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과 같은 전략적 투자의 적기는 언제인가? 지금 투자를 결행해야 할 것인가, 경기 회복의 신호가 가시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인가? 사실 이런 질문은 극심한 불황 속에도 재무 건전성을 갖춘 기업들만이 할 수 있는 ‘행복한 고민’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말 풀기 어려운 골칫덩이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수년 전만 해도 절대로 불가능했을 투자 기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황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우선 자금력이 무기인 사모펀드들과의 경쟁이 줄었다. 엄격했던 정부의 반독점 규제도 탄력적으로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인수 대상 기업들이 매각에 적극적이다. M&A뿐만 아니라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비용 역시 매우 낮아졌다.
하지만 많은 경제 지표들은 경기가 아직 저점을 통과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너무 성급히 투자했다가 경기가 곤두박질친다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금까지 다 없어져버릴 위험이 존재한다.
전략적 투자의 적기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투자 심리의 변동성과 글로벌 자본 시장의 불안정성 같은 통제 불가능한 요인들이 많아, 경기 회복 속도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저점을 파악하기는 특히 어렵다. 경기 회복 추세가 명확해지기까지 주가지수의 반등과 하락이 수없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2000년 불황기에 주가지수는 경기가 최종적으로 바닥을 치기까지 여섯 차례 등락을 거듭했다.11 현재의 경기 침체의 경우, 2009년 3월 말까지 다섯 차례의 ‘약세장 반등(bear market rally)’이 있었다. 이번 경기 침체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과거 최대 등락 회수인 여섯 번을 넘어서는 반등과 하락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2009년 3월 기준으로, 주식시장이 고점에서 하락한 지 18개월이 지났다. 과거 불황기에 있어 경기 저점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2000년 불황의 경우 32개월이었으며, 1980년과 1973년에는 21개월, 대공황은 35개월이었다.
닫기현재의 경기 침체기도 마찬가지다. 2008년 11월에서 2009년 3월 사이에 주가지수 변동 폭은 매달 20%에 달했다.
경기 변동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 그러나 지나치게 신중하면 투자 가치 극대화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은 투자 대안별 리스크를 면밀히 비교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 여부와 투자 시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글에서는 미국 시장에서의 M&A 사례를 가상으로 분석해봤다. 미국의 실제 경제 수치를 사용했고, 서로 다른 가정이 반영된 5가지 시나리오를 세웠다.22 이런 접근법을 개별 회사 차원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산업별 특성과 경쟁 업체의 행보, 규제 당국의 정책 변화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한 수정이 필요하다.
닫기분석 결과,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조차 전략적 투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경기 침체기의 경험과도 일치한다.
시나리오 분석
자본 시장의 주요 동인(driver)은 기업의 장기 수익성과 성장성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2가지 동인을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장기 수익성은 경제 전반의 성과와 매우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지난 40년간 장기 이익의 변동 폭은 국내 총생산(GDP)의 5% 수준을 중심으로 안정된 범위 내에서 유지됐다.33 금융권의 경우 기업 실적이 2005∼2006년 평균을 매우 크게 상회했고, 2007∼2008년 평균을 매우 크게 하회하는 등 평균 이상의 변동 폭을 나타냈기 때문에 이 글의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금융권을 포함시킬 경우 결과상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장기 트렌드를 해석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닫기따라서 기업의 수익성이 정상화된다는 것은 이익이 GDP 대비 변동 폭 수준으로 회복됨을 뜻한다. 이 분석에서는 미국 기업 이익이 GDP의 5%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노동력 및 생산성의 증대는 실질 GDP의 장기적 성장을 견인한다. 역사적으로 실질 GDP 성장률은 연간 2.5∼3.0% 수준을 유지했으며, 과거 모든 경기 침체가 끝난 후에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경기 회복 후 ‘영구적 GDP 손실(per-manent GDP loss·경제 위기 이전과 이후 GDP 성장 추세 선이 달라질 때 이 두 선 사이의 간극)’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이런 트렌드가 계속될 것이라고 가정한다(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인구 통계학적 변화 및 생산성 성장 정체, 현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실질 GDP의 장기 성장률이 과거보다 낮은 2.0∼2.5% 수준인 경우도 감안했다. 나아가 5∼10%에 이르는 영구적 GDP 손실 가능성을 반영한 시나리오도 상정했다).
마지막으로 감안한 것은 ‘주가수익률(price earnings ratio)’이다. 정상적 상황에서 시장의 평균 주가수익률은 15∼17%다. 이 연구는 2.5∼3.0% 성장 시나리오에는 정상적인 주가수익률을 적용했고, 2.0∼2.5% 성장 시나리오에는 이보다 다소 낮은 수준인 14∼16%를 적용했다.44 시장 가치 평가와 관련한 본 분석 모델의 상세 분석 방법은 mckinseyquarterly.com에 2006년 7월 게재된 Mare H. Goedhard, Bin Jiang, Timothy Koller의 ‘The Irrational Component of Your Stock Price’를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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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과거의 경기 침체와 가장 비슷한 시나리오인 ‘영구적 GDP 손실은 없으며, 장기적 실질 GDP 성장률이 2.5∼3.0%인 경우(시나리오 1)’를 분석했다. 이때 2009년 초반 주식시장의 정상 가치 수준은 S&P 500지수를 기준으로 1200∼1350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3월 말 기준 주식시장이 정상 수준 대비 30∼40% 저평가돼 있음을 뜻한다.(그림1) 비관적 시나리오일수록 정상 수준과의 차이는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10%에 이르는 영구적 GDP 손실과 2.0∼2.5%의 제한적 회복’을 가정한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 5에서조차 현 주식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의 S&P 500지수 수준(약 800)을 정상 범위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20%에 이르는 영구적 GDP 손실을 가정해야 한다. 과거 경기 침체기에 대한 유사한 분석 결과, 주식시장은 저점에서 정상 수준 대비 30% 이상 저평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그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