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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회사엔 ‘조기 경보 체계’가 있는가

미셸 자니니 | 37호 (2009년 7월 Issue 2)
전 세계적 금융위기라는 ‘큰 충격’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기업 경영진과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를 ‘시장을 급습한 쓰나미’ 또는 ‘전 세계 경제의 기초를 강타한 지진’과 같이 자연재해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경제 위기의 예측 불가능성과 파국적인 여파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비유가 빗나간 예측에 대한 궁색한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예측이 극단적으로 어렵다는 경제 위기의 속성을 적절히 묘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경제 체계나 전력망 등 인간이 만든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이와 유사한 복잡성을 지닌 자연재해와 많은 공통점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공통점을 고찰함으로써 경기 예측 및 전략 계획 수립, 리스크 관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모색해 정책 수립자 및 경제학자, 기업 경영진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도 - ‘복잡성 이론’의 적용
경제학자들과 공조해 ‘복잡성 이론’을 경제에 접목하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경제란 균형을 지향하는 전적으로 투명하고 이성적인 시스템’이라는 전통적 시각을 거부한다. 지구물리학자로 지진 연구의 권위자인 디디에 소네트 교수가 대표 주자다. 그는 스위스 취리히의 ‘금융위기 관측소(Financial Crisis Observatory)’ 소장으로, 복잡성 이론과 통계물리학 개념에 기초한 수학적 모델링을 활용해 금융 거품과 경제 위기를 관측하고 있다.
 
소네트 교수의 목표는 복잡한 시스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복잡성 이론을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들은 지진과 산불, 정전 사태와 같은 재난은 예측이 극도로 어렵거나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재난은, 그 변화의 폭이 매우 크며 내재적으로 불안정한 시스템 안에서, 상호 의존적인 동인들과 일련의 단계적인 사건들로 일어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자연재해와 경제 위기의 공통점 - ‘멱함수 법칙’
소네트 교수와 같은 학자들은 이러한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 간의 관계를 ‘멱함수 법칙(power law)’으로 설명한다. 자연재해의 피해 규모별 발생 건수를 그래프로 그리면, 발생 빈도가 높은 소규모의 사건들이 분포한 ‘숏헤드(short head)’와, 발생 빈도는 매우 낮지만 규모는 매우 큰 사건들이 분포한 ‘롱테일(long tail)’의 특징을 갖는 ‘멱함수 곡선(power curve)’의 모습을 띤다. 이러한 멱함수 법칙은 10여 년간 학계에서 연구돼왔으며, 최근 여러 베스트셀러 도서를 통해 소개됐다.
 
멱함수 법칙은 금융위기와 산업 산출 변동, 기업 도산 등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경제 현상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나아가 산업구조의 진화 양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유용하다(미셸 자니니, ‘멱함수 곡선을 활용한 산업 역학 분석’, mckinseyquarterly.com, 2008년 11월 참조).

1970년에서 2007년까지 발생한 금융위기들의 손실 규모(금융위기 발생 국가의 4년간 누적 GDP 하락률)별 발생 건수를 그래프로 그리면 멱함수 패턴이 나타난다. 15% 미만의 누적 GDP 하락률을 동반한 약 70회의 금융위기가 ‘숏헤드’를 형성하다가 급격히 우하향하는 패턴을 보이면서, 그 발생 빈도는 낮지만 막대한 손실을 일으킨 금융위기가 ‘롱테일’을 형성한다.(그림1) 가장 극단적인 사례들은 주로 경제 규모가 작은 개발도상국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보다 발전된 나라들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나타나며, 그 경우 GDP 하락의 절대치는 더욱 컸다.
 
지진과 산불, 정전 사태도 이와 비슷한 멱함수 패턴을 형성한다. 1993년에서 1995년까지 남캘리포니아 지역에는 리히터 규모 2.02.5 정도의 경미한 지진이 약 7000회 발생했다. 지진 발생의 규모-빈도 곡선은 급격히 우하향해 꼬리 끝 부분에서 1994년 노스리지의 진도 6.7 규모 대지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지진 발생의 규모-빈도 곡선은 멱함수 법칙의 핵심 패턴을 띠고 있다. 반면 중간 값을 중심으로 좌우 균등한 분포를 보이는 종 모양의 정규 분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멱함수 패턴은 1919년에서 2009년 2월까지 집계된 미국 산업 생산량의 월별 변동치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발견된다.(그림2) 2008년 말에서 2009년 초 사이에 발생한 최대 4%의 하락이 194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의 변동이다. 그러나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몇 차례 기록한 7% 이상의 월별 변동폭보다는 작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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