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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다각화 방법론

성장 목표 없는 신사업은 ‘러시안룰렛’

권구혁 | 43호 (2009년 10월 Issue 2)
사업 다각화는 모든 기업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사업 다각화로 성장의 발판을 확보할 수도 있고, 회생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GE, 디즈니, 3M 등은 사업 다각화의 성공 신화를 만들었으나 AT&T, 엔론, K마트 등은 실패했다. GE는 엄청나게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면서도 성장과 사업 다각화의 이점을 모두 누렸던 반면, AT&T는 관련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구했음에도 커다란 실패를 맛봤다.
 
사업 다각화가 매우 중요한 전략이지만 한국 기업들의 준비는 대단히 소홀하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추진한 인수합병(M&A)이 그 증거다. 철저한 분석 후 기업 성장의 최선책으로 사업 다각화를 선택했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업 다각화는 시너지 효과를 낳기도 어렵고, 주식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힘들다.
 

 
 
한국처럼 소수 대기업 집단들이 그룹 위상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신규 사업 진출은 라이벌 그룹과의 소모적 경쟁으로 치닫는 사례도 많다. 사업 역량이나 관련성이라는 최소한의 판단 기준을 배제한 채, 성장 엔진을 장착한다는 명분으로 사업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효성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사례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면 지나칠까? 인수의향서 제출 이후 효성 계열사 주가가 급락한 걸 보면 필자의 걱정이 기우만은 아닌 듯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성장=신규 사업 진출=사업 다각화’라 생각한다는 점이다. 성장은 기존 시장에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혁신을 유도함으로써 이룰 수도 있고, 소비자들의 수요를 새롭게 창출해 달성할 수도 있다. 단순히 기존 시장에서 원가를 절감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거나 해외에 진출해도 성장할 수 있다. 애플이나 IBM처럼 자사의 핵심 사업 영역을 재정의할 수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성장 방법이 있지만, 많은 기업들은 성장의 화두가 등장하는 순간 대부분 신규 사업 진출만을 꿈꾸며 부리나케 팀을 구성해 어떤 사업이 매력적인가를 분석하는 수순을 밟기 시작한다. 중요한 점은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한 기업 성장은 기업이 택할 수 있는 성장의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며, 더욱 중요한 점은 이 방법이 그중 가장 위험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사업 다각화를 통한 신규 사업 진출은 러시안룰렛 못지않게 위험하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떨 때 사업 다각화를 성장 방식으로 선택해야 하는가? 원론적으로는 모든 대안을 고려한 후 사업 다각화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을 때다. 물론 이는 매우 추상적이고 한가한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이론적으로 완벽한 처방을 제시하려는 게 아니다. 20년 가까이 사업 다각화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사업 다각화가 지닌 문제점을 토론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한국 기업의 성장과 사업 다각화에 도움을 줄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특히 이 글에서는 신규 사업을 계획하기에 앞서 기업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이 무엇인지, 어떠한 경우에 신규 사업 진출을 고려해야 하는지, 신규 사업을 어떠한 방식으로 선택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하겠다.
 
 
신규 사업 계획에 앞서 해야 할 일은?
신규 사업 진출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기업들은 왜 성장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 즉 성장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기업 실무자 가운데 상당수는 왜 자신들의 기업이 성장을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이 꼭 사업 다각화밖에 없는지에 대해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극단적으로 “회장님이 시켜서…”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다. 조직 구성원, 특히 해당 실무자조차 왜 성장해야 하는지, 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는 조직에서 신사업으로 성과를 내기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계획을 추진하기에 앞서 왜 성장 혹은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고 정당성을 갖는가를 구성원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의 성장 방향을 이해시킴으로써 일체감과 조직에 대한 헌신을 이끌어내야 한다. 성장 목표를 명확히 규정해야 조직원들은 성장을 통해 더 많은 승진 기회를 제공받고, 다양한 직무 경력을 쌓는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주주들 또한 자신의 투자가 현명했다는 점에 안도할 것이다.
 
목표를 공유한 후에는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성장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사업 다각화밖에 없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실무자들이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오래전 AT&T 한국 지사 임원이 한 말이다. “한국 전화 사업자들을 이해 못하겠다. 어떻게 우리가 임대해주는 국제전화선 금액보다 낮은 수준으로 전화 요금을 책정할 수 있나.”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담당자에게 물어본 결과, 이런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시장점유율 목표를 제시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다행히 위에서 목표 달성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 가격을 확 낮추는 대신 시장점유율 확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성장의 목표를 공유하는 일 못지않게 제대로 된 목표 달성 방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제 신규 사업 진출을 고려해야 하나
성장 목표를 설정할 때는 다음 2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성장으로부터 얼마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얼마만큼의 수익률 증가(자산 수익률, 자기자본 수익률 등)를 가져올지 분석해야 한다. 당연히 이 수익률은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보다는 높아야만 한다.
 
<표1>을 살펴보자. 현재 매출 2000억 원, 수익 200억 원을 창출하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이 현재 수익 대비 10%, 수익률 대비 5%의 추가 이득을 얻으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95억 원의 매출 증가와 20억 원의 수익 증가가 필요하다. 이 정도의 매출액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성장을 논할 수 있다. 일단 이 목표를 기존 사업 영역 안에서 달성할 수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기존 사업에서 달성할 수 있다면 당연히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보다는 기존 영역 내에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가능한 모든 대안을 고려했음에도 기존 사업에서는 성장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확신이 섰을 때, 마지막 카드로 신규 사업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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