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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알면 약, 모르면 독’

찰스 록스버그 | 48호 (2010년 1월 Issue 1)
시나리오 플래닝은 전략가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특히, 세계 경제를 강타한 최근의 금융위기와 같은 극단적 환경에 대처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많은 조직들은 난관에 부닥치면 단 한 가지의 가능성에만 무게를 두는 오류에 빠지거나, 반대로 수많은 변수와 가능성 속에 갈팡질팡하며 표류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이 양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특효약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제대로 실행하기만 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섣불리 실행한다면 오히려 함정에 빠질 위험도 크다.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이론도 무수히 많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워 게임(War game)’에서 유래했다. 이어 쉘이 이 기법을 기업 경영에 선도적으로 활용했다. 시나리오를 짜는 방법과 시나리오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 등에 대한 이론도 등장했다. 본고에서는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백과사전식 이론 정리를 하지 않겠다. 대신 25년간 시나리오 플래닝 현장에서 쌓은 실제적 경험을 근거로, 시나리오 플래닝의 장점과 위험 요인을 정리하고 시나리오 플래닝의 함정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견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글의 말미에서 시나리오 플래닝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 요령도 소개하고자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힘
시나리오는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다. 이는 시나리오의 4가지 특성 때문이다.
 
①시나리오는 사고를 확장시킨다 일어날 듯한 다양한 결과를 예측하고, 각 결과를 초래하는 일련의 순차적인 사건을 추정할 수 있다면 사고 폭을 넓힐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은 중요하다. 인간은 미래가 과거와 큰 차이가 없이 전개될 것이며, 변화란 점진적으로 발생한다고 기대하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왜, 어떤 식으로 순식간에 돌변하며, 개선되거나 나빠지는지를 규명할 수 있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데 과거가 그리 쓸모 있는 지침이 아닐 수 있다고 가정하고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보라. 놀랍게도 설득력이 있는 답변을 찾아낼 수 있다.
 
최근 경제위기는 사람들의 이러한 습성과 관련 요인을 설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많은 금융 모델 개발자들은 기껏해야 수년간 누적된 데이터만을 근거로 예측을 수행해왔다. 많은 금융사들이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위기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자료만으로는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한 번이라도 고민했더라면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1990년대 초 부동산 폭락, 1987년 10월 증시 대폭락 등을 떠올렸을 것이다.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프로세스 자체가 변화의 동인에 대한 심층적인 통찰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들은 시나리오를 통해 ‘앞으로 나타날 결과물의 인과관계는 무엇인가’를 자문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모든 유형의 동인과 이에 따른 변화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하나씩 검증하게 된다. 어떤 동인이 중요하며, 어떤 동인은 의미가 없는지를 가려내게 된다. 즉, 시나리오상의 변화를 요구할 만큼 심각한 영향을 미칠 만한 동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②시나리오는 필연적인 미래를 규명한다 시나리오를 수립하기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인다면 매우 값진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각 시나리오를 분석하다 보면 강력한 변화의 동인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동인은 ‘이미 벌어진 사건이나 상당히 확산된 트렌드의 필연적 결과’라는 최종 산출물로 이어진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선구자인 셸은 이를 ‘예정된 결과(predetermined outcomes)’라고 설명한다. “산에 큰 비가 내렸으니 평지에는 홍수가 날 것이다”라는 말로 이를 집약할 수 있다. 시나리오를 수립할 때 찾아낸 ‘예정된 결과’는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정보다. 특히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예정된 결과’를 찾아낼 때에 그렇다. 예정된 결과의 유형은 크게 △인구통계학적 트렌드 △경제적 조치 및 대응 △지속하기 어려운 트렌드의 반전 △계획된 사건(통상적 계획 단위를 넘어서는 사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구통계학은 필연이다.인구 규모 및 구조의 변화는 그나마 예측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요소 중 하나다. 물론 수명 연장과 같은 일부 불확실성이 있긴 하나 큰 오차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트렌드의 효과는 쉽게 무시된다. 오늘날 미국 사회보장제도처럼 워낙 장기간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렌드가 막상 가시화되기 시작하면 그 여파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 트렌드가 은퇴 연령에 접어들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경제학의 법칙을 바꿀 수는 없다.스타트렉’에서 커크 함장이 진공 상태에서 빛의 속도보다 빨리 운항할 것을 요구했지만, 엔지니어인 스카티는 물리학의 법칙까지 바꿀 수는 없었다. 1 비즈니스 리더들 역시 경제학의 법칙을 무시한 가정을 수립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요가 크게 늘면 가격도 오르기 마련이다. 결국 수요는 제한되며 공급은 늘어난다. 이는 수요나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수요와 가격이 동시에 하락할 수도 있다. 이렇듯 실질 가격이 영원히 오르는 일은 불가능하다. 최근 유가가 2배 이상 급등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폭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가격 변화는 모든 가치사슬 내에서 필연적인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초래한다. 물리학의 법칙처럼 모든 경제학적 사건에도 예정된 반응이 뒤따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비즈니스 전략에서 이 점이 무시되곤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이 같은 예정된 반응을 찾아낼 수 있다면 매우 강력한 통찰을 얻어낼 수 있다. 

끝없이 자라는 나무는 없다.
지속하기 어려운 트렌드가 영속될 것이라는 전제로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경제는 근본적으로 주기적 속성을 지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기 호황이나 불황의 끝을 떠들어대는 정치인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마찬가지로, 경기의 고삐를 잡았다는 주장에 근거해 전략을 수립하는 일도 지양해야 한다. 낙관적 전망을 내놓을 때는 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전략가라면 이런 식의 이른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패러다임조차도 어느 정도의 투기성 거품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신경제’가 좋은 예이며, 최근 각광을 받았던 금융시장의 ‘증권화(securitization)’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철도, 라디오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을 받았던 혁신적 신기술이 투기와 거품으로 이어진 무수한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한 트렌드의 주기를 최소 25년으로 잡고, 이 추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묻고 증명해보는 일이 이 같은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어떤 트렌드가 과거와 달리 주기적 속성을 보이지 않고 영속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근본적 이유를 따져보고 이를 증명해보자. 아마 어려울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트렌드의 단절 가능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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