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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초우량 기업, 지속가능 경영으로 ‘게임의 룰’을 바꾸다

김연성 | 48호 (2010년 1월 Issue 1)
정확한 미래 예측은 매우 어렵습니다. 통제하기 힘든 돌발 변수가 수없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큰 흐름, 즉 대세를 예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환경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지구촌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회의에서도 이런 트렌드는 명확하게 감지됐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현안 해결에 얽매여 큰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제 한국 기업들도 혁신을 선도하는 선진 기업처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한국형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새해 경기회복기와 맞물려 지속가능 경영이란 이슈를 토대로 새로운 혁신의 돌파구를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지속가능 경영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상당수 한국 기업들은 이 이슈가 당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수익성 개선과 목표 달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가능 경영은 거의 대부분 기업들에게 메가톤급 영향력을 미치는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이 업계에 미치는 위력을 배가시킨 대표적인 요인이 월마트의 ‘지속가능 지수(Sustainability Index)’ 개발이다. 필자는 월마트의 지속가능 지수와 관련한 동향을 분석하고, 글로벌 기업 가운데 선도적으로 이 이슈에 대응하고 있는 나이키와 테스코 사례를 분석해 이를 토대로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월마트의 지속가능 지수 도입
월마트는 ‘매일 최저가(EDLP·Everyday Low Price)’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세계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유통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월마트가 최근 산업 판도를 바꿀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강력한 유통망을 토대로 ‘지속가능 지수’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월마트는 6000개가 넘는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15개 문항의 설문 조사를 통한 지수 개발에 착수했다. 질문의 주요 내용은 에너지와 기후, 자재 효율성, 천연 자원, 사람과 커뮤니티 등 4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최대 유통 회사인 월마트가 최저 가격 이외에 또 다른 기준을 적용해 공급업체를 평가한다는 것이 이 변화의 핵심이다.
 
월마트는 2009년 7월에 지속가능 지수 시행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3단계로 나눠 추진할 계획이다. 1단계에서는 10만 개의 글로벌 공급업체에 대해 탄소배출량(carbon footprint), 자원 활용, 그리고 윤리적 사업 관행 등에 대한 15가지 질문으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 내 1등급 공급업체에 대해서는 2009년 10월 1일까지 설문을 완료해야 한다는 시한을 밝혔지만, 나머지 공급업체에 대해서는 기한을 두진 않았다.
 
2단계에서는 대학이 중심이 돼 공급업자, 소매업체, 정부와 비영리조직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만든다. 이 컨소시엄은 상품 수명 주기 분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이렇게 조사한 정보를 고객들에게 소상히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점수, 라벨, 색깔로 각 제품 순위를 발표한다. 그러니 월마트와 앞으로 거래를 계속하려면 월마트가 조사하는 질문에 잘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됐다.
 
월마트 계획대로 지속가능 지수가 도입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상에서 가장 큰 고객이 물어보는 질문을 그냥 넘어갈 수 있겠어요? 이보다 더 큰 파워를 가진 회사는 아마도 없을 겁니다.”
 
미국 뉴햄프셔에서 낙농 제품을 생산하는 스토니필드농장 유기농 사업부 부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월마트 지속가능 지수의 파괴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월마트에 계속 요거트를 납품하려면 월마트가 정한 기준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를 부인하는 일은 세계 최대 시장에서의 낙오를 의미할 수도 있다. 바로 2009년 10월 1일부터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는 지속가능 경영 패러다임이 시장에 뿌리를 박고 우리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월마트가 지속가능 지수를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방침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자체 브랜드(PL) 상품인 ‘샘스초이스(Sam’s Choice)’ ‘그레이트밸류(Great Value)’ 브랜드로 판매되는 유제품, 섬유 제품, 완구, 전자 제품 등 약 30여 개 제품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몇 년 전부터 지속가능 경영 관련 조사를 실시해왔다.
 
월마트의 체계적인 지수 산정은 2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제품을 평가하는 도구나 환경 표시 제도라는 형식적 의미보다는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정보 공개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의 의미가 크다. 이 문제를 투명성(transparency)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이 서로의 상황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우위 요건(order win-ner)’의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위 요건이란 고객이 특정 제품을 선정하게 하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가격, 품질, 납품 조건 등이 모두 다 유사하다면, 지속가능 지수가 일종의 균형을 깨는 결승점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제품이 점차 동질화되고 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는 타이브레이커(tiebreaker)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요약하자면 월마트의 지속가능 지수는 게임 양상을 바꿔놓을 요인(game chan-ger)이 됐다. 공급자의 지속가능 경영 현황을 보여주는 거울이며, 다른 경쟁자와 차별화되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 고객이 판단할 일이긴 하지만, 강력한 유통업체가 공급업체에게 요구하는 지속가능 지수는 상당한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기업에게 주어진 선택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문제가 닥칠 때까지 변화를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허비하거나 아니면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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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성

    김연성motbeol@inha.ac.kr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경영학회 차기 회장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산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생산관리학회 회장,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정부혁신평가단장, 산업통상자원부 국가품질상 심사위원장, 국민은행경제연구소 중소기업연구실장, 인하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기획처장, 정석학술정보관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고객만족경영학회 회장이다. 2024년 3월부터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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