택한다면 결코 올바른 해답을 도출할 수 없다. 우리가 제시하고자 하는 전략은 큰 차원에서 결실을 거두면서도, 혹 상황이 기업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도 그에 걸맞은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이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갑론을박의 쟁점과 그 논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정 전략을 선택하기에 앞서 그 선택에 이르게끔 한 요인이 정말 중요한 요소인지,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건 아닌지 재고해야 한다. 서로 엇갈리는 전망을 하나하나 되짚어 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가상 시나리오가 큰 도움을 준다. 전략적 투자를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어떻게 할지를 다음 4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분석해보자.
 
주요 논점: 미래상에 대한 엇갈린 전망
가상 시나리오의 논거가 되는 기초 자료는 언론, 학계, 정부, 블로그 등 각종 자료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기업 경영진들 사이에서도 서로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는지 모른다. 그 견해를 뒷받침하는 논거에 귀를 기울이고, 토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쟁점 사안에 대한 논의를 함으로써 과연 우리가 어떠한 동향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현재 기업 전략 분야에서는 포괄적이면서도 상호 연관된 다음 3가지 주제가 주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첫째, 정부와 시장력(market force) 간의 관계, 둘째, 환경과 에너지 공급 문제 간의 관계, 셋째, 세계화와 지정학적 입지 간의 관계다. 우리는 인터뷰를 통해 3가지 주요 쟁점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을 취합한 후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가상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각 시나리오에서는 서로 매우 다른 대비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스토피아(Eastopia)정부가 국가 경제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과거와 같은 자유시장, 자유경제 흐름에 역행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수적 자세를 견지하는 개발도상국들이 서구 선진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탈동조화(decoupling)’ 속도가 빨라진다. 개발도상국의 국영 기업, 국영 석유기업, 국부펀드가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반면 서구 기업은 내수 시장 침체에 따라 그 영향력이 약화된다. 세계 원유 생산 감소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한층 강화된다. 국가와 기업은 성장시장에 대한 접근성 확보 및 천연자원 확보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다.
 
미국 재무부 전 차관이자 투자은행 에버코어 파트너스의 현 대표인 로저 알트먼은 세계 중심이 비(非)서구 사회로 이동하는 흐름이 금융위기를 통해 한층 빨라졌다고 말한다. 경기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 바로 거대 자본주의 국가이며 그 여파로 미국식 자유시장 경제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 출신인 사이먼 존슨 MIT 교수 또한 미국 경제의 잠재적 취약성을 우려한다. 금융위기 문제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향후 수년간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잃어버린 10년’ 기간의 일본과 유사하다. 당시 일본은 용기 있게 상황을 돌파하지도 못했고,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프랑스의 변호사, 저술가, 칼럼니스트인 로랑 코앙 타누기에 따르면 유럽의 경제 전망도 어둡다. 그는 유럽이 경제적 취약성, 혁신 부족, 에너지 정책의 부재, 고등교육 및 연구 부족, 인구 감소 등과 같은 경제사회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유럽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무대에서 유럽의 이해관계와 정체성을 적절히 규정지으려면 먼저 유럽연합(EU)의 재정비 및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현재 유럽 지도자 중 이 준비에 나서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 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정부 주도형 경제를 택한 중국, 러시아 등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약진을 전망했다. “국가자본주의 국가의 정부는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위크 인터내셔널>의 파리드 자카리아 편집장도 미국 외 다른 나라의 부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는 앞으로도 여전하겠지만 산업, 금융, 교육, 사회, 문화 등 다른 모든 측면에서 미국 중심의 권력 구도가 사라지고 세계 권력이 재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캐나다의 지질학자 J 데이비드 휴스는 세계의 연간 원유 생산량이 원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을 매우 우려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6개 회원국의 원전은 물론 멕시코, 러시아, 북해의 원유 생산량도 이미 최고치에 달해 에너지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제프 루빈 CIBC 월드 마켓 수석 경제학자 역시 향후 원유 부족 현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여러 산유국이 자국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만큼, 산유국 정부는 휘발유 및 기타 석유 제품의 가격 책정 시 막대한 지원금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의 국내 석유 소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해외 수출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뉴아메리카 파운데이션의 파락 칸나 회장은 향후 10년간, 석유와 같은 각종 자원의 확보문제를 놓고 국가 간 긴장이 높아질 거라고 전망했다. 또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이른바 ‘제2세계 국가’의 시장 및 자본을 놓고 미국, 유럽,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스토피아 시나리오는 다양한 측면에서 향후 미국 경제와 기업이 어떤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서구와는 다른 규제와 기준을 내세우는 신흥 시장에 접근할 때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에너지 안보 문제 또한 피해갈 수 없는 난제다.
 
