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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협업, 때론 毒이 된다

모르텐 핸슨 | 39호 (2009년 8월 Issue 2)
‘사내 협업(internal collaboration)’이 조직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널리 퍼져 있다. 경영자들은 조직의 벽을 깨고 경계를 넘어 여러 부서의 직원으로 구성된 팀으로 함께 일하라는 주문을 반복하곤 한다. 부담을 느낀 직원들의 저항에 종종 부딪히기도 하지만, 협업이 주는 잠재적 편익은 막대하다. 예컨대 여러 부서가 관여하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 교차 판매(cross selling)를 통한 매출 증대, 비용을 줄여주는 베스트 프랙티스의 전파 등이 대표적이다.
 
이 통념은 ‘직원들이 협업할수록 회사가 더 나아진다’는 잘못된 가정에 따른 것이다. 협업이 조직의 성과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필자는 15년간 이 분야를 연구하는 동안 협업이 조직에 방해가 되는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다.
 
필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마틴 하스 교수와 함께 대규모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 소속의 숙련된 영업팀 100여 곳을 연구했다. 5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내기 위해 IBM, 액센츄어 등 경쟁 회사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사업 제안서를 작성하는 이 회사의 영업팀은, 예비 고객이 구현하고자 하는 기술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사내 다른 팀의 조언을 구하곤 했다. 연구 결과 언뜻 보기에 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 영업 관행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협업의 강도(영업팀이 다른 팀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시간으로 측정)가 높을수록, 결과(계약 성사 여부로 측정)가 더 나빴다. 필자와 하스 교수는 노련한 영업팀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동료로부터 배우는 게 많지 않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도움을 구하느라 빼앗긴 제안서 작업 시간의 가치가 협업으로 얻은 지식보다 더 컸다.
 
문제는 협업 그 자체가 아니다. 통계 분석 결과, 같은 회사 내에서도 초보자들로 구성된 영업팀은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해 실제로 도움을 받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사내 협업이 유효할 때가 언제이며, 그렇지 않은 때는 언제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종종 ‘직원들이 더 협업하도록 만들려면 무슨 일을 해야 하나’라고 질문하곤 한다. 이는 잘못된 질문이다. 경영자는 ‘이 프로젝트를 부서 간의 협업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면 가치가 창출될 것인가, 아니면 파괴될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협업을 잘하려면 언제 협업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이 논문에서는 ‘협업 프리미엄(collaboration premium)’ 개념을 이용해 ‘좋은’ 협력과 ‘나쁜’ 협력을 구별하는 간단한 계산법을 소개한다. 필자의 목표는 당신 조직 내부의 그룹들이 독립적으로 일할 때보다 협업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될 때 협업을 장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망하는 사내 협업
1996년 영국 정부는 “인간이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몇 년간 세계 쇠고기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를 지켜본 모든 식품업체들은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회사의 취약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위험관리 서비스 회사인 DNV(Det Norske Veritas)는 식품 안전을 개선하려는 식품회사를 도와 사업을 확장하기 딱 좋은 위치에 있었다. 1864년 설립된 DNV는 선박의 안전성 검사 사업으로 시작해 사업 영역을 위험관리 서비스로 확장했다. 현재 100개국에 300개 정도의 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2년 가을 DNV는 표준 인증사업부와 위험관리 컨설팅사업부 등 2개 사업부의 전문성, 자원, 고객 기반을 통합하는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이전까지 표준 인증사업부는 대형 식품회사의 생산망을 감독하는 실무 절차를 개발해왔다. 컨설팅사업부도 식품업계를 성장 분야로 눈여겨보고 식품회사의 공급망과 생산 과정의 위험을 줄여주는 사업을 모색하고 있었다.
 
사업 초기 두 부서의 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전망은 밝았다. 두 부서가 협업을 통해 양 부서의 고객을 대상으로 교차 마케팅을 펼치면, 2004∼2008년간 20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사업부가 각각 움직인다면 성장률은 5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두 부서 간 협업으로 2004∼2008년 4000만 달러의 순현금 흐름도 예상됐다(DNV의 영업 비밀 보호를 위해 재무 상태와 관련된 수치는 임의로 바꿨다).
 
2003년 드디어 두 사업부의 협업 프로젝트가 첫발을 내디뎠다. 각각의 서비스를 교차 판매하고 식품업체와 새로운 고객 관계를 개발하는 책임이 두 사업부에 주어졌다. 하지만 각 팀은 이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 각 사업부가 강점을 보인 노르웨이의 컨설팅 서비스, 이탈리아의 인증 서비스 등의 기존 사업에서는 2004년 당시 예상보다 높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두 사업부의 협업 프로젝트는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광우병 발병 이후 인증사업부가 식품 규제기관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영국 시장에서조차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나머지 목표 시장에서의 상황도 비슷했고, 이는 커다란 실망을 안겨줬다.
 
컨설팅사업부는 새로운 사업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단기간 내에 전반적인 실적을 개선하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었다. 결국 사업의 초점을 식품업계에서 이전에 점찍어둔 다른 성장 사업으로 돌렸다. 협업 노력은 더 약해졌다. 인증사업부는 여전히 식품업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었지만, 2005년 두 부서가 협업을 통해 식품업계에서 얻는 매출은 예상을 밑돌았다. 결국 회사는 성장을 자신하며 추진했던 협업 프로젝트를 불과 2년 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HBR TIP 좋은 협업과 나쁜 협업 구별법
 
협업 그 자체를 위해 부서끼리 협업을 추진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회사를 위험한 상태에 빠뜨릴 수도 있다. 협업을 하면 혁신적인 제품, 새로운 판매 기법 등 놀라운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수반 비용(영역 다툼으로 인한 지연 등)이 예상보다 크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좋은 협업과 나쁜 협업을 구별하려면 다음 3가지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수익(return)효과적으로 협업한다면 얻을 수 있는 현금 흐름은 얼마인가?
기회비용(opportunity cost)비협업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대신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얼마만큼의 현금 흐름을 놓치는가?
협업비용(collaboration costs)부서 간 협업과 관련된 문제로 잃게 되는 현금 흐름은 얼마인가?
수익이 기회비용과 협업비용을 더한 금액보다 많은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협업 프로젝트를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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