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급소’는 사자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구성 자체가 생태계와 기업경영의 성공방정식을 비교 분석한 탓이 크다. 이 책은 자연 속에서 인간의 본성에 적합한 성공패턴을 찾으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그러한 구성보다는 성공을 쟁취하는 방식에서 ‘사자의 어슬렁거림’을 느끼게 만든다.
서광원은 ‘사장으로 산다는것’으로 필력을 인정받은 저자다. 이번 책에서는 초원에서 반복되는 생존의 냄새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관찰, 목표설정, 목표물에 접근하기, 승부의 순간, 그리고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 초원의 먹이사슬 관계를 5단계로 구분시켜 핵심 성공요소를 뽑아냈다. 물론, 강점은 현실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치밀하게 진행한다는 점이다.
서문과 1장을 읽고나서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과연 미물에게서 조차 배워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문을 애써 풀지 않고, 저자가 유도하는 사자의 어슬렁거림을 따라나서 보았다.
사냥의 법칙 1 ▶관찰하기
동물의 왕국에서 찾아낸 첫 번째사냥 법칙은 역시 어슬렁거리기였다. 상황을 관찰하는 것이다. 부자들은 조용히 관찰하고, 부자들처럼 보이려는 사람은 시끄럽고 요란하다고 한다. 조용해야만 성공 패턴을 읽을 수 있다. 부자의 조용한 행태는 먹이를 노리는 동물의 세계와 정확히 일치한다. 하품을 하며 초원을 바라보는 사자 무리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재미있는 대목은 공중의 새가 사냥감을 관찰하는 방식이었다. 공중을 빙빙나는 새는 높은 곳에서 숲속에 살고 있는 작은 곤충을 찾아야 한다.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수많은 나뭇잎에 서식하는 곤충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새의 전략은 나뭇가지 잎의 패턴을 비교하는 것이라고 한다. 새는 잎사귀의 크기를 비교해 잎사귀 크기가 작아진 것이나 말린 것을 찾아낸다. 패턴 비교를 통해서 벌레가 갉아 먹은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다. 책에 언급된 KT 남중수 사장의 어슬렁거리기 철학도 흥미롭다. 말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상황을 관찰하는 것이 성공적인 사냥의 첫 법칙인 셈이다.
사냥의 법칙 2 ▶목표를 설정하라
두 번째 법칙은 적절한 목표를 선정하는 것이다. 전투에서 이기고도 전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는 목표가 명확해야 할 것이다. 바람둥이는 상대를 그냥 만나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만날 때마다 분명히 목표를 정한다. 진도를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동물 세계에서 목표 설정의 핵심은 먹이의 크기를 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역량에 적절한 목표를 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신의 능력보다 과한 크기나 스피드를 지닌 먹잇감을 쫓다 보면 굶어죽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작은 먹잇감을 쫓다보면 심신만 고달프다.
사냥의 법칙 3 ▶목표물에 접근하라
세 번째 법칙인 목표물에 접근하기는 ‘준비’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승부를 위해 전략을 구상하는 단계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하늘에서 땅위의 사냥감을 발견한 매는 곧바로 수직 강하를 하지 않고 중력을 흡수하며 우회하는 방식을 선택한다고 한다. 에너지를 축적한 후에 발산하는 최적의 코스를 설계하는 것이다. 매의 최종 속도가 시속 320km에 달한다고 하니 기막히게 과학적인 코스설계를 하는 셈이다. 한 낱 매 한 마리도 먹잇감을 잡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한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경쟁을 활용하여 승부를 준비한다. 다양한 그룹이 최적의 코스를 설계를 하도록 유도한다. ‘어느날 갑자기 성공한 것’처럼 운좋게 보이는 것은 사실 눈에 띄지않고 치밀하게 준비한 시간의 보상에 불과하다.
사냥의 법칙 4 ▶승부에 집중하라
이제 뭔가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기다. 전략의 달인이라고 하면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전략의 급소’는 급소를 찾아서 단 한 번에 공략하라고 주문한다. 집중력으로 승부하라는 뜻이다. 왕거미는 벌을 공격할 때 그런 전략을 구사한다. 잘못 건드리면 시끄러워지는 상대이므로 필살의 전략으로 일격을 가해야 한다. 목과 목덜미 사이의 급소에 한 번의 공격으로 독을 투입시켜 승부를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기업경영에서도 똑같다. 역량을 집중하여 실행력을 높이는 것은 항상 최대의 성공요인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는가.
사냥의 법칙 5 ▶마무리하라
아프리카의 쿵산족은 부시맨으로 잘 알려진 종족이다. 이 종족은 아무리 큰 사냥감을 잡아도 자랑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쿵산족의 족장이 자랑을 허용치 않는 이유는 교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자랑을 일삼다보면 나중에 기고만장해진다. 성공적인 사냥 후에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사냥을 위한 현명한 준비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을 ‘약자의 전략으로 준비하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승자의 포만감이 아니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 또 다시 헝그리 정신을 발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생존방정식은 반복돼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초원의 3.0 시대가 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화 이전의 세계가 ‘숲’으로 형성돼 있었다면 세계화 이후 세상은 ‘대초원’이다. 재계의 최고경영자들도 저자처럼 자연속에서 뭔가 영감을 얻는 것을 즐기는 모양이다. LG 구본무 회장은 새에 관한 대단한 전문가다. 대한항공의 조양호 회장이나 두산의 박용성 회장도 자연을 카메라에 담는 수준이 거의 프로급이라고 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영환경이 아무리 디지털 세계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자연의 섭리를 저버릴 수가 없다. 언젠가 한 번은 깊숙하게 숙고하고 넘어가야 할 주제인 셈이다. 어차피 자연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경영을 바라보아야 한다면, 바로 이 책 ‘전략의 급소’를 잡기를 추천한다. 자연의 섭리에서 부와 성공의 방정식을 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