웨스토피아(Westopia)미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듦에 따라 ‘큰 정부’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고 작은 정부와 효율을 강조하는 시장 자본주의가 다시 부상한다. 여러 개발도상국은 불안정성과 취약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은 국제 무역 및 투자에서 자국 위주의 흐름을 회복하고 다시 주도권을 장악한다. 그 결과, 세계 경제의 모델은 미국 이익에만 부합한다는 비난이 커진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의 영향력이 다시 강화되는 상황에 저항해 미국 중심의 지정학적 주도권에 반기를 들고 공격적인 반격에 나선다. 한편, 배기가스 배출 감소를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가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자칫 지구 전체의 기후 변화를 야기할 수도 있는 ‘지구 공학(geoengineering)’ 개입 방안이 등장, 논란을 야기한다.
 
미국 다트머스대의 스티븐 브룩스, 윌리엄 월포스 교수는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 국가들이 미국을 따라잡았다고 보는 건 아직 시기상조다. 현재 부상 중인 국가와 이미 부상한 국가를 혼돈해서는 안 된다. 이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국가를 이미 멸망한 국가로 치부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전략정보 전문 분석업체인 스트랫포의 조지 프리드먼 회장 역시 미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21세기가 ‘미국의 시대’가 될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으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으며, 미국에 대항할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 전 상원의원이자 레이건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하워드 베이커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 공화당은 1964년 사형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했지만 1966년 중간선거에서 곧 재기했다. 1968년에는 재집권에도 성공했다. 이후 공화당은 5차례에 걸친 대선에서 4번이나 이겼다.” 베이커는 “골수 공화당원들은 작은 정부, 세금 감면, 자유 신장, 위험한 세상에서 안보 증진에 역점을 둠으로써 지금껏 권력을 유지해왔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했지만 몇 년 내 공화당은 분명 재집권에 성공할 것이다. 역사가 이를 입증해준다”고 주장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에드워드 루카스 기자는 러시아를 우려하고 있다. “요즘 러시아가 국내외에서 보이는 모습을 보면 과거 소련 시절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서구 사회에서 내세우는 기준에 강한 반기를 들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는 “군사적 측면에서는 러시아를 초강대국이라고 칭할 수 없지만 서구 사회와 러시아가 벌이는 긴장과 갈등은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1990년 초 직전까지도 멈추지 않는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칭송받았던 일본의 길을 걸을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카네기 국제평화단의 민신 페이는 중국 경제가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한계는 민주주의의 부재다. 근본적인 정치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중국의 경제 성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장기적 경기침체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의 기후변화연구소 마이크 헐메 소장은 기후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기후 정책을 신뢰하기 힘들다고 본다. 정확한 목표하에 수립된 여러 복잡한 국제 기후변화 프로그램이 애초에 내세운 기치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며, 기후변화를 마치 ‘모든 문제의 근원’인 양 규정함으로써 ‘지구공학’과 같은 전혀 현명하지 못한 해결책까지 대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공학’은 기술력을 동원해 지구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태양열을 반사시킬 수 있도록 성층권 상층부에 아황산가스를 분사하는 방법이 대표적 예다. <사이언스>의 엘리 킨티시 블로그 편집장의 말처럼 “이는 현재까지 개발된 방법 가운데 지구 온도를 낮추는 가장 값싸고 효과적 방법”이기도 하다. 문제는 일부 과학자들의 주장대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기후에 인위적으로 손을 대는 일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한 발상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킨티시는 이를 “지구를 해킹하는 일”이라고 비유했다. 또 어느 한 국가가 사전에 논의 없이 ‘지구공학’ 프로젝트에 착수한다면 외교적 분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부유한 개인 및 기업이 ‘지구공학’ 기술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어쨌든 ‘지구공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2009년 3월 오바마 정부 과학자문위는 지구온난화가 더욱 악화된다는 가정하에서 최후 수단으로서 ‘지구공학’의 도입 가능성을 백악관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가 악화될 가능성은 얼마일까? 스티븐 솔터 영국 에딘버러대 교수는 “빠른 시일 내에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 측면에서 웨스토피아는 미국 기업에게 희망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미국은 경제적으로 더욱 탄탄해지고 자금 흐름 또한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다. 외국 시장의 개방 속도 또한 빨라질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미국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겠지만 몇몇 문제는 남아 있다. 러시아의 강경한 태도, 에너지 및 환경 정책은 많은 논란과 불확실성에 휩싸일 전망이다.
스마토피아(Smartopia)이 시나리오의 특징은 실효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이데올로기, 국익, 경쟁 우위는 중요하지 않다. 새로운 세계 질서가 순조로이 안착할 수 있도록 과거 잘못을 뉘우친 서구와 이를 관대히 받아들인 동구권이 서로 힘을 합친다. 바야흐로 국가 간 협력과 타협의 시대가 온다. 국내적으로는 상호 협력이 대세를 이룬다. 정부 프로그램과 각종 정책은 친환경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도모한다. 미국과 그 우방국은 여러 분쟁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기업 운영은 각종 규제와 통제를 따른다. 경제 성장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안정성을 담보하는 만큼 나름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스마토피아에서 정부 역할은 문제 대상이 아니다. 정부 역할은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기업들이 효과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 일만으로도 충분하다. 국내외에서 지정학적 입지보다 실용주의가 더욱 중요한 가치로 부상한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비즈니스 컨설턴트 겸 저술가인 매트 밀러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그간 미국에 누적된 각종 문제들로 인해 미국이 일대 전환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제 의미 없이 서로 진만 빼는 이데올로기 논쟁이 아닌, 실용적 합의를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다. 잘못된 경제 정책을 바로 잡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다.”
 
