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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위험 신호, 왜 나만 몰랐지?

폴 J. H. 슈메이커(Paul J. H. Schoemaker) | 34호 (2009년 6월 Issue 1)
인간은 때때로 진실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허둥지둥 사라져버린다.”
 
윈스턴 처칠이 한 말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의문을 제기한다. 명석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무도 서브프라임 시장의 붕괴 조짐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베어스턴스,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 컨트리와이드, 노던록과 같은 세계 유명 금융기관들은 서브프라임 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통찰력 있는 소수 기업들은 위험 신호가 울리자마자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세계 2위 부자인 거물 투자자 워런 버핏은 이미 2002년 “파생상품은 금융계의 대량 살상무기”라고 우려했다. 에드워드 그램리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도 2001년 “신용도가 낮고 대출을 갚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을 꼬드기는 신종 대출을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1
 
재계에도 발 빠르게 대처한 사람들이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은 신용 파생상품 시장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돼 있음을 알아채고는 2006년 보유 서브프라임을 모두 처분해 150억 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2006년 7월 골드만삭스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2007년에는 사상 최초로 미국 전역의 명목 집값이 큰 폭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의 다른 분석가도 “모기지 대출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의 대출금 연체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2 비슷한 시기에 네덜란드 ABN 암로 그룹 이사회도 은행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은행을 매각했다. 금융위기로 전 세계 주가가 하락하기 전에 ABN 암로 은행을 팔았으므로 주주들은 100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챙길 수 있었다. 반면 ABN 암로를 인수한 벨기에 포르티스 등은 엄청난 손실을 기록했다.3
 
그렇다면 통찰력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과 통찰력이 있는 소수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다수 사람들은 수익률이 엄청나고 투자 위험은 거의 없다는 거짓 약속에 현혹돼 판단 능력이 무뎌진 걸까?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이는 관행이나 인지 부조화 등은 인간의 이성적 판단을 얼마나 가로막을까?
 
부동산 분야의 최고 학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이를 개개인의 판단보다 전원 합의를 중시하는 ‘집단 사고(groupthink)’로 설명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집단의 경향에 반대로 행동하는 일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전체 의견과 동떨어진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러 교수는 FRB가 주택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경고를 간과한 이유도 집단 사고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4  FRB 수뇌부 중 주택 시장 위험을 감지한 사람이 있었더라도, 경기 호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언급하지 않는 위험을 먼저 경고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08년 신용경색 사태를 돌이켜보면 알 수 있듯, 경영진은 언제나 왜곡과 편견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갑자기 엄청난 타격을 입는 이유는 의사결정자가 위험 신호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위험 신호를 감지했음에도 자신의 입맛에 맞거나 익숙한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위기와 기회를 알리는 작은 경고음을 미리 알아차리고 분석해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은 전 세계 기업 중 20% 미만이다.
 
우리는 이 글에서 기업이 신흥 경쟁 회사나 첨단 기술에 따른 위험을 실제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인지 부조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인지 부조화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자기 정당화라는 심리 기제가 작동해 스스로의 기억과 현실을 왜곡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영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개념은 아니지만, 기업 경영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인지 부조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습 공격에 관한 놀라운 진실
경영자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편견은 종종 판단력을 무디게 한다. 조직이나 집단의 편견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우리는 내부에 잠복하고 있는 적을 보지 못한다. 위험 관리 체제를 잘 갖춘 조직이라도 이 편견을 피해가지 못한다. 의사결정을 주제로 한 많은 연구들은 인간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현상과 원인을 상당수 파악해냈다.5
 
그러나 이 분야의 전문가라 해도 올바른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사상 최악의 사고로 평가받는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건을 보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수뇌부는 우주선 연료 탱크의 이음새 부분인 O-ring의 틈이 벌어졌다는 기술진의 거듭된 경고를 묵살했다. 결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을 태운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폭발했고, 승무원 7명 전원이 숨졌다.
 
이 사태의 주요 원인은 수뇌부와 핵심 기술자들의 부실한 정보 분석과 인지 부조화 때문이다.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생활을 하면서 집단 사고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을 거론한 학자도 있다.6
 
경영자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어떤 점을 발견하는 순간, 모든 상황을 그 틀 안에서만 해석하려고 한다.7 반대로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자료를 접하면 이를 섣불리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때문에 경영자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검토하는 일은 그렇지 않은 일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정보들이 제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키거나, 결정적 정보가 빠져 있을 때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이때 인간은 모든 정보를 자신의 선입견 안에서 본질과 다르게 바꿔버린다.
 
[GP TIP] 진주만 폭격 눈치채지 못한 미군 함장
 
1941년 12월 7일, 미군 구축함 워드호의 함장은 하와이 진주만에서 나는 희미한 폭발음을 들었다. 당시 워드호는 진주만 쪽으로 향하던 적의 잠수함을 막 격침시켰다. 함장은 임무를 완수했다고 보고한 후 항구로 돌아가던 중 폭발음을 들었고, 소령에게 말했다. “진주만에서 호놀룰루를 잇는 도로를 개통하고 있구먼.” 적군의 잠수함과 맞닥뜨렸음에도 불구하고, 함장은 평화 시기의 사고 방식으로만 이 폭발음을 해석했다. 폭발음이 미·일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는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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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 J. H. 슈메이커(Paul J. H. Schoemaker)

    - 펜실베니아대 맥 기술혁신센터(the Mack Center for Technological Innovation) 연구 책임자
    - 와튼 MBA스쿨 마케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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