밀러는 자신이 공화당원과 민주당원과 인터뷰했지만 그 결과는 비슷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두 사람 모두 ‘어느 정당이 집권당이 되느냐에 관계 없이 세금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밀러는 “이제 정치 놀음을 그만두고 탄탄한 경제 성장, 환경 보존 등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논해야 할 때다. 선봉에 설 사람은 결국 기업 경영진이다.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상, 기업은 냉철한 시각을 견지하며 감성에 치우치지 않는다. 기업은 이데올로기보다 실질을 우선한다.”
 
국제연합(UN) 싱가포르 대사를 역임했고, 현재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스쿨 학장으로 재직 중인 키쇼어 마부바니도 국제 무대에서 실용주의가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서구 중심의 세계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기도 하다. “변화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는 두려움, 이데올로기의 부담을 떨쳐라. 우리 모두가 원하는 이상적 결과를 얻기 위해 서구권과 비서구권 모두 인류의 오랜 미덕인 실용주의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실용주의는 미국에서도 당연한 선택으로 떠오를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때 언제나 실용적이고 상식적인 접근을 해왔다는 게 바로 미국의 강점이기 때문이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미국이 신흥국가에 대해서도 실용적인 접근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국제 사회에서 중국과 같은 새로운 강대국이 설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UN 안전보장이사회, 세계은행, IMF 등 각종 국제기구에서 신흥국가에 더 많은 발언권을 주는 게 미국에게도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강대국으로 부상 중인 중국과 위력을 잃어가는 미국이 국제 사회의 질서 및 지배권을 두고 자칫 결코 끝나지 않을 싸움에 휘말리는 위험을 불사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마토피아의 에너지 및 환경 문제는 어떨까.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정부 개입에 적대적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제반 환경을 갖추려면 국가 정책, 규제, 연구 기금, 세금 감면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이유다. 스마토피아 시나리오대로라면 기업은 현재 미국 경제 모델이 제시하는 것보다 더 많이 정부 주도의 환경하에 놓인다. 세금이 늘어나고, 규제 범위도 확대되고, 경제 성장도 빠른 성장이 아닌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 또한 줄어들고 재산을 늘리는 일도 예전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상쇄시킬 만한 장점, 즉 안전성, 안보, 지속성의 증진을 담보할 수 있다.
디스토피아(Dystopia)빈사 상태의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노력이 계속된다. 인플레이션은 고공 행진을 기록하고,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할지를 놓고 벌어진 격론은 난조를 거듭한다.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정치 지도자들은 다른 국가와의 분쟁을 조장한다. 결과적으로는 시장 개방과 국가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힘든 상황에 직면한다. 개발도상국 간의 긴장도 최고조에 달한다. 테러리스트들은 이 불안한 정국을 십분 이용하려 든다. 공급 제한, 지정학적 불안, 잘못된 정부 정책 등으로 에너지 및 공공재 가격이 치솟는다.
 
<뉴스위크> <워싱턴포스트>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새뮤얼슨은 미국이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에 경험했던 인플레이션을 다시 겪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1960년대 초반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개혁에 대한 열망이 높다. 사람들은 경제 회복을 기대하고, 중산층을 지켜내기를 바란다. 또 모든 미국인들이 의료 보험을 제공받기를 원하고, 기업가들의 탐욕을 몰아내고 세계화에 제동을 걸기를 바란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는 정치 지도자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한편, 해결책에 대해서는 과도한 자신감을 드러내지 않을까 우려했다. “향후 경제 상황을 전망하려면 대공황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가를 되짚어봐야 한다. 대공황은 우리가 자초한 상황이다. 참으로 좋은 의도에서, 완벽한 조언을 바탕으로 했던 일이 결국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새뮤얼슨이 특히 회의적으로 보는 부분은 지구온난화 방지, 친환경 기술 개발, 친환경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다는 정치가들의 약속이다. “현재로선 지구온난화를 대폭 줄이려면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경제 활동 주체의 상당수가 활동을 멈추는 길뿐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가능한가? 배출 감소 정책은 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 뿐 아니라 효율성도 떨어진다.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각종 지원 등으로 이미 심각한 부담을 초래했다. 이 와중에 새로운 정책 지원까지 도모한다면, 결국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공공재 가격도 위험 요인이다.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석유를 공급하지 못한다면 이는 가뜩이나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높일 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수요에 부응하려면 연간 1조 달러를 에너지 설비에 투자해야 한다. 자금 압박으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경제 회복 후에도 에너지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막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다. 만약 정치가들이 높은 금리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우려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제어하려 든다면 이 또한 위험 요인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앨런 멜처 교수는 “FRB가 미국 중앙은행이라는 지위에 걸맞은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머지 않은 미래에 FRB가 의회, 행정부, 기업가들의 압력에 굴복해 금리 상승을 주저한다고 가정해보자. 실업자 증가와 더딘 경제 회복을 감수해야만 한다”고 우려했다.
 
디스토피아 시나리오에서는 국가 경제나 금융시장뿐 아니라 지정학적 입지 또한 큰 위험 요인이다. 카네기 국제평화단의 일원이자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카건은 지정학적 반목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냉전이 끝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국제 사회의 많은 갈등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리라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결과는 어땠는가? 결국 이는 환상에 불과했다.” 카건은 앞으로 다가올 10년간, 다음 3개 요인이 세계 안전을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첫째, 지정학적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강대국 간 대립, 둘째, 민주주의와 독재 정권 간 대립, 셋째, 이슬람 극단주의와 세속적 문화 간 대립이다.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출신의 빌 엠모트는 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대립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아시아의 성장은 아시아와 서구 국가 간 대립만 초래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 국가 간 대립도 야기한다. 아시아의 성장은 결국 서구 국가에서 아시아 국가로의 권력 이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존의 여지(elbow room)’가 있느냐다. 중국, 인도, 일본 세 나라가 모두 아시아에서 강대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현상은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세 국가가 서로 우호적이고 상호보완적 역할을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미국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및 테러 방지 위원회는 존 뮐러 이상으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우려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2008년 보고서를 통해 “결정적인 행동에 돌입하지 않는다면 세계 어딘가에서 야기될 수 있는 테러리스트들의 WMD 공격 가능성과 그 위협은 2013년에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스토피아 시나리오에서는 안정성과 안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인플레이션 경제의 기본 특징은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전략 수립, 예산 책정, 공급 정책 등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 가격 책정에는 늘 어려움이 따르며, 국가 간 무역은 어렵고 위험한 일일 수밖에 없다. 안보 정책의 영향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업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시나리오를 전략으로
4가지 시나리오를 전략적 결정에 참고하려면 각 시나리오가 지니는 의미를 특정 시장과 제품에 한정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각 시나리오를 현재 업계 상황과 연관지음으로써 경영진은 해당 업계에 어떠한 위협 요인과 기회가 존재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 분석을 선행한 후에야 현 전략을 검토하고, 향후에도 같은 전략을 고수할 것인지, 새로운 계획을 수립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딜레마가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 또한 중요하다. 전략이 더욱 명확해지고 정확해질수록 사람들은 전략이 가정하는 상황에 얽매이는 편이다. 4가지 시나리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떤 양상을 띨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그렇다고 향후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되든 관계없이 모든 상황에 적용 가능한 전략을 구상하는 게 답은 아니다. 기업의 생존 가능성은 높일지 모르지만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고 다른 기업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시하는 해답은 전략적 유연성이다. 위 시나리오에서 제시된 여러 어려움과 기회에 직면해서도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한편, 기존에 이미 수립했던 전략과는 다른 차원에서도 전략 수정이 가능하도록 전략적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 때문에 원자재, 공급망, 기술, 도구 등 각 시나리오에 맞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유용한 자산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소액 지분 투자, 합작 벤처, M&A, 라이선스 등도 선택 사항이 될 수 있다. 이를 사전에 확보하는 문제는 대개 고위 경영진의 책임이다.
 
전략적 선택을 통해 기업은 시행착오 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야 4가지 중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더라도 한발 앞서 대비할 수 있고, 향후 펼쳐질 위험을 분산할 수도 있다. 이 접근법을 기반으로 기업은 앞으로 상황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전략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아무리 학식과 연륜을 갖춘 전문가의 예상이라 해도 그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현실’을 준비해야만 한다.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위험 요인을 미리미리 줄여놓으라는 뜻이다.
 
편집자 주 이 글은 딜로이트리뷰 2009년 하반기 호에 실린 드와이트 앨런, 마크 클레인, 크레이그 무라스킨 딜로이트 컨설턴트의 글 ‘What Next? Business in 2010 and Beyond’